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월 20일 당선인 시절 대통령 집무실을 기존 청와대에서 용산 국방부 청사로 옮긴다고 발표했을 때 국민의 약 3분의 2는 ‘무슨 예산 낭비냐’ ‘정권 이양기 안보가 위협 당한다’고 반대했다. 하지만 기자는 ‘웬걸, 신의 한수구나’라고 생각했다. 이후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김인철 교육부 장관 후보자, 이상민 행정안전부장관 후보자 등 국민의 시각에서 볼 때 흠결이 많은 내각 예정자들로 ‘인사 참사’가 빚어지면서 용산 집무실 이전은 빛이 바래나 싶었는데 최근 나오는 기사들을 보면 집무실 이전 퍼포먼스는 성공한 대통령 제1호 공약 실행으로 평가된다. 여론의 무성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한번 뱉은 말은 지킨다’는 윤석열의 신뢰를 굳히는 바로미터가 됐다는 점에서도 의미심장하다. 기자는 지난 3월말 주위 지인들에게 “지금은 다들 윤석열 욕해도 청와대 구경 갔다온 사람들이 늘어나면 다들 칭찬할 걸 … 이명박 서울시장도 청계천 정비 밀어붙여 처음에는 욕 먹다가 나중에는 그걸 발판으로 대통령 됐는데”라고 말해줬다. 그 말은 현실이 됐다. 기자 같은 범인(凡人)도 이 정도 예측이 가능한데 용산 이전 때문에 오는 6월 1일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이 득표에서 크게 손해볼 것이라고 예단한 것은 역시 반대파인 현 야당의 ‘부럽지만 실행할 수 없는 배아픔’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기자는 용산에 거주하므로 최근 연일 대통령 집무실 이전 때문에 용산 부동산 가격이 오른다는 기사의 수혜자인지도 모르겠다. 허나 문재인 대통령 집권 시절 아파트 가격이 고공행진했던 게 마뜩잖고, 윤석열 현 정부 덕택에 또 오르는 것도 마땅찮다. 그저 어느 정도 하향 안정세가 돼야 젊은 세대도 집을 살 의욕이 생기고, 부동산 관련 세금도 덜 내지 않겠나 싶다. 필자의 집에서 바라보는 옛 미군용산기지는 벌써 비워준다고 공표한 지가 20년이 되도록 진척된 게 없다. 이젠 그런 기사에 관심이 가지도 않는다. 노무현 집권 당시부터 나온 ‘곧 있으면 미군이 나간다’는 말은 2018년 용산 미군기지의 주력 부대와 시설이 평택으로 이전한 뒤에도 여전히 실감나지 않는 얘기다. 관리되지 않아 흉물스런 미군기지 시설이 4년째 방치 상태다.가끔 젊은이들이 미군 부사관이 쓰던 관사(官舍)를 구경한답시고 일부 개방된 용산기지를 찾아오는 데 무슨 궁상맞은 호기심인가 싶다. 그저 한국의 옛 주택공사가 지은 서민적인, 다소 미국 분위기가 나는 1, 2층 소형 서민주택일 뿐이다. 그러나 코로나19로 해외여행이 막혀서일까, 그저 막연히 조금이라도 이국적인 분위기를 누리고 싶어서일까, 미국 문화에 대한 싸구려 동경일까 … 이럴 때 보면 무슨무슨 ‘K신드롬’의 바닥이 일천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용산 입성을 반긴 것은 부동산 가격이 오를 것이란 기대 때문은 아니었다. 하루 빨리 용산기지를 국민공원화해서 국민의 품으로 돌려줘야 한다는, 국민으로서 실지(失地)를 조금이라도 일찍 회복하고 싶은 염원 때문이었다. 미군 기지라 해도 해마다 4월에 올라오는 환상적인 신록을 보면 빨리 기지가 공원화돼 만인에게 공유돼야 한다고 생각해왔다. 용산 대통령 집무실 인근에 관저가 남향으로 들어선다면 기자의 집(북서향)이 마주하게 되는 것도 사소한 영광이라 하겠다. 과거 국무총리를 지낸 고건은 서울 시장 재임 시절 서울시청을 용산기지의 일부로 이전하려다 뜻을 이루지 못했다. 6호선 녹사평역의 지하철역이 매우 깊은 것은 당시 서울시청 예정지를 지하철역과 바로 연결하기 위한 포석이었다. 그러나 고건의 뒤를 이은 이명박과 오세훈 시장은 지금의 위치에 신청사를 지었다. 유리로 정체성 없이, 좁은 공간에 최대한 많은 면적을 차지하려 지은 신청사는 볼 때마다 답답하다. 차라리 그 공간을 공원화하고 용산으로 서울시청을 옮겼더라면 도심에 녹지공간이 더 생기고 용산도 한층 발전하는 계기가 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기자의 사견으로는 서울시청이 청와대에 조금이라도 가까이 있어야 서울시장이란 자리가 대통령의 권위에 버금갈 수 있을 것이라는 의식이 자리잡고 있었던 게 아닌지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이전은 일종의 ‘천도’(遷都)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태조 이성계가 경복궁 자리를 정할 때 무학대사는 인왕산을 주산(진산)으로, 정도전은 북악산을 주산으로 주장하다가 태조가 정도전의 손을 들어줘 지금의 자리에 경복궁이 섰다. 하륜은 무악(지금의 서대문구 안산)을 추천하기도 했다. 조선의 주궁인 경복궁 자리를 놓고 530년 전에도 옥신각신했는데, 지금의 관점에서 보면 다 거기서 거기인데 당시에는 논란이 컸던 것을 떠올리면 하물며 이번 대통령 집무실 이전도 이런 논쟁과 무관하지 않으리라 본다. 용산은 지리적으로 서울의 중심이다. 조선시대의 서울 영역으로 보면 도성 남쪽의 한강과 가까이하는 변두리였다. 이촌동(二村洞)이란 지명은 한강가에서 고기잡이로 생업을 잇던 강가의 조그마한 두 마을이란 뜻에서 왔다. 강남으로 서울이 퍼지면서 지금은 용산이 서울의 중심이다. 중국 대륙으로 보면 중원(中原)이고, 바둑판으로 보면 천원(天元)이다. 풍수지리가에 따르면 황룡이 물을 마시는 황룡음수형(黃龍飮水形)의 땅이다. 용산에는 서부이촌동, 한남동, 보광동, 주성동, 후암동, 청파동, 동자동 등 도심인데도 1980년대 분위기 나는 낙후된 동네들이 많다. 상대적으로 인구는 적고 교통도 한적하다. 고층빌딩이 마구 들어서 발전하는 것만이 해답은 아니고 그런 면에서 고밀도화를 억제한 고 박원순 시장의 정책은 상당히 옳았다. 요즘 용산 거리를 보면 고만고만한 소형 오피스텔과 사무실 빌딩만 난립해서 올라간다. 기왕 지으려면 랜드마크 같은 건물도 들어서야 하고, 전원주택에 가까운 수준 높은 주거지도 조성돼야 하는데 중구난방이다. 오는 지방선거 당선이 유력한 오세훈 서울시장은 용산구민들의 반발을 의식해 용산 집무실 이전으로 인한 신축 인허가 억제 등은 없을 것이라고 말하지만 큰 설계도를 갖고 고밀도화와 그린시티화를 조화시켜야 할 것이다. 용산 리뉴얼에 관리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기자가 바라는 것은 시끌벅적한 용산이 아니라, 용산 미군기지가 대통령 집무실의 아름다운 파노라마가 되고 용산민족공원을 아우르는 여전히 한적하면서도 조금은 지금보다 세련되고 정화된 정도의 용산이다. 우리나라 최고 부자들이 산다는 한남동과 이태원동, 동부이촌동과 젊은이들의 용광로인 이태원동을 품고 있는 용산구는 용산미군기지의 뉴욕 센트럴파크 화(化)를 통해 더욱 쾌적하고 아름다운 시티로 거듭날 수 있다. 아울러 용산역 기지창과 서부이촌동 일대가 아파트가 아닌 관광 및 상업지대로 변신해 포트가 서고 유람선과 화물선이 정박하는 글로벌 강해(江海)도시로 탈바꿈하는 것도 꿈꿔본다.
2022-05-24 11:29:45
지난 1월 7일 세계 최초로 미국 메릴랜드대학병원에서 돼지 심장을 이식받은 시한부 환자 데이비드 베넷(57) 씨가 수술 두 달 만이난 지난 8일 사망했다. 환자의 생존 기간은 짧았지만, 의료계에서는 초기 급성 거부반응을 극복했다는 점에서 이식용 장기 부족 문제 해결의 길을 열었다고 평가했다. 앞서 베넷은 치명적 부정맥으로 입원해 6개월 이상 기계의 도움을 받아 연명했지만, 심장이식은 불가능하다는 판정을 받았다. 그는 마지막 수단으로 지난 1월 미국 바이오기업 리비비코어(Revivicor)가 제공한 돼지 심장을 이식받았다. 이 회사는 미니 돼지의 면역 거부 유전자 3개를 차단하고, 인체의 면역 체계에 순응하도록 인간 유전자 6개를 추가했다. 이식한 심장이 더 자라지 못하도록, 성장 유전자 기능도 억제했다.수술 후 수주 동안 베넷에게 아무런 거부반응도 일어나지 않아 돼지 심장 이식이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베넷은 사망 수일 전 갑자기 상태가 나빠지기 전까지 재활치료를 정상적으로 받고 수퍼볼 경기도 시청했다고 병원은 밝혔다.리비비코어는 1996년 세계 최초의 복제양 돌리를 탄생시킨 PPL테라퓨틱스(PPL Therapeutics)에서 분사한 기업이다. 리비비코어의 모회사인 생명공학업체 유나이티드테라퓨틱스(United Therapeutics)는 리비비코어가 개발한 유전자 변형 돼지를 이용한 장기이식에 도전할 계획임을 밝힌 바 있다.2021년 9월에도 유나이티드테라퓨틱스는 면역거부반응을 없앤 돼지의 신장을 사람에게 이식하는 실험을 했다. 미국 뉴욕대 랑곤헬스(NYU Langone Health) 메디컬센터의 로버트 몽고메리 이식연구소 소장팀은 신부전으로 뇌사 상태에 빠진 환자에게 돼지 신장을 연결하는 실험을 했다. 의료행위로서의 이식이 아니라 사흘(54시간) 동안 거부반응 없이 정상 작동하는 것을 확인하고 중단했다. 연구진은 돼지 신장을 환자 몸 밖에 둔 채 환자의 혈관을 연결한 뒤 3일간 면역 거부반응과 정상 기능 여부를 관찰했다. 그 결과 이식된 돼지 신장은 즉각적인 면역거부반응을 일으키지 않았을 뿐 아니라 노폐물을 걸러내고 소변을 만드는 신장 기능도 정상적으로 수행했다. 신부전 증상 지표 중 하나인 크레아티닌도 신장이식 후 ‘거의 즉시’ 정상 수준을 회복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미국 앨라배마대 연구진도 지난해 9월 뇌사자에게 돼지 신장을 체외에 이식해 수술 23분 만에 돼지 신장이 소변을 생성하기 시작했고, 사흘간 정상 기능을 확인했다. 올해 연말까지 실제 환자에게 돼지 신장을 이식하는 정식 임상시험을 하겠다고 밝혔다.이들 3가지 임상연구 또는 체외실험에는 모두 리비비코어의 돼지 장기가 쓰였다. 미국 언론들은 이같은 시도에 대해 이식할 장기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이같은 작은 성공은 인간의 생명을 구하는 희망이 될 것이라고 보도하고 있다. 이종 장기이식은 오래 전부터 시도돼 왔다. 1960년대엔 몇몇 환자가 침팬지 신장을 이식받아 최대 9개월까지 생존했다. 1983년엔 개코원숭이 심장을 이식받은 소녀가 20일 동안 생존했다.이후 의과학자들은 키우기 더 쉽고 6개월 만에 사람의 성인 몸집 크기까지 자라는 돼지에 주목했다. 그동안 돼지 심장과 신장 이식은 원숭이를 대상으로 해왔으며, 인간을 대상으로 한 이식 실험은 안전상의 문제로 금지돼 왔다. 그러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유전자변형 돼지에 대한 의료용 사용 허가를 내줌으로써 이종간 장기이식 실험이 물꼬를 텄다. 이종장기이식은 기술적으로나 윤리적으로나 문제가 많다. 우선 기술적으로 미완에 그칠 확률이 높다. 리비비코어가 창조한 ‘갈세이프(GalSafe)’는 면역거부 반응의 주범인 돼지 세포의 당 분자가 만들어지지 않도록 유전자를 편집한 돼지다. 그러나 단지 이런 것 몇 개를 해결한다고 해서 면역거부반응이 생기지 않는다고 믿는 것이 어리석은 일이라는 것을 면역학자들이 더 잘 안다. 면역체계는 워낙 복잡하고 미묘해 몇 가지 경로의 거부반응을 막는다고 해서 거부반응이 소멸될 리 없다. 지금 사람간 장기이식 후 평생 복용해야 하는 면역억제제는 장기가 면역세포의 공격을 받지 않도록 전면적으로 막는다. 이 때문에 신독성, 신경독성, 고혈당, 고혈압, 고콜레스테롤혈증, 각종 감염 등의 부작용을 안고 있다.흔히 돼지가 잡식성으로 사람과 먹는 게 비슷해 유전자가 가장 비슷하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어디까지 이종장기 동물을 개발하는 사람들의 입장에 그칠 뿐이다. 돼지보다 인간에 가까운 것으로 개가 있고 그보다 더 가까운 게 영장류(침팬지, 고릴라, 오랑우탄, 원숭이) 등이다. 인간과 침팬지는 99.4%의 동일한 유전자 염기서열을 갖고 있었다. 쥐와 인간도 유전자의 80%가 똑같다.하지만 이런 수치조차도 비교하는 유전자의 범위와 종류에 따라 매우 달라진다. 좀 더 보정해보면 사람 간 유전자는 99.9% 동일하다. 차이는 0.1% 미만에 그친다. 침팬지와는 96~99% 동일하다. 고양이와는 90%, 쥐와는 80~85%, 개·돼지·소 등 가축과는 80% 정도로 동일하다. 인간과 침팬지의 차이도 큰 데 하물며 사람과 돼지의 동일성을 운운한다는 게 어불성설이다. 이같은 과학적 사실을 모른 척하며 이종장기이식으로 생명연장의 꿈을 이룰 수 있다고 호언장담하는 것은 ‘희망고문’이자 ‘기망’에 가깝다. 유전자가 0.1%만 다른 사람끼리도 타인의 장기를 동종이식하려면 평생 면역억제제를 복용해야 하는데 20% 안팎 차이가 나는 돼지의 장기를 떼어다 쓴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다. 기자가 서울대 의대, 수의대 등에서 이종장기이식을 연구한다고 접한 때가 이미 1990년대 중반이었다. 거의 30년이 다 돼 가는데 획기적인 성과는 없었다. 국내에서 이종장기이식의 선구자라는 제넨바이오도 결국은 이들 연구팀들이 주축이 돼 만든 바이오벤처다. 대학이 됐든, 바이오기업이 됐든 이들은 정부로부터 연구과제 수행비 명목으로 매년 수십억원을 타다 썼다. 바이오기업은 주식시장을 통해 수 천 억원을 조달했다. 근거 없는 낙관을 바탕으로 조달한 투자자들의 쌈짓돈이다. 이종장기이식은 취지야 좋지만 실현 가능성이 제로에 가깝기 때문에 연구자들 스스로 중단을 선언하는 게 맞다고 기자는 본다.2000년대 중반 서울대 의대 모 교수는 기자에게 이런 말을 했다. “이종장기이식은 결코 이뤄질 수 없는 ‘사기’에요. 나도 연구비를 타서 연구에 동참했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될 수 없다는 걸 확신합니다. 물론 연구과정에서 실패의 원인을 찾다보면 과학기술이 발전하고 언젠가는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나랏돈이나 투자자의 돈을 투입할 더 효율적이고 실현 가능한 연구가 얼마나 많습니까. 이 점을 지적하고 연구를 중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봤지만 워낙 연구자들의 자기고집이 강하고 이는 그들의 살길과도 연결되기 때문에 소용이 없더군요” 데이비드 베넷은 결국 돼지 심장 이식 후 60일 살다가 저승에 갔다. 환자는 수술을 앞두고 "죽거나 돼지 심장을 이식받거나이다. 나는 살고 싶다. 성공할 가능성이 없는 시도라는 걸 알지만, 마지막 선택"이라고 말했다. 그의 사후 고인의 아들인 데이비드 베넷 주니어는 “병원 의료진이 아버지를 위해 모든 노력을 다했다”며 “아버지는 실험적인 이식 수술을 받아 의학에 이바지했으며 장차 환자들의 생명을 살릴 희망을 줬다”고 밝혔다. 애써 의미를 부여하지만 이종장기이식의 성공 가능성을 비관하는 사람이 볼 때엔 씁쓸하다. 그럼에도 이종장기이식에 바이오기업이나 의학자들이 계속해서 도전에 나설 것은 확고해보인다. 미국 유나이티드테라퓨틱스나 한국의 제넨바이오나 대중의 기대에 올라 타 가끔 호재가 생기거나 생명공학 바람이 불 때 주가가 상승하는 재미를 볼지 모르겠다. 특히 제넨바이오의 대주주(지분 7.22%)인 제넥신은 1999년 설립된 오랜 역사와 화려한 이름값에 비해 변변한 신약을 내놓지도 못한 기업이다. 제넥신은 지난 11일 오후 3시 40분, ‘제넥신, 엔데믹 시대 맞아 개발 전략 수정’이란 보도자료를 내놨다. 시장이 마감된 후 내놓은 보도자료의 내용은 ‘사업성이 낮아 인도네시아에서 진행하던 코로나19백신 후보물질의 임상 2상, 3상을 중단한다’는 것이었다. 이 회사는 2020년 코로나19 신약 또는 백신 개발 경쟁이 한창이던 때에 ‘동물실험에서 효과’ ‘특허 출원’ ‘1상 결과 발표’ 등 설익은 내용을 생중계하듯 보도자료를 내놓아 15일 현재 42800원에 머문 주가를 2020년 9월 4일엔 17만6500원까지 부양시켜놨다. 호재성 보도자료는 아침 일찍 내고, 창피한 악재성 보도자료는 오후 장 마감 후 내는 작태야 말로 비난받아 마땅하다. 설령 기술적으로 유전적 차이에 따른 이종장기이식의 면역거부반응을 해결했다 해도 문제다. 생명윤리 상 인간이 동물의 장기를 달고 사는 게 바람직하고 당당하며 인간의 존엄성, 정체성을 훼손하는 일이 없느냐는 얘기다. 할 수 있다고 해서 하는 게 옳은 것은 아니다.
