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2-21 13:12:03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의 효능이 화이자나 모더나 백신보다 떨어진다는 분석이 확고해진 이상 AZ 백신으로 기본접종을 맞은 60~74세에겐 배려 차원에서 선제적인 부스터샷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COVID-19, 코로나19)가 예상보다 잦아들지 않고 이스라엘, 미국, 영국 등에서 백신 접종률이 60%를 넘어서던 지난 4~6월에는 뒤늦게 백신 공급선을 찾아 허둥지둥하는 정부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그러다 7월초에는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20~40대에게 맞히지 않겠다고 우리 정부는 공언해버렸다. 75세 이상은 부작용이 적다는 화이자 백신으로 몰아주고, 젊은층은 모더나 백신으로 배정해주고 어정쩡한 60~74세와 뒤늦게 ‘잔여물량 백신’을 찾은 50대들은 AZ 백신을 맞아야 했다.
그런데 수치적으로 AZ 백신이 효과가 없는 ‘물백신’이라는 게 드러났다. 우선 지난 19일 공개된 질병관리청 자료에 따르면 항체가 생기는 환자의 비율(양전율)은 모더나·화이자 100%, AZ 99%, 얀센 90%였다.
문제는 중화항체가였다. 접종 2주 후 중화항체가는 모더나 2852, 화이자 2119, AZ는 그 5분의 1 수준인 392, 얀센은 263 수준이었다. 2개월 뒤 항체가는 모더나 2102(3개월 자료는 없음), 3개월 뒤 화이자는 865, 아스트라제네카는 146, 얀센은 130으로 감소했다.
델타 변이에 대해서는 접종 2~4주 후 AZ이 207, 화이자가 338이었다. AZ은 2차 접종 후 석 달 만에 델타 변이에 대해 항체가가 207에서 98로, 화이자는 5개월 후 338에서 168로 떨어졌다.
졸지에 1103만명의 AZ백신 접종자는 졸지에 물백신 접종자가 됐다. 안 그래도 AZ백신이 돌파감염에 상대적으로 더 취약하고, 감염 예방력이 상당히 떨어진다고 알려졌는데 수치로 확인되자 백신 맞은 후 ‘생고생’한 보람이 사라졌다.
AZ 백신은 혈소판감소증을 동반한 혈전증(thrombosis with thrombocytopenia syndrome, TTS)을 가장 많이 유발한다는 오명도 뒤집어썼다. 지난 4월 19일 기준 이 희귀혈전증은 유럽에서는 AZ 백신 접종 100만건 당 3.5~6.5건, 미국에선 얀센 백신 접종 100만건 당 1~2건, 아르헨티나에선 스푸트니크V 백신 접종 100만건당 1.3건이 보고됐다. 화이자 백신의 경우 유럽에서 접종 100만건당 0.6건, 모더나 백신은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에서 100만건당 1.25건이 보고됐다. 상대적으로 AZ 백신이 희귀혈전증을 많이 유발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10시간 이상 장거리 비행을 할 때도 1만분의 1의 확률로 정맥혈전증이 증가하며 피임약 복용 후에도 1만분의 4 이상의 확률로 정맥혈전증이 증가하는 것에 비하면 아주 낮은 수치”라고 나상훈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지적했다.
AZ 물백신 논란은 11월말 영국보건안전청(UKHSA)이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화이자 백신은 델타변이에 접종 1주 후 92.4%로 최대 감염 예방 효과를 보이다 점차 낮아져 20주에서 69%를 보였다. 반면 AZ 백신은 접종 2~9주에 66.7%로 가장 높다가 15~19주에 52%, 20주에 47.3%를 보였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와 세계보건기구(WHO)가 설정한 백신 긴급사용승인 최저 기준은 50%였다.
특히 65세 이상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0주가 지나면 AZ 백신의 감염 예방 효과가 49.9%로 떨어지고 20주 후에는 36.6%로 하락했다. AZ 백신이 접종 초기에는 별문제가 없지만 성인의 경우 20주, 65세 이상의 경우 10주가 지나면 긴급사용승인 기준 이하로 떨어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12월 1일터 2차 접종 완료율이 80%가 넘었는데도 확진자가 5000명을 넘어서고, 특히 주로 AZ를 맞은 60대 이상에서 돌파감염이 많은 것은 이 같은 백신별 효과 차이를 반영한 것으로 보고 있다.
