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6-15 16:34:08
이집트 여왕 클레오파트라는 애인이었던 카이사르의 탈모 치료를 위해 불에 태운 생쥐, 곰의 기름, 사슴의 골수 등을 약으로 사용했다.
고대 그리스·로마 시대부터 탈모는 남성들의 가장 큰 고민거리 중 하나였다. 약 5000년 전 기록된 이집트의 파피루스에는 대머리 치료법이 기술돼 있고, ‘의학의 아버지’ 히포크라테스는 자신의 탈모 치료를 위해 두피에 비둘기 배설물을 발랐다는 기록을 남겼다.
로마제국의 기초를 닦은 율리우스 카이사르(로마)는 탈모를 가리려고 월계관을 썼고 온갖 민간요법에 매달렸다. 머리카락이 빠지는 만큼 권력도 사라진다고 생각해 머리에 양모제를 바르고 마사지를 받는 게 일상이었다. 자신을 죽이려했던 정적의 빚을 대신 갚아줄 정도로 온화하고 유머러스한 성격이었지만 탈모에 대한 콤플렉스가 유독 심해 ‘대머리 난봉꾼’이란 별명엔 극도의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집트 여왕 클레오파트라는 애인이었던 카이사르의 탈모 치료를 위해 불에 태운 생쥐, 곰의 기름, 사슴의 골수 등을 약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국내에서만 약 1000만여명이 탈모로 고통받고 있으며, 매년 20만명 이상이 탈모치료를 받는 것으로 추정된다. 과거엔 탈모가 중장년층 남성만의 문제로 여겼지만 최근 스트레스와 과도한 헤어제품 사용 등으로 20~30대 젊은층은 물론 여성 환자도 늘어나는 추세다.
탈모 환자는 취업, 승진, 연애, 대인관계에서 자신감을 상실하고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기 쉽다. 한창 꾸밀 나이에 탈모가 오면 자유로운 헤어 스타일링이 불가능하고 외모 콤플렉스로 악화될 수 있다.
탈모의 주요인은 남성호르몬의 일종인 ‘DHT(dihydrotestosterone,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다. 임이석 임이석테마피부과 원장은 “나이가 들면 DHT 생성량이 늘면서 모낭을 공격해 머리가 빠지게 만든다”며 “남성호르몬(안드로겐)인 테스토스테론에서 파생되는 DHT가 모낭을 위축시키고 머리카락의 성장을 막아 탈모가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여름철은 고온 다습한 날씨 탓에 땀과 피지가 과도하게 생성돼 모공이 지저분해지고 두피에 염증이 생길 수 있다. 또 더위를 이긴다는 이유로 머리를 너무 자주 감으면 두피가 예민하고 건조해져 탈모가 생길 수 있다. 짠 바닷물, 수영장의 소독약 등도 여름철 탈모를 악화시키는 요인이다. 머리에 바른 헤어에센스, 오일, 스타일링 제품이 열과 자외선에 녹아 두피 모공을 막는 것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성인 남성 5명 중 1명은 남성형 탈모증이다. 남성형 탈모는 대개 옆부분, 앞부분에서 머리가 빠지거나 정수리 부분부터 바깥쪽으로 벗겨진다. 원형탈모증의 경우 자가 면역 질환의 일종으로 추정된다. 성별 구분 없이 모든 인종에서 나타난다. 대부분 젊은 연령대에 작고 둥근 반점 형태로 탈모가 시작돼 점차 반점 수가 늘거나 크기가 커지는 게 특징이다. 심하면 수염과 눈썹에서도 발생한다.
탈모는 모낭주위주사, 자기장치료, 두피 스케일링, 조혈모세포(PRP) 등으로 치료할 수 있다. 이미 탈모가 많이 진행됐다면 자가모발이식술이 적합하다. 모발이식은 탈모가 생기지 않은 후두부에서 머리카락을 포함한 머리 피부를 떼어 탈모 부위에 심는다. 공여부 채취 방식에 따라 크게 절편채취술(절개법)과 펀치채취술(비절개법)로 구분된다.
절편채취술은 후두부의 일정 부위를 절개해 모낭을 채취한 뒤 탈모 부위에 옮겨 심는다. 대량이식이 가능해 넓은 부위의 시술에 적합하고, 머리 길이가 긴 상태로 수술하므로 모발의 성장 방향을 예측해 자연스러운 스타일을 연출할 수 있다. 두피를 절개한 뒤 봉합하므로 흉터가 남지만 윗머리로 덮어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는다.
펀치채취술은 후두부 머리를 삭발에 가깝게 자른 뒤 후두부에서 모낭 단위로 하나씩 모낭을 적출해 이식한다. 두피를 절개하지 않고 펀치로 모낭을 하나하나 적출해 시술한다. 통증은 덜하지만 작은 펀치형 흉터가 남고, 절편채취술에 비해 많은 양의 모낭을 채취하기가 어렵다. 상대적으로 시간이 오래 걸리고 비용도 좀더 비싼 편이지만 후두부 절개에 대한 거부감이 많은 환자에게 선호된다.
임이석 원장은 “모발이식 초기에 새로운 혈관이 형성되고 이식한 모낭이 제대로 생착하는 데 10~12개월이 소요된다”며 “이 기간에 이식 부위를 긁거나 음주·흡연을 하면 생착률이 떨어지고 다른 부위에서 탈모가 진행돼 원하는 스타일이 나오지 않을 수 있어 시술 후 약물치료와 생활습관 관리를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사의 허락 없이 본 글과 사진의 무단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