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유전학과 생물학이 인류의 건강과 질병에 대해 25%를 설명해주고, 나머지 75%는 사회경제적, 육체적(발육 및 교육) 요인에 좌우된다는 게 의과학자들의 견해다. 유전학 관련 지식과 개념이 급격히 확장하고 휴먼게놈프로젝트가 한창 진행되던 19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에는 유전학이 모든 것을 해결해줄 것으로 기대하기도 했다. 그 결과 오늘날 희귀질환의 80%이상이 유전자 이상에 의한 것임을 알게 됐고, 수많은 유전자치료제(안티센스올리고펩타이드(ASO)와 유전자 표적치료제, 후성유전 억제제 포함)가 등장했다.그러나 여전히 유전학이 설명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 질병 유발 유전자가 없어도, 질병 예방 유전자가 존재해도 병이 생기는 경우다. 이런 간극을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게 바로 후성유전학이다. 타고난 DNA 유전서열 기반 ‘유전학’ vs 생활습관·환경에 따른 DNA 발현 변화 ‘후성유전학’ 생명체 내에서 중요한 유전정보 및 생물학적 정보를 암호화하고 DNA 유전자서열과 그 기능을 규명하는 게 바로 유전학(Genetics)이다. DNA는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유전물질로 유전자 서열은 결코 변하지 않는다는 철칙을 바탕에 깔고 있다.반면 후성유전학(Epigenetics, 後生遺傳學)이란 DNA의 유전자 서열이 변화하지 않은 상태에서 유전자 발현이 생활습관이나 환경 등에 의해 좌우되는 것을 연구하는 유전학의 한 영역이다. 어원을 따져도 접두사 ‘epi’는 그리스어로 주변, 표피, 부수적인 것을 말한다. 한자로는 선천성이 아닌 ‘나중에 변화(발현)하는’ 의미로 후성이라 부른다.일란성 쌍둥이의 각기 다른 건강 상태는 후성유전학을 설명하기 쉬운 보기가 될 수 있다. 동일한 유전정보를 가진 쌍둥이 중 한 명은 비만이고, 다른 한 명은 정상체중을 유지했다면 전자의 경우 불균형한 식습관, 운동을 하지 않은 습관을 가졌을 확률이 높다. 이런 환경적 요인의 차이는 후성유전학적 변화를 유발할 수 있다.후성유전학은 타고난 DNA 서열의 발현 여부를 조절하는 DNA의 화학적, 물리적 변화에 대해 집중 연구한다. 화학적 변화로는 크게 DNA 메틸화(DNA methylation), 히스톤 구조변화(histone modification), 비암호화 RNA 활성( noncoding RNA action) 등이 있다. 히스톤 구조변화로는 효소촉매(enzyme-catalyzed) 아세틸화(acetylation), 메틸화(methylation), 인산화(phosphorylation), 유비퀴틴화(ubiquitylation) 등이 있는데 뉴클레오솜(nucleosome, 염색체의 기본단위) 내 DNA와 히스톤 간 상호작용에 영향을 미친다. 염색체 중 DNA가 나선형으로 감긴 실이라면, 히스톤은 DNA 가닥이 감기는 실패이자 저장 매질 역할을 한다. 이 중 가장 많이 연구되는 기전이 DNA 메틸화다. DNA의 시토신(C) 염기에 메틸기(-CH₃)가 결합하는 과정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메틸화가 되면 유전자 발현이 꺼지고(OFF), 메틸기를 제거하면(탈메틸화) 유전자가 발현된다(ON). 만약 암 유발을 억제하는 유전자가 메틸화되면, 이 유전자는 OFF 상태가 되어 암이 유발될 수 있다. DNA 메틸화 수준이 유전자 발현 정도(단백질 양)에 영향을 미치고 질병의 발생 또는 무병으로 이어진다. DNA 메틸화, 후성유전학에서 왜 중요한가? … 암 조기발견의 핵심 열쇠 많은 연구에서 DNA 메틸화에 의한 유전자 조절 변화가 암, 심혈관질환, 자가면역질환, 대사질환을 비롯한 많은 생명을 위협하는 질병의 발병과 관련돼 있는 것으로 보고됐다. 예를 들면 BRCA1 유전자는 유방암 및 난소암 발생과 연관된 유전자로, 종양을 억제한다. 유전자 변이로 이 유전자의 발현이 감소하면 종양 억제 기능이 약화돼 암 발생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 이 때 BRCA1 유전자에 DNA 메틸화라는 후성유전학적 변화가 오면 유방암에 발생하고, 그렇지 않으면 문제없이 보낼 가능성이 높아진다. 또 다른 예로 MLH1 유전자와 대장암의 연관성을 들 수 있다. DNA 손상을 수정하는 MLH1 유전자가 DNA 메틸화로 인해 발현이 억제되면, DNA 불일치 수리 기능이 감소하여 DNA 손상이 누적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로 인해 종양을 형성하는 데 필요한 변이들이 쉽게 발생할 수 있다. 정상조직과 대장암 조직에서 MLH1 유전자의 후성유전적 변화(DNA 메틸화)를 분석함으로써 대장암 등 기타 종양 발생에 미치는 영향을 가늠할 수 있다.후성유전학적 변화 중 다수는 종양 형성 및 질병 발생 초기에 발생한다. 따라서 이런 변화를 개인맞춤형 정밀의학, 선제적 예방의학 관점에서 조기에 평가한다면 질병의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어떤 유형의 암에 걸릴 위험이 높은지, 현재 어떤 상태인지를 파악해 암의 조기발견에 도움이 될 수 있다.신약개발 및 정밀의학진단의 단서가 되는 후성유전학수년 전부터 후성유전학 메커니즘을 표적으로 삼아 메틸화를 억제하거나 조절하는 신약들이 속속 등장했다. 예컨대 DNA methyltransferase(DNMT) 억제제는 일명 ‘저알킬화제’(hypomethylating agent, HMA)로서 아자시티딘(Azacitidine) 및 데시타빈(Decitabine) 등이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얻었다. Histone Deacetylase(HDAC) 억제제로는 Vorinostat, Romidepsin, Panobinostat, Belinostat 등이 FDA 허가를 받았다. 히스톤 및 비히스톤 단백질의 라이신 잔기에서 아세틸기를 촉매작용을 통해 제거하는 HDAC를 억제함으로써 아세틸화 수준을 증가시키는 기전을 갖는다. 혈액암에서 기존 치료제에 듣지 않고, 중증 부작용을 피하고 싶을 때 투여하는 약물들이다. enhancer of zeste homolog 2(EZH2) 억제제로는 미국 에피자임(Epizyme)의 ‘타즈베릭’(Tazverik, 성분명 타제메토스타트, Tazemetostat)이 FDA로부터 유일하게 승인받았다. 메틸트랜스퍼라제 억제제(methyltransferase inhibitor)를 겸하는데 2020년 1월 완전 절제 대상이 아닌 전이성 또는 국소진행성 상피양육종(epithelioid sarcoma, ES, 희귀연조직종양)이 있는 16세 이상의 성인 및 소아 환자의 세계 첫 치료제로 허가받았다. 이어 같은 해 6월 EZH2 변이 양성을 가진 재발성 또는 불응성 여포성 림프종(FL) 치료제로 추가 승인을 얻었다. EZH2는 EZH2 유전자에 의해 발현되는 히스톤-라이신 잔기의 질소 말단 메틸전이효소(histone-lysine N-methyltransferase enzyme: EC 2.1. 1.43)의 일종으로서 여기에 변이가 일어나면 후성적인 희귀종양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후성유전학적 신약들이 처방되려면 대부분 동반진단 검사나 바이오마커 검사를 거쳐야 한다. 후성 신약들이 점차 많이 등장하면 관련 정밀의학 진단검사도 함께 늘어날 전망이다. DNA 메틸화는 평생 건강관리의 바이오마커 … 질병예측, 조기진단, 예후관리에 도움 현재 DNA 메틸화는 체외진단에서 바이오마커로 활용될 만큼 충분히 안정적이다. 따라서 이를 활용한 예방의학 분야의 발전 가능성도 무궁무진하다.우선 흡연, 납·카드뮴·수은 등 중금속 노출, 미세먼지 등 환경적으로 유발된 메틸화 변화를 기준으로 질병 발생 위험도를 발병 전에 평가하는 게 가능하다.둘째, 다양한 유형의 암이나 중증 만성질환의 발병 초기에 메틸화가 일어난다는 점을 감안하면 비침습적 방법인 액체생검(혈액과 타액 등 체액을 통한 유전자 및 바이오마커 검출 검사)에서 DNA 메틸화 변화를 감지하여 질병을 조기진단할 수 있다. 이는 치료 가능성을 크게 높일 수 있는 지름길이다.셋째, 사망 위험도, 질병 진행 상태, 새로운 질병 발생 가능성을 예측하는 바이오마커로서 약물치료, 식이요법, 운동요법 등을 실천하는 세부사항을 결정할 때 도움을 얻을 수 있다. 아울러 이런 치료 노력으로 예후가 호전 또는 악화되는지 등을 모니터링하는 데 유용하다. 개개인의 DNA 메틸화 등 후성적 변화는 생활습관, 주거환경, 노출된 독성물질 등에 따라 다양하게 변할 수 있다. 수많은 연구에서 얻은 증거를 통해 질병 특이적 메틸화 변화가 질병을 예측하고, 치료성과를 평가하는 예후 바이오마커로 사용될 수 있으며 개인맞춤의학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란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예방의학 수단으로서 DNA 메틸화 지표는 쓸모가 많다. 생활습관, 식습관, 주거환경 개선을 통해 건강관리를 할 때 후성유전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는 잣대가 된다. 예컨대 엽산, 콜린, 베타인 및 비타민B군들은 DNA 메틸화를 조장하는 영양소로 작용할 수 있다. 하지만 이들 영양소가 결핍 또는 불균형을 이루면 체내 호모시스테인을 증가시켜 암, 치매, 심혈관질환을 일으키는 요인이 된다. 넘쳐도 안 되고, 모자라도 안 되는 영양소 밸런스를 후성유전학적 관점에서 맞춰줄 수 있다. 필수영양소 적당량을 꾸준히 섭취하도록 가이드하는 데 후성유전학적 지표가 도움이 된다. 식물에서 발견되는 물질 중 폴리페놀은 후성유전체 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과일, 씨앗, 야채 등에서 폴리페놀이 발견이 되는데, 이는 강력한 항암제이자 항산화제, 항염증제로 작용한다. 폴리페놀 종류인 갈산(Gallic acid, 곡물 과일의 외피, 베리류, 견과류, 차잎 등에 풍부), 시금치(Kaempferol), 강황(Curcumin) 양파(Quercetin), 레스베라톨(Resveratol) 등은 후성유전학 기전에 선한 영향을 주어 암 진행을 예방하고 억제하는 것으로 보고돼 있다. 또 후성유전학 조사로 생체나이 예측이 가능하다. 금연, 금주, 규칙적 운동 등의 생활습관은 DNA 메틸화를 억제함으로써, 노화 가속도를 늦춰 생물학적 나이보다 어린 생체나이를 갖게 해 노화를 늦출 수 있다.후성유전학 진단 선두주자 시선바이오 ‘메틸케어’ 서비스 이에 국내 유전진단 전문업체들도 후성유전학적 진단검사 제품을 속속 내놓고 있다. 이 분야의 선두주자인 시선바이오머티리얼스(대표 박희경)는 올해 초 암 발생 위험도를 예측하는 개인맞춤형 메틸화 검사 서비스 ‘메틸케어’를 내놓고 마케팅을 활발하게 전개하고 있다.메틸케어는 여러 암종 중 가장 유전성이 높은 유방암 난소암 대장암을 비롯해 간암 폐암 위암 전립선암 방광암 췌장암 자궁내막암 등 10종을 시작으로 차츰 암종 수를 늘려나갈 계획이다. 바이오마커는 국내서 가장 많은 20개 바이오마커를 확보하고 있다. 이들 중 몇 가지를 포함해 시선바이오는 한국인에 적합한 바이오마커 10여종을 자체 발굴했다. 메틸케어의 장점은 무엇보다 정확도에 있다. 시선바이오의 DNA 메틸화 검사에 쓰이는 독자적인 Epi-sPNA는 메틸화된 C(사이토신)와 선택적인 소수성 결합을 하는 특수 작용기를 화학적 및 구조적 안정성이 높은 PNA(인조 DNA)에 붙인 것으로, 가장 흔하게 메틸레이션이 일어나는 C-G(시토신-구아닌)간 서열에서 얼마나 많은 메틸화가 이뤄졌는지를 확연하게 보여준다. Epi-sPNA는 기존 진단업체들이 DNA 메틸화를 확인하는 데 쓰는 바이설파이트(Bisulfite)를 채택하지 않는다. 바이설파이트는 처리 과정에서 DNA 손실이 크고, 정확도 및 재현성이 떨어지고 위양성률이 높게 나오는 문제가 컸다. 또 3회가량 확인하는 과정에서 검사에 3일 이상이 소요됐고 민감도를 나타내는 최소검출한계가 10%에 달했다. 따라서 메틸케어는 높은 정확도, 재현성과 하루 만에 끝나는 단축된 검사시간을 자랑한다. 더욱이 메틸케어는 DNA 메틸화 수준을 정성이 아닌 정량적 수준으로 분석해준다. 의사들로서는 정량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좀 더 정교한 평가와 처방이 가능하다. 의료소비자에게는 건강지표별로 ‘안심’ ‘관심’ ‘주의’ 등 명료한 분석결과를 제시한다. 병원 경영 측면에서 메틸케어 서비스는 실손보험 적용을 받을 수 있어 유리하다. 임상적으로 검증된 바이오마커를 바탕으로 건강상태의 호전이나 악화를 지속성 있게 정량적으로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병원별로 희망할 경우 더 많은 암종과 바이오마커를 검사 항목에 유연하게 추가할 수 있다. 박희경 시선바이오 대표는 “가장 임상적으로 의미 있고 검증된 바이오마커를 엄선해 메틸케어 서비스에 담았다”며 “지속적인 임상시험을 통해 유용한 바이오마커를 확충하고, 혈액 한 방울로 후성적 변화에 의한 건강상태를 파악할 수 있도록 기술을 발전시키겠다”고 말했다.
