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면역질환인 전신홍반성낭창(systemic lupus erythematosus, SLE, 일명 루푸스)의 발병 전 단계에서 형성되는 자가항체인 항핵항체(antinuclear antibody, ANA) 생성에 관여하는 유전자와 면역기전이 밝혀졌다. 루푸스의 조기 진단과 치료법 개발에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배상철 한양대병원 류마티스 교수팀(방소영·이혜순 한양대 구리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과 김광우 경희대 이과대 생물학과 교수는 루푸스와 연관된 유전 변이들이 루푸스 발병 전 단계에서 자가항체 형성과 면역계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최초로 밝혀내 류마티스 분야의 최고 권위 학술지인 ‘Annals of the Rheumatic Diseases’(ARD, impact factor 20.3)에 ‘Genetic burden of lupus increases the risk of transition from normal to preclinical autoimmune conditions via antinuclear antibody development’란 논문으로 게재했다고 6일 밝혔다.

루푸스는 면역계 이상으로 자신의 몸을 공격하는 대표적 자가면역질환으로 발병 전 단계에서는 항핵항체가 존재하지만 증상이 나타나지는 않는다. 지금까지 루푸스와 관련된 다수의 유전적 변이들이 발굴되었으나, 질병 발병 전 항핵항체 생성에 유전적 요인들이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 대해서 충분히 연구된 적이 없었다.

연구팀은 건강한 사람(3만3596명), 자가항체 양성인 루푸스 환자(349명)를 대상으로 광범위한 유전체 연관 분석을 수행해 루푸스 연관 유전적 위험 점수(Polygenic Risk Score, PRS)를 계산했다. 여기엔 180가지의 익히 알려진 non-human leukocyte antigen (non-HLA) SLE loci, HLA-DRB