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1-09 09:15:36
이처럼 기골이 장대한 니트핏을 만드는 원인은 다름 아닌 승모근이었다. 하씨는 날씬한 체형을 갖고 있지만 유난히 발달한 승모근 때문에 목이 짧아보이는 게 콤플렉스였다. 얇은 니트는 몸에 착 달라붙어 승모근을 유난히 도드라지게 만들었고, 남자처럼 건장한 분위기를 풍겼다. 평소 목 라인과 어깨가 ‘ㄴ’자를 이루는 게 로망인 그는 최후의 수단으로 보톡스를 선택하기로 결심했다.
승모근은 목과 어깨를 지나 견갑골까지 이어지며 어깨근육을 들어 올리는 중요한 근육이다. 남성은 남성미를 살리기 위해 웨이트트레이닝으로 승모근을 발달시키기도 한다. 반면 여성은 승모근이 과도하면 목이 거북이처럼 짧고 답답해 보여 콤플렉스로 여기기 마련이다.
몸매가 날씬해도 승모근이 심하게 불거져 있으면 아무래도 강인한 인상을 주기 쉽다. 게다가 목덜미 부위가 솟아오르면 통증까지 동반된다. 어깨에 힘을 주는 자세를 오랫동안 유지하기만 해도 근육이 잘 뭉치고 발달하기 쉽다. 잘못된 자세, 과도한 긴장, 과음, 스트레스 등으로 단단하게 뭉쳐진 근육은 쉽게 회복되지 않는다. 장시간 침대에서 혹은 엎드려서 스마트폰을 쓰는 것도 한몫한다.
심한 경우 어깨결림, 어깨솟음, 어깨시림, 편두통, 목 부위 통증, 견갑내측 통증 등이 유발될 수 있다. 그렇다고 중요한 역할을 하는 승모근을 없앨 수 없는 노릇이다. 미적인 관점에서 신경 쓰인다면 근육이 과도하게 발달하지 않도록 평소 자세를 바르게 유지하는 게 최선이다. 척추를 곧게 세우고 날개뼈가 비뚤어지지 않게 상체를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승모근이 불거지는 것을 어느 정도 예방할 수 있다.
불룩 솟아오른 승모근은 마사지나 지압, 스트레칭만으로 개선하는 데 한계가 있다. 오랫동안 쌓여온 잘못된 자세, 타고난 유전적 성질을 마사지 몇 번으로 가라앉히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이다. 승모근에 쌓인 통증과 피로를 풀어주는 데에는 도움이 되지만 근육의 부피가 눈에 띄게 줄어들지는 않는다.
하지만 아주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통증이 너무 심하거나 외관상 보기 싫다면 보톡스의 힘을 빌려볼 수 있다. 근육은 오래 사용하지 않으면 저절로 부피가 감소한다. 가령 깁스를 오래 하면 다리나 팔이 가늘어지듯 보톡스는 근육을 마비시켜 더 이상 발달하지 않도록 돕는다.
보톡스는 주사로 승모근에 직접 주입한다. 통증은 거의 없어 특별히 마취크림을 바를 필요도 없다. 다른 부위 보톡스와 마찬가지로 시술 시간은 5분 내외로 빠른 편이다. 근육량에 따라 달라지지만 보통 한쪽 어깨를 4~5군데로 나눠 주사하며 대략 100유닛 정도 쓰인다.
최병훈 연세이미지라인의원 원장은 “승모근보톡스는 애초에 미용 목적으로 활용된 게 아니다”며 “어깨에 담이 쌓였다거나 어깨 근육이 뭉친 것 같다는 느낌이 들 때 승모근이 원인으로 판단될 경우 보톡스 주사를 놨다”고 설명했다. 애초 근육이 지나치게 발달해 어깨 통증이 나타날 경우 완화해주는 치료제로 쓰였던 것이다.
성형수술이 대중화하면서 이를 미용 목적으로 이용하는 경우가 늘었다. 승모근에 보톡스를 주입하면 일시적으로 근육 크기가 줄어 목과 어깨의 라인이 여성스러워진다. 불거진 승모근으로 ‘굴욕사진’을 남겼던 연예인들의 어깨라인이 몰라보게 예뻐진 비밀도 승모근 보톡스다. 다만 근육이 과도하지 않은 사람이 보톡스를 과도하게 맞으면 어깨 근육이 약해져 팔의 움직임이 뻣뻣해질 우려가 있다. 승모근이 목·어깨·등뼈에 붙어 어깨를 위로 들어올리는 기능을 하기 때문이다.
최병훈 원장은 “승모근에는 과도한 양의 보톡스를 사용하지 않는다”며 “어깨를 들어 올리거나 고개를 가누는 힘까지 빠져버릴 수 있어 주입량에 신경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시술 후 최소 2주 후부터 효과가 나타나고 1개월 뒤에는 근육의 50% 정도 감소한다”며 “2개월째에 접어들면 70~80% 줄어들어 효과가 정점에 이른다”고 덧붙였다.
시술 후에는 3주간 어깨에 간접적으로 힘이 들어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이때 근육의 부피가 줄 뿐만 아니라 어깨통증까지 사라지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줄어든 승모근은 대개 6개월 정도 유지되며 근육 사용량에 따라 개인차가 있다. 어깨를 많이 쓰고 운동을 자주 하는 사람이라면 아무래도 근육이 다시 솟는 시기가 빨라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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