2022-03-15 16:51:17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이끄는 정부에서는 현 보건복지부가 보건의료를 전담하는 보건부와 사회복지 정책을 담당하는 복지부로 분리될 것으로 보인다. 정기석 국민의힘 코로나위기대응위원장 등 윤 당선인 측에서는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유행 과정에서 보건부 독립의 필요성을 강조해온 바 있다.10일 대한의사협회도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께 바랍니다’라는 제목의 성명서에서 향후 반복적으로 나타나게 될 전염병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컨트롤타워로서 보건부를 설립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의협은 성명서에서 “코로나19가 종식되더라도 다른 감염병들이 계속 발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땜질식 방역이 아닌 의료인과 국민 모두가 수긍할 수 있는 과학에 근거한 방역과 의료 대응이 될 수 있도록 컨트롤타워가 절실히 필요한 시점입니다. 차기 정부에서는 보건부를 설립하여 질병관리청, 식품의약품안전처, 보건소 등을 관리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또한 보건소의 진료기능을 없애고 지역사회 건강증진, 감염병 예방에 집중하게 해야 합니다.”라고 요구했다.보건복지부는 보건의료, 복지, 여성, 가족 등을 포괄하던 과거 비중 있는 부처에서 현재는 외청이던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식약처로 승격 독립하고, 산하기관이던 질병관리본부도 질병관리청으로 외청이 되면서 보건의료 분야에서조차 힘이 빠진 부처가 됐다. 김강립 보건복지부 직전 차관이 식약처장을 자청할 정도로 보건복지부는 무력한 조직으로 변했다. 따라서 과거처럼 질병관리청과 식약청이 보건복지부의 지휘를 받거나 새 보건부에 통합되는 게 해당 관료들이나 업계가 효율성과 전문성 면에서 더 선호하는 방향으로 보인다. 복지 분야에서도 국민연금공단의 막강한 재정능력에 비록 보건복지부의 지침을 받긴 하지만 실제 공단에 미치는 영향력은 그리 크지 않다. 따라서 취약계층에 대한 기초생활보장 생계급여 기준을 확대하는 등 취약계층에 우선한 복지정책이 강조되고 국민연금 개편도 강조되는 상황에서 이에 주력할 복지부가 독립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 박능후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복지 전문가로 코로나19 유행 이후 하기 싫은 ‘보건의료’ 업무를 억지로 하는 것처럼 보였던 이미지를 감안하면 복지부의 독립성이 타당한 측면도 있다. 특히 각종 연금 개편에 주력하면서 이 난제를 풀려면 독립부처의 필요성이 더욱 강조된다.문제는 윤석열 당선인이 대선 과정에서 여성가족부 폐지를 내세운 점이다. 이번 대선 결과 표심에서 20~30대 여성 유권자가 국민의힘을 외면하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옮아간 것으로 분석돼 이 공약은 실현될 가능성이 낮아졌다. 이 공약을 선호한 20대 남성(일명 이대남)의 표를 모으는 효과를 발휘하긴 했으나 그 정도는 젊은 여성표의 이 후보 쏠림현상에 비하면 약했다. 윤 당선이 역대 최소 표차로 신승했기 때문에 여가부 폐지의 명분이나 추진동력은 약해졌다.그렇다고 윤 당선인이이 이 공약을 마치 없었던 것처럼 뭉개기도 쉽지 않다. 그럴 경우 이대남의 불신을 사면서 다음 선거에서 이대남마저 이탈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또 약속은 반드시 지킨다는 당선인의 개인적 스타일로 봐 폐지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따라서 보건부가 생기면 분리될 복지부와 기존 여성가족부를 합쳐 복지여성가족부나 복지양성평등부로 새로 태어날 가능성도 있다. 이명막 정부 초기에는 보건복지부의 이름이 2년 동안 보건복지가족부였다. 요컨대 업무 효율과 전문성 강화를 위해서는 보건부가 독립되는 게 나은 측면이 있다. 그러나 전문성을 빙자해 ‘관료의 장막’을 치고 대중을 외면하거나 은폐일변도의 일방적인 행정을 펼칠 우려도 함께 존재한다.
2022-03-10 11:12:15
지난 2월 초만 해도 가족 중 한 사람이라도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COVID-19, 코로나19)에 걸리면 밀접접촉자로 간주돼 최소 1주일, 길게는 2주간 옴짝달싹을 못할 정도로 가둬놓던 정부가 이달 1일부터 방역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제)를 돌연 중단했다. 과도한 방역으로 자영업자들의 생계가 곤란하다는 원성을 무시하고 막무가내로 원천봉쇄를 고집하던 정부가 올해 들어 서서히 방역 태세를 완화하더니 정책의 일관성도 없이, 과학적 근거도 없이, 사전에 충분한 예고도 없이 방역 장벽을 허물었다.우선 지난 2월 3일부터 정부는 신속항원검사를 받아 양성이 나와야 PCR 검사를 받을 수 있다고 방침을 바꿨다. 양성 확진자 수를 줄이기 위한 꼼수인 게 명확했지만 하루에 감당할 PCR 검사 역량을 넘어섰다고 정부는 둘러댔다. 올 1월 초까지만 해도 하루 5000명 신규 확진자도 많다며 걱정하던 보건당국이 2월 5일 3만6362명이 되자 아연실색하더니 4일 신규 확진자는 26만6853명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하루 4만명 정도나 검사할 인프라가 한 달 만에 7배로 갑자기 늘어났다는 말인가. 한국은 이 정도는 충분히 수용하고도 남을 바이오 인프라가 있는데 정부가 엄살을 피웠을 뿐이다.음식점, 은행, 관공서, 마트 등을 출입할 때마다 해애 했던 QR코드 인증은 4개월 만에 중단됐다. K방역의 수작(秀作)이라고 자화자찬하더니 사실상 ‘폐지’인데 ‘잠정 중단’이라며 국민들을 호도하고 있다.청소년 접종, 전국민(성인)의 부스터샷을 거의 강권하더니 이제는 그런 말이 쑥 들어갔다. 청소년들에게 4월 1일부터 방역패스를 하니 예방접종을 하라고 애원하더니 이젠 아무 소리가 없다. 가족 중 확진자가 생기면 온 가족이 격리 대상이더니 지금은 확진자 동거인의 자가격리 의무화가 없어졌다.결국 못살게 군다는 말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로 틀어막던 정부가 오는 9일 대선을 앞두고 약 한 달 전부터 방역 태세를 급격히 느슨하게 했다. 정부 스스로 ‘선거용 방역’이란 의심과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정부는 확진자 폭증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코로나19의 순한 ‘오미크론 변이’에 적응하는 ‘엔데믹화(endemic化 독감처럼 유행성 감염질환으로 관리)’에 들어갔다고 항변하지만 이제 마스크를 쓰는 것만 제외하고 확진자를 제외한 아무나 어느 곳이든 드나들 수 있게 됐다. 이러다간 거리 전파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확산될 ‘가족 전파’를 어떻게 감수하려는지 모르겠다.결론은 자영업자의 표를 의식한 ‘선거용’ 정책 변화가 일어났다고 볼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에 자영업자는 560만명 정도가 된다. 전체 경제인구의 20%를 약간 넘는다. 자고로 국내 역대 선거에서 자영업자, 서울과 충북을 잡지 못하면 이긴 적이 없다고 한다. 정부는 선거를 앞두고 지난 2월 23일부터 자영업자(소상공인)에 2차 방역지원금 300만원씩을 지급했다. 1차 방역지원금(2021년 12월 27일부터 100만원씩)보다 대상도 많고 금액도 많다. 게다가 1차 때에는 거의 한달 후에 지급되더니 2차는 며칠 만에 통장이 들어왔다. 사실상 자영업자에 대한 매표 행위나 다름 없다. 물론 방역지원금을 받고 여당 후보를 찍지 않아도 되지만 인지상정이라는 게 그렇지 않다. 여당은 2020년 4월 총선 때에도 전국민 재난지원금 명목으로 180석이 넘는 국회 의석을 차지하는 쏠쏠한 재미를 봤고 2021년 4월 재보궐 선거에서도 재난지원금을 풀어 효과를 봤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도 지난달 26일 방역지원금 최대 1000만원 즉시 지급, 손실보상률 100% 보장, 채무 재조정(채무 삭감 또는 면제) 등을 골자로 하는 자영업자 소상공인 대책을 제시했다. 결국 국민에게 선거는 자주 할수록 좋은 것이며, 선거 때마다 뭐 ‘공돈 생기는 게 없나’하는 요행심만 불러일으키게 생겼다. 정부가 한 달 전까지 방역패스를 강력하게 밀어붙인 것은 미접종자의 감염을 막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방역을 느슨하게 하면서 지난 1월 4510명이던 전체 영유아 국내 코로나19 환자는 2월 5만9071명으로 13배 폭증했다. 인구 100만명 확진자 수도 3188명으로 OECD 주요국 중 가장 많았다. 독일(1268명), 일본(572명), 미국(146명)을 크게 앞질렀다.코로나19의 엔데믹화는 이제 시작이다. 보건 전문가들은 하루 확진자 수가 45만명에 이르는 정점에 도달한 뒤 한 달 정도 시간이 흘러야 거리두기까지 해제하는 일상 회복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앞으로 한 달 내지 두 달을 견뎌야 하는 데 정부는 오히려 5일부터 오는 20일까지 약 2주간 사적모임 인원은 6명으로 유지하되, 식당·카페 영업시간은 오후 11시까지 1시간 연장하기로 했다. 기왕 엔데믹화에 진입하기로 했으나 방역 고삐를 더 풀어보자는 전략인데 이런 모험이 성공할지 우려스럽다. 거꾸로 가는 방역 정책에 혼란스럽다. 선거에 휩쓸려 그동안의 원칙을 순식간에 허물어뜨린다는 게 더 불안하게 만든다. 누적된 민생경제의 손실을 지금부터라도 해소하기 위해 현행 거리두기 지침을 조기에 완화하겠다는 것인데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정부의 돌변은 ‘선거를 의식한’ 현 정부의 ‘총동원’이자 간접적 선거개입이 아니라 보기 힘든 게 사실이다.
