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7대 숲] ②제주곶자왈도립공원 … 도시화로 잊혀졌다 사랑받는 원시림
2020-03-10 14:53:52
깊은 숲속 걸으며 흐르는 생각에 집중 … 인근 추사 유배지, 용머리해안 등 서부관광 포인트

곶자왈은 여전히 제주 밖에서 온 사람들에겐 낯선 단어다. 온통 돌과 바위뿐 둘러보아도 흙 한줌 보이지 않으니 사람들의 손을 타지 않았다. 이끼가 끼고 그 이끼가 습기를 머금자 풀씨 싹이 텄다. 뿌리가 돌 틈을 메우고 풀이 조금 더 무성해지면서 나무와 덩굴이 들어와 자랐다. 떨어져 쌓인 나뭇잎 더미가 물을 머금으며 숲은 더욱 짙어졌다.
배하고 있지만 그 아래서 활엽수와 덩굴이 맹렬한 기세로 소나무들을 위협하고 있다." src="/biz_files/news/K20200310151347809.jpg" style="width: 700px; height: 513px;" />
숯을 굽는 이들과 경찰과 토벌대에 쫓긴 사람들이 들어왔었다. 연탄, 기름, 가스가 숯을 대신하면서부터는 숯가마도 버려졌다. 잘린 나무 그루터기에서 싹이 나 하늘을 가릴 만큼 자라 오르고 송악과 담쟁이덩굴이 타고 오르고 다래넝쿨도 늘어졌다. 이렇게 바위와 돌 틈에 뿌리를 내린 나무와 덩굴과 풀이 빽빽하게 뒤엉킨 숲이 곶자왈이다.

들어갈 이유도, 필요도 없어 수십 년 방치되었던 제주도의 곶자왈에 사람들이 드나들기 시작했다. 오름과 곶자왈을 중심으로 관광객을 위한 휴양림을 조성하면서부터다. 숲을 최대한 보존하면서 울창한 그 속을 걸을 수 있도록 길을 내니 대표적인 곳이 제주시 동부의 절물자연휴양림과 교래자연휴양림, 서귀포시 동부의 붉은오름자연휴양림, 서부권의 제주곶자왈도립공원이다.
제주곶자왈도립공원(서귀포시 대정읍)은 제주 국제공항에서 차로 50분 정도 걸린다. 이곳 곶자왈 동남쪽 자락에 제주영어교육도시를 건설하다보니 숲과 농지였던 곳에 학교, 아파트, 상가 등이 들어섰고 건설공사는 지금도 진행 중이다. 곶자왈의 품 안까지 택지가 조성되고 대단지 아파트가 자리잡았다. 울창한 숲을 파고 들어 동남쪽을 향하고 있는 두 아파트 단지 사이의 작은 공간에 공원의 매표소가 있다. 지도상으로 보니 제주곶자왈도립공원이 개발 중인 제주영어교육도시의 뒷산처럼 남아 있다.
제주곶자왈도립공원은 총 면적이 약 150만㎡다. 2011년 12월 도립공원으로 지정된 이후 2015년 8월 개장했다. 구간별로 테우리길, 오찬이길, 빌레길, 한수기길, 가시낭길 등의 이름이 붙은 산책길이 숲 속에 마련되어 있다. 숲속 산책길은 대부분 나무데크로 조성되어 있거나, 야자매트가 깔려 있어서 도심의 거리에 익숙한 사람들이라도 불편 없이 짧게는 30분 길게는 몇 시간이고 숲을 걸으며 누릴 수 있다.
남쪽으로 불과 10분 거리에는 추사 김정희 유배지에 추사관(서귀포시 대정읍)이 있다. 서귀포시 안덕면 용머리해안(공항 근처 제주시 용담 2동 용두암과는 다른 곳)도 멀지 않으므로 제주도 서남부 관광 계획에 제주곶자왈도립공원을 포함시킨다면 제주의 곶자왈을 눈으로, 피부로, 폐부 깊숙히 보고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제주영어교육도시의 울타리가 워낙 곶자왈 깊은 곳까지 들어와 있어서 제주곶자왈도립공원 입구를 들어가면 바로 눈앞에 믿을 수 없을 만큼 울창한 밀림이 펼쳐진다. 마치 바닷가에서 한 걸음 내 디뎠을 뿐인데 수심을 알 수 없는 깊은 바다를 만난 느낌이 이와 비슷할 것이다.
숲으로 들어가는 데크 길에 올라서면 그 순간 하늘은 나무에 가려 거의 보이지 않고 길 양쪽에 크고 작은 나무와 덩굴이 커튼을 치듯 벽을 세우고 있다. 훅 풍겨오는 숲의 냄새와 습기 가득한 공기가 느껴지면 모르는 새 가슴 깊이 빨아들이며 발걸음을 내딛는다. 나무, 풀, 덩굴로 우거진 속으로 들어가면서 머리를 스치며 흘러가는 생각에 집중한다.
간혹 보이는 표지판은 용암의 모양과 형성 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나무는 이름표를 달고 있어 그 모양과 이름을 기억 속에 넣어보려 하나 살아오면서 눈으로 본 적이 없어 낯설 뿐이다. 제주에 와서 자주 보면서도 그 이름을 알아 낼 수 없었던 식물 이름을 발견하기도 하니 숲속 걷기가 지루하지 않다.
제주곶자왈도립공원은 산책길과 숲 해설이 적절하게 설계되어 있어 누구라도 안전하고 쉽게 제주도 곶자왈의 진면목을 온 몸으로 경험할 수 있다. 제주의 서부지역을 둘러보는 여행 계획을 짠다면 곶자왈 경험에 관한 한 당연히 이곳이 최적의 장소다.
오근식 여행작가 ohdante@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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