2023-09-05 17:29:59
코로나19 대유행을 계기로 한시적으로 허용됐던 비대면 진료가 지난 5월 30일 종료됐고 이어 6월 1일부터 시범사업이 시작됐다. 보건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 대한약사회, 한국디지털헬스산업협회, 원격의료산업협의회 등 관련 의약단체는 21일 서울 중구 서울시티타워에서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자문단’ 실무회의를 개최하고 시스템 개선 방안과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지침 위반사례 관리방안을 논의했다.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지난 18일 전체회의를 시작으로 오는 22일 예산결산심사소위, 23일 제2법안심사소위원회, 24일 제1법안심사소위원회, 25일 전체회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 중 24일 제1이 법안소위에서 비대면진료와 관련한 정부안을 놓고 집중 논의한다. 보건복지부는 우선 이달 31일 종료되는 3개월의 시범사업 계도기간에 즈음해 오는 9월 1일부터 불법 비대면진료에 대한 근절 대책 강화, 처방 제한 의약품 확대 등을 적극 시행한다고 밝혔다.복지부는 지난 계도기간 중 △초진이 아닌 환자 진료 △재택수령 대상자가 아닌 환자에게 약 배송 △불법 대리처방 등 시범사업 지침 및 의료법 위반 의심 사례들이 확인됐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시범사업 지침을 위반해 비대면진료를 실시하면 의료법, 약사법 위반에 해당한다”며 “계도기간 종료 후에는 지침 위반에 대해 보험급여 삭감, 행정지도·처분 등으로 적극 관리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의료기관이 초진 대상 환자를 확인하기 어렵다는 지적에 따라 의료기관이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수진자 자격 조회’와 연계해서 초진 대상자를 확인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선하고 있다고 복지부는 설명했다.아울러 다음 달 1일부터 복지부 콜센터에 ‘불법 비대면진료 신고센터’를 설치해 운영한다. 환자, 의료인, 약사 등이 비대면진료 지침을 위반하는 사례를 인지한 경우 복지부 콜센터(129)에 신고하면 된다. 마약류 및 오남용 우려로 처방을 제한하는 의약품은 추가할 예정이다.시범사업 계도기간 종료와 법제화를 앞두고 비대면진료를 둘러싼 각계 논란도 다시 불붙고 있다.대한의사협회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의료 플랫폼의 과대광고와 초진 환자 유도 등의 불법행위, 의약품 오남용 사례 등 수많은 부작용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며 “소아청소년과 야간(휴일) 비대면 진료 초진은 허용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중개 플랫폼 불법행위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비대면진료로 인해 비급여 의약품이 오남용되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보건의료단체연합, 참여연대, 민주노총, 한국노총 등이 참여하는 무상의료운동본부와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 등 4개 환자단체는 “영리 플랫폼을 허용해 기업 돈벌이를 돕고 의료를 상업화시킨다는 게 비대면진료의 핵심 문제”라며 “비대면진료를 허용하더라도 정부가 공공플랫폼을 운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비대면 진료 의료법 개정안에 대한 정부 의견도 일부 공개됐다. 이에 따르면 비대면 진료 대상 환자로는 ‘재진 환자’, 실시기관은 ‘의원급 의료기관’으로 국한했다. 다만 △수술 후 관리 △ 희귀질환 △재외국민, 교정시설 재소자 중 의원급 시설로는 비대면이 곤란한 진료 등에 대해서는 병원급 의료기관에서 수행할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비대면 진료 환자에게 주기적 대면진료 실시 의무를 부여하고 비대면만 전담하는 형태로 운영을 금지키로 했다. 또 마약류 등 처방금지 등을 강제키로 했다. 비대면 진료 중개업/중개매체(앱)에 대한 정의도 정리했다. 중개매체는 의료인 등이 진료 요청 확인, 진료실시, 처방전 전달을 위해 사용되는 인터넷 매체로 규정했다. 중개업자는 중개매체를 제공·운영하려는 자로 정의했다. 비대면 진료 중개매체를 운영하는 중개업자는 보건복지부 장관에서 신고를 통해 운영하도록 하되, 복지부는 형식적 요건에 맞으면 수리하도록 했다. 중개업자는 보건복지부 장관이 정한 중개매체 제공·운영기준을 따르도록 했다. 업무과정에서 알게 된 의료인, 의료기관 환자의 정보 누설 또는 부당 목적 수집·이용을 금지하도록 했다. 환자 유인·알선 및 의료기관과 약국 간 담합 유도를 금지하도록 했다. 중개업자가 이를 위반할 시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는 규정도 뒀다.또 의료인의 진료에 개입하거나 의료 오·남용을 조장하는 등 의료인의 전문성과 환자의 의사를 저해할 수 있는 행위를 금지하도록 하고 이를 어길 시 영업정지 처분을 내리도록 했다. 이번 정부안에서도 약 배송 허용이 빠졌다. 이에 대해 지난 7월 조병욱 바른의료연구소 연구위원은 한 토론회에서 “진료는 비대면으로 받고 약은 약국 가서 받으라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비판했다. 당시 토론회에서 장지호 원격의료산업협의회 공동 회장(닥터나우 대표)는 “비대면진료가 일부 걸음을 뗀 상황에서 약은 대면으로 받으라는 게 국민 상식에 부합하는 것인지 묻고 싶다”며 “복약지도가 필요하다고 하는데, 복약지도 또한 영상 등을 통해 비대면으로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비대면 진료는 2020년 3월 코로나19 유행이 ‘심각’ 단계로 격상되면서 한시적으로 허용돼왔다. 하지만 지난 5월 정부가 이를 세계보건기구(WHO)의 권고대로 ‘경계’로 낮춤에 따라 한시적 허용이 금지됐다. 3년 남짓한 허용 기간에 1300만명(연인원)이 비대면 진료를 이용했다. 퇴근 후인 20시부터 0시까지 비용한 비율이 16%를 넘었고, 심야시간인 0~7시에도 10% 이상을 차지했다. 미국은 1997년부터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고 있다. 조지아주, 텍사스주 등 일부 주는 초진의 비대면 진료를 제한하고 있지만 대다수 주는 특별한 제한 없이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고 있다. OECD 국가 중 제도적으로 비대면 진료를 도입하지 않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는 게 원격의료산업협의회의 주장이다.의료계는 처음에는 비대면 진료를 전면 반대했다가 올 들어서는 차츰 의원급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허용 필요성을 표출하고 있다. 다만 소아청소년과 진료나 초진 환자 진료는 비대면이 허용되서는 안 된다는 것을 고수하고 있다. 소아청소년과는 비대면 진료시 오진이 날 가능성이 높다는 입장이다. 또 초진의 비대면 진료는 국민건강 안전성 훼손, 비필수 의약품(탈모증 여드름 등의 치료제)의 오남용이 초래된다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이에 대해 원격의료산업협의회는 비대면 진료앱 이용자의 96%가 경증 초진환자라고 주장하는 반면 보건복지부는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진료를 제외하면 재진이 80%, 초진이 20%라는 데이터를 내놓고 공박 중이다. 산업계와 이에 동조하는 보수언론들은 비대면 진료 활성화를 적극 부추기고 있다. 정보통신 기술이 강한 우리나라에서 미래 먹거리 사업으로 비대면진료를 포함한 원격의료산업, 디지털의료를 키워야 한다는 논거다. 반대로 보건의료계와 의료 오남용을 우려하는 시민단체는 아주 제한적으로 비대면 진료의 문호를 열어야 한다는 입장이다.향후 국회 논의 과정에서 정부안이 통과될지, 논의도 못하고 좌절될지, 대폭 수정될지 알 수 없다. 다만 영리의료를 부정하는 야당이 다수당인 상황에서 이번 국회에서 비대면 진료는 매우 제한적으로 허용되는 방안으로 입법이 되거나, 논란을 피하기 위해 다음 국회로 넘어갈 공산이 커 보인다.