2022-03-04 15:33:38
벌써 코로나19 진단을 위한 PCR 검사를 받으러 대기줄에 선 게 어제로 다섯 번째다. 정말 걱정돼서 받은 것은 2020년 망년회 술자리에서 과음과 피로, 목감기 증상이 겹쳐 걸리지 않았을까 우려된 게 딱 한 번이고 나머지는 전부 어린이집 다니는 자녀를 위해 ‘안 걸렸다’는 증명을 내보이기 위해서다. 갈 때마다 느끼는 게 검사받으러 오는 사람이 다들 ‘밀접접촉자’이거나 이들과 접촉했다고 우려되거나 양성에서 음성으로 전환됐는지 확인하러 온 사람일 텐데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지 않는다. 장시간 대기줄에서 휴대폰 통화를 하는 사람이나 심지어 같이 온 동료와 희희낙락하며 대화하는 사람도 있다. ‘위험지역’인데 이래도 되나 싶은데 관리자들도 제지하려 하지 않는다. 개입했다가 ‘인권’이니 ‘개인권리’니 하며 대드는 사람들이 많은 모양이다.지난 3일부터는 정부가 신속항원검사를 받아 양성이 나와야 PCR 검사를 받을 수 있다고 방침을 바꿨다. 두 검사를 받는 인파가 합세하니 검사 현장이 어수선하다. 용산구보건소에 배치된 관리자는 신속항원검사와 PCR 검사를 받을 사람을 구분하지도 않고 뒤섞어놨다. 센스 없는 필자는 가뜩이나 추운 날 신속항원검사 줄에 30분 가까이 섰다가 뒤늦게 알고 PCR 검사를 받았다. 노고가 많은 관리자들에게 침묵으로 넘어가려다 결국 참지 못하고 기자는 역정을 내며 항의했다. 양념이긴 한데 보건소가 나눠준 신속항원검사 신청서에는 피검사자 성별에 ‘남녀’가 아닌 ‘여남’으로 기재돼 그 중 하나를 체크하라고 돼 있었다. 여성 피검사자가 압도적으로 많아서 그러려니 하면서도 좀체 적응하기 어려운 서류양식이었다. 으례 그랬듯이 코로나19 피검사자는 젊은층이 노년층보다, 여자가 남자보다는 더 많았는데 이날은 무려 4분의 3 정도가 여성이었다. 8000~1만원하는 자가진단키트 값을 아끼려 보건소를 찾은 인파가 상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보건소에서 검사받았다는 증빙이 필요한 사람도 있겠지만 신속항원검사 결과로 음성을 인정해주는 직장이 몇이나 될까 싶다. 무료검사를 받으러 온 인파에서 질서는 없었다. 1m도 안 되게 다닥다닥 붙어 줄을 서고, 어떤 이는 헐렁한 마스크에 코와 입에서 나온 공기가 내 호흡기에 들어올 것처럼 위험해보인다. 또 어떤 이는 감염됐을까봐 걱정된다며 침착하지 못하고 흐느낀다. 검사받으러 왔다가 더 걸릴 것 같다는 푸념이 공연한 말이 아니다. 한편으로는 그동안 회당 1만5000원(원가 개념)하던 PCR 검사를 물쓰듯이 권고하던 정부가 갑작스럽게 이를 제약하고 신속항원검사로 전환한 저의가 의심스럽다. 검사비 재정 절감 효과도 있겠지만 확진자가 너무 많이 쏟아져 나오는 것을 줄여보려는 ‘눈 가리고 아웅’식 정부 전략 때문이 아닐까 의심해본다. 4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젠바디와 수젠텍의 코로나19 자가검사키트 2개 제품을 신규 허가한다고 보도자료를 냈다. 작년 4월 23일에는 휴마시스와 SD바이오센서 제품이, 7월 13일에는 래피젠 제품이 허가된 이후 국내 자가검사키트는 3개 제품으로 꽉 막아놨다. 그래서 거의 모든 약국에는 SD바이오센서 제품이 깔려 있었고 현 정권이 이 회사를 ‘특별대우’ 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기자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지난 설 연휴 전에 자가진단키트를 4세트(8인분) 샀고 2세트를 자가격리 중인 아들을 위해 보건소로부터 받았다. 자가진단키트 걱정 없이 언제고 불안해보면 검사할 수 있어 심적으로 안심이 된다. 물론 자가진단키트의 정확도는 41~50%로 미약한 수준이다.신속항원키트는 집에서 스스로 해보는 자가진단키트와 병원에서 의사가 검사해주는 전문가용 키트로 나뉘는데 그 차이는 면봉 길이 차이란다. 자가진단키는 비강까지만, 의사는 비인두까지 찌른다고 하는데 깊게 찌를수록 검사 정확도가 높다는 게 익히 알려져 있다. 또 양쪽 코로부터 비강 분비물이 흥건하게 채취해서 가급적 많이 짜내서 키트 위에 점적해야 더 정확한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지난달까지만 해도 하루 5000명 신규 확진자도 많다며 걱정하던 보건당국이 1월 30일 1만7528명, 2월 5일 3만6362명이 되자 아연실색하고 있다. 이럴수록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검사 대기줄의 어수선한 풍경을 목도하면서 보건당국이 혼이 나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7일간의 격리기간을 채운 기자는 오늘 오전에 음성 판정을 받으면 격리에서 해제된다. 그러나 밀접접촉자나 격리대상자에 대한 관리는 많이 느슨해진 것 같다. 5일째 보건소로부터 건강 체크 전화가 오지 않더니 내일 집밖으로 나가도 될지 물어볼 길이 없다.
2022-02-06 02:29:08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종식의 희망은 보이지 않고 새해 정초부터 어수선하기만 하다. 기자는 체념하듯 으레 하던 올해의 목표를 선정하지도 않았고, 그럴 엄두도 나지 않았다. 정치, 경제, 사회, 안보면에서 불안하기만 하다. 우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와 관련, 벌써 세 사람이나 죽어나갔다. ‘성남 대장동 사업 특혜사건’으로 유한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본부장이 지난해 12월 10일 세상을 떠났다. 두 번째로 12월 21일에는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1처장이 사망했다. 유 씨는 화천대유에 유리한 수익배분 구조를 설계한 혐의를 받던 사람이고, 김 씨는 초과 수익 환수를 주장하다가 결국엔 백기를 든 착한 사람이었다. 세 번째로 이재명 대선 후보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 제보자 이모 씨(55)가 지난 11일 숨진 채 서울의 모텔에서 발견됐다. 김 씨와 유 씨는 자기가 저지른 잘못에 대한 중압감에 스스로 생을 마감했고, 이모 씨는 심근경색이 사인으로 규명되긴 했지만 극심한 스트레스로 지병이 악화된 것으로 보인다. 이들의 죽음에도 이재명 후보는 ‘잘 모르던 사람이다’ ‘죽음에 관한 입장은 당에 물어봐라’ ‘고인의 명복을 빈다’ 등으로 얼렁뚱땅하면 눈빛 하나 변하지 않고 선거운동에 ‘올인’이다. 그러니 민주당원조차도 당성이 약한 사람은 차츰 이재명의 순수성을 의심하고 있다.그 와중에 도입한 지 36년이나 된 노후 기종인 F-5E 전투기를 몰던 심정민 대위(29)가 11일 오후에 경기도 화성시 정남면 관향리 야산에 추락해 순직했다. 정부는 사고 후 고인의 계급을 소령으로 추서하기로 했으나 그것이 사자에게 무슨 의미가 있고 가족에게 무슨 위로가 될 것인가. 추락 순간 민가로 떨어지면 많은 사상자가 날까봐 비상탈출을 포기했다는 보도를 접하며 마음이 저며 온다. 그런데 이재명 후보는 물론 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까지 병장 월급을 200만원으로 올리자고 한다. 20대의 표를 얻기 위해 병역을 거부하는 사람을 줄이고 군 사기를 진작하자는 취지로 이런 공약을 내놓았다. 만약 노후기를 신예 전투기로 진즉에 바꿨다면 심 대위의 사망사고도 없을 뿐만 아니라 방위력이 일취월장 나아졌을 것이다. 20~30년전 지금 기성세대는 나라를 지킨다는 ‘품앗이 공공선’의 정신으로 군대에 갔지 돈 벌려고 간 게 아니었다. 고달픈 군 생활이었지만 월 1만~2만원, 그야말로 담뱃값 정도를 받고 국가에 봉사하러 갔다. ‘멸공’ ‘유사시 대북 선제타격’이란 단어조차 ‘호전광’이란 소리를 듣는 작금의 ‘국방태세’가 좌파 운동권 출신의 산물이라 생각하니 억장이 무너진다.최근 우리나라에 3대 ‘오너 리스크’가 생겼다고 한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인스타그램에 ‘멸공통일’을 게시했다가 좌파 및 주식투자자로부터 욕을 먹고 있다. 중국, 베트남 등 공산국가에서 사업을 벌이다가 현지 정권의 압력에 의해 막대한 손해를 보고 철수한 가슴아픔은 익히 다 아는 사실이지만 거대기업의 수장으로서 기업을 위해서나, 중국과 무역하는 사람을 위해서나, 임직원과 투자자를 위해서 전혀 무익한 일을 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더욱이 본인이 인위적인 체중과다 조작을 통해 병역을 회피했으면서도 ‘멸공의 화신’이나 되는 것처럼(물론 본의는 아니었으나) 최전선에 선 게 우습다. 정 부회장은 우리 집안은 사업하는 집안이라며 외할아버지인 이병철의 유훈인 사업보국(事業報國)을 내세워 병역 회피를 정당화하려 모습까지 보였다. 누군들 선조로부터 물려받은 기업이라도 있다면 사업보국하고 싶지 않겠는가. 이재명, 윤석열 후보도 석연찮은 핑계로 군대를 가지 않았으니 유권자로서 오는 대선 투표장에 가고 싶은 마음이 일어날까. 두 번째 오너 리스크는 최규옥 오스템임플란트 회장이다. 이 회사 이 모 자금담당 부장이 자본금의 80%가 넘는 2215억원을 기업 잔고증명서를 위조하고 개인계좌로 이체시켜 훔치는 황당무계한 사고가 일어났다. 과연 오너가 몰랐을까? 지라시나 벤처업계에 돌아다니는 소문에 따르면 최규옥 회장이 횡령을 지시했을 수도 있다는 추측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그래서 경찰이 최 회장의 공범 가능성을 살펴보고는 있지만 수사 의지가 강해보이지는 않는다. 오스템 횡령사건의 책임에서 최규옥 회장이 전혀 자유스럽지 못하다. 익히 도덕성이 땅바닥에 떨어졌음이 몇 번의 사고를 통해 드러났기 때문이다. 그는 2014년에 치과의사에게 리베이트를 준다는 명목으로 수십억원을 횡령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으로 징역형을 받은 바 있다.최 회장은 섹스스캔들로도 시끄러웠다. 2012년 9월에는 다른 남성과 함께 한 호텔에서 당시 스튜어디스인 유부녀와 2대1로 수차례 쓰리썸 성관계를 가진 것이 해당 여성의 남편에게 발각돼 고소당하기도 했다.이번 횡령 사건은 최 회장이 개입됐든 그렇지 않든 그의 책임이 크다. 자금부장이란 사람이 오너로부터 잘못된 면을 배웠을 것이라고 해도 최 회장은 할 말이 없을 것이다. 더욱이 자금부장의 아버지도 횡령사고에 가담해 수치심 때문인지 자살을 택했다. 이재명 후보와 관련한 3인의 사망과 중첩되면서 ‘악의 음산한 그림자’가 넘실대는 것을 느낀다. 세 번째 오너 리스크는 류영준 카카오페이 전 대표다. 그를 포함한 8명의 경영진은 스톡옵션 매입 비용과 주식 취득 후 납부해야 할 소득세를 마련하기 위해 카카오페이가 지난해 11월 3일 상장한 지 한 달 여만 지난달 10일 대량매도했다. 23만주 900억원어치를 챙겼고 개미들은 ‘비전이 없어 경영진도 버리는 주식을 샀다’며 탄식했고 주가는 3일간 14.3% 폭락했다. ‘스톡옵션 먹튀’ 논란에 전혀 무관한 일반인조차 허탈감에 빠졌다. 여기에 평택 냉동창고 화재로 소방관 3명이 6일 진화작업을 하다 순직했다. 무리한 진화 명령이 화근이었다. 또 광주광역시에선 현대산업개발이 화정아이파크 공사를 하다가 6명이 실종돼 아직 생사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겨울철의 무리한 공기단축 노력과 안전불감증이 부른 인재다. 덧없이 누군가는 죽어나가는데 이를 따뜻하게 품지 못하고, 합리도 작동하지 않고, 그저 바람만 타고 한자리 차지해보겠다는 탐욕으로 선거판은 시끄럽고 정치력의 부재가 더욱 휑해보이는 요즘이다.
2022-01-14 00:14:0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지난 5일 당사에서 ‘청년 탈모 비상대책위원회’ 주최 간담회까지 열면서 남성탈모 환자에게 건강보험을 적용한 약가로 탈모약을 복용하게 해주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국내 남성 성인 탈모증 환자는 800만명~1000만명으로 추산된다. 이들에게 건강보험을 적용해 1인당 10만원씩만 건보 재정이 투입돼도 연간 8000억~1조원의 비용이 소요된다. 오리지널인 한국오가논(옛 한국MSD)의 ‘프로페시아정’(성분명 피나스테리드)는 한 달 분(1㎎짜리 28정) 가격이 5만원~6만원 선이다. 이에 비해 국내 제네릭은 한 달 분이 2만1000원~4만5000원으로 저렴하다. 이 약을 싸게 먹기 위해 피나스테리드가 5㎎씩 들어 있는 동일 성분의 전립선비대증 치료를 비정상적인 경로로 구해서 4등분 또는 5등분해서 먹는 편법이 이뤄지고 있다. 아는 의사를 통해 전립선비대증 진단을 받아 이 약을 받기도 하고, 아는 약사나 의약품 도매업자를 통해 얻어내기도 하며, 해외 직구를 통해 외국 제네릭을 구입하는 방법이 동원된다. 국산 전립선비대증 치료제는 한 알에 700원꼴이어서 5등분하면 하루치 약값이 140원으로 떨어진다. 이재명 후보가 탈모인의 이런 불편에 주목해 공약을 내놓은 것은 참으로 기발한 아이디어라고 생각한다. 이 후보는 “이재명을 뽑는다고요? 노(no) 이재명은 심는 겁니다”라는 선거공약 광고에 출연해 타고난 ‘꾼’의 기질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이에 막상 이런 것을 생각조차 못했던 야권과 보수언론은 ‘모(毛)퓰리즘’이라며 비판에 나섰다. 항암제 등 보험급여가 안 되는 약도 수두룩한데 건강이 아닌 ‘미용치료’에 건보 재정을 투입해서는 안 된다는 원론적 비판이 많다. 이재명 후보는 “700억~800억원이 들 것”이라며 “해야 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남성탈모 환자 수요도 많은데다가 후보로서 한번 내뱉은 말을 다시 주워 담지는 못하겠다는 뜻이다.기자는 곰곰 생각해봤다. 정말 나라에서 작정하고 약을 공급한다면 인도나 중국에서 벌크로 원료의약품을 들여와 찍고, 만약 건강보험공단에서 저가 입찰 경쟁을 부친다면 실제로 800억원 정도의 예산으로 급여가에 남성탈모약을 공급할 수 있을 것 같다. 반면 ‘문재인 케어’를 하느라 자기공명영상(MRI), 컴퓨터단층촬영(CT)를 찍는 데 10배가 넘는 비용이 늘어났다. 필요해서 찍었다고 하지만 사실 두통이나 치매를 MRI로 찍어 확인하는 게 과연 의미있는 진료 행태인지에 대해서는 예전부터 비판이 많았다. 뇌경색이나 심근경색, 무릎관절염, 중증 어깨질환처럼 원인이 확실한 질환 외에 이들 영상진단은 의미가 반감되는 진단 수단들이다. 문재인 케어 덕분에 정형외과, 신경외과만 덕을 본다는 비아냥이 나오는 상황이다. 그런 면에서 남성탈모증 약 급여화는 오히려 문재인 케어보다 더 실효성이 있다고 할 것이다. 이른바 ‘핀셋공약’으로 ‘소확행’ 표를 싹쓸이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선거 전략상 탁월하기도 하다.그러나 문제는 미용치료에 대한 급여화가 봇물이 터지기 시작하면 건보재정이 버티지 못할 것이다. 가뜩이나 문재인 케어로 건강보험료를 상대적으로 많이 내는 30~50대 연령층(시간이 없어 병원 가는 일이 드문), 부유층(건강검진과 꾸준한 자기관리 등으로 아픈 일이 적은)은 날로 올라가는 건강보험료가 불만인데 미용치료까지로 급여가 확대될 경우 더 많은 부담을 지어야 한다.그런데 7일 민주당 선대위 신복지위원회 보건의료분과장인 서울대 의대 김윤 교수는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탈모가 중증이면 가발과 모발이식에도 건보를 제한적으로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국회의원과 최근까지 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을 지낸 김용익 서울대 의료관리학 교수와 선후배 사이인 김윤 교수도 대선 승리 후 한자리를 하겠다는 욕심인지 ‘관변학자’의 적나라한 모습을 보여 실망스럽다. 의료시스템의 효율성과 공익성을 추구하는 학문을 하다보면 아무래도 포퓰리즘이 가미된 정책을 구상하고 입안하려 애쓰는 게 학자의 책무이겠지만 나가도 너무 나갔다.상투적으로 항암제 급여화에 쓸 돈을 탈모약 급여화에 쓰는 것은 잘못이라고 비판하고 싶지 않다. 연간 수천만원 대의 첨단 항암제를 써봐야 수명연장 효과는 고작 수 개월이고 살아 있다한들 삶의 질이 좋은 수준도 아니다. 다만 가발, 모발이식까지 운운하면 나중에 점빼기, 얼굴흉터치료까지 끝도 없이 나갈까봐 걱정이 된다. 더욱이 여성들도 탈모 치료에 형평성 있게 급여를 해달라고 하면 효과가 미흡한 미녹시딜 바르는 약이나, 고가이면서 아직은 검증이 덜 된 17-알파에스트라디돌 외용제에도 급여를 주지 않을 수 없다. 한번 무너진 ‘미용치료에 대한 급여 허용’ 둑은 다시 세울 수 없기에 남성탈모약 공약은 신선하면서도 두려움으로 다가온다.
