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6-02 14:52:23
춘천 레고랜드 테마파크 전경. 강원도 제공
강원도 춘천시 중도에 들어선 레고랜드코리아리조트(이하 레고랜드)의 고객 무시, 이익지상주의 영업이 원성을 사고 있다.
한번 구입한 티켓은 절대로 환불이 안 되고, 하루 1만8000원에 달하는 주차요금이 횡포라는 게 소비자들의 불만이다. 이곳은 경차나 장애인차에 주어지는 주차료 감면 혜택도 없었다.
입장료도 성인 평일 5만4000원, 주말 57000원이고 어린이도 각각 4만5000원, 4만7000원이다. 에버랜드의 성인 5만6000원, 어린이 4만4000원에 버금간다. 레고랜드호텔의 성인 2인, 어린이 2인 숙박비(조식 포함 프리미엄 기준)은 무려 58만원에 달한다.
지난 5월 5일 어린이날 개장식에 맞춰 늦둥이 자녀 둘과 찾아간 레고랜드의 느낌은 레고를 테마로 한 놀이공원이라는 점 말고는 딱히 조경이랄까 서비스랄까 만족스러운 것은 없었다. 조경 수준은 에버랜드에 비하면 봉황과 참새 수준의 격차였다. 부지는 좁았고, 그늘막이 드리워진 쉴 자리도 부족했다. 그야말로 초등학교 저학년까지만 좋아할 영유아용 놀이터, 미니어처 놀이공원이었다.
그나마 중도의 의암호 호수를 바라볼 수 있는 전망대, 해적선 놀이터, 해상경비 놀이터(소형 보트 탑승장), 레고로 만든 서울 도심 축소 모형 등이 고객의 시선을 끌 만한 포인트였다. 하지만 인기 놀이코스는 워낙 길이 줄어 1시간도 넘게 기다려야 이용 가능했다.
레고랜드는 국내 놀이공원 최초로 ‘히어로패스’(패스트트랙)을 운영 중이다. 미국 등에서야 부자들이 돈을 더 내면 기다리지 않고 패스트트랙으로 놀이기구를 탈 수 있게 한다. 이게 바로 서구 선진국의 정서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사회적 위화감’ 탓에 드러내고 이를 운영하는 게 부담스럽다.
기자가 운영요원들에게 물어보니 “패스트트랙은 아니구요. 궁금하시면 매표소에서 물어봐주세요.”라고 했다. 어떤 직원은 “그냥 장애인들만 먼저 타라고 배려하는 정도입니다.”라고 불편한 거짓말까지 했다.
히어로패스의 가격은 공식적으로 홈페이지 어디에도 나와 있지 않다. 쉬쉬하는 것이다. 보통 이런 예민한 가격은 인플루언서나 블로거 등에 의해 공개되는데 이들마저도 레고랜드로부터 어떤 지침(?)을 받았는지 실제 가격을 올리지 않고 있다. 기자는 그저 보통 입장권 가격의 3~10배일 것으로 추산할 뿐이다. 패스트트랙을 운영키로 했으면 정정당당하게 해야지 비밀스럽게 작당하듯 하는 게 영 마뜩잖다.
기자의 직접 체험한 악몽 같은 불만은 이제 거의 ‘트라우마’가 됐다. 해상경비 놀이터에서 무려 1시간 이상 줄을 서서 소형 보트를 탔는데 실수로 휴대폰을 물에 빠뜨렸다. 운영요원은 건져 줄 생각도 않고 고객이 밀려 있으니 지체할 수 없다며 폐장 후 건져주겠다고 했다. 물이 깊고 안 보이면 이해하겠는데 1m도 안 되는 수심에 수상보트 근처 사각지대에 떨어진 것을 기자가 못 줍게 했다. 속이 터졌고 지금도 당시 상황을 생각하면 마음이 조마조마하다. 요즘에는 휴대폰이 내 근처에 잘 있는지 수시로 확인해보는 ‘강박증’까지 생겼다.
여기까지도 참겠다. 고객센터에서 향후 처리방안을 물어봤더니 “접 연락하는 전화번호를 알려주지 않겠다”며 “우리가 먼저 전화할 테니 기다려달라”고 했다. 또 “한참 바쁠 때 전화해봐야 받을 수도 없고 대답해줄 여력도 없다”고 했다. “당신이 전화해봐야 우린 바빠서 응대해줄 시간도 없으니 포기하라”는 뉘앙스가 깔려 있었다. 다음날 전화를 걸었더니 계속 통화중 또는 무응답이었고, 불쑥 기자 아내에게 걸은 전화를 통해 ‘건져놨다’는 게 전부였고 이후 통화가 되지 않았다.
기자가 생각하기에는 고객만족의 완료는 건진 전화를 고객에게 보내주면 최상이고, 최소한 어떻게 하실 거냐고 의향을 물어본 후 휴대폰을 폐기하든지 보관하든지 하는 게 맞을 것이다. 절충한다면 소정의 무료서비스나 기념품을 제공하는 것도 개장한 지 얼마 되지 않는 레고랜드로서는 무난한 대응일 것이다.
5월 5일 방송매체들은 레고랜드 개장일에 맞춰 호화찬란한 그랜드 오픈 소식을 보도했다. 하지만 ‘뺀질거리는’ 레고랜드 직원들의 대응에 기분이 잡친 기자는 덴마크 국적의 상혼과 고객무시 영업에 분노를 금할 길 없다.
레고랜드는 최문순 강원도 지사가 2011년에 투자합의각서를 레고랜드와 체결한 뒤 7000억원이 넘는 드는 도비를 들여 삼고초려가 아닌 십고초려하며 유치했다. 반면 레고랜드가 들인 돈은 많아야 1600억원 정도 된다고 한다. 9000명의 일자리가 창출된다는 홍보내용과 달리 겨우 200명 안팎의 고용이 이뤄졌다. 한마디로 혈세를 퍼붓고 수익금은 덴마크 계좌로 빨려들어가게 생겼다.
우리나라에 에버랜드가 없는가, 서울랜드가 없는가, 굴욕적인 레고랜드와의 계약은 뭐며, 기자처럼 무시당하는 레고랜드의 영업 태도를 속수무책으로 바라봐야 하는 연유는 뭔까…. 덴마크 회사는 굳이 한국에 오지 않겠다고 했는데 십고초려하며 유치했다는 최문순 전 지사의 과오는 없는가?
당사의 허락 없이 본 글과 사진의 무단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