2023-08-21 11:25:50
우세준 분당서울대병원 안과 교수ㆍ윤상웅ㆍ최종원ㆍ김보리 피부과 교수 연구팀(공동저자 안과 최승우 임상강사, 피부과 김민재 전공의)이 대규모 코호트 연구를 통해 한국인 건선 환자에서 포도막염 발생 위험을 분석, 건선 중증도가 높을수록 포도막염 발병률도 높아진다는 사실을 발표했다.건선은 피부에 두꺼운 각질과 함께 붉은 발진이 나타나는 만성ㆍ염증성 면역 매개 피부 질환으로, 한 해 병원을 찾은 환자 수만 16만 명에 이른다. 면역 체계의 과도한 반응이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이러한 건선은 실명의 원인이 되는 ‘포도막염’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은데, 포도막염 역시 바이러스에 감염된 일부 환자를 제외하면 대부분 자가면역질환 등 면역 체계의 이상과 관련이 깊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고령에서 주로 발생하는 백내장, 녹내장과 달리 포도막염은 연령, 성별에 상관없이 나타나고, 증상을 방치할 시 실명으로 진행될 위험이 높아 주의가 필요하다.최근 덴마크, 대만 등에서 건선과 포도막염의 연관성을 확인하기 위한 대규모 코호트 연구가 이뤄졌으나, 전체적인 연관성을 확인했을 뿐 건선 중증도에 따른 포도막염의 발병 패턴과 유형을 정밀하게 규명하지 못했다는 한계가 있었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는 관련한 대규모 연구 자체가 없어 한국인에 최적화된 치료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기에도 어려움이 있었다.이에 연구팀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기반으로 2011년부터 2021년까지 건선으로 진단된 20세 이상 환자 32만여 명과 건선 없이 두드러기만 앓는 대조군 64만여 명의 포도막염 데이터를 비교 분석하는 대규모 코호트 연구를 수행했다.그 결과, 건선 환자에서 포도막염의 발병 위험도는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유의미하게 증가했으며, 그 중에서도 건선 중증도가 높을수록 포도막염, 앞포도막염, 재발성 포도막염 등의 위험성이 전반적으로 증가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가장 실명 위험이 높은 포도막염 유형인 ‘전체 포도막염(Panuveitis)’의 경우 이번 연구에서 건선 유무에 따른 발병률 차이는 매우 적었으나, 건선관절염을 동반한 건선에서는 위험도가 급격히 증가해 1000인년 당 0.44명의 발병률을 기록했다. 이는 1000명을 1년간 관찰했을 때 0.44명꼴로 환자가 발생한다는 의미로, 비건선 환자(대조군)에 비해 두 배 이상 높은 수치다.또한 연구팀은 건선 첫 진단 후 3년 내 포도막염 재발할 확률이 가장 높다는 사실을 규명했는데, 포도막염의 진단과 치료시기를 결정하기 위한 협진의 ‘골든타임’으로 볼 수 있어 치료 지침 마련에 큰 기여를 할 전망이다.우세준 교수는 “대규모 코호트 연구를 통해 한국인 건선 환자에서 포도막염의 위험성을 자세하게 분석한 연구”라며 “건선 환자들은 시각적인 문제가 발생하는 지 주기적인 검진을 통해 확인할 것을 권하며, 특히 건선 중증도가 높거나 관절염을 동반할 경우 각별히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윤상웅 교수는 “한국에서는 평균적으로 약 35세를 전후로 건선이 초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면역학적 이상에 의한 질환인 만큼, 포도막염을 비롯한 합병증 위험이 높아 가볍게 넘기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2023-08-16 09:47:30
구강내시경 갑상선절제술이 기존의 절개 갑상선절제술과 비슷한 수준으로 안전한 수술법이라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오문영 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 갑상선센터 임상강사, 채영준 외과 교수연구팀은 보라매병원에서 2020년 발표한 구강내시경 수술법과 절개 수술법에 대한 논문을 포함해, 2016년부터 2022년 사이에 출간된 13개의 비교 논문을 대상으로 체계적 문헌 고찰과 메타분석 연구를 진행했다.메타분석 연구 결과 구강내시경 갑상선절제술은 절개 수술법보다 수술 후 통증이 적었고, 합병증 및 기타 수술 성적은 두 수술법이 비슷하다고 보고했다.그간 환자들이 받았던 기존의 절개 갑상선절제술은 표준적인 수술법이었으나 목 부위에 영구적인 흉터를 남기게 되어 환자들의 삶의 질 개선과 미용적 요구가 있었다.2016년도에 임상에서 최초로 도입된 경구강 갑상선절제술은 아래입술 점막에 3개의 구멍을 내고 갑상선에 접근하는 수술법으로 갑상선 수술법 중 유일하게 피부 절개가 없는 수술로, 환자들의 수술 후 미용적 만족도가 높다. 연구팀은 이 연구에서 특정 환자들에서 구강내시경 갑상선절제술이 매력적인 대안으로 간주할 수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연구 결과 재발성 후두 신경 손상에서 기존의 수술법과 구강내시경을 통한 갑상선 절제술의 수술 결과를 비교한 결과 두 그룹 간의 유의미한 변화가 없었으며 수술 2주 후 구강내시경을 통해 수술한 환자가 신체적인 부분과 심리적인 부분에서도 비교적 더 나은 결과를 얻었다고 밝혔다.채영준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구강내시경 갑상선절제술은 기존의 수술법에 비해서 적은 통증으로도 훌륭한 수술 성적을 보인다는 것을 밝혔다”며 "구강 접근법은 피부에 미용적으로도 장점이 커 피부 절개를 원하지 않는 환자들에게 좋은 수술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2023-08-04 09:42:22
김중선·이승준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교수, 홍순준·차정준 고려대 안암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연구팀은 동맥경화 초고위험군에서 중등도 스타틴·에제티마이브 병용 치료가 기존 고용량 스타틴 단독 치료에 비해 LDL 콜레스테롤 수치를 효과적으로 조절하고, 약제를 지속적으로 투약할 수 있는 순응도가 높다고 3일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미국 의학협회 저널 심장학’(JAMA Cardiology, IF 24.0)에 게재했다.초고령사회에 접어들고 서구화 식단의 확대로 심근경색, 뇌경색과 같은 중증 질환을 앓는 환자가 증가하고 있고, 기저 질환과 인체 전반에 걸친 동맥경화로 중증 혈관폐쇄질환의 발생 위험이 높은 동맥경화 초고위험군의 비율이 점차 늘고 있다.동맥경화 초고위험군은 심근경색이나 뇌졸중의 재발, 심인성 사망을 막기 위해 LDL 콜레스테롤 수치를 적정 수준(55mg/dL 또는 70mg/dL 이하)으로 낮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LDL 콜레스테롤을 낮추기 위해 간에서 LDL 콜레스테롤 합성을 저해하는 스타틴 약물요법을 가장 많이 사용한다.하지만 고용량의 스타틴 치료를 지속하면 근육 손상, 간 기능 저하, 혈당 상승 등 부작용 발생 위험이 높아 장기적인 투약이 어렵다.연구팀은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연구팀이 국제학술지 란셋에 발표한 기존 연구(고강도 스타틴 단독치료와 비교해 중등도 스타틴·에제티마이브 병용요법의 LDL 콜레스테롤 조절 효과의 우수성을 증명)의 환자 위험도 기반 하위분석을 진행했다.연구팀은 동맥경화 초고위험군 환자 1511명을 대상으로 고강도 스타틴 단독요법과 중등도 스타틴·에제티마이브 병용요법의 치료 효과를 비교 분석했다. 동맥경화 초고위험군은 심근경색 과거력, 말초동맥질환 동반, 고혈압 등 12가지 질환을 보유한 환자로 정의했다.연구팀은 두 치료 요법을 무작위로 배정한 후 3년간 추적해 LDL 콜레스테롤 평균 수치와 심장마비·심근경색·뇌경색 등 합병증 발생률, 환자에게 약제를 지속적으로 투약할 수 있는 순응도를 분석했다.두 집단의 관찰 기간동안 LDL 콜레스테롤 수치 중앙값을 분석한 결과 병용요법군에서 57mg/dL, 단독요법군에서 65mg/dL로 병용요법군에서 우수한 LDL 콜레스테롤 저하 효과를 보였다. 임상 추적 기간 동안의 심장마비, 심근경색, 뇌경색 등 합병증 발생률에 있어서는 병용요법군이 11.2%로 단독요법군(11.7%)과 차이가 없었다.또한 약제에 대한 거부반응으로 투약을 중단한 비율은 병용요법군은 4.6%로 단독요법 7.7%와 비교해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나 지속적인 투약에 있어서도 이점이 있는 것을 확인했다.김중선 교수는 “혈관폐쇄질환 발생 위험이 높은 초고위험군 동맥경화 환자에서 중등도 스타틴·에제티마이브 병용요법이 고강도 스타틴 단독요법과 비교해 LDL 콜레스테롤을 효과적으로 조절함은 물론 부작용으로 인한 약물 중단, 합병증 발생 위험이 낮은 것을 확인했다”며 “초고위험군 동맥경화 환자를 대상으로 보다 효과적인 치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2023-08-03 13:57:44
근로복지공단은 지난 7월 27일, 의지개발 전문업체인 ㈜휴고다이나믹스와 하지절단장애인을 위한 보급형 대퇴의지(4축 공압식)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고 1일 밝혔다. 보급형 4축 공압식 대퇴의지는 무릎 위 일부가 절단되었을 때 절단된 다리의 기능을 복원하기 위하여 사용된다.공단 재활공학연구소는 2022년부터 “대퇴 절단장애인을 위한 다리의지 3종 개발 및 인증, 실증 체계구축을 통한 상용화” 국책과제(보건복지부)를 수행해 그 최종 결과물로 보급형 대퇴의지 개발을 완료했다. 이번에 기술 이전한 제품은 국제표준(ISO 10328)의 성능 기준을 만족하며 다양한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완료했다. 하지절단자 전용 실증시스템을 통해 제품의 안전성을 확보해 조기에 산재장해인에게 보급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국내시장 진입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기술을 이전 받은 ㈜휴고다이나믹스는 올해 안에 제품화해 콩고 민주공화국 등 아프리카에 해외 진출을 계획 중이다. 이번 기술이전으로 연구소가 개발한 제품이 해외시장을 개척하는 새로운 시대를 열 것으로 기대된다.개발책임자 박세훈 첨단의지연구팀장은 “이번 개발품은 정밀공압제어 메커니즘을 통한 부드러운 보행뿐 아니라 무릎 꿇기, 쪼그려 앉기 등 일상생활에 꼭 필요한 자세가 가능하며, 특히 고가의 유압식에 비해 가벼워 근력이 약한 고령층 장애인도 쉽게 적응 가능하다는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2023-08-02 10:29:34