2022-01-10 21:52:54
지난 12월초 기자의 아이들이 다니는 어린이집에 한 학부모 아버지가 코로나19에 걸려 어린이들은 물론 같이 거주하는 모든 식구들이 전수 조사하라는 ‘명령’이 내려왔다. 음성 판정 증명을 보내지 않으면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등원시키지 않겠다는 통보였다. 당시에 코로나19 환자가 급증세라 무려 2시간이나 기다려야 PCR 검사를 받을 수 있었다. 검사 대기자 간격을 띄운다 해도 한계가 있고, 거리두기에 둔감한 사람들이 자꾸 다닥다닥 붙이는 바람에 오히려 검사받다가 코로나19에 걸릴 위험이 더 높을 것 같은 걱정이 더 컸다. 방역 당국에 따르면 국내 코로나19 진단 검사 건수는 코로나19에 대한 걱정이 극성인 지난 연말의 경우 하루 약 45만건에 달했다가 이달 4일엔 23만4130건으로 줄었다. 지난해 코로나 사태 초기에 2만건이었던 것에 비하면 최근 작게는 10배, 많게는 20배 이상 늘었다. 12월 30일부터 1월 5일까지만 본다면 하루 평균 4106명의 양성 판정자가 나왔으니 이를 23만4130명으로 나눠보면 100명당 1.75명 꼴이다. 대체로 최근 한 달 간 100명 검사 당 0.5~1.75명꼴로 확진자가 나온 셈이다. 피검자 수가 늘면 분모가 커져 양성 판정률이 낮게 나오는 게 당연하다. 반면 유럽은 감염 의심자를 선별해서 검사하기 때문에 양성률이 10%로 높게 나온다.이렇게 된 이유는 검사 비용이 싸기 때문이다. 5명의 혈액샘플을 한 시험관에 넣고 돌려 검사하는 이른 바 풀링(Pooling, 취합검사) 방식을 쓰면 검사단가가 1회당 약 1만5000원 선으로 떨어진다. 풀링이란 여러 검체를 한꺼번에 검사하고 만약 양성이 나오면 다시 5명 샘플을 개별검사(단독검사)해 누가 양성인지 알아내는 것이다. 검사 속도를 높일 수 있을 때 유용하지만, 양성률이 5% 정도만 넘어도 효율성이 확 줄어들 수 있다. 그만큼 우리나라는 무의미한 검사가 남발되고 있고 검사 비용으로 세금이 축나고 있다.무분별한 검사에 하루에 35~67억원, 연간 2조원 예산 낭비 … 일본처럼 의사 진료 후 무료검사 해줘야 하루에 나가는 PCR 검사비용으로 나가는 정부 및 지자체 지출만 하루에 대략 35~67억원에 달한다. 그런데 진단업계에 따르면 정부 실세와 가깝다는 S업체와 이름값이 있는 C업체가 이 시장의 80% 이상을 과점하고 나머지 수십개 업체가 조그만 점유율을 가지고 다투는 형국이라고 한다. 업계에서는 S업체가 여권에 대선 등을 앞두고 정치자금을 대고 있을 것이란 소문이 무성하다. 오미크론 변이가 나타나자 진단업계는 오미크론 감별 진단키트 개발에 나섰다. 오미크론은 기존 코로나19 키트로도 음성, 양성 여부를 판단할 수 있지만 오미크론 변이인지 아닌지는 새로운 키트 개발이 필요했다. 그런데 오미크론 진단 감별을 이번에는 K업체가 독차지했다. 질병관리청이 일종의 ‘수의계약’ 형식으로 임의 선정한 것이다. 이에 식품의약품안전처 공식 허가를 얻어 오미크론 진단키트를 시판하려던 업체들이 ‘닭 쫓던 개 신세’가 됐다. 질병관리청은 국내 모든 오미크론 감별 검사를 허가 제품이 아닌 K업체의 실험실(Lab) 인증을 통해 독단으로 한 곳에 몰아줬다. 당연히 S업체나 C업체를 비롯한 진단업계가 정부기관과 기업의 유착이라고 반발했으나 한번 내린 결정이 번복될 리 없었다. 질병청의 번복은 곧 스스로 명분이 없음을 인정해버리는 자해행위가 되기 때문이다. 코로나19 검사를 임시검사소에 무료로 받으면 자기부담은 0원이 되고, 일반 병의원에서 비급여로 검사 받으면 8만원, 대학병원에서 받으면 10만원이 넘는다. 출국을 위해 증명이 필요한 검사를 받는 경우에는 10만~15만에 달한다. 물론 지방이나 박리다매를 추구하는 병의원은 3만~6만원을 받는 곳도 있다고 한다. 코로나19 검사의 급여기준 가격은 6만3000원 안팎이다. 중증 응급환자에는 100% 급여가 적용되지만 경증 응급환자에게는 50%만 급여가 적용된다. 따라서 선별 검사소에서 이뤄지는 무료 검사는 엄청난 특혜이고, 이에 대한 남발은 자원낭비이며 불필요한 의료행위다. 굳이 증상이 없는데도 무료라고 해서 콧속이 찔리는 고통을 감내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무증상 감염자가 많다는 이유로 사실상 직장이나 학교, 유치원, 어린이집 등에서 사실상 PCR 검사를 강권하고 있다. 그러나 검사 남발을 적어도 지금의 절반 수준으로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요양병원, 해외 입국자 관리 등에는 선별검사가 필요하지만 근거도 없이, 증상도 없이 자기의 불안을 덜기 위해 무료로 받는 선별검사는 자제돼야 한다는 지적이 상당하다. 이를 시정하려는 대책이 오미크론 변이의 위험성이 어느 정도 결론이 나고, 전국민이 부스터샷(기초 접종 후 추가접종, 얀센백신을 제외한 백신의 3차 접종)이 70% 수준을 넘는 시점에 나와야 할 것이다. 어린이집 관계자들은 지자체에서 자꾸 학부모와 아이들의 임시 선별검사 건수를 늘려서 양성 판정자를 조기에 발견하라는 지침을 준다고 한다. 임시 선별검사의 재원은 대략 중앙정부(건강보험 재정)에서 절반, 지자체에서 절반을 부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음모론적’ 시각에서 검사 건수를 늘려 특정 진단업체의 배를 불려주고 그 수익의 상당 부분이 정치권으로 흘러들어가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제발 그렇지 않기를 바란다. 하루에 50억원만 잡아도 무료 검사에 드는 연간 비용은 1조8000억원이 넘는다. 일본은 지난해 봄까지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코로나19 진단자 수를 줄이기 위해 일부러 검사 수를 억제했다는 비판을 받은 적도 있다. 일본은 PCR 검사에 20만원(2만엔) 정도가 든다. 특별한 증상이 없는데 검사를 받을 경우다. 증상이 있어 의사가 검사를 권고하거나 밀접접촉자일 때만 무료 검사가 가능하다. 한국처럼 원하면 누구나 무료로 검사받는 시스템이 없다. 무료 검사에 병원 진료비가 드는 허들을 만들면 무증상 감염자가 늘어나는 위험도 있지만 무분별한 검사로 재정이 낭비되는 것을 절감할 수 있다.
2022-01-05 12:10:58
지난 연말 H 경제지가 삼성그룹이 미국 바이오젠을 인수할 것이란 설이 나왔다. 삼성그룹은 즉각 부인했고 바이오젠은 소문이나 언론의 보도에는 코멘트하지 않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국내 업계는 즉각적인 인수합병(M&A) 성사는 어렵겠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언젠가 가능할 수도 있는 시나리오라는 반응이다. 바이오젠의 시가총액은 3일 오후 4시 종가기준 244.14달러로 시가총액으로는 358억6200만달러에 달한다. 한화로는 물경 42조7407억원이다. 2020년 우리 기업의 M&A 총액이 14조4000억원, 2021년 예상액이 32조원 정도에 불과한 실정이다. 반면 전세계 2021년 M&A 규모는 6691조원이다. 2019년 1월초 브리스톨마이어스스퀴브(BMS)가 세엘진(Celgene)을 740억달러(약 89조원)에 인수했다. 이는 당시로는 세계 기업 M&A 역사상 10위 규모이고 제약업계 역대 최대 기록이었다. 그 해 6월에는 미국 애브비(Abbvie)가 630억달러(약 75조6000억원)를 들여 아일랜드 엘러간(Allergan) 인수를 발표, 2020년 5월 절차가 마무리됐다. 2019년에는 전례없이 많은 대규모 제약바이오기업 간 인수합병이 이뤄진 해로 기억될 것이다. 그러다 2020년에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전반적인 글로벌 바이오제약 기업의 인수합병 규모가 위축된 가운데 2020년 12월 12일에야 당해 년도 최대 거래인 아스트라제네카의 390억달러 규모 알렉시온(Alexion) 인수가 이뤄졌다.2021년에는 호주의 글로벌 생명공학기업 CSL리미티드(CSL Limited)가 스위스 제약기업 비포르파마(Vifor Pharma)를 117억달러에 인수‧합병한다고 12월 14일(현지시각) 발표한 게 최고치다. 그 다음이 9월 30일 미국 매사추세츠주 캠브리지 소재 중증질환‧희귀질환 신약개발 기업인 액셀러론파마가 주당 180달러, 총 115억달러에 미국 머크(MSD)에 인수된 것이다. 3위는 아스트라제네카의 알렉시온 인수에 따라 알렉시온의 유력한 경쟁자로 수상한 부상한 스웨덴 스톡홀름 소재 ‘소비’(Sobi, 원래 풀네임은 Swedish Orphan Biovitrum AB)가 9월 2일 사모펀드 회사인 어드벤트인터내셔널(Advent International) 및 싱가포르 국부펀드인 GIC로부터 694억스웨덴크로나(SEK), 미화로는 약 80억달러에 피인수된 것이다.4위는 2021년 아일랜드 제약사 재즈파마슈티컬즈(Jazz Pharmaceuticals)가 대마초 추출 의약품 전문기업인 영국 캠브리지 소재 GW파마슈티컬즈(GW Pharmaceuticals)를 72억달러에 사들인 것이다. 이밖에 칼라일그룹과 블랙스톤그룹 등 사모펀드가 작년 6월 7일 의료기기 제조 및 유통업체인 메드라인(Medline)의 지분 과반수(50%+α)를 340억달러 회사 가치의 절반인 170억달러에 사들였다.또 세계적인 과학 및 기술혁신 기업인 다나허코퍼레이션(Danaher Corporation)이 지난해 6월 17일 세포 및 유전자 기반 신약 개발 생명공학기업인 알데브론(Aldevron)을 96억달러라는 거금에 인수하기로 최종 합의했다.의료기기 전문 업체인 메드라인과 생명공학기업인 다나허는 보통 미국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헬스케어’ ‘진단기업’으로 간주하지 정통 ‘바이오파마’로는 쳐주지 않는다. 어쨌든 지난해 부진한 미국 바이오파마 M&A 시장에서 삼성이 바이오젠을 인수한다는 것은 그저 ‘상상의 나래’에 가깝다. 우선 42조원을 지를 재원과 배짱이 없다. 삼성은 지난해 8월 반도체, 전자산업, 바이오 등에 240조원을 향후 3년간 투자한다고 했다. 이 중 반도체에 들어가는 돈이 얼추 170조원이다. 나머지는 배터리, 통신장비, 디스플레이, 배터리 등 실제로 돈을 투입하면 돈이 벌리는 분야다. 이에 비해 바이오는 투입된 만큼 아웃풋이 분명한 산업이 아니다. 과연 70조원 중 40조원을 바이오파마에 쏟아넣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둘째 삼성이 돈을 버는 바이오시밀러는 전체 글로벌 제약 규모로 치면 ‘새발의 피’다. 여기서 얻은 자신감으로 글로벌 바이오파마 시장에서 통한다고 보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전망에 따르면 2023년 글로벌 의약품 시장 규모는 1조5700억달러, 바이오의약품 4000억달러, 바이오시밀러 200억달러 정도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21년 3분기 누적매출액이 1조1237억원으로 전년도 연간 총 매출액 1조 1648억원 수준의 실적을 한 분기 앞당겨 기록했다. 이에 따라 산술적으로 작년도 총 매출은 1조4982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달러로는 12억5400만달러다.셋째로 가장 중요한 것은 삼성의 바이오파마 공부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최고집행부가 반도체나 전자의 산업적 마인드를 갖고 있어서 글로벌 바이오파마, 특히 미국 시장의 생리를 모른다는 것이다. 기자는 수 년 간 미국 바이오파마의 인수합병을 관전하면서 인수합병 발표는 예고도 없이 ‘눈사태’처럼 일어나고, 몇 억달러 같은 ‘푼돈’ 아끼려고 지체하지 않으며, ‘태산 같은’ 리스크를 안고 덤벼든다는 것을 알았다. 자질구레한 것을 떼고 발표하겠지만 글로벌 빅 파마들은 수십억 달러 단위로 인수합병 규모를 발표한다. 프리미엄도 엄청 준다. 보통 발표 전 주가의 한달 가중평균의 100% 또는 적어도 50% 이상을 얹혀준다. 그 사이 기밀이 유지된다는 것도 신기한 일이다. 또 하나 미국의 세법이 비싸게 웃돈을 주고 사도 이런저런 비용이 공제돼 세금이 감면될 뿐만 아니라 때로는 정부에서 지원금도 나오기 때문에 부담을 덜하다는 점이다. 다만 이를 명확하게 그려낸 기사는 국내외 어디에도 보이지 않으니 신기하다. 아울러 유효성 논란이 많은 바이오젠의 ‘애듀헬름’(Aduhelm 성분명 아두카누맙 aducanumab)이나 GW파마슈티컬스의 대마초 추출 의약품 같은 다루기 힘든 아이템을 인수, 이를 컨트롤할 역량이나 배짱이 있는지도 의문이다. 바이오젠이 ‘스핀라자’ ‘텍피데라’ 같은 특허만료 의약품으로 매출이 줄어들고 애듀헬름 때문에 비난을 면치 못하고 주가도 연중 최고치인 468달러에서 현재 244달러로 절반 가까이 떨어져 고전하고 있어 삼성그룹에게 인수해달라고 요청했다 하더라도, 또 삼성이 과감하게 베팅한다 하더라도 이런 국민정서에 거스르는 의약품, 희귀질환에 바가지를 씌우는 의약품을 능숙하게 받아들여 효과적으로 마케팅할 수 있을지 도의문이다.미국 제약사의 철면피는 공분을 자아낼 정도다. 연간 수억원이 드는 약값을 희귀질환 환자에게 청구한다. ‘피폐한 삶을 되살릴 수 있는’ ‘삶의 질을 극도로 떨어뜨리는 질병으로부터 삶의 질을 개선하는’ ‘치명적인 위험에서 구제해주는’ 약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고가 전략을 밀어붙인다. 미국 제약사들은 높은 약가의 원인이 천문학적인 임상개발 비용 때문이라고 둘러댄다. 하지만 임상개발 비용에 대해서는 적잖은 세제 혜택이 주어지고 더러는 정부 보조금이 나오기도 한다. 제약사의 결론은 ‘고위험을 감수하고 개발했으니 약값 책정은 내 맘대로’라는 극도의 ‘자본주의적’ 지향성이다. 미국 정부와 소비자는 이를 용인하면서 적극적으로 저항할 움직임도 없어 보인다. 그러나 한국에서 그랬다가는 ‘생명을 담보로 한 패악질’이라고 비난받기 십상이다. 아마도 한국의 좌파적, 포퓰리즘적 민중들이 삼성이 미국에 진출해 직접 신약을 개발하고 글로벌 제약사가 하는 행태의 ‘마케팅’을 벌인다면 국내에서 일어난 일도 아닌데 트집잡고 훼방놓지 않을까하는 걱정까지 든다. 자고로 사람은 서울로, 말을 제주도로 보내라는 말이 있듯이 큰 물에서 놀려면 삼성도 미국에 직접 진출해야 하고,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인수합병 말고는 없다. 그런데 지난해 삼성바이오로직스나 삼성바이오에피스 간부들이 국내에 유망 바이오벤처를 인수하려 순례했는데 ‘조그만 회사가 몇 십억, 몇 백억원이면 되지 왜 공이 하나 더 붙냐’고 투덜댔다는 소리가 전해온다. 비록 국내 기업들이 기술력이 떨어지기 하지만 예컨대 300억원짜리 가치가 있는 회사를 삼성이 400억~500억원 준다고 넘길 이유는 하나도 없을 것이다. 꿈을 먹고 사는 벤처에서는 수 배에 달하는 보상을 줘야 꿈을 포기하는 대가로 회사를 넘길 수 있다. 국내에서 잘 보면 괜찮은 회사도 몇몇 있다. 국내사를 못 믿겠다면 미국, 유럽, 일본에서 될성부른 떡잎을 찾으면 된다. 따라서 수백억달러보다는 수십억달러를 들여서 실질적인 기술력을 가진 업체를 인수해 차근차근 키워나가는 게 현실적이라고 본다. 그러나 삼성 수뇌부들이 바이오파마에 대한 조예가 깊지 않아 그런 혜안을 가졌는지 미덥지 않다. 미국에 진출한다는 것은 거칠게 말해 미국 시장주의에 적응해 ‘되바라지는 일’이다. 수업료를 적게 내고 성공하려면 ‘창의적이고 황당무계할 정도로 획기적이며 최종적으로는 성과를 기어코 얻어내고야 마는 전문가’부터 찾아내서 영입하는 게 순서가 아닐까. 삼성이 제약바이오 분야에서 초일류 기업이 되려면 인적 네트워크 구성, 마케팅 및 영업 노하우 축적, 해외 인허가제도 관행에 대한 깊은 이해, 핵심적 경쟁력을 갖춘 원천기술 확보 등 갖출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삼성이 반도체 분야에서 중국의 추격을 그나마 조급하지 않게 관망할 수 있는 것은 빅파마가 쌓아놓은 인적, 지적, 물적 인프라가 삼성 같은 신생 바이오 추격자를 이길 정도로 막강하기 때문이다. 삼성이 반도체에서 벌여놓은 ‘초격차’나 빅파마가 의약품산업에서 확보해놓은 ‘초격차’나 매한가지다. 역지사지로 삼성이 빅파마를 추격하려면 어떤 게 필요한지 면밀히 따져봐야 할 전환기에 있다.
