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18 07:38:21
주영수 국립중앙의료원장
서울대병원과 전남대병원이 각각 18일과 지난 15일, 지역 필수의료 해소에 앞장서는 공공임상교수를 공개 채용한다고 발표했다.
국립대병원 공공임상교수제는 국립대병원 소속의 의사를 선발해 지역거점 공공병원에 배치하는 사업이다. 코로나19 등 공중보건 위기에 상시 대응하고, 감염·응급·외상 등 필수의료와 수련교육을 지원하기 위해 교육부에서 2022년 처음으로 실시했다.
서울대병원은 응급의학과, 순환기내과, 신경외과 등 3개 분야 총 4명의 공공임상교수를 선발해 인천적십자병원·충청남도서산의료원 등에서 순환근무를 수행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서울대병원은 그동안 총 12명(분당서울대병원 소속 포함)의 공공임상교수를 지역 의료기관에 파견했다. 이들을 통해 2022년 11월 인천적십자병원 응급실이 폐쇄 4년만에 재개소하고, 2023년 9월에는 서산의료원 심뇌혈관센터가 개소하는 등 공공임상교수는 지역 의료공백을 해소하는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임재준 공공부원장은 “재난대응, 필수의료 등 의료공공성을 강화하는 것은 권역최종책임의료기관인 서울대병원의 책무”라며 “지역거점 의료기관과 체계적으로 협력하여 지역의 필수의료를 확충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전남대병원도 15일부터 오는 25일까지 병원 홈페이지를 통해 공공임상교수 제5차 공개채용 원서접수를 받고 있다.
이번 채용을 통해 정형외과와 재활의학과 등 총 2명을 선발하게 되며, 순환근무지는 강진의료원(정형외과)과 목포시의료원(재활의학과)이다.
강진의료원의 경우 농어촌 지역으로서 근육계 질환 환자들이 많기 때문에 정형외과 전문의의 의료서비스 제공이 필수적이다. 목포시의료원 역시 권역 내 고령인구가 늘어나면서 노인성 질환이 증가함에 따라 재활의학과 전문의의 충원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근무는 전남대병원과 지방의료원을 순환 근무하게 되며, 전남대병원에서는 근무기간의 2분의 1 미만으로 할 수 있다. 정신 병원장(신경외과 교수)은 “의료공백이 큰 지역의료원에서 중증필수의료는 물론 전공의에 대한 교육, 지역민들에 대한 만성질환 등 건강관리를 통해 의료서비스를 담당하게 돼 지역민에게 의료공백을 최소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필수의료 인력을 메우려는 정책과 노력은 요즘의 의대 정원 증원 사태와 관련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윤석열 정부의 억압적인 정책 밀어붙이기가 비판의 소지가 크지만 상대적으로 국민들은 의료서비스 불편을 감수하고 병원 이용을 자제하면서, 정부를 탓하기보다는 환자를 버리는 의사들에게 더 심한 배신감을 토로하고 있다.
극소수이지만 의대생 증원의 필요성을 인정하는 현 의대생이나 인턴 레지던트도 존재한다. 특히 주수호, 노환규, 좌훈정, 김택우, 박명하, 김동석 등으로 대표되는 현 강경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 집행부의 운동권적 정부 대응방식에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도 많다. 다만 여전히 의대생이나 젊은 의사들 대다수는 ‘돈벌이’가 되지 않는 필수의료에는 자진해서 지망하지 않겠다는 의사가 굳건하다.
주영수 국립중앙의료원장은 지난 17일 오후 “전공의들의 집단사직을 옹호하는 의사들의 태도는 현 사태 해결에 적절치 않다”며 전공의들의 조속한 복귀를 촉구했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현 의료대란의 원인에 대한 (중앙의료원 내) 전문의협의회의 문제인식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전체 구성원들의 공감대가 없는 상황에서 우리 사회에서 위치와 무게가 상당한 국립중앙의료원의 이름을 넣어 성명을 발표하고, 비이성적 대응을 언급한 데 대해 참담한 심정으로 유감과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주 원장은 특히 "의사들이 '좌시하지 않겠다' '사직하겠다'는 건 진료 현장을 떠나겠다는 건데,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볼모로 단체행동을 하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며 "의사 중에서도 가장 정점에 있는 의대 교수님들이 이렇게 얘기하시는 건 절망스러운 상황"이라고 개탄했다. 이어 “현재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으로 인한 우리 환자들의 건강과 생명에 대한 위협은 상당히 심각한 수준”이라며 “모든 전공의는 환자 곁으로 하루빨리 돌아와 주시길 간곡히 부탁한다”고 말했다.
그의 발언은 보건복지부 직속 의료기관의 수장으로서 정부에 밉보이지 않기 위한 것인지, 개인적인 소신인지 판단할 길 없으나 복합적인 배경이 깔려 있다고 본다.
의대 정원 증원 문제는 의사의 희소성이 떨어지고, 지금보다 돈벌이 경쟁이 심화될 것을 우려하는 의사들의 집단이기주의다. 의협 등은 정부의 증원 근거 추산이 합리적이고 일방적이며 갑자기 증원할 경우 의학교육 인프라가 부족하다고 한결같이 입을 모은다.
여전히 많은 고교생과 젊은 대학생들이 의대에 가길 원한다. 이들 중 일부는 필수의료에 가고, 일부는 큰 돈벌이가 된다는 피안성(피부과 안과 성형외과), 피를 볼 일이 없고 수입이 안정적이라는 정재영(정신과 재활의학과 영상의학과)에 지원할 것이다.
한국 특유의 임기응변식 대응을 고려할 때 의학교육 인프라는 금세 완벽하진 않아도 상당 수준으로 충족될 것이고, 인구감소로 인한 수십년 후의 의사 감원 필요성은 그때 가서 논의하면 충분하다. 지금 대다수 국민정서는 현 정부의 강공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으며, 필수의료가 무너지지 않기 위한 제1 조건으로 의대 정원 증원이 필요하다는 시각임을 의사단체 등이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더욱이 총선을 앞두고 현 정부가 이것까지 양보할 태도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역대 민주 진보 세력은 의사들의 체신을 깎는 데 노력하되, 실질적으로는 의사들의 돈벌이에 도움되는 정책을 많이 폈다. 대표적인 게 문재인 케어다.
반면 역대 보수 정치 세력은 전국민 건강보험 등으로 의사들의 파이(돈 벌 수 있는 총량)를 키우는 데 애썼다. 의사들이 보수정치세력을 욕할 수 없는 게 오늘날 대한민국에 전국민 건강보험이 없었다면 의료시장이 이만큼 커지고 의학기술이 이만큼 발전할 수 있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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