근시는 눈의 기능이 떨어져 가까운 물체는 뚜렷하게 잘 보이지만, 멀리 있는 물체는 또렷하게 보이지 않는 현상을 말한다. 최근 영상 매체 발달과 온라인 수업 등으로 인해 부모 입장에서는 우리 아이가 눈이 나빠지지는 않을지 걱정되기 마련이다.너무 일찍부터 안경을 씌우는 것도 고민인 경우, 방학을 맞아 드림렌즈를 이용한 교정을 생각해볼 수 있다. 근시의 드림렌즈 치료에 대해 김태기 강동경희대학교병원 안과 교수에게 물었다.스마트폰·근거리 독서·PC사용 등 환경적 요인으로 발생 위험 지속 증가세계보건기구(WHO)의 보고서(World report on vision)에 따르면,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국가들에서 근시가 가장 많고(51.6%), 한국의 대도시 청소년은 약 97%가 근시를 겪고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대한안과학회도 초등학생의 근시가 1970년대 8~15%에서 2000년대 46.2% 등 점점 늘어나고 있음을 밝혔다.근시는 유전적 요인, 과인슐린혈증 등의 영양적 요인, 과도한 근거리 작업이나 스트레스 등의 환경적 요인이 복합돼 발생한다고 추측되고 있다. 우리나라 청소년은 스마트폰 사용, 근거리 독서 및 공부, 컴퓨터 게임을 하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근시가 발생할 위험이 커지고 있다.안구 성장 억제해 근시 진행 늦추는 ‘드림렌즈’ 치료시력이 거의 완성되는 만 5세 정도부터는 근시가 있는 경우에 드림렌즈를 시도할 수 있다. 드림렌즈의 목적은 근시 진행억제와 시력교정이다. 성장기 어린이는 빠르면 1년에 1디옵터씩 근시가 진행할 수도 있어 고도 근시로 이어지지 않게 하려면 되도록 빨리 병원에 방문해 진단과 치료받는 것이 중요하다.김태기 교수는 “해외 연구에서도 드림렌즈 시작 연령이 낮을수록, 안구 성장을 더 많이 억제하여 근시 진행을 늦추는 것으로 보고돼 있다. 그러나 너무 어린 연령에서는 렌즈 적응이 어려워 보통 초등학생이 되며 착용하는 경우가 많다”라고 설명했다. 하드 렌즈가 각막 눌러주며 교정 효과드림렌즈는 자는 동안 눈을 감은 상태에서 눈꺼풀 압력에 의해 하드 렌즈가 각막 형태를 변화시켜 각막을 편평하게 만든다. 덕분에 안경 착용 없이도 시력 교정이 가능하다. 김태기 교수는 “드림렌즈의 근시 진행 억제 효과에 대한 기전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주변부 망막의 원시화를 줄여 근시 진행을 억제하는 것으로 추측된다. 드림렌즈의 착용을 중단하면 2~3일 이내에 원래 본인의 시력이 돌아오니, 매일 밤 착용하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최소 6시간, 평균 8시간 착용하고 수면 필요드림렌즈 효과를 보려면 최소 6시간 이상의 수면시간이 필요하다. 보통 8시간 수면 시에 하루 정도 교정 효과가 있어 가능하면 8시간 이상 수면을 권한다. 수면 자세는 바로 누운 상태로 잠을 자는 것이 좋다. 엎드려 자는 것은 눈에 압력이 가해질 수 있어 좋지 않다.근시, 난시 심하거나 각막 문제 있으면 효과 떨어져드림렌즈는 개인마다 각막의 모양이 다르므로, 각막 형태에 따라 정확한 렌즈를 제작해야 시력 개선에 도움된다. 누구나 다 드림렌즈 치료가 가능한 것은 아니다.△근시량이 –5 디옵터 이상, 각막이 지나치게 편평하거나 뾰족한 경우에는 교정이 어려울 수 있다. △난시량이 1.5 디옵터 이상으로 많은 경우에는 렌즈 중심 잡기가 어려워 교정에 실패할 확률이 높다. 그 외에 △원추각막이나 각막 혼탁 등 각막 질환이 있는 경우, 조절되지 않는 알레르기 결막염이 있는 경우에는 착용해서는 안 된다.‘렌즈’ 익숙하지 않은 소아, 부모 관심 아래 꾸준 관리해야어린 나이에는 렌즈를 처음 착용해보는 경우가 많고, 수면 시에 착용하는 렌즈이므로 소아는 착용 및 관리에 있어서 보호자가 함께 관리해야 각막염과 같은 부작용 없이 렌즈를 착용할 수 있다.또한, 정기적으로 안과를 방문해 각막 상태 및 근시 상태를 확인해야 렌즈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조기에 발견할 수 있다. 렌즈 수명은 2년 정도이며, 관리 상태와 근시 진행 정도에 따라 일찍 교체해야 할 수 있다.한편, 강동경희대병원 안과는 정확한 드림렌즈 처방을 위해서 각막지형도 검사 및 시험 드림렌즈 착용이 가능해 착용 상태 및 교정 효과를 확인할 수 있다. 또한, 렌즈 착용과 관련해서 발생할 수 있는 각막 부작용에 대해서 조기 진단 및 치료를 실시하는 진료 시스템이 구축돼 있어 안전하게 렌즈 착용이 가능하다.
2023-07-24 11:34:18
경희대병원 염증성질환센터는 장내 초음파(intestinal ultrasound)를 적극 활용해 환자 삶의 질 변화에 발 빠르게 대처해나가고 있다. 시행 건수는 도입한 이후 1,000례를 넘어섰다. 만성질환인 염증성장질환(크론병, 궤양성 대장염)은 평생에 걸쳐 추적관찰이 필요하다. 기존에 활용되고 있는 CT, MRI, 소장검사의 경우, 비용적인 부담과 더불어 방사선 노출, 대기시간, 장정결제 복용 등 환자의 불편함이 초래되고 있다. 이창균 센터장(경희대병원 소화기내과)은 장내 초음파에 대해 “복부초음파와 유사하게 대장과 소장의 염증과 합병증 정도를 관찰할 수 있는 영상진단 방법으로서 환자의 장 구조와 기능을 시각화해 더욱 손쉽게 상태를 확인하고 이를 바탕으로 실시간적으로 치료효과 평가 및 최적의 치료방법을 결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의료진 뿐만 아니라 환자 모두에게 유용한 검사를 적극 도입하는 등 다양한 진단 및 치료 옵션 제공에 더욱 힘쓰겠다”고 말했다. 한편, 경희대병원 염증성장질환센터는 매년 개최하고 있는 연수강좌를 통해 장 초음파 교육을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있으며, 최근 아시아염증성장질환학회에서 ‘크론병환자에서 장 초음파와 분변, 혈액 염증지표의 상관관계에 관한 연구’를 우수연제로 발표하는 등 관련 연구와 진료를 선도해나고 있다.
2023-07-18 09:17:53
공복혈당 수치가 높을수록 음주량이 늘어나면 간암 위험도 크게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전당뇨 환자가 과음하면 비음주 정상혈당의 일반인보다 간암 위험이 유의하게 증가하기 시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과음하는 당뇨 환자는 비음주 정상혈당의 일반인보다 간암 위험이 약 3배 이상 증가했다. 당뇨뿐만 아니라 전당뇨 단계에서부터 간암 예방을 위해 더욱 철저한 금주를 실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간암은 우리나라에서 7번째로 많이 발생하는 암이다. 환자 10명 중 6명은 5년 이내 사망할 만큼 예후가 좋지 못하다. 대표적인 위험인자로는 간경변, B형/C형 간염바이러스, 과체중, 흡연, 과음, 당뇨병 등이 있다.최근 예방접종의 발전과 효과적인 항바이러스제 개발로 인해 간염바이러스로 유발되는 간암은 점차 감소할 것으로 예측된다. 따라서 간암의 위험인자 연구에 있어 과음 및 당뇨병의 중요성이 증대되는 중이다.유수종·조은주 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정고은 강남센터 소화기내과 교수, 한경도 숭실대 정보통계보험수리학과 교수 공동연구팀이 2009년 국가건강검진에 참여한 성인 938만7670명을 대상으로 혈당 수준에 따른 알코올 섭취량 및 간암 위험의 연관성을 분석한 결과를 11일 발표했다.기존 연구에서 ‘과도한 알코올 섭취’와 ‘높은 혈당 수치’는 산화 스트레스를 유발해 간암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2가지 위험인자 조합이 복합적으로 간암 발생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선 지금껏 연구된 바 없다. 연구팀은 건강검진에서 측정된 공복 혈당 수치에 따라 성인 938만 여명을 △정상혈당(<100mg/dL) △전당뇨(100~125mg/dL) △당뇨(≥126mg/dL) 이상 3개 그룹으로 구분했다. 이어서 각 집단을 주당 알코올 섭취량에 따라 △비음주(0g) △경·중등도 음주(1~209g) △과음(≥210g)으로 다시 구분했다. 중간값 8.3년 동안 추적 관찰한 결과, 전체의 0.37%(34321명)에서 간암이 발생했다. 그룹별 간암 발생 위험비 분석 결과, 모든 혈당 상태에서 알코올 섭취가 증가하면 간암 위험도 선형적으로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정상혈당군 및 전당뇨군에 비해 ‘당뇨군’에서 알코올 섭취 증가에 따라 간암 위험이 가장 크게 증가했다.정상혈당 비음주군과 비교했을 때, 전당뇨 경·중등도 음주군과 전당뇨 과음군의 간암 위험은 각각 1.19배, 1.67배 증가했다. 당뇨 경·중등도 음주군과 당뇨 과음군의 간암 위험은 각각 2.02배, 3.29배 증가했다. 즉, 공복혈당 수치로 평가한 혈당 수준이 높을수록 알코올 섭취 증가 시 간암 위험이 더 큰 폭으로 증가했다.추가적으로 정상혈당 비음주군과 비교했을 때, 정상혈당 과음군의 간암 위험은 1.39배 컸다. 반면 당뇨 비음주군은 1.64배로 정상혈당 과음군보다 더 큰 간암 위험 증가를 보였다. 당뇨병 환자의 경우 음주량과 관계없이 간암 위험이 높았던 것이다.따라서 당뇨나 전당뇨로 진단받은 사람은 간암 예방을 위해 적극적인 금주가 필요하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유수종 교수는 “이번 연구는 간암 위험에 영향을 미치는 알코올 섭취량과 혈당 상태의 상호작용을 조사한 최초의 연구”라며 “개인의 혈당 상태에 따라 같은 양의 음주도 간암 위험을 크게 증가시킬 수 있으므로, 간암 예방 전략 수립 시 개별화된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2023-07-11 09:47:36