2022-01-04 10:16:44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COVID-19, 코로나19)가 예상보다 잦아들지 않고 이스라엘, 미국, 영국 등에서 백신 접종률이 60%를 넘어서던 지난 4~6월에는 뒤늦게 백신 공급선을 찾아 허둥지둥하는 정부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그러다 7월초에는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20~40대에게 맞히지 않겠다고 우리 정부는 공언해버렸다. 75세 이상은 부작용이 적다는 화이자 백신으로 몰아주고, 젊은층은 모더나 백신으로 배정해주고 어정쩡한 60~74세와 뒤늦게 ‘잔여물량 백신’을 찾은 50대들은 AZ 백신을 맞아야 했다. 그런데 수치적으로 AZ 백신이 효과가 없는 ‘물백신’이라는 게 드러났다. 우선 지난 19일 공개된 질병관리청 자료에 따르면 항체가 생기는 환자의 비율(양전율)은 모더나·화이자 100%, AZ 99%, 얀센 90%였다. 문제는 중화항체가였다. 접종 2주 후 중화항체가는 모더나 2852, 화이자 2119, AZ는 그 5분의 1 수준인 392, 얀센은 263 수준이었다. 2개월 뒤 항체가는 모더나 2102(3개월 자료는 없음), 3개월 뒤 화이자는 865, 아스트라제네카는 146, 얀센은 130으로 감소했다. 델타 변이에 대해서는 접종 2~4주 후 AZ이 207, 화이자가 338이었다. AZ은 2차 접종 후 석 달 만에 델타 변이에 대해 항체가가 207에서 98로, 화이자는 5개월 후 338에서 168로 떨어졌다.졸지에 1103만명의 AZ백신 접종자는 졸지에 물백신 접종자가 됐다. 안 그래도 AZ백신이 돌파감염에 상대적으로 더 취약하고, 감염 예방력이 상당히 떨어진다고 알려졌는데 수치로 확인되자 백신 맞은 후 ‘생고생’한 보람이 사라졌다.AZ 백신은 혈소판감소증을 동반한 혈전증(thrombosis with thrombocytopenia syndrome, TTS)을 가장 많이 유발한다는 오명도 뒤집어썼다. 지난 4월 19일 기준 이 희귀혈전증은 유럽에서는 AZ 백신 접종 100만건 당 3.5~6.5건, 미국에선 얀센 백신 접종 100만건 당 1~2건, 아르헨티나에선 스푸트니크V 백신 접종 100만건당 1.3건이 보고됐다. 화이자 백신의 경우 유럽에서 접종 100만건당 0.6건, 모더나 백신은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에서 100만건당 1.25건이 보고됐다. 상대적으로 AZ 백신이 희귀혈전증을 많이 유발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10시간 이상 장거리 비행을 할 때도 1만분의 1의 확률로 정맥혈전증이 증가하며 피임약 복용 후에도 1만분의 4 이상의 확률로 정맥혈전증이 증가하는 것에 비하면 아주 낮은 수치”라고 나상훈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지적했다.AZ 물백신 논란은 11월말 영국보건안전청(UKHSA)이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화이자 백신은 델타변이에 접종 1주 후 92.4%로 최대 감염 예방 효과를 보이다 점차 낮아져 20주에서 69%를 보였다. 반면 AZ 백신은 접종 2~9주에 66.7%로 가장 높다가 15~19주에 52%, 20주에 47.3%를 보였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와 세계보건기구(WHO)가 설정한 백신 긴급사용승인 최저 기준은 50%였다.특히 65세 이상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0주가 지나면 AZ 백신의 감염 예방 효과가 49.9%로 떨어지고 20주 후에는 36.6%로 하락했다. AZ 백신이 접종 초기에는 별문제가 없지만 성인의 경우 20주, 65세 이상의 경우 10주가 지나면 긴급사용승인 기준 이하로 떨어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12월 1일터 2차 접종 완료율이 80%가 넘었는데도 확진자가 5000명을 넘어서고, 특히 주로 AZ를 맞은 60대 이상에서 돌파감염이 많은 것은 이 같은 백신별 효과 차이를 반영한 것으로 보고 있다. 최재욱 고려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독일 등 대규모 접종 후 조사에서도 AZ 백신은 10주 정도 지나면 항체값이 50%로, 4~5개월 지나면 30%대로 떨어진다”라며 “T세포 면역으로 위중증 확률을 많이 떨어뜨리는 것은 사실이지만 고령층은 T세포 면역이 잘 작동하지 않는다”고 말했다.문제는 기왕 맞은 AZ 백신을 되돌릴 수 없다 하더라도 이같은 사실을 알리고 후속 대책을 내놓아야 하는데 정부는 두루뭉술하게 넘어가려는 모양새다. 정부는 3차 접종(부스터샷)을 60~74세에게 우선권을 줘서 맞도록 독려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 AZ, 화이자, 모더나 백신 모두 2차 접종 완료 3개월 후, 그것도 모든 18세 이상 연령대에서 동일하게 선착순으로 맞으라고 지침을 정했는 보다 세밀하게 설계해 코로나19 감염에 취약한 60~74세부터 챙기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예컨대 AZ백신은 접종 간격이 당초 11~12주에서 4~12주로 변경됐지지만 접종 2개월만 지나도 부스터샷을 맞을 수 있게 해줘야 한다. 가끔 남아도는 모더나, 화이자 백신이 폐기된다는 뉴스가 나온다. 60~74세에 신속히 부스터샷용으로 배정돼야 할 ‘혈세가 담긴’ 방역 자산이다. 이 연령대의 3차 접종률은 14일 현재 26.6%로 미국의 65세 이상 부스터샷 접종률이 50%를 조금 넘긴 수준에 비해 크게 열악하다. 최근 코로나19 확진자가 늘어나는 것도 이 연령대의 부스터샷 미 접종이 원인일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이에 대한 반론으로 중화항체가가 낮다고 해서 실제로 코로나19 방어 효과가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혈액 속 중화항체는 전체 면역력의 일부일 뿐이다. 면역세포(T세포)의 항체 유도 효과 등 많은 요소가 포함돼야 총체적인 방어력을 평가할 수 있다.T세포 면역효과는 AZ 백신이 가장 낫다는 평가도 있다. 이는 감염된 세포의 증식을 억제하는 세포성 면역이 좋아 위중증 예방효과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다. 중화항체는 감염 예방 효과와 관련 깊다. 이들 요소를 포함한 실제효과(Real world effectiveness)가 진짜 방어력이다. AZ 백신은 값도 싸고 올 봄과 초여름까지 많은 이들에게 접종돼 코로나19 방어망을 구축하는 데 도움을 줬다. 최근 CDC는 보다 혈전 부작용에 안전한 백신으로 mRNA 타입의 모더나와 화이자를 추천했다. 향후 오미크론 등 신종 변이 출현에 대비하는 차원에서도 AZ보다는 모더나 또는 화이자 백신이 유리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그래도 AZ 백신은 안 맞는 것보다 낮고 상당한 감염 방어 효과와 위중증 예방 효과가 있어 존재의 필요성이 있다고 부연했다. 북한을 비롯한 중저개발국가는 AZ 백신마저도 제대로 못 맞아 코로나19 방어력이 취약한 실정이다. 어떤 연구에서는 1차 AZ-2차 화이자 백신의 교차접종이 AZ 백신 1차 및 2차 접종에 비해 크게 효과가 없다고 하고, 다른 연구에서는 1차 AZ-2차 모더나 교차접종이 가장 우수한 효과를 보인다고 한다. 모더나 백신은 미국 보건관료들이 가장 많이 받았고, 미국 행정관료들은 화이자를 선호했다. 데이터로 봐도 직관적으로 느껴도 보건 전문가들은 모더나가 화이자보다 우수할 것이라고 짐작했던 것 같다. 미국은 아직도 AZ 백신을 승인하지 않고 있다. 60~74세의 부스터샷은 이런 면에서 화이자보다는 모더나를 우선으로 배정하는 ‘운영의 묘’가 필요할 것 같다. 금년 1월 4일부터 5월 14일까지 모더나 혹은 화이자 백신을 맞은 미국 재향군인 44만명을 대상으로 감염률, 증상 완화 정도, 입원율, 사망률 등을 비교한 결과 모더나가 모든 면에서 화이자를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모더나가 감염률에서는 27%, 24주간 입원율에서는 70%가량 화이자보다 우월했다. 더욱이 20일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모더나 백신은 절반 용량(50μg)을 부스터 접종한 결과 오미크론 변이에 대응하는 중화항체 수치가 부스터 접종 전에 비해 약 37배까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 용량(100μg)에서는 83배 정도로 더 크게 증가해 모더나 백신이 훌륭한 부스터샷으로 부각되고 있다.