최재욱 고려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독일 등 대규모 접종 후 조사에서도 AZ 백신은 10주 정도 지나면 항체값이 50%로, 4~5개월 지나면 30%대로 떨어진다”라며 “T세포 면역으로 위중증 확률을 많이 떨어뜨리는 것은 사실이지만 고령층은 T세포 면역이 잘 작동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문제는 기왕 맞은 AZ 백신을 되돌릴 수 없다 하더라도 이같은 사실을 알리고 후속 대책을 내놓아야 하는데 정부는 두루뭉술하게 넘어가려는 모양새다. 정부는 3차 접종(부스터샷)을 60~74세에게 우선권을 줘서 맞도록 독려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 AZ, 화이자, 모더나 백신 모두 2차 접종 완료 3개월 후, 그것도 모든 18세 이상 연령대에서 동일하게 선착순으로 맞으라고 지침을 정했는 보다 세밀하게 설계해 코로나19 감염에 취약한 60~74세부터 챙기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예컨대 AZ백신은 접종 간격이 당초 11~12주에서 4~12주로 변경됐지지만 접종 2개월만 지나도 부스터샷을 맞을 수 있게 해줘야 한다.
가끔 남아도는 모더나, 화이자 백신이 폐기된다는 뉴스가 나온다. 60~74세에 신속히 부스터샷용으로 배정돼야 할 ‘혈세가 담긴’ 방역 자산이다. 이 연령대의 3차 접종률은 14일 현재 26.6%로 미국의 65세 이상 부스터샷 접종률이 50%를 조금 넘긴 수준에 비해 크게 열악하다. 최근 코로나19 확진자가 늘어나는 것도 이 연령대의 부스터샷 미 접종이 원인일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이에 대한 반론으로 중화항체가가 낮다고 해서 실제로 코로나19 방어 효과가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혈액 속 중화항체는 전체 면역력의 일부일 뿐이다. 면역세포(T세포)의 항체 유도 효과 등 많은 요소가 포함돼야 총체적인 방어력을 평가할 수 있다.
T세포 면역효과는 AZ 백신이 가장 낫다는 평가도 있다. 이는 감염된 세포의 증식을 억제하는 세포성 면역이 좋아 위중증 예방효과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다. 중화항체는 감염 예방 효과와 관련 깊다. 이들 요소를 포함한 실제효과(Real world effectiveness)가 진짜 방어력이다.
AZ 백신은 값도 싸고 올 봄과 초여름까지 많은 이들에게 접종돼 코로나19 방어망을 구축하는 데 도움을 줬다. 최근 CDC는 보다 혈전 부작용에 안전한 백신으로 mRNA 타입의 모더나와 화이자를 추천했다. 향후 오미크론 등 신종 변이 출현에 대비하는 차원에서도 AZ보다는 모더나 또는 화이자 백신이 유리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그래도 AZ 백신은 안 맞는 것보다 낮고 상당한 감염 방어 효과와 위중증 예방 효과가 있어 존재의 필요성이 있다고 부연했다. 북한을 비롯한 중저개발국가는 AZ 백신마저도 제대로 못 맞아 코로나19 방어력이 취약한 실정이다.
어떤 연구에서는 1차 AZ-2차 화이자 백신의 교차접종이 AZ 백신 1차 및 2차 접종에 비해 크게 효과가 없다고 하고, 다른 연구에서는 1차 AZ-2차 모더나 교차접종이 가장 우수한 효과를 보인다고 한다. 모더나 백신은 미국 보건관료들이 가장 많이 받았고, 미국 행정관료들은 화이자를 선호했다. 데이터로 봐도 직관적으로 느껴도 보건 전문가들은 모더나가 화이자보다 우수할 것이라고 짐작했던 것 같다. 미국은 아직도 AZ 백신을 승인하지 않고 있다. 60~74세의 부스터샷은 이런 면에서 화이자보다는 모더나를 우선으로 배정하는 ‘운영의 묘’가 필요할 것 같다.
금년 1월 4일부터 5월 14일까지 모더나 혹은 화이자 백신을 맞은 미국 재향군인 44만명을 대상으로 감염률, 증상 완화 정도, 입원율, 사망률 등을 비교한 결과 모더나가 모든 면에서 화이자를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모더나가 감염률에서는 27%, 24주간 입원율에서는 70%가량 화이자보다 우월했다.
더욱이 20일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모더나 백신은 절반 용량(50μg)을 부스터 접종한 결과 오미크론 변이에 대응하는 중화항체 수치가 부스터 접종 전에 비해 약 37배까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 용량(100μg)에서는 83배 정도로 더 크게 증가해 모더나 백신이 훌륭한 부스터샷으로 부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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