지난 4월 27일 방문한 인천광역시 근로복지공단 산하 재활공학연구소는 85명밖에 되지 않는 조직으로 너무도 많은 ‘K 재활공학’ 첨단제품을 개발하고 있었다. ‘K-의족’ ‘K-의수’ ‘K-전동휠체어’ 등 몇몇 품목은 이미 글로벌 5위권에 진입할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는 게 연구원들의 자부심이었다. 우선 K-의족(K-leg)은 하지가 절단된 환자의 보행을 돕는 바이오닉스 재활기기다. 무릎 이하만 절단된 다리와 무릎까지 절단된 다리는 그 중증도와 재활 가능성이 현저하게 달라진다. 연구소는 현재 무릎이 절단된 환자도 커버할 수 있는 로봇공학적 K-의족(인공무릎)을 개발했다.이석민 재활공학연구소장은 “의족은 발바닥부터 무릎에 이르기까지 보행 시의 압력이 고르게 분산돼야 하고 기계공학적으로 리드미컬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절단되지 않는 건강한 다리까지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의족은 연구소가 설립된 지 4년 만인 1998년에 ‘단축식’(단순기계식) 인공의지를 처음 선보인 것을 계기로 2008년을 전후로 전자제어식(2세대, 속도조절 가능, 일상적 평탄 보행)로 진입했다. 2018년부터 지금의 바이오닉형(3세대)로 전환했다. 바이오닉형은 가히 ‘K-leg’라고 할 만큼 속도 조절은 물론 경사로를 오르내릴 때의 몸의 균형과 적절한 힘의 구현을 가능케 한다. 그 결과 한 족당 5000만~1억5000만원에 달하던 인공무릎의 가격은 국산 기술이 개발되면서 1700만원(산재보험 적용 시)까지 내려갔다. 이석민 소장은 “첨단 의족 개발에 성공한 나라는 독일, 영국, 미국 등에 이어 한국이 4번째”라며 “독일 등 선진 3개국은 전쟁을 많이 치러 의족 개발에 노하우가 축적된 것을 감안하면 한국은 단기간에 기술을 축적한 성공사례”라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연구소는 현재 4세대로 향상시키기 위한 가속을 밟고 있다. 일명 ‘K4(Extreme, 극한형)’ 의족이다. 등산까지 가능한 정도로 기능을 향상시키는 게 목표다. 현재 4.5kg에 불과한 의족으로 100kg의 하중을 거뜬하게 견뎌낼 수 있다. 이는 정상인도 힘든 수준의 기능이다. 연구소에서 K의족으로 재활훈련 중인 한 산재근로자는 “적응에 한 달 이상이 걸린다”며 “처음에 습관을 잘 들여야지 그렇지 못하면 몸에 이상이 발생하기 때문에 개발자의 조언을 들어가며 재활훈련에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하지마비 환자용 보행재활 훈련로봇도 곧 성과가 가시화될 예정이다. 현재 국방과학연구소와 공동으로 개발 중인데 오는 8월말에 개발이 완료되면 연내에 상용화가 가능할 전망이다.이 로봇은 뇌졸중, 외상성 뇌손상, 불완전 척추손상 등에 의한 편마비로 다리에 미치는 신경과 근육이 원활하게 작동하지 않아 걷는 게 불가능한 환자를 위한 재활훈련용이다. 과거 기계식 보행보조기(RGO)는 다리가 굽혀지지 않아 무릎에 무리를 주기 십상이었다. 하지만 현재 개발 중인 로봇은 무릎이 적당하게 굽혀져 충격을 커버하므로 걸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전동보조기(로봇)를 착용하지 않으면 낙상 위험이 있지만 보조기를 착용하면 슬관절 및 족관절의 외회전이 감소하면서 보행 시 안정감을 가질 수 있다. 로봇이 개발되면 9000만원에 이르는 외제 제품의 가격이 1500만~2000만원대(산재 적용시)로 떨어질 전망이다.세계보건기구(WHO)는 높은 의족 및 하지재활로봇의 가격을 낮출 것을 세계 각국과 제작사에게 요구하고 있지만, 가장 해당 환자가 많은 중국의 경우 전부 외제를 쓰고 전액 자비로 구입하는 상황이다. 연구소에 들어서니 자율주행 휠체어가 시범 운행 중이었다. 자율주행 수준은 5단계로 구분된다. 2단계가 장애물을 인식하고 추락을 방지할 수 있는 저속 주행 수준이다. 3단계가 360도 사물을 인식하고 최대 시속 130km까지 주행하는 테슬라나 현대자동차 수준의 주행이다. 현재 4단계로 업그레이드 중이며 5단계는 완전 무인화 자율주행이 가능한 수준이다. 자율주행 휠체어는 시속 2~4km 수준으로 지행하는 2단계 수준의 재활기구다. 재활공학연구소가 개발 중인 자율주행 휠체어 시제품은 최대 속도 1.8km, 자율주행 위치인식 정확도가 5cm 이내 오차인 수준이다. 1단계 개발이 2022년에 완료됐고 2단계 개발이 2024년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1단계가 원내 이동이 가능한 정도라면, 2단계는 병원과 집을 왕래할 수준으로 향상된다.2000년대 중반, 경사로나 둔턱을 넘어가는 전동 휠체어 개발에 집중한 것에 비하면 현격한 기술발전이 아닐 수 없었다. 자율주행 휠체어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가 필요한데 허가를 맡는 과정이 개발하는 것보다 훨씬 힘들다고 연구팀은 귀띔했다. K-의수(K-hand)는 1998년 반자동 의수를 시작으로 2007년 근전전동의수(3지 의수), 2013년 손목 회전 및 분리 가능 의수, 2017년 집기가 가능한 그리퍼(Gripper) 의수, 2020년 5손가락이 움직일 수 있는 5지 바이오닉 로봇 의수로 발전을 거듭해왔다. K-hand에는 현재 10여가지 손 동작을 구현할 수 있는 메커니즘이 개발돼 있다. 산재 환자는 이 중 일상에서 또는 작업현장에서 가장 많이 쓰는 8가지 손동작을 선택하여 탑재할 수 있다. 미국보다도 많은 기능 탑재 수준이라고 한다.산재 환자가 자신이 하고 싶은 동작을 머리로 떠올리면 센서가 뇌파를 감지해 이를 손동작으로 구현하는 인체공학적 알고리즘에 따라 손이 움직인다. 뇌파(EEG)를 근전도(EMG)로 전환하려면 센서가 필요하고 의수 환자가 이에 적응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한 재활 환자는 “훈련 중 뇌를 써야 하기 때문에 너무 많이 손동작을 쓰면 뇌가 피곤해지기도 하고, 특히 오늘처럼 지켜보는 사람이 많거나 긴장하면 뇌 피로도가 급상승한다”면서도 “식사나 운전, 물건집기 같은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있게 돼 만족한다”고 말했다. 첨단 의수는 손의 악력(握力) 조절도 가능하다. 연구소는 EEG 센서나 이를 EMG로 전환하는 센서는 자체 개발해 제조원가를 낮췄다. 외제는 센서만 해도 100만원에 달한다. 더욱이 센서는 소형화에 성공해 외국 제품보다도 훨씬 적다. 배터리는 한번 충전하면 하루 동안 쓸 수 있다. 1300만~1500만원대였던 의수(義手) 역시 500만원대(산재 적용시)의 국산 제품이 출시되면서 800만원 가량 비용이 절감됐다. 팔꿈치를 상실한 사람을 위한 전동의수도 개발돼 있다. 산재의 최종 목표가 보행 및 기능의 복원에 그치지 않고 근로현장의 복귀에 있기 때문에 전동 팔꿈치에 농기구(낫 호미 톱 삽)나 산업 현장에 쓰는 공구(드라이버 가위)를 교체해서 장착할 수 있는 시스템이 차근차근 개발 중이다. 3D 프린팅 화상안면 보조기는 중증 화상에게 절실한 치료도구다. 2019년 기준 화상 재해는 7815명으로 전체 산재 환자의 8.6%를 차지하고 있다. 얼굴에 화상을 입을 경우 해당 부위가 굳지 않도록 구축을 방지하는 노력이 중요하다. 즉 안면을 감싸면서도 적절한 압력으로 화상 부위를 눌러줘야 피부의 증식과 재형성이 용이하다. 얼굴의 지형과 딱 맞는 마스크를 제작하기 위해서는 3D 프린팅 기술이 접목돼야 한다. 이를 위해 연구소는 압력을 감지하고 정밀하게 압력을 가하는 3D 프린팅 화상안면 보조기를 2017년에 개발했다. 9개월에 걸쳐 한 화상 산재환자에게 적용한 결과 상당한 성과를 거뒀고 현재 한강성심병원에서 임상 시험 중이다. 재활공학연구소는 1994년 설립돼 내년에 개소 30주년을 맞는다. 이석민 소장은 “그리 높지 않은 처우에도 연구원들이 매년 40여건의 자체 연구과제와 10여건의 국책 연구과제를 수행하고 있다”며 “연구에 필요한 장비를 공단에서 원활하게 구비해준다면 사기 충천해 더욱 열심히 일할 자세가 돼 있다”고 말했다. 연구소는 지난해 자체 연구과제 43건, 국책 연구과제 19건을 포함 총 62건의 연구과제를 소화했다.그동안의 연구 성과로 총 83품목을 산재보험 급여 품목에 반영하고 수입품을 국산화로 대체하는 데 성공했다. 2022년에는 28건의 재활보조기구 특허를 확보했고 5건을 기술이전했다. 인천, 창원, 순천, 대전, 동해, 안산, 대구 등 산재병원 재활공학연구소 지역 서비스센터에서는 지난해 연구소 의지보조기실 5335건, 지역서비스센터 5296건 등의 서비스가 이뤄졌다. 직무지원 보조기구 지원건수는 상지절단 277건, 하지절단 186건, 척수손상 7건 등 총 470건이었다.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인정받은 재활의료기기 시험인증센터는 국내 유일의 국가공인시험기관으로 국내에서 개발 중인 의료기기의 성능을 저렴한 비용에 테스트해줌으로써 국산화 개발을 지원하고 관련 기업의 동반성장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이 센터의 시험성적은 근로복지공단은 물론 건강보험공단,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국내 기관과 해외 공인 기관도 공식 인정해주는 데이터다.전동 휠체어의 경우 3개월간, 수동 휠체어의 경우 1개월간 내구 성능을 테스트한다. 10년전만 해도 국산 휠체어의 절반이 이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했지만 지금은 불량률이 5% 수준이다. 15도 경사로에서 휠체어를 20만바퀴 돌려서 부서지지 않아야 통과하는 테스트다. 이를 이겨내지 못하는 휠체어는 전복이나 낙상 사고를 일으켜 탑승자를 크게 다치게 할 수 있다. 이석민 소장은 “산재 장해인의 직업복귀 지원역할 강화, 재활보조기구 공급의 질적 확대 등을 통해 최종 목표인 직무복귀 달성률 제고에 기여하겠다”며 “자체 개발한 고기능 첨단 보조기구를 직무특성별, 장애유형별 맞춤형으로 지원하려로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강순희 전임 근로복지공단 이사장은 이날 연구소 현장에서 “미래에는 첨단 혁신기술과 접목한 재활기구로 산재환자들이 장애를 극복하고 원활히 사회로 복귀하는 무장애(베이러프리) 사회가 구현될 것”이라며 “근로복지공단은 연구소가 미래 K-재활, K-의공학의 산실이 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2012년 2월, 2018년 7월에 지난 4월에 걸쳐 3번 재활공학연구소를 방문 취재한 기자로서는 적은 인력으로, 최상급 처우를 받지 않으면서도, 어떻게 이런 많은 일을 하는지 놀라웠다. 2012년이 2차원, 2018년이 3차원이었다면 가히 올해는 4차원에 도달했다. 강순희 전 이사장은 ‘깨알 홍보’를 부탁했는데 너무 늦게 기사를 올려 죄송할 따름이다.