2021-12-21 13:12:03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COVID-19, 코로나19) 대유행이 원격의료(비대면 진료)의 길을 열었다. 미국에서는 원격의료를 찬성하는 의사와 반대하는 의사가 거의 반반으로 갈려 있다. 네바다주처럼 오지인 지역과 경제적으로 가난한 지역에서 종사하는 의사, 일반의(general practitioner, GP)나 가정의학과 같은 소외된 진료과 전문의들이 원격의료를 선호한다. 반면 뉴욕 같은 번화한 도시의 의사들은 원격의료를 기피한다. 대면 진료하면 진료비만 해도 100달러가 넘는다. 반면 전화상담을 통한 진료는 49달러면 된다. 아이들의 감기나 어지럼증, 현기증, 구토 등으로 동네 소아과나 가정의학과 등을 찾으면 별다른 처치가 없어도 진료비만 100달러를 써야 하니 아프다고 해서 함부로 병원을 갈 수 없고 한참을 고민해봐야 한다. 만약에 참지 못해서 응급실을 찾았다가는 앰뷸런스 이용비 포함 최소 5000달러는 각오해야 한다. 미국은 영토가 넓고 의료비가 비싸 병원 문턱이 높다. 이 때문에 1950년대부터 의료낙후지역에서 처음 전화의료가 허용됐고, 1960년대에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우주탐사대원들을 상대로 화상진료를 하는 등 기술적 진화를 거듭했다. 1990년대부턴 대면진료와 원격의료의 보험 적용에 차별을 두지 않는 법제화가 잇따랐다. 포천비즈니스인사이트에 따르면 미 원격의료 시장은 2018년 410억달러(약 46조원)에서 2026년 3960억달러(약 446조원)로, 연평균 25~28%씩 성장할 전망이다.코로나19 대유행은 이런 추세에 불을 붙일 것으로 보인다. 미국 원격의료의 대표주자인 ‘텔라닥’(Teladoc)은 지난해 3월 미국 정부가 코로나19 팬데믹으 ㄹ선언한 직후 정기회원이 이전보다 2배 이상 늘어난 7000만명이 됐다. 스웨덴과 영국은 코로나19 발생 이후 원격의료 비중이 각각 전체 진료의 약 35%, 20%를 웃돌았다. 원격의료제도가 없었던 캐나다, 호주의 경우 코로나19 발생 이후 원격의료의 비중이 전체 70%, 35%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급증했다. 프랑스는 국민의료 앱으로 불리는 ‘독토리브’(Doctolib)에 원격의료를 하겠다고 가입한 의사가 3만명이 넘고 전국민의 20%(약 1310만명)로 추산되는 프랑스인이 한번 이상 원격의료를 경험했고 지난해 1900만회의 비대면진료가 이뤄졌다. 일본 일차의료학회 테슈 쿠사바(Tesshu Kusaba) 회장에 따르면 일본의 경우 주치의 제도가 없음에도 원격의료가 1997년 처음 허가됐으며, 2018년에는 화상진료(video consultation)에 대한 수가가 책정됐다.일본에서 원격의료 시행 기관은 전체 의료기관의 1%에서 코로나19 발생 이후 15%로 급증했다. 2020년 4월부터는 초진에 대해서도 원격의료를 허용했고, 화상진료 뿐만 아니라 전화진료도 허가했다.오지가 많고 경제 및 의료수준이 아직은 빈약한 중국은 ‘의료빈곤 퇴치’ 차원에서 원격의료를 발전시키고 있다. 2019년 기준 전체 구(區)급 이상 공립병원 가운데 59%가 원격의료를 제공했고 지난해에 이 비율은 더욱 가파르게 상승했을 것으로 예상된다.원격의료는 편리하고, 비용이 저렴하며, 시간과 장소의 구애를 받지 않아 효율이 높으며, 시간을 절약할 수 있고 치료가 아닌 예방 중심의 진료가 가능하다는 게 장점이다. 코로나19 상황에서는 접촉으로 인한 감염 기회가 줄어든다.미국에서 원격의료는 병원이 이메일로 보내준 줌(화상회의) 링크로 접속, 주치의와 화상으로 상담하는 데 20분이면 족하다. 혈액검사는 집 근처 외주 검사 업체에서 하면 그 결과가 병원에 넘어간다. 의사가 동네 약국으로 전자처방전을 보내주면 환자는 약국으로 찾아가 수령하면 된다. 또 미국에서는 지역 내 약국체인점 외에도 최대 온라인 쇼핑몰 업체인 아마존을 통해서도 처방약을 받을 수 있도록 약품전달 시스템이 고도화되고 있다. 아마존 프라임 서비스는 약국방문 없이 항시 처방약을 배달해주는 것으로 거동이 불편한 환자도 집에서 처방약을 당일배송으로 받을 수 있다.반면 국내서는 처방전을 팩스로 보내는 것만 허용돼 있다. 전자처방전은 대형 또는 중형병원에서 키오스크를 통해 인근 문전약국으로 보내 조제 대기시간을 짧게 하는 데 머물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2019년 미국 내 전체 진료 건수의 0.15%에 불과했던 원격진료는 2020년 3월 코로나 팬데믹 선언 직후 13%로 늘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미국 도시지역 의사들 다수는 대면진료하면 톡톡히 진료비를 받아낼 수 있는데 굳이 비대면진료를 해서 수익을 줄일 필요가 있느냐는 회의적 입장이다. 원격의료에 필요한 웬만한 진단기기는 이미 2000년대 후반과 2010년대 초반에 걸쳐 거의 다 개발됐다. 혈압계, 체온계, 심박수 측정기, 혈당 측정기, 심전도, 체내 산소포화도 측정기 등은 진즉에 개발됐다. 감염질환 유행과 젊은층의 대면접촉 기피 등 해야 하는 여건이 조성돼 있고 관련 기기나 장비도 꽤 완벽해졌는데 진행을 억누르는 것은 위선처럼 보인다.의사들이 가장 염려하는 것은 자세한 문진과 검사가 이뤄지지 않아 오진할 수 있다는 것과 항생제·발기부전치료제·비만약·향정신성의약품 등의 오남용이다. 미국에서 외래진료의 오진율은 성인의 경우 5%로 추산되는데 영국에서 원격의료로 인한 오진율은 이보다 배 가까이 높은 것으로 추산됐다. 올해 4~7월에 영국 캠브리지대에서 1500명의 류마티스 환자, 일반의(GP), 임상의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한 결과 비대면진료가 대면진료보다 편리하지만 환자의 약 86%와 의사의 93%는 웹이나 전화를 이용한 진료의 정확성이 대면상담보다 나쁘다고 대답했다. 그래서 영국 사회에는 비대면진료 확산에 화들짝 놀라는 모습을 보였다. 이런 영향으로 코로나19 이전 대면진료비율은 80%이상이었으나 올 8월에는 58%로 떨어졌다가 9월에 61%로 소폭 증가하는 양상을 보였다. 준 공무원 성격의 영국 의사들은 진료량이 늘어난다고 크게 수입이 증가하는 것도 아니어서 비대면진료를 선호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다만 오진율을 어떻게 줄일지에 대한 영국 의료계와 보건당국의 고민이 깊다.원격의료에서의 오진이 가장 많이 일어나는 분야는 피부질환이다. 염증이나 통증의 원인을 잘못 판단해 첫 단추부터 잘못 꿰는 사례도 비일비재하다. 오진을 줄이는 것은 주치의를 두고 비대면진료도 이를 통해 받는 것이라고 외국 전문가들은 주장하고 있다. 응급실이 만날 미어터져 환자가 응급실보다는 구급차 안에서 대기하는 시간이 더 길다는 영국에서 의사단체들은 하루 12시간 넘게 진료를 보고 있는 GP의 과부하 해소를 위해 인센티브 부여, 해외 의사 수입 등 다양한 중장기적인 대책을 정부에 주문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10월 14일 영국 왕립약사회 클레어 앤더슨(Claire Anderson) 회장은 더타임즈 기고문을 통해 복지부 장관의 약사처방권 확대 방침에 환영을 뜻을 표했다. 지금은 병원약사에게 일부 독립처방을 허용하고 있으나 지역약국에더 일부 허용해야 한다는 정부 주장에 동조한 것이다.영국의 일부인 웨일즈는 ‘약사독립처방’이 정착돼 있고 코로나19로 그 경향이 더 심화됐다. 약사들이 웬만한 항생제, 소화기질환 약물, 피부약물 등을 직접 처방 및 조제하고 있다. 의사 부족에 따른 환자 대기시간 감소와 건강보험재정 절감을 위한 정책들이다. 의료 부하를 원격의료로 극복한다는 선을 넘어 준 전문가인 약사를 활용해 가벼운 의료에 대한 니즈를 해결하겠다는 방안이 신선해보인다. 기실 국내서는 인공눈물, 기능성소화불량 약물 등 너무나 많은 안전하면서도 실효성 있는 약들이 전문의약품으로 묶여 있어 소비자의 선택을 제약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약국체인 CVS, 월마트 내 약국 등에서 코로나19 주사를 화이자, 모더나, 얀센 백신 중에서 골라맞았다. 비용은 병원보다 1달러 정도 싼 수준이지만 다수의 미국인들이 백신을 접종했다. 원격의료와 이를 위한 약 배달 서비스는 코로나19로 불거진 비상의료상황과 향후 의료체계 효율화를 위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국내 대학병원은 이미 원격의료 서비스에 대한 준비가 다 돼 있는데 중소병원, 개인의원 눈치를 보며 펼치지를 못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대형 의료법인이 개인의원 고사 작전에 들어가 의원이 썩 잘 되는 편이 아니다. 피부과, 성형외과, 재활의학과 정도의 개인클리닉이 있는 정도다. 원격의료가 의료에서 규모의 경제를 선도할지, 특화된 개인의원에게 활로를 열어줄지는 위험한 실험이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료소비자에겐 당연히 원격의료가 열리는 게 좋은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2021-11-11 18:05:27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원희룡 전 제주지사의 부인인 신경정신과 전문의 강윤형씨는 지난달 20일 매일신문과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를 일컬어 “소시오패스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강씨는 “(이 후보는) 지킬과 하이드, 야누스라기보다는 소시오패스나 안티소셜 경향을 보인다”며 “반사회적 성격장애라고 하는데 자신은 괴롭지 않고 주변이 괴로운 것이어서 치료가 잘 안 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이 후보가 ‘사이코패스냐, 소시오패스냐’는 갑론을박이 있었다. 엽기적 살인사건의 범죄자에 대한 논평적 기사에서 으레 나오는 테마인데 이번에도 다시 한번 집중을 받았다. 흔히 이런 기사들에서 사이코패스(psychopath)는 타고난 것이라 교화가 어려운 반면 소시오패스(sociopath)는 훈육으로 개선될 여지가 큰 만큼 가정과 학교, 사회가 나서 다잡아줘야 한다고 지적한다. 사이코패스는 ‘유전’의, 소시오패스는 ‘환경’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사이코패스는 타고 나며 소시오패스는 길러진다고 양분해서 알려준다. 우리말로 번역한다면 사이코패스는 반사회적 인성장애, 반사회적 사회성장애다. 전자는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지 않고 공감 능력이 결여된 정서 마비 상태를 뜻한다. 후자는 문제의 행위가 범행임을 충분히 알고 있음에도 자행한 뒤에는 그 원인을 ‘사회 탓’ ‘환경 탓’으로 돌리는 게 특징이다. 사이코패스가 우발적이고 더 흉악한 범죄를 저지르는 반면 소시오패스는 지능적으로 교묘하게 계산된 음흉함을 범죄를 통해 그려낸다. 그러나 특정인의 범죄 성향을 둘 중 하나로 단정하긴 어렵다. 이분법적 구분은 이해하기야 쉽지만 실제 현실에서 칼로 무 자르듯 명확한 것은 없다. 대체로 복합돼 있고 사이코패스와 소시오패스 중 어떤 성향이 더 심한지를 어렴풋이 가늠해볼 뿐이다. 이런 것을 명확하게 알기 위해 지금도 많은 정신의학자들이 나서고 있으나 해답은 뾰족하지 않다. 마땅한 치료법도 없다.윤대현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사이코패스와 소시오패스는 그 경계가 모호하다”며 “둘 다 반사회적 인격장애(Antisocial personality disorder, ASPD)의 범주에 속한다”고 설명했다.북미 의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미국과 캐나다에 약 1%의 사이코패스가 존재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들은 우발적인 범죄를 저지를 확률이 높으므로 재수 없게 이런 사람과 얽히지 않는 게 상책이라고 일반인은 알고 있다. 이재명 후보는 소년공으로서 가난과 폭력에 시달리다 거기서 헤어나기 위해 독학으로 사법고시를 패스, 이른바 ‘민권 변호사’가 돼 이름을 알려 성남시장, 경기도지사를 거쳐 집권당의 대선 후보까지 올렸다. 그 슬픈 이력에 공감한 많은 사람들이 지난 대통령 선거 때에는 문재인을 제치고 후보가 되길 바랐건만 그렇게 되지 않았다. 이게 우리 국민에게 다행이었을까, 불행이었을까.이번에 성남 대장동 민간특혜 개발사업 비리와 관련, 이 후보는 수없이 말을 바꿨다. ‘내가 관여하지 않았다’ ‘내가 한 일로 민간에게 돌아갈 이익을 상당 부분 성남시로 되돌렸다’ ‘유동규 전 경기관광공사 사장이 측근이 아니다’ ‘측근인데 그렇게 배반할 줄 몰랐다’ 등으로 입장을 번복했다. 한 때는 “성남시장으로서 설계한 업적”이라고 자랑하더니 지금은 ‘국민의힘 게이트’라며 당당하게 발뺌하며 역공하고 있다. 의사윤리상 강윤형 씨가 의사의 전문가적 권위를 이용해 특정인의 정신상태를 직접 감정해보지 않고도 운운하는 것은 분명 잘못이다. 직접 감정해보지 않고 정신분석 예상치를 내놓는 것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에겐 금기시된다. 그래서 정신과 의사들은 기자의 취재에 익명을 요구하거나, 아주 조심스럽게 뉘앙스만 던지는 답변을 해준다. 설령 분석을 해봤다하더라도 본인의 동의 없이 공개하는 것은 사생활 침해이자 개인정보보호 위반으로 처벌 대상이 된다.하지만 이 후보는 공인이다. 그래서 정신감정을 받아야 할 마땅한 대상이 된다. 물론 본인이 동의하면 못하는 게 당연하지만 경쟁 후보나 언론이 특정 후보의 정신 상태에 대해 논하고 지적할 권한과 책무가 있다. 독일 나치 정권의 아돌프 히틀러, 구 소련의 이오시프 스탈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죄다 정신적인 문제가 있었다. 앞의 두 사람은 편집증과 잔혹성, 열등감에 숨겨진 가학성으로 대량학살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고 자행했으며 트럼프도 극단적 사고와 거친 언행으로 사회갈등을 증폭시켰다. 따라서 독재자의 등장을 막기 위해 출마자의 정신감정을 할 수만 있다면 언론이든 전문가든 하는 게 좋다. 사이코패스나 소시오패스는 크고 작은 거짓말이나 허언을 밥 먹듯이 한다. 느물느물거리며 허풍을 떨기도 하고, 과시욕이 넘친다. 지금 이 순간 나의 목표 달성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남의 상처나 피해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반면 자신에 대한 모욕과 경멸에는 언젠가는 앙갚음한다는 복수심에 차 있다. 이들은 두꺼운 얼굴과 매끄러운 말투로 사기꾼 기질이 다분하기 때문에 정신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주변 반경 수십 km의 사람들에게 피해를 입힐 가능성이 높다.이재명 후보는 대장동 특혜사건에 대한 언론의 어떤 지적에도 천연덕스럽게 자신은 아무런 연관성도 없다며 대응하고 있다. 과거에 민주당 중심의 현 집권세력은 젊은층, 여성, 호남을 기반으로 고정표를 확보해왔다. 그러나 지금 20~30대는 불공정, 느물느물하며 대충 넘어가려는 태도를 못 참는다. 새치기 같은 반칙이나 편법,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보여준 ‘내로남불’ 행태를 아주 싫어한다. 개인주의적이고 투지가 약하다는 젊은층이지만 불공정, 거짓, 후안무치에 대해서는 기성세대보다 더 단호하게 응징한다. 이를 감안할 때 과연 이 후보가 내년 대선에서 젊은층으로부터 얼마나 표를 얻을지 궁금해진다. 최근 젊은층의 지지도는 과거 민주당 우세에서 국민의힘 상승으로 전환되는 중이다. 이재명 후보는 어려웠던 성장 환경 탓에 이를 극복해내는 과정에서 더 단단하게 무장됐고 자신의 흠결에 대해서는 관대하고 합리화하는 체질이 형성됐을 것으로 짐작된다. 여당은 물론 야당도 정치판에서는 ‘한번 밀리면 끝없이 밀린다’며 잘못된 정책이나 과오에 대해서는 반성하려 들지 않는다. 정치는 명분 싸움이라 이런 입장이 이해되지 않는 바는 아니지만 이재명 후보의 대장동 사건 방어 자세는 진실한 사과나 반성이 없다. 이를 받아들이는 순간 내가 죽기 때문이다. 그래서 처절할 만큼 슬픈 면이 있다. 지난주 노태우 전 대통령이 서거했다. 역대 대통령의 비극적인 말로를 볼 때 최고 권좌에서 내려오면 피의 보복을 당하길 은근히 즐기는 심성이 우리 내면에 존재하지 않나 생각해본다. 어쩌면 우리 안의 사이코패스 또는 소시오패스를 정치인을 향해 분출하며 비판만 할 뿐 스스로 거기에서 멀찍이 벗어나려 노력하지 않는 게 잠재돼 있지 않는지 곰곰 곱씹어본다. 반사회적 인격장애는 고칠 수도 없다는데 이에 해당하는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국가가 더욱 분열되고 안보와 경제가 흔들릴까 걱정이다.
