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구로병원 위암팀은 복막으로 전이된 위암 환자의 생존율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복강 내 고용량 파클리탁셀 병용요법’ 성공적 2상 연구 결과를 도출했다고 7일 밝혔다.
김종한, 장유진, 서원준 고려대 구로병원 위장관외과 교수와 오상철 종양내과 교수가 주도하고 총 6개 대학병원의 위암치료팀이 참여한 위암복막전이연구회는 복막전이를 동반한 위암 환자 24명(28명 피험자 중 분석 가능 인원)을 대상으로 복강내(intraperitoneal, IP) 항암제인 파클리탁셀과 더불어 전신 항암제인 S-1(Tegafur/gimeracil/oteracil) 및 옥살리플라틴을 병용해 복막전이뿐만 아니라 전신 원격전이 암에 대한 치료 효과를 분석했다.
환자 복강 내에 포트를 삽입한 후 3주 간격으로 8주기에 걸쳐 치료를 진행했으며, 매 4주기마다 복강경 검사로 복막암지수(peritoneal cancer index, PCI)를 측정하고 컴퓨터단층촬영(CT)와 내시경 검사를 병행해 종양반응을 종합적으로 분석했다.
그 결과 1차 평가지표인 6개월 무진행 생존율 82.6%를 기록, 기존의 전신 항암화학요법의 6개월 무진행 생존율로 알려진 약 30% 대비 2.7배 뛰어난 효능을 보였다.
2차 평가지표인 1년 무진행 생존율은 69.6%, 1년 전체 생존율은 76.9%였다. 무진행 생존기간은 15.8개월에 달했다. 객관적 반응률은 41.67%였다.
복막암 병기를 뜻하는 복막암지수(0~39점)는 치료 전과 비교해 평균 12.4점 감소했다. 복막암지수는 복막 전이로 인한 종양 부하(볼륨 증가)를 추정하는 데 사용되며 암세포 감소 가능성이 높을수록 복막암지수는 낮게 산출된다.
피험자 중 1명은 복막 전이가 완전히 소멸됐다. 혈액독성(호중구감소증 41.7%, 백혈구감소증 20.8%)이 주요 부작용으로 나타났으나 대부분 증상 관리가 가능했다.
위암 4기 환자의 40%에서 발생하는 복막 전이는 생존기간 중앙값이 11개월에 불과할 정도로 치명적 예후를 보인다. 기존 전신 항암제를 사용하더라도 복강 내 약물 농도가 낮아 한계가 있었고, 장폐색이나 악성 복수 등 합병증으로 삶의 질이 극도로 저하되는 문제가 지속돼 왔다.
따라서 이번 연구성과는 복막 전이 위암 치료 표준을 바꿀 수 있는 중요한 이정표로 평가받고 있다.
위암복막전이연구회는 복강 내에 직접 항암제를 투여하면 복막 병변에 고농도 약물 전달이 가능하면서도 전신 순환을 통해 림프계 전이에도 효과적이라는 점에 주목해 2020년부터 복강 내 항암치료 다기관 연구를 진행해 왔다.
이전에 진행된 1상 임상시험에서는 효과 극대화를 위해 복강 내 항암제(파클리탁셀)의 최대 허용 용량(80mg/m²)을 확인한 바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이번 2상 연구를 통해 병용요법의 치료 효과를 본격 분석했다.
김종한(오른쪽), 서원준 고려대 구로병원 위장관외과 교수
이번 연구논문의 제1저자인 서원준 교수는 “아시아에서 진행 중인 복강내 파클리탁셀 요법 연구 중 가장 높은 파클리탁셀 용량을 적용해 안전성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며 “이번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3상 임상을 시작했으며, 전체생존율을 1차평가지표로 삼고 장기적 효과를 분석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연구책임자인 김종한 교수는 “이번 연구결과는 복막 전이 위암 치료의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될 것”이라며 “향후 표준치료 지침 개정과 신약 허가를 위한 국제 공동연구를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논문은 ‘유럽외과종양학회지’(European Journal of Surgical Oncology, EJSO, IF=3.5) 온라인판에 지난 1월 14일 게재됐다. 수정판은 지난 2월 25일 ‘Intraperitoneal paclitaxel with systemic S-1 plus oxaliplatin for advanced or recurrent gastric cancer with peritoneal metastasis: A single-arm, multicenter phase II clinical trial’(복막 전이가 있는 진행성 또는 재발성 위암을 위한 복막 내 파클리탁셀과 전신 S-1 + 옥살리플라틴 병용 요법: 단일군 다기관 2상 임상시험)이란 논문으로 발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