2023-06-23 17:19:40
저체중의 고령 환자일수록, 정상체중 고령 환자에 비해 섬망 발생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반면 비만 또는 과체중은 고령 환자의 섬망 발생과 관련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오주영 연세대 강남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고유진 강사는 대규모 중환자 집단에서 체질량지수(BMI)가 섬망 발생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다. 해당 연구는 노인학 국제 학술지인 ‘Archives of Gerontology and Geriatrics (IF = 4.163)’에 게재됐다.섬망은 정신 능력에 장애가 발생해, 의식과 인지 기능이 급격히 변하는 상태를 말한다. 현재 있는 장소나 시간을 모르고, 사람을 못 알아보거나 간단한 말의 뜻을 이해하지 못하는 등 치매와 유사한 증상을 보인다.섬망은 모든 연령층에서 발생할 수 있지만 노년층에서 흔하며, 중환자실 환자 3명 중 1명이 경험할 정도로 중환자에게 흔히 발견된다. 중환자의 경우 섬망은 높은 사망률과 장기 입원 등 중대한 건강 문제로 직결될 수 있다.그 간의 선행연구를 통해, 영양실조와 근감소증이 섬망 발생 요인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된 연구팀은 영양실조와 근육량 감소를 반영하는 지표인 BMI에 주목했다. 영양실조와 근육 소실은 염증 발생 및 뇌 혈류 공급 저하 등의 다양한 메커니즘으로 섬망과 연관될 수 있기 때문이디.연구팀은 2013년 1월부터 2022년 4월까지 강남세브란스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한 50세 이상 5,622명의 환자를 저체중과 정상, 과체중 및 비만 그룹의 BMI 범주로 세분화해 연구를 진행했다. 이들의 평균 연령은 72.9세였으며, 남성 비율이 60.1%로 여성(39.9%)보다 조금 더 높았다. 섬망의 발생은 총 환자의 19.0%(1,069명)에게서 발생했다.연구 결과 BMI가 18.5 미만인 저체중 환자의 경우, 섬망 발생률이 정상체중(BMI 18.5-25) 환자들보다 유의하게 높았다. 저체중 환자들은 정상체중 환자들에 비해 1.5배 이상 높은 섬망 발생률을 보였다.(p<0.02) 반면 과체중과 비만 상태는 섬망 발생률과 큰 연관성을 보이지 않았다.오주영 교수는 “이번 연구는 중환자실 환자에서 체중과 섬망 발생 간 관련성을 조사한 최초의 연구라는 점에서 의의가 깊다”며 “낮은 BMI를 보이는 저체중 환자들에서 섬망 발생이 높게 나타난 점은 중환자에서 체중을 관리하고 저체중을 조절하는 것이 섬망 예방에 도움이 될 것을 시사한다”고 말했다.이어 “대부분의 현대인들이 과체중과 비만으로 어려움을 겪는 시대이기에 일반적으로 체중이 많이 나가는 것에 대해 주의를 기울이지만, 노인층에 있어서, 특히 중환자의 경우에는 저체중 또한 위험한 문제가 될 수 있어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023-06-22 19:14:54
정형외과 의사들이 건강보험에서 지급하는 수술수가가 원가에 크게 못미쳐 이를 개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주로 대학병원에서 종사하는 대한정형외과학회 회원의 입장이다. 종합병원이나 전문병원, 개인병원에서는 비급여를 통해 모자란 수술수가를 보전하고 있지만 대학병원의 경우 교육과 연구에 집중하는 만큼 비양심적으로 과도하게 비급여를 청구할 수 없기 때문에 현실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대한정형외과학회는 30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개최하고 비현실적인 급여 기준으로 인해 정형외과 전문의들의 ‘수술 포기’ 현상이 심화되고 근골격계 필수의료 붕괴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정홍근 이사장(건국대병원 정형외과 교수)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지나치게 낮은 정형외과 수술 수가로 수술할수록 적자가 발생하면서 대부분의 대학병원에서 정형외과 육성에 소극적”이라며 “수술수가가 낮기 때문에 수술에 관심이 있어 정형외과를 지원한 전공의나 펠로우(전임의)도 개원 후 비급여치료(도수치료, 비수술 척추성형 치료, 물리재활치료 등)에 관심을 가지면서 수술을 포기하는 현상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학회에 따르면 정형외과 상위 10대 수술은 평균 40% 적자다. 수술재료는 날로 발전해 비용이 높아지고, 한국도 미국 등 의료선진국과 마찬가지로 동등한 재료를 쓰는데 재료비용이 수가에 거의 반영되지 않고 있다.예컨대 관절내시경의 경우 10% 정도만이 수가에 반영되고 있다. 관절내시경은 몇 번만 쓰고 교체해야 하는데 비용절감 차원에서 여러번 소독해 재활용하는 상황이어서 감염 우려가 있고 수술의 질이 저하될 수 있다고 한승범 학회 보험위원장(고려대 안암병원 정형외과 교수, 병원장)은 예시했다.작은관절에 쓰는 소형관절경은 50%만이 원가보상이 이뤄지고 있다. 작은관절에 적용하는 것이어서 오히려 조직의 장력에 의해 손상되기 쉬운데 이를 외면당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척추고정술(기기·기구 사용 고정 포함)’만 흑자가 날 뿐 다른 모든 정형외과 수술이 적자 구조라고 학회는 강조했다.아울러 정형외과질환은 교통사고나 대형 외상으로 여러 근골격계가 골절 또는 손상되기 마련이인데 이런 경우 동시 수술로 분류돼 종합병원급 이상은 70%(개별 부위 수가의 총합을 기준), 이외는 50%만 수가를 인정해 인정해주는 것도 불합리하다고 꼬집었다.정형외과학회는 제3의 조사기관을 통해 수술원가를 분석한 결과 상위 10대 수술의 원가보전율은 40~80%(적자로는 20~60%)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또 미국 일본 영국 등과 국내 건강보험 수술수가를 비교한 결과 적게는 외국에 비해 5분의 1, 크게는 15분의 1로 낮았다. 대략 10분의 1 수준의 비용으로 수술이 이뤄지고 있다는 결론이다. 예컨대 골수염 또는 골농양수술 비용은 국내서는 33만9530원이지만 미국의 경우 436만6938원으로 10배 이상 높게 책정돼 있다. 견봉성형술 및 회전근개파열복원술의 경우도 우리나라는 42만5650원인 반면 미국은 146만7719원, 일본 264만7216원, 호주 316만9616원으로 3.5~7.5배 차이가 났다.이에 정형외과학회는 2020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급여 기준 개선 검토 사항 120개를 제출했지만 이 중 69개 항목에 대해 급여 기준 개선이 아닌 현행 유지로 판정받았다. 나머지 51개 항목은 현재 검토 중이다.정형외과도 필수의료 차원에서 지원 절실 … 대학병원에서는 ‘찬밥’ 취급 “정형외과 질환은 암처럼 죽은 병은 아니지만 통증에 시달리는 낮은 살의 질을 개선하는 데 매우 중요합니다. 아픈 사람을 고쳐 근로현장으로 되돌려보내는 사회경제성 면에서 핵심적인 기여를 하고 있습니다.”정홍근 이사장은 “낮은 정형외과 수술 수가가 결국 근골격계 필수의료체계를 위태롭게 하고 환자들이 적기 치료를 받지 못하는 위기 상황으로 내몰고 있다”며 “정형외과는 흉부외과나 일반외과와 달리 지원자가 많다는 이유로 보건당국에서 큰 관심을 갖지 않지만 아주 많은 사람들이 근골격계질환을 겪고 레저 스포츠 활동의 증가, 인구 고령화로 환자가 늘 수밖에 없다는 현실을 감안해 수가 현실화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한승범 보험위원장은 정형외과 진료가 대학병원에서는 ‘찬밥’ 취급을 당한지 오래라고 하소연했다. 그는 “건강보험 수가 지급체계는 상대가치점수라는 ‘제로섬’ 게임으로 어느 한 진료과의 수가를 높이면 다른 진료과가 손해를 보는 구조”라며 “대학병원에서는 진단검사의학과나 영상의학과과 수익을 올려 정형외과의 적자를 보전하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수술받기 위해 검사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라며 “재료대, 인건비, 소요시간을 반영한 개별 진료행위에 적합한 수가가 매겨져 불공정한 정형외과 수술수가를 보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한 보험위원장은 “상급종합병원 지정 기준인 중증도 산정에서도 정형외과 전문진료질병군은 3% 정도에 불과해 정형외과 수술은 응급상황에서 여러 부위를 동시에 다뤄야 하는 어려운 수술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예로 “견주관절 분야 중 가장 많이 하는 수술인 회전근개술은 C군으로 평가돼 상급종합병원 지정 평가 기간이 다가오면 담당 교수들에게 수술을 줄이고 단기 연수를 다녀오라는 이야기도 나온다”고 덧붙였다.상대가치점수 가운데 진료비용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재료비도 점점 고도화 되면서 비용이 증가하고 있지만 수술비용 안에 포함돼 있다 보니 별도 보상이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 국내 정형외과 수술비용은 해외국가와 비교해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그는 수술위험도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의료사고 보상 문제도 거론했다. 한 보헝위원장은 “소비자권리가 강화되면서 수술 결과에 만족하지 못하면 크게 잘못되지도 않았는데 보상을 요구하기도 한다”며 “영국에서는 보험 체계 내 급여 수술일 경우 명백한 실수로 감염이 발생해도 보상액은 1000만원 이하로 책정돼 있지만 우리나라는 민사소송을 통해 미국처럼 최대한 많이 받아낼 수 있는 구조”라고 말했다. 영국은 건강보험 체계 안에서 그만큼 싸게 수술받았으니 보상액도 그만큼 낮아야 한다는 논리지만 한국은 그렇지 않다고 꼬집었다. 이는 젊은 의사들이 정형외과를 기피하는 이유 중 하나가 되기도 한다고 했다.젊은 정형외과 의사들 ‘수술 포기’ … “개원해서 비급여 치료 집중”보상은 적고 위험부담이 큰 정형외과 수술을 젊은 의사들이 포기하고 있다. 이같은 현실은 정형외과학회가 전공의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설문조사에 답변한 정형외과 전공의 51명 중 수련 후 전임의를 하겠다는 응답은 58.8%에 그쳤으며, 희망하는 세부 전공은 슬관절이 27.5%로 가장 많았으며 반대로 외상이나 골절은 5%뿐이었다. 소아·종양 분야는 전무했다.또 전문의 취득 후 수술 위주 업무를 하겠다고 답한 전공의는 21.6%에 불과했다. 수술과 보존적 치료의 균형적 업무(66.7%)를 선호하거나, 보존적 치료 위주의 업무(11.8%)만 하겠다는 답변도 있었다.전문의 취득 후 응급대응을 요하는 세부 전공을 선택할지를 묻는 질문에 전공의 62.7%가 ‘그럴 의향이 없다’고 응답했다. 그 이유로 ‘편하게 살고 싶어서’, ‘평생 대처할 자신이 없어서’, ‘적절한 보상이 없어서’, ‘응급 수술의 낮은 수가와 처우’ 등이 꼽혔다.정형외과 전문의들이 바라보는 현실도 다르지 않았다. 정형외과 전문의의 62.6%가 수술 수가가 비현실적으로 매우 낮다고 평가했으며, 현재 수술을 하고 있는 전문의는 68.7%로 절반을 겨우 넘겼다. 현재 하고 있지만 앞으로 하지 않겠다고 답한 정형외과 전문의는 4.5%였다.이재철 홍보위원장(순천향대 서울병원 정형외과 교수)은 “요즘은 전문의 수련을 안하고 일반의(GP)로서 모발이식만 하겠다는 젊은 의사들도 많다”며 “젊은 의사들 생각은 우리와 다른 것 같다. 적절한 수술 수가를 보상받지 못하니 전문의 수련에 시간과 비용을 투자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그는 “정형외과질환을 비급여 치료가 90%가 넘는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들이 보면서 질환을 악화시키거나, 재활의학과 의사들이 재활치료로 수술치료 적기를 놓치게 하는 경우가 많다”며 “오직 정형외과 의사만이 이학적 검사와 진료를 통해 근골격계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수술로소 교정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정형외과수술 치료의 푸대접이 비급여 진료의 만연과 실손보험 확산에 따른 일부 개원의들이 지나친 이익추구에서 비롯됐다는 지적도 이날 나왔다. 비급여로 손쉽게 돈을 벌 수 있는 구조가 되면서 수술치료가 등한시됐다는 지적이다. 또 실손보험으로 의료소비자의 재원이 유출되니 공보험에 유입돼야 할 재원이 줄어들어 건강보험 수가 인상과 그에 따른 의료서비스 향상이란 선순환이 막히고 있다는 지적이다.정 이사장은 “수술 할수록 적자인 상황이 개선되지 않는 한 우리나라 의료는 퇴보할 수밖에 없다”며 “머잖아 동남아 의사들이 국내로 들어와 정형외과 구술을 할 날도 올 것 같다”고 경고했다.한 보험위원장은 “젊은 세대들이 ‘워라벨’(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하면서 응급수술을 가능한 피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지금은 정형외과 환자 수가 많아 그나마 진료 체계가 유지되고 있지만 낮은 수술 보상률로 인해 비급여 진료로 무게 중심이 쏠린다면 근골격계 필수의료의 붕괴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미 정형외과 진료의 붕괴가 시작됐다. 대학병원 정형외과는 입원도 잘 안 된다. 병실도 없고 의사도 없다”며 “수술 수가 현실화, 치료재료비의 수술수가 분리 산정, 80세 이상 내과질환 동반 환자에 대한 전문진료질병군(중증 환자) 편입 등이 시급하다”고 요구했다.