2021-11-03 01:51:05
늦둥이를 아들 딸을 둔 기자는 매일 아침 어린이집 버스에 오르는 녀석들의 모습이 참 귀엽기도 하고 서글프기도 하다. 매일 아침의 짧은 이별이 이렇게 아련할 줄은 예전에는 미처 몰랐다. 아이들이 가장 보고 싶은 요일은 월요일이다. 주말에 엄마아빠와 잘 지내다가 월요일에 어린이집에 등원해서 잘 적응하며 지냈는지 걱정이 돼서다. 저출산 여파로 지난 8월에 태어난 아기는 2만2291명으로 역대 최저라 한다. 인구절벽으로 생산가능 인구가 줄어 20년 후쯤 이 사회가 제대로 돌아갈지 걱정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인류는 현명하니까,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씹으면 되니깐 설마 무슨 인류의 대재앙이 될까 싶은 생각이 들면서도 기계나 컴퓨터가 인간을 대행하는 것은 양적, 질적 한계가 있을 게 분명하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중국의 자산의 뭐니뭐니해도 14억이 넘는 인구다. 중국이 지난 3월 중국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대학입시를 위한 불법 사교육을 근절하겠다는 초강경 대책을 발표했다. 여름방학에 불법과외를 하던 교사가 적발되고 별장에 마련된 과외공부방이 단속을 당했다. 초·중학생을 대상으로 숙제와 사교육 부담을 줄인다는 쌍감(雙減) 조치에 따라 예체능을 제외한 방과 후 교습은 전면 금지됐다.국민 사상을 오염시킨다는 이유로 게임 업체까지 규제하고 있다. 하지만 이면에는 게임 때문에 공부를 하지 않는다는 학부모의 원성이 반영됐다. 이 때문에 미국 시장으로 뻗어가려던 중국의 교육 및 게임 IT업체들의 성장세는 발목이 붙잡혔다. 중국 정부가 교육 불평등, 입시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경제를 훼손하면서까지 초강수를 두는 것은 결국 인구감소를 막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지난주 40대 초반에 초혼에 성공해 제왕절개로 득남한 양 모씨의 2주간 사후조리원 비용은 1000만원이다. 럭셔리한 곳은 2300만원이나 든다고 한다. 서울에선 아무리 저렴한 곳도 2주일에 500만원 한다. 지방에서야 70만원대도 있다지만 산후조리원 비용 때문에 아기낳기가 겁난다는 말도 나온다. 시대가 바뀌어 친정이나 시어머니가 직접 산후조리를 해주지는 않는 환경이다. 그런데 저출산 해결을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던 노무현 정권 이후 역대 대통령은 아주 찔끔찔끔 이 분야에 재정을 투입하고 있다. 심지어는 다른 계정에 돈을 쓰면서도 저출산이란 이름을 붙여 집행하고 있다. 신혼부부 주거지원과 지자체에서 지급하는 수십만~수백만원의 출산수당만이 실질적으로 출산을 장려하는 유일한 예산인데도 각종 사회복지 관련 예산이 저출산이란 라벨을 달고 지출되고 있다. 반면 노인의 표를 의식해 중앙정부나 지방정부가 노인 관련 예산에는 끊임없이 재원을 늘리는 추세다. 여성들이 아이를 낳길 꺼려하는 것은 육아 부담 때문이다. 몇몇 설문조사를 보면 아이를 가지려면 최소한 2명은 낳아야 가정이 화목하고 자녀의 성장발달에 좋다는 것을 가임 여성들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여성은 남성보다 얼마나 본능적으로 자기 이익을 위한 셈이 빠른가. 젊은 여성일수록 ‘경력 단절’을 감수하고 아이낳기를 거부한다. 정부가 예산 부족으로 또는 사립유치원장의 극렬한 반발로 멈췄거나 점진적으로 진행 중인 어린이집(유치원)의 전면 국공립 전환은 이런 면에서 상당한 필요성이 있다. 어린이집부터 대학까지 모든 학비와 양육비를 나라에서 떠맡을 필요가 있다. 임신과 육아를 우대하는 분위기가 형성된다면 후손을 갖고 싶어하는 인류의 생물학적 본능 상 굳이 아이를 갖지 않으려 노력하는 여성은 크게 줄어들 것이다.이럴 때마다 정부는 예산 타령을 한다. 하지만 쓸데없이 늘려놓은 공무원 인력, 효과를 알 수 없는 고용 촉진 예산, 인도 블록 교체 같은 행정낭비성 예산, 정책홍보·문화융성·복지향상·산업육성 운운하며 헛되이 쓰이는 예산 등을 아낀다면 못할 것도 없다. 의지가 없을 뿐이지 예산이 부족하다는 것은 늘 하는 상투적인 어투에 불과하다. 포퓰리스트 정치가인 허경영 씨가 ‘나라에 돈이 없는 게 아니라 도둑놈이 너무 많다’고 주장하는 데 상당수 시민들이 공감하는 것은 다 이유가 있다. 요즘 최근 5년간 학생 수가 8~10% 줄었는데 교육예산은 40~50% 늘었다며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교육세는 주세, 금융세(증권거래세), 주민세·지방채권을 비롯한 지방세 등 폭넓은 재원을 바탕으로 부과된다. 그러나 여전히 교실 환경은 서울의 중산층 가정보다 협소하고 지저분하다. 학생들이 배우고 싶은 것을 가르치지 못한다. 그 많은 교육예산이 도대체 어떻게 쓰이길래 교육소비자들의 불만이 많은지 전면적으로 알아봐야 한다. 학생과 부모, 교사들에게 심층적으로 물어봐서 해답을 내놔야 한다. 지난 7월 초 ‘할 마음이 없는 女 … 할 사람이 없는 男’이라는 제하의 신문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염유식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와 최준용 서울대 의대 교수가 서울에 거주하는 성인을 대상으로 성관계 패턴을 조사했더니 2000년 11%(美 화이자제약 조사)이던 ‘섹스리스’(1년간 성관계 전혀 없음)가 2021년 1~5월에는 36%로 늘어났다. 특히 20대 남녀의 섹스리스 비율은 42%, 43%라며 ‘비혼 풍조’를 우려했다.1970년대와 1980년대만 해도 ‘둘만 낳아 잘 기르자’는 산아제한 가족계획으로 통반장들이 가가호호 방문하며 피임을 권장했는데 경제가 윤택해진 2020년대에는 ‘취업난’과 ‘육아부담’을 이유로 결혼과 출산을 기피하는 상황이다. 거기에 상대적으로 고학력인 여성은 자기보다 가방줄이 짧은 남성을 기피하고, 그나마 고학력·중산층에 준수한 남성은 영화배우처럼 예쁜 여성만 찾다보니 ‘미스매칭’이 일어난다는 분석 결과도 최근 나왔다. 이 기사를 읽고 나니 현진건의 소설 ‘술 권하는 사회’의 패러디처럼 ‘섹스 권하는 사회’라는 부제가 떠올랐다. 결혼 전에는 가급적 성적 순결을 지키라는 게 7080세대의 모럴이었는데 이제는 ‘섹스를 권해서라도 사회적 역동성을 진작시키자’는 분위기이니 격세지감이다. 늦둥이를 둔 아빠로서 늘 후회되는 게 체력이 부족해 ‘빡세게’ 놀아주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점이다. 더욱 슬픈 것은 어여쁜 자녀와 같이 지낼 시간이 평균적인 부모보다 10~20년 짧다는 것이다. 외적인 미모와 경제적 능력이 배우자감을 정할 때 그리 중요한 게 아니라는 것을 그때엔 왜 몰랐을까? 아니, 알면서도 짐짓 외면하고 세월을 허송했을까 하는 게 이제야 후회하게 된다. 지금 아기를 낳으면 그 아기는 산더미 같은 미래 노인들을 부양해야 하기 때문에 ‘노예를 낳는 것’이라는 씁쓸한 비유도 있다. 그러나 모든 걸 떠나서 자녀들이 있음으로서 얻는 ‘행복’과 ‘보람’은 어느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가치다. 따라서 국가라하는 존재는 이것저것 재지 말고 육아부담, 차등 없는 교육환경 조성에 모든 예산과 정책적 배려를 쏟아부어야 할 것이다. 오죽하면 ‘섹스 권하는 사회’ 같은 남사스러운 기사가 나왔을까 싶으면서도 이런 기사가 필요 없을 정도로 ‘저녁이 있는 삶’ ‘기회의 평등이 보장된 사회’가 하루 빨리 실현되기를 기도해본다.
2021-10-28 13:50:58
지난해 4월 총선을 전후해 이른바 ‘K방역’이 성공한 것은 전국민의 마스크 착용 동참과 신속한 진단시약 출시 덕분이었다. 국내 진단업계의 신속한 진단시약 출시 대응은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COVID-19, 코로나19) 확산을 막는 데 크게 기여했고 해당 업체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문호개방적인 코로나19 긴급사용승인 부여 혜택을 입어 큰 노력을 들이지 않고도 미국 시장에 진입하는 성과를 올렸다. 하지만 최근엔 일부 진단업체의 불만이 있다. 승자독식으로 씨젠과 SD바이오센서 등 두 회사만 눈에 띄는 매출신장을 이뤘을 뿐 올해 들어서 나머지 기업은 지난해보다도 못한 매출로 잘 나가는 두 기업을 물끄러미 바라만 보고 있는 형국이어서 그렇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두 회사가 거의 공공조달과 민간 발주물량의 80%가량을 독식하고 있는 것 같다”며 “나머지 수십 개 회사들이 나머지 20%를 놓고 경쟁하는 형국”이라고 설명했다.기실 기술력은 있지만 변변한 제품이 없었던 대다수 중소 진단업체는 코로나19 이전에는 소소한 유전자분석 서비스 대행과 정부가 주는 공적 연구개발 자금으로 연명했다. 굶고 살다가 갑자기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횡재를 봤다. 예컨대 연간 수십억원 매출이 지난해에는 0이 하나 더 붙었다. 10배에서 수십배 매출이 불어난 회사가 많았다. 그러나 올해에는 그런 온기가 사라졌다. 미국도 자체 제품 또는 제3국의 더 싼 제품으로 충당이 가능해졌고 국내 시장은 씨젠과 SD바이오센서가 승자독식하는 구도로 굳어졌기 때문이다. 절대빈곤에서 상대적 빈곤으로의 전환이랄까? 당연히 중소 제약업체는 불만이다.한 중소업체 관계자는 “씨젠의 기술력은 평범하거나 어떤 부분에서는 신흥 바이오벤처보다 밀리지만 브랜드파워로 버티고 있다”며 “제품 채택에 막강한 권리를 행사하는 기존 진단검사의학과 의료진들이 안면이 있는 씨젠 제품을 밀어주고 잇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같은 값이면 오랫동안 이 바닥에서 터를 닦아온 익숙한 기업에게 몰아줘야 하는 게 아니냐는 게 의료진의 대체적인 생각이라고 전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분석에 쓰이는 중합효소연쇄반응(PCR) 검사는 공지된 기술이고 정확도와 신속도를 높이는 데에는 개별업체마다 가진 노하우가 발휘된다. 이 노하우에 있어 신흥 벤처들은 씨젠 같은 기성기업에 비해 ‘비기(祕技)’를 갖고 있다. 선발주사를 앞서나가기 위해 차별화된 기술을 닦아왔다는 얘기다.예컨대 실시간 역전사 등온증폭방식(RT-LAMP) 방식의 신속 코로나19 검사는 핵산만 추출되면 30분 이내에 검사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반면 기존 PCR 검사는 동일 조건에서 4시간, 여느 신속 PCR 검사는 1시간 정도 걸린다. 핵산추출에는 보통 30~40분이 공통적으로 소요된다.그러나 진단검사의학과 교수 등 전문가들은 새로운 신속검사 방식은 검체의 온도를 올려 유전자를 증폭하는 과정(속칭 ‘감는’ 과정)을 거치는데 오류가 날 가능성이 높다며 정확도에 차질이 있을 수 있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진단업체에 따르면 검체가 17도일 때부터 양성반응을 보이지만 이 정도 온도에서는 약양성(양성인지 모호한 경우)이어서 검체 온도를 인위적으로 올리는데 서서히 올리는 게 보통 PCR 검사이고 더 빠른 온도로 올리는 게 신속 PCR 검사다. 신속 PCR 검사 중에서도 더 빠른 게 LAMP 등 신기술이 접목된 신속 PCR 검사다. ASM바이오에 따르면 일반 PCR의 코로나19 진단 양성일치도(민감도)는 94.38~95.45%인 반면 신속 PCR검사는 87.64~97.72%다. 음성일치도(특이도)는 100%로 동일하다. 이를 종합한 검사정확도는 각각 97.14%, 92.86~98.57%다. 신속검사의 경우 편차가 다소 크지만 크게 보면 일반 PCR검사와 대등소이하다. 신속 PCR 검사에 주력하고 있는 한 바이오업체 관계자는 “검사정확도가 신속이 일반보다 낫거나 대등한데도 다수의 진단검사의학과 교수들은 일반 PCR 검사를 고집하고 있고 보건당국도 이런 견해를 그대로 받아들여 현재도 신속 PCR 대신 일반 PCR 검사가 임시 선별검사소에서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라고 꼬집었다.보통 일반인이 선별검사를 받으면 18~24시간에 검사결과가 통보된다. 이는 일반 PCR검사는 특성상 유전자증폭에 4시간 이상 걸리는 데다가 96개 샘플을 모아 한꺼번에 검사를 시켜야 경제적이기도 하고 대중을 하는 검사상 하루를 잡는 것이다. 하지만 신속 PCR 검사는 DNA 추출에 30~40분, DNA 분석에 30~60분이 걸린다. 보건당국의 신속 PCR 검사 기준은 DNA 분석과정만 따져서 60분 이내로 정의하고 있다. 신속검사로 1시간 또는 길어야 2시간 이내에 검사결과가 나오면 더 많은 코로나19 의심 환자들이 진단에 나서 조기진단과 코로나19 확산 저지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그렇다고 일반 PCR과 신속 PCR의 비용 차이가 커서도 아니다. 거의 같거나 신속 PCR이 약간 더 높은 가격을 책정한 수준이다. 효율은 제쳐두고 순전히 아집과 관행대로 일반 PCR검사가 지금도 시행되고 있다.정부가 ‘방역 혼선’을 핑계로 뒤늦게 승인을 미루다가 작년 11월 11일에야 자가진단용 신속 항원진단키트를 처음 공식 허가한 것도 문제다. 신속 항원 진단키트는 확진용으로는 부족하지만 20분 만에 검사가 끝나는 게 강점이다. 위음성이 10~30%에 이르는 부정확성에도 불구하고 광역적인 방역에 효과가 있다는 견해도 상당했다. 일단 양성이 나오면 표준인 PCR 검사를 통해 재차 확진함으로써 조기진단을 늘리는 데 도움이 된다. 더욱이 자가부담이라 재정이 추가 지출되는 것도 아니다.항원 자가진단키트는 작년 11월 11일부터 올해 4월 23일까지 약국용 제품은 없었고 병원에 가서 유료로만 이용할 수 있어 사실상 활용도가 제한됐다. 그러다가 소비자 불만과 업계의 주장을 받아들여 올해 4월 23일 에스디바이오센서, 휴마시스 제품이 조건부허가를 받아 약국에 풀리기 시작했다. 올해 7월 13일에는 래피젠이 공식 허가를 받았다. 이렇게 3개 제품이 약국, 편의점. 마트 등에 유통되고 있다.이에 대해 최근 대한의사협회가 태클을 걸고 있다. 3개 신속항원 자가진단키트의 민감도는 90%이상으로 알려져 있지만 ‘PCR 검사에서 스스로 검체를 채취하면 민감도가 50% 이하로 떨어진다’는 미국 연구결과를 근거로 제시하면서 항원 자가검사에서도 검체 채취 과정에서 이럴 확률이 높기 때문에 자가진단키트의 민간 사용을 지금처럼 허용하면 위음성 등으로 국가 방역에 구멍이 뚫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항원자가진단키트의 위음성이 10~30%, 심지어는 50%에 달한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대한진단검사의학회는 정확도가 41.5%에 그친다는 검증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민감도가 낮은 자가진단키트 때문에 ‘조용한 전파’가 수그러들지 않아 지금처럼 신규 확진자가 지난 7월 이후 1000명 아래로 떨어지는 않는 것이라며 애먼 자가진단키트에 누명을 씌우기도 한다. 그러나 자기 돈으로 약국, 편의점, 인터넷 쇼핑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자가진단키트를 구매해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능동적으로 체크할 수 있는 편리함이 있는데 이를 보건의료단체나 정부가 막아서는 안 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자가진단키트로가 확진이 아니라 자기 건강상태를 체크하는 보조적 수단임은 소비자도 다 안다. 따라서 의사단체의 주장은 너무도 포괄적인 이유로 타당한 근거 없이 일반인 사용을 규제하려는 속셈을 보인다는 게 해당 바이오업체와 상당수 시민들의 생각이다. 우리 보건당국이 그렇게 믿고 따르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필요성을 인정해 이미 2020년 초봄에 승인한 것을 그 해 늦가을이 다 돼서야 승인한 것도 의문이다. 또 특혜를 주듯 3개 업체만 허가해준 것도 의심을 살 일이다. 이에 3개 업체 중 모 업체가 정권과 친해서 그렇다는 게 이미 작년부터 공공연히 떠돌고 있다. 작년에 우리나라 바이오기업은 PCR검사는 물론 신속항원 진단키트로도 엄청난 외화를 획득했다. 지난달 23일 셀트리온은 휴마시스가 사실상 개발한 ‘디아트러스트’ 항원 신속진단키트를 미국 국방부에 최대 7382억원까지 공급하는 조달사업권을 획득했다고 밝혔다. 업계에 따르면 셀트리온이 전체 매출액의 15%를 중개수수료로 가져간다고 한다. 이처럼 대박이 날 수 있는데도 우리 정부는 신속항원 자가진단키트를 수출용으로 묶어 놓고 막상 내수용은 억제하는 양상을 띠었다. 마치 우리나라가 탄소중립을 이유로 원자력발전 비중을 축소해가는 와중에서도 중동이나 일부 유럽 국가에 원전을 수출하려는 이율배반적인 모습이 연상된다. 이처럼 의사단체와 진단검사의학과 학회 등이 일반 PCR 검사보다 신속성과 효율성이 높은 신속 PCR 검사를 억누르고, 보건당국이 자가항원 진단키트 허가를 억제해 일반인의 적극적인 자가진단 의욕을 꺾는 것은 참으로 비합리적인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신생 벤처들은 좁은 시장에서 알아서 경쟁하고 기득권 대형업체만 키워 보겠다는 정부와 기성 학계의 심산이 느껴지는 대목에서 K바이오의 더 나은 도약이 발목 잡히는 듯한 느낌이 든다.진단검사의학과 주류들은 신생 기업들에게 ‘너희들이 언제부터 바이러스 감염 진단’에 매진해왔다고 이 시장에 함부로 끼어들려 하느냐는 시선을 보내고 있다고 한다. 그러면서 적잖은 연구비를 기성 바이오업체로부터 지원받고 있다. 이에 대해 신생 바이오기업들은 병원체 진단 같은 것은 병원체의 유전자서열만 하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쉬운 영역이었기 때문에 그동안 손을 놓은 것이지 능력이 없어서가 아니었다고 항변한다. 오히려 코로나19 이전에 주력해온 난치병을 유발하는 유전적 원인을 규명하고 관련 유전자를 선정해 새로운 고난도 진단상품을 개발하는 게 훨씬 어려운 기술이라고 강조한다. K바이오에서 이미 코로나19 예방백신과 치료제(항바이러스제, 항체 등)의 연구개발 역량은 미국, 영국, 독일 등 선진국에 비해 한참 뒤떨어졌다는 게 사실상 탄로가 났다. 그나마 강점으로 꼽혀온 K진단의 경쟁을 촉발시키지는 않고 이를 억압하는 정책적 행보는 보는 이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잘 나가는 씨젠과 SD바이오센서 주식을 가진 사람이 아닌 일반 국민들은 열심히 노력하는 바이오벤처들이 세계적 위기인 코로나19를 통해 도약하고 강소기업으로 성장해가기를 희망할 것이다. 따라서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공정경쟁이 저해되는 바가 없는지 경제 당국이나 시장감시 당국은 면밀히 살펴야 할 것이다. 이른바 ‘전문성’을 ‘폐쇄성’을 고수하는 방패로 삼아 시장경쟁을 막는 게 아닌지 들여다봐야 한다. 그리고 불철주야 노력하는 신생 바이오기업들에게 격려를 보내고 싶다. 비록 이번에는 늦었지만 5년 단위로 신종 감염병은 출몰할 것으로 보인다. 그 때를 대비해서 진단기술, 항체 또는 백신개발 능력을 배양하면 시험을 앞두고 많은 공부를 수험생은 시험이 두렵지 않듯이 실컷 실력을 발휘해볼 다음 기회를 맞을 수 있을 것이라 기대를 걸어본다.