2023-05-30 17:03:26
문종호 순천향대 부천병원 소화기병센터 교수팀(이윤나·신일상 교수)이 진단이 어려운 담도암의 조기 발견을 위해 ‘협대역 내시경 기술을 적용한 담도내시경 분류법’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24일 밝혔다.담도는 간에서 십이지장으로 연결되는 관으로, 매우 가늘고 우리 몸속 가장 깊숙한 곳에 있어 조기에 담도암을 발견하기 매우 어렵다. 또, 초기 증상이 없다 보니 많은 환자가 암이 전이된 상태에서 발견되고 5년 생존율이 30%에 불과할 정도로 예후가 매우 나쁜 암이다.담도암을 조기 진단해서 완전히 절제 치료하려면 담관 안쪽을 직접 관찰하는 담도내시경검사가 효과적이다. 하지만 기존 담도내시경의 영상 질이 낮고, 아직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담도내시경 분류법이 없어 담도암을 조기 예측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이에 문종호 교수팀은 2008년부터 2020년까지 협대역 내시경 기술을 적용해 담도내시경을 시행한 환자 471명의 검사 결과를 토대로 ‘표면구조’와 ‘미세혈관구조’를 나눠 분석하는 ‘새로운 개념의 담관 병변 분류법’을 세계 최초로 제시했다. ‘협대역 내시경 기술(Narrow-Band Imaging, NBI)’은 기존 백색광 중 침투 길이가 짧은 청색광 영역을 상대적으로 강화해 내시경 영상을 재구성함으로써, 점막 표면과 미세혈관구조의 관찰 능력을 극대화한 기술이다. 그동안 위암과 대장암의 조기 진단에 이용해 왔지만, 담도에는 적용이 어려웠다. 문 교수팀은 먼저 협대역 내시경 기술 적용이 가능한 고화질의 담도내시경 검사법을 이용해 관찰한 담관 병변들의 특징을 ‘표면구조’와 ‘미세혈관구조’로 나눠 분류했다. ‘표면구조’는 반흔형(scarring), 함몰형(depressed), 궤양형(ulcerative), 용종형(polypoid), 과립형(granular), 섬모형(villous), 결절형(nodular), 유두형(papillary) 등 8가지, ‘미세혈관구조’는 혈관의 불규칙성과 확장정도, 굴곡정도에 따라 세분화해 5가지로 분류했다. 이 새로운 담도내시경 분류법을 이용해 연구팀이 담관 병변 분류법의 진단 정확도를 분석한 결과, 담도암을 더욱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특히 결절형(nodular), 유두형(papillary) 표면구조와 불규칙하거나 굴곡이 있는 확장된 미세혈관구조(irregularly or regularly dilated and tortuous vessels)를 가진 병변이 담도암과 높은 연관 관계가 있음을 밝혀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소화기내시경 분야 최고 권위 학술지 ‘미국소화기내시경학회지 5월호(Gastrointestinal Endoscopy, IF: 10.396)’에 게재됐다.연구책임자인 문종호 교수는 “우리 연구팀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협대역 내시경 기술을 적용한 담도내시경 분류법’은 담도암을 조기에 정확하게 진단해 완치 가능성을 높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큰 연구 결과이다. 앞으로도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예후가 불량한 담도암을 조기 진단하고, 더 많은 환자의 생명을 살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2023-05-24 11:03:14
“4년간 연구 인프라 구축 및 인재영입을 위한 인센티브 투자에 약 1200억원을 집행해 국내 1위, 세계 30위권의 ‘초격차 연구중심 의료기관’으로 도약하겠습니다.” 지난 3월 21일, 취임한 윤을식 고려대 의무부총장 겸 의료원장은 28일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설립 100주년을 맞는 2028년을 대비하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윤 의료원장은 안암·구로·안산병원과 의과대학, 정릉 메디사이언크파크, 청담 고영캠퍼스와의 시너지를 바탕으로 연구중심병원을 육성해 얻은 연구 성과를 기술이전으로 수익을 창출하고 이를 다시 의료 인프라와 연구에 재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고 이날 밝혔다. 의료원은 최근 5년간 외부 연구개발(R&D) 수주액이 연평균 13%씩 성장하며 지난해 1500억원을 달성했다. 고려대의료원이 교내에서 개발한 원천기술을 외부로 이전해 받은 기술료도 300억원에 육박한다. 의료원 산하 안암병원과 구로병원은 보건복지부 연구중심병원으로 지정돼 있다. 의료원은 2018년 12월, 의대 90주년에 즈음한 ‘비전 선포식’에서 10대 미래의학 기술을 선정해 육성해오고 있다. 당시 선정한 미래의학은 △암 정밀 진단·치료(Cancer Precision Medicine Diagnosis and Treatment) △클라우드형 공유 병원정보시스템(Post/Precision/Personalized – Hospital Information System) △인공지능(AI) 기반 신약 설계(AI-based Drug Design) △체액 생검(Liquid Biopsy) △휴먼 마이크로바이옴(Human Microbiomes) △유전자 가위(Genome Editing) △페이션트 온 어 칩(Patient-on-a-chip) △3차원 장기 프린팅(3D Organ Printing) △착용형 소프트 로봇(Wearable Soft Robot) △메모리 에디팅(Memory Editing) 등 10가지다. 의료원은 설립 100주년인 2028년까지 경기도권에 ‘세상에 없는 미래 병원’을 슬로건으로 한 제4병원을 신축하기로 했다. 메인 병원과 요양시설 및 헬스케어서비스 업체, 연구개발 기관 등이 어우러진 타운을 조성하는 게 꿈이다. 의료원은 제4병원의 후보지로 경기도 과천 또는 남양주를 놓고 저울질 중이다. 윤 의료원장은 “과천은 바이오클러스터를 구축하기에 유리하고, 남양주는 인구 수가 많은 게 장점”이라며 해당 지자체의 도시개발 계획안 작성의 속도에 따라 우선순위가 결정될 공산이 크다고 시사했다. 그는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이 중입자 치료기를 도입한 것처럼, 제4병원이 들어서면 중입자 치료기를 도입할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세브란스병원은 3000억원을 투입해 중입자치료센터를 완공했고 28일 첫 환자를 시작했다. 윤 의료원장은 “병상수로 얘기하는 ‘빅4’나 ‘빅5’병원 개념을 지양하고 질적 경쟁을 추구해야 한다”면서도 “중장기 마스터플랜 아래 첨단 인프라를 구축하고, 감염병 대응과 외과수술 역량, 중증질환 시스템 구축에 필요한 병상을 추가해 안암(1056개)·구로(1091개)·안산(836개) 병원의 2983병상을 3500개까지 늘리겠다”고 설명했다. 안암병원은 올 6월, 수년간 진행된 ‘메디컴플렉스’ 스마트병원 공사를 완료한다. 신관 1관, 신관 2관의 완공 등 병원 전체 리모델링이 목전에 있다.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딩에 기반한 초연결병원을 구축함으로써 환자는 안전하고 의료진은 근무하기 편한 미래병원을 구현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암 진료를 잘하는 병원’ ‘수술 잘하는 병원’ ‘급성기질환 치료에 집중하는 병원’으로 거듭난다는 구상이다. 1983년 의료 불모지였던 서울 남서부와 인근 경기지역의 의료서비스 제공을 위해 설립된 구로병원은 지난해 9월 미래관을 오픈하고 중증질환 특화병원으로 시스템 재편의 시동을 걸었다. 수술실이 증설됐고 심혈관계 중환자실이 들어섰고 다학제진료가 심화됐다. 2단계 사업인 누리관 건립이 순조롭게 진행 중이며 이를 완료하면 국내 최고의 중증질환 특화병원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안산병원은 미래의학관 3개층 증축이 진행 중미며 지하주차장도 3개층을 늘리고 있다. 여기에 신관, 교육연구동, 신별관 등의 신축이 이어질 계획이다. 현 청담 고영캠퍼스 맞은편에는 연면적 1070평 규모의 ‘청담 제2캠퍼스’도 조성한다. 이곳에는 교육시설, CEO 건강관리 과정, 바이오 스마트업 입주 등의 공간으로 할애될 예정이다. 윤 의무부총장은 경영 용어인 ‘리드 매치(Lead-Match)’ 전략을 언급했다. ‘리드’는 선도하고. 매치는 경쟁 그룹과 대등하게 한다는 의미다. 연구에서 선두에서 이끌어 가고, 나머지 분야는 선두 그룹에 합류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의료원은 2018년에 선정한 10대 미래의학을 중심으로 연구개발에 집중하면서 이런 리드매치 전략을 전개할 계획이다. 특히 국내 최초로 개발한 클라우드 기반 병원정보시스템과 인공지능, 디지털헬스케어 등 첨단 IT 혁신기술을 접목한 개인맞춤형 정밀의료시스템을 구현한다. 전주기적이고 더욱 환자 중심이고 급성기치료부터 회복까지 이음새없는(seamless) 매끄러운 스마트병원 전환을 추진한다. 이를 위해서는 우수한 인적자원 확보가 가장 중요하다. 윤 의료원장은 인재양성추진위를 만들어 직접 관리할 예정이다. 향후 10년 동안 연평균 30~40명의 교원을 임용해 인재를 영입하고 관리할 방침이다. 그는 “교수가 퇴직하면 그 때가 돼서야 후임자를 찾고, 조교수가 부교수로 승진하는 과정에서 처우가 좋은 다른 의대로 옮겨가고, 전공과 의료진들이 영리추구를 위해 개원가로 떠나가는 것을 개선하겠다”며 “최근 젊은 교수를 중심으로 연봉을 2000만원가량 올리는 처우 개선을 시행했다”고 말했다. 이는 요즘 화두인 ‘의사과학자 양성’에 부응하고 제4병원에 투입될 의료진을 조기에 확보하겠다는 포석으로 보인다. 의료원은 ‘선도 의사과학자 육성장학금’을 만들어 지난해 2학기부터 의료원에 재직 중인 전공의나 임상강사가 의학과(기초연구)에 진학하면 입학금의 50%, 등록금의 80%를 지원하고 있다. 고려대의료원은 현재 9748명의 직원들이 종사하고 있다. 향후 5~6년간 2000명을 증원할 계호기이어서 조만간 1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수익은 1조4514억원, 올해 예산은 1조8106억원으로 내년에는 2조가 넘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4년간 의료수익 면에서 연간 10.9% 성장했다. 연구개발 예산은 2018년 1034억원에서 1541억원으로 증액됐다. 의료원이 출자한 28개 자회사의 가치는 2018년 2190억원에서 2022년 3853억원으로 커졌다. 의료원은 양적 팽창만큼이나 고민되는 게 있다. 외부 평가에 소홀한 나머지 의대나 병원의 브랜드파워가 낮게 매겨졌다는 불만이자 우려다. 향후 5년간 인프라구축(하드웨어)에 3500억원을 투입해야 하고, 인재영입을 위해 노력도 해야 하고 인센티브도 더 지급해야 한다. 윤 의료원장은 2028년이란 숫자에 부합하는 2028억원을 병원 발전기금으로 모으겠다고 밝혔다. 외부평가에 대응하기 위해 외국 의대와 학술교류나 대외 홍보에 더 많은 비용을 투입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제4병원의 지역사회 상생에도 신경써야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에 공공병원에 준하는 안산병원의 효율적인 대처, 국내 최초로 우크라이나에 의료진 파견, 국내 유일의 컴퓨터단층촬영장비(CT)를 장착한 순회 의료봉사 ‘정몽구 버스’, 국내 최초의 ESG 활동 보고서 발간 등은 1920년대 소외받던 여성을 위한 의료로 시작한 고려대의료원의 적극적인 ESG경영 행보를 드러낸다. 윤 의료원장은 패기 넘치는 모습으로 기자간담회에 집중했으나, 과도한 책임감으로 심적 압박을 받지나 않을지 걱정되는 대목이 많았다.
2023-04-28 23:42:45
어제(27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간호법이 통과됐다. 재석 의원 181명 중 찬성 179명, 기권 2명(더불어민주당 이원욱‧신현영 의원)으로 가결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김예지 의원과 간호사 출신 최연숙 의원을 제외하고 전원 표결 전에 본회의장을 퇴장했다. 김예지 의원은 시각장애인으로 어머니가 간호사다. 반면 기권한 신현영 의원은 의사 출신이다. 간호계는 환영 의사를 밝혔으나 의사단체, 그리고 대한간호조무사협회를 위시한 13개 단체가 동참한 보건복지의료연대는 극렬 반발했다. 이들 단체는 연대 총파업을 하기로 결의하고 우선 5월 4일부터 부분파업에 들어가기로 했다.간호법은 통상적인 국회 입법절차와 달리 지난 2월 9일 국회 보건복지위가 직회부를 의결함으로써, 현 여당이 의석수 소수 정당으로서 법제사법위원장을 맡고 있는 법사위를 회피하는 경로를 택했다. 법사위가 60일 동안 제안한 법률에 대한 자구 수정을 미룰 경우 자동으로 본회의에서 상정할 수 있는데, 간호법 제정안은 60일을 넘기고 20일이 더 지난 시점에서 본회의 표결에 올라 사실상 야당의 독단을 원동력으로 국회를 통과했다. 2021년 11월 24일 국회 보건복지위에 간호법 제정안이 처음 상정된 이후 의료계와 이해 당사자들 간에 다툼은 심했지만 정작 국민들을 개입시킨 버젓한 토론회도 없이 국민의 의료서비스에 질적인 변화를 가져다줄 수도 있는 법안이 통과돼 심히 우려스럽다.우선 여의도판 정치 판세를 볼 때 신경림 직전 및 김영경 현 간호협회장을 중심으로 간협 집행부들이 똘똘 뭉쳐 ‘이익단체의 정치력’을 과시한 게 눈에 띈다. 항간에는 다음 총선에 간호사 표심이 더불어민주당에 집결하고, 간호사들이 야당에 소액정치 기부금도 쏴줄 거라고 한다. 반면 의사협회와 보건복지의료연대는 수적 우위에도 불구하고 여의도 정치권을 효과적으로 공략하지 못했다. 대학병원을 중심으로 이미 의사와 간호사의 협업이 잘 이뤄지고 있는 병원들에선 간호법 제정을 저지할 동력이 충분히 쌓이지 않았다고 한다. 이에 반해 개원가 병의원에서는 간호법이 통과될 경우 처우 개선에 따른 비용 부담, 업무 범위를 둘러싸고 간호사들이 의사들의 지시(예컨대 병원 행정업무, 수술 보조행위)를 거부할 명분이 생긴다는 점을 우려해 적극 저지에 나섰다. 이 제정안이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대통령이 서명한다면 결국 보건복지부가 시행령을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 간호사의 처우 개선과 관련 사회적 비용의 증가 범위가 결정될 전망이다. 간호법을 세세히 보면 건강보험공단이든 병원이든, 아니면 국민세금이든 누군가의 주머니에서 더 많은 돈이 지출돼야 할 판이다. 예컨대 간호사 1인당 분담 환자 수를 줄이는 것, 의료기관 내 교육전담 간호사 배치 비용을 국가가 대는 것, 간호간병 통합서비스를 의무화하는 것, 일정 의료직역에서 간호조무사가 아닌 간호사 고용을 의무화하는 것, 간호등급에 강화에 따라 간호사를 많이 쓸수록 더 많은 진료수가를 받는 것, 간호인력지원센터의 지역별 설립 의무화 등이다.규모가 작은 개원가에서는 예컨대 간호사가 진단서 발급 보조행위를 간호업무가 아니라고 거부하거나, 수술 보조는 안하겠다고 하면 추가 비용이 들어가고 아예 업무가 마비될 수도 있다. 일부 시민단체의 주장대로 간호법 통과로 간호사를 더 많이 고용하고 간호사 처우가 나아짐으로써 의료서비스가 개선된다고 마냥 환영할 일은 아니다. 그만큼 의료소비자의 주머니에서 어떤 형태로든 추가 지출이 일어나게 마련이다. 한편으로는 긴급성과 정확성을 요구하는 의료행위에서 의사를 정점으로 한 지휘체계가 간호사 직역 독립으로 흩트려진다면 그에 따르는 피해는 국민이 보게 된다. 예컨대 수술이 느려지고 의료사고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 지금처럼 의사가 총대를 메고 모든 의료행위에 책임을 지는 게 의료소비자에게는 더 이득이 될 수도 있다. 결론적으로 대한의사협회는 이번 간호법 통과를 저지하지 못했다. 의사들의 의견을 결집하지 못하고 대국민 홍보에 실패한 전략적 실패가 뼈아프다. 간선제에 따라 대의원들이 집행부를 뽑는 간협은 일사불란한 응집력을 보인데 반해, 직선제로 집행부가 선출된 의협은 동원할 화력(대정부 로비 능력이나 홍보 비용)이 간협보다 막강할 텐데도 이를 저지하는 여론을 형성하는 데 실패했다. 고작해야 TV에 패널로 출연해 간호법의 부당성을 아주 짧은 시간 설명하거나, 이익단체끼리만 성명을 내고 국회 앞에서 농성한 게 전부였다. 제대로 된 TV토론이나 사회적 이슈 제기를 통해 간호법 통과를 막아낼 힘을 축적하지 못했다.모든 새로운 법의 출현은 국민을 피곤하게 한다. 더 많은 사회적 비용이 든다. 간호법도 마찬가지다. 의료서비스를 개선하는 측면도 있지만 그에 따른 비용 증가가 심각함을, 경우에 따라서는 오히려 의료서비스 진행 절차에 불협화음을 일으킬 수도 있음을 설파했다면 이렇게 간호법이 일방 통과되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아마도 의협은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발의해 입법을 저지해줄 것으로 기대하는 것 같다. 그러나 총선을 통해, 민의가 반영된 국회의 결론을 대통령이 쉽사리 거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짧게는 지난 60일 동안, 길게는 지난 2년 간 의협은 왜 간협의 입법 활동을 저지하지 못했는지 반성해봐야 한다. 이번 간호법 입법 과정에서 가장 쟁점이 됐던 개념은 '지역사회 간호'다. 간호법 1조는 "이 법은 모든 국민이 의료기관과 지역사회에서 수준 높은 간호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필요한 사항을 규정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를 놓고 의사들은 '지역사회 간호'가 노인돌봄, 아이돌봄 사업 등을 간호사가 사업화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었다고 했고, 이에 간호사들은 ‘가짜뉴스’라며 간호사가 진료행위에서 의사를 지도를 받는 것은 현행 의료법과 다를 바 없다고 대응했다.지역사회란 아마도 의료기관이 아닌 양로당, 지자체 산하 복지기관, 무의촌 지역을 에둘러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간호사들이 말은 그렇게 하지만 분명 언젠가는 이를 발판으로 ‘준(準) 의료서비스 사업’(가정방문 간호)를 개인 사업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어차피 의사들이 예전처럼 왕진 가방 들고 가정방문 의료를 할 수 없다면 노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는 현 상황에서 간호사들에게 준 의료서비스를 맡겨도 좋을 것이다. 다만 현행 의료법 테두리 안에서 이런 준 의료서비스 신사업을 잉태할 수 있는 것을 놔두고 굳이 새로운 입법을 해야 하는지는 의문이다.간호사 출신인 국민의힘 최연숙 의원은 27일 간호법 표결에 앞서 동료 의원들에게 법안 지지를 호소하면서 "보건의료 직역 간의 업무 침해는 간호법이 아니라 절대적으로 부족한 의사 수와 영리 추구를 우선으로 하는 의료기관 때문"이라고 직격했다. 아울러 최 의원은 "의사 부족으로 현장에서 의사가 해야 할 행위가 간호사에게 전가되고, 간호사의 행위는 간호조무사와 간병인에게 전가되고 있다"며 "일부 의료기관들은 인건비 절약을 위해 법에서 정한 임상병리사·방사선사 등을 고용하지 않고 간호사나 조무사에게 이 업무를 하도록 해 국민들의 생명과 안전이 위협받는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최 의원의 주장을 들어보니 의대 정원 증원이 붕괴돼가는 한국 필수의료 붕괴를 막을 수 있는 결정적인 대책은 아니지만, 의사 수가 늘면 어떤 식으로든 의료서비스는 나아지고 필수의료 공백은 메워질 것은 분명하다는 확신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간호법 국회 통과 과정에서 국민이 불필요하게 신경써야 할 게 하나 늘었다. 국민의 의료서비스 유익성과 관련해 비용은 확실히 크게 늘고 돌아오는 혜택은 그에 비해 적을 것이란 느낌도 든다.
2023-04-28 11:0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