2021-10-01 17:40:51
주로 의학적인 내용과 의료정책, 의료산업을 다루는 기자이지만 중앙대 의대생 손정민 씨(22)가 지난 4월 25일 심야에 한강에서 사망한 사건은 관련 업계를 취재하는 기자로서, 일반 시민으로서 궁금하지 않을 수 없는 사안이었다. 기자는 이와 관련 학교에 현재 상황을 문의했지만 담당자로부터 아는 것도 없지만 개인정보 보호로 안다 해도 알려줄 수도 없다는 얘기를 들었다. 또 공개된 이번 사건 관할 서초경찰서 수사제보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었지만 통화음은 울렸으나 받는 이가 없었다. 수많은 의혹에도 경찰이 이번 사건에 내린 결론은 젊은 대학생들의 폭음으로 인한 익사사건에 불과했다. 손 씨와 술을 같이 한 친구 A씨는 ‘블랙아웃’에 따른 ‘기억나지 않음’으로 책임을 면하게 했지만 많은 네티즌들이 그를 살인 혐의자로 지목하고 있는 상황이다. 손 씨 유족은 A씨를 지난 6월 23일 폭행치사, 유기치사 혐의로 고소한 상태다. 그만큼 의혹은 해소되지 않았고 경찰의 수사결과가 억울한 아들의 죽음을 명석하게 해명하지 못한 데 부모로서 끝까지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아마도 일반인이 가장 의혹을 갖고 있는 것은 A씨가 부모와 함께 한강에 가서 손정민을 찾다가 실패하자 뒤늦게 손정민 부모에게 실종을 통보한 점, A가 손정민의 실종 당시에 신었던 신발을 버렸다는 점, A의 아버지가 A의 신발을 버렸다는 것을 손정민의 유족이 묻자마자 답했다는 점, 손정민의 휴대전화를 A가 갖고 A의 휴대전화가 분실되었다는 점, A씨 부모가 사건 즉시 변호사를 선임해 대응한 점 등이다.손정민과 A씨는 지난 4월 24일 23시경부터 25일 02~03시까지(추정) 술을 마시다가 손 씨는 물에 빠져 30일 시신이 반포한강공원 수상택시 승강장 근처에서 발견됐다. 우선 둘은 술을 많이 마셨다. 청주 2병, 막걸리 3병, 640㎖ 소주 2병, 360㎖ 소주 2병이다. 이 정도면 아무리 혈기왕성한 20대 초반이라도 필름이 끊길 만하다. 더욱이 20대에는 술을 조절할 능력이 없다. 무조건 술을 따라 놓으면 마셔버리고 마는 제어력이 없는 나이다. 수많은 실수를 거쳐 술에 대한 내성 또는 내공을 갖게 되는 게 겨우 30대 초반이다. 둘은 음주 속도도 매우 빨랐을 것이다. 술이 술을 먹는 자학의 극치를 달렸을 것으로 예상된다.친구 A씨는 25일 새벽 4시 30분쯤 술에 깨어보니 손정민은 없었고 집에 간 줄 알고 혼자 집에 왔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5월 29일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에서 A씨 어머니는 “새벽 4시 51분 아들이 집으로 들어왔고 아들의 옷에서부터 고인의 휴대폰을 발견했고 아들에게 ‘친구는 잘 들어갔냐’고 물어봤으나 제대로 된 의사소통을 하지 못하는 상태였다”며 “이후 아들과 함께 정민이가 아직 잠들어 있는 건가 싶어 확인 차 한강공원으로 향했으나 정민을 찾을 수 없었고 손정민 가족에게 연락했다”고 설명했다.술을 이 정도로 폭음하면 5시간 정도 블랫아웃이 오는 것은 다반사다. 그러나 손 씨가 물에 빠지는 것을 말리거나 목격하지 못할 정도로 필름이 끊길 수 있을까 궁금하다. 손정민이 A씨보다 훨씬 더 많은 술을 마셨을 것으로 추정되므로 더욱 의문이 남는다. 그 정도라면 A씨가 혼자 집으로 들어가기도 어렵고 집에 들어가자마자 부모님과 함께 손 씨를 찾으러 나갈 기력도 없었을 텐데 말이다. 젊은날의 블루는 누구에게나 존재한다. 공부를 못하고 빈한한 청년은 물론 좋은 대학 다니고 잘 사는 집 자재이더라도 누구에게나 취약하게 열등한 면은 존재한다. 손 씨와 A씨가 같은 학교를 다니는 의대생이었어도 아주 친하지는 않았다는데 둘 만의 라이벌 관계나 상극 같은 내면의 갈등이 있었는지 누가 아는가. 손 씨 아버지는 자꾸 A씨와 그 가족을 의심하고 있다. 그는 “친구가족이 (진심으로) 아이를 찾는 느낌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뭔가 감추는 듯하고 섭섭한 게 많다는 얘기일 것이다. 실종사건이 세상에 알려지자마자 A씨 가족이 변호사를 선임한 것도 일반인들에게는 못 마땅한 대목이다. 당당하다면 고액 변호사를 선임할 이유가 있겠냐는 시선이다. 지금 A씨 변호사 측은 4백 수십 건에 달하는 A씨 의혹 제기 유튜브와 블로그, 인터넷뉴스 등에 손해배상 소송을 거는 중이다. 아닌 게 아니라 관상가, 사주팔자 보는 사람들이 손 씨와 A씨, 원래 사건 당일 술자리에 나가기로 했다가 그날 참석하지 못한 B씨 등의 관상과 사주팔자를 운운하며 이들의 운명을 점치는 유튜버가 지금도 장삿속으로 관련 동영상을 내려놓지 않고 있으며 근거 없이 A씨를 매도하는 글도 상당수다. 그럼에도 자기 아들이 행여 이번 사건으로 상처를 입고 장래가 막힐지 우려하는 부모의 심정은 이해가 가지만, 아들을 잃고 망연자실하는 손 씨 부모의 입장은 전혀 헤아리지 않는 것 같아 씁쓸하다. 이 때문에 A씨 부모가 경찰 고위간부라느니, 거대 로펌의 변호사라느니, 수천억원대 자산가, 현 정권 실세라느니 말이 많다. 또한 경찰의 흐리멍덩한 수사 결론을 일반인들이 믿지 못하는 빌미가 되고 있다. 이른바 ‘약강강약’(약한 자에게는 강하고 강한 자에게는 약하다)의 면모를 보여주는 전형적인 경찰의 수사 태도가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경찰은 지난 5월 27일 그동안의 수사 진행사항을 상세히 밝힌 A4용지 23장 분량의 문서를 공개하는 것으로 ‘중간수사 발표’를 갈음하고 끝냈다. 그리고 6월 29일 사건 발생 2개월여 만에 내사를 종결하기로 했다.이에 대한 일반인의 의혹은 끊이지 않는 가운데 수사(심리) 전문가들은 “한강공원처럼 탁 트인 곳에서 고의적 살인이 이뤄지긴 어렵다” “타인을 익사시키려면 A씨도 물에 흠뻑 젖었어야 하는데 그런 게 목격된 바 없다” “손 씨 시신에서 제압당한 손상의 흔적이 없다” “A씨가 범죄를 저지를 동기가 구체적이지 않다. 더욱이 한강은 이를 실행하기엔 적절치 않다”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결 같이 A씨를 두둔하는 것만 같은 느낌이다.다만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만이 “경찰이 수사결과 발표를 통해 나름대로의 결론을 밝히지 않은 채 누구를 몇 번 조사했다는 등의 내용만 구구절절하게 설명하고 있어 경찰 불실과 책임 회피에 대한 비난만 커질 것 같다”고 말했다. 경찰은 강력반 7개팀, 35명의 형사관을 총동원해 두 달 가까이 수사하고 A씨 가족도 수사에 잘 협조해 의심할 만한 증거를 찾지 못했다는 변명에 불과한 해명으로 일관하고 있다. 왜 더 의심하지 않고 쉽게 결론을 내고 마는지 많은 이들의 경찰의 수사 태도를 못 마땅하게 여기고 있다. 이촌한강공원을 자주 이용하고 반포한강공원도 몇 번 가본 적이 있는 기자가 볼 때 한강은 결코 안심지역이 아니다. 워낙 넓고 조명이 약하다보니 으슥한 데가 많다. 더욱이 CCTV 밀집도가 가장 낮은 게 한강이라고 한다. 서울시가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자기의 지지세력이 시민단체 먹여 살리느라고 이들에게 예산을 집행하느라 한강공원 CCTV 설치는 소외됐다는 상당히 ‘정권비판 편향적’인 보도도 있다. 특히 이번 사고가 난 지역은 심야에 더욱 무서워 보이는 공간이다. 젊은 대학생들이 심하게 다투어도, 죽을 만큼 과음해도 행여나 끼어들었다가 자기가 다칠까봐 걱정하는 요즘 세태가 손 씨 사망을 방조한 것이란 생각도 든다. 심야에 퇴근했다가 새벽 6시에 출근하는 강력반 형사도 많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이번 손 씨 사망사건 처리를 보니 지난 7월부터 시행된 ‘자치경찰제’도 민생치안에 도움이 될지 걱정이다. 요즘 경찰은 50km, 30km 속도제한 단속 CCTV를 여기저기 마구 달아 국민을 등쳐먹는 미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자치경찰제가 본격 정착되면 경찰과 토호세력의 결탁, 경찰의 약강강약 자세 고착화, 정치적 중립 훼손. 지휘체계 파편화, 지방경찰 통제 어려움 등의 문제가 생길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현 정권이 이를 밀어붙인 것은 아마도 국가경찰과 지방경찰과의 충성경쟁을 통해 더 강력한 정권 장악력을 이끌어내고 설령 정권을 잃더라도 특정 지역에서 경찰 내 자기세력을 공고하게 확보하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한 경찰 중간간부는 “요즘 경찰이 콩으로 메주를 쓴다고 해고 곧이 안 믿는 상황이 됐다”며 “갈수록 경찰의 꽃이라는 수사를 맡으려 하지 않는 기피현상이 심화되고, 자치경찰제 도입으로 각종 서류작업만 더 늘었다는 불만이 팽패하다”고 말했다. 경찰에 승진할 자리를 더 만들려는 경찰대 출신 등 특정 세력들과 이에 부응해 정권 입맛에 맞게 경찰을 콘트롤하려는 정치권이 맞물려 사생아와 같은 자치경찰제가 탄생했다.곧 있으면 추석이다. 한강의 보름달을 쳐다보며 자식을 잃은 손 씨 부모는 얼마나 우울한 나날을 보낼 것인가. 경찰은 자초한 수사 불신을 씻어내기 위해 이 사망사건에 대한 보완수사를 해서 사건의 경위에 대한 상세한 설명, 시민과 네티즌이 제기한 의혹에 대한 명쾌한 해명, 자체적인 사건분석과 결론을 내줘야 할 것이다. 완벽한 해답은 아니어도 조직의 자존심을 갖고 소신에 따른 수사결론을 밝혀줘야 한다. 그저 ‘젊은 청춘들의 순간적 일탈에 의한 블랫아웃’ 사고로 지나치기엔 억울한 부모의 한과 가슴답답해하는 일반인의 심정을 해소할 길이 없다.
2021-09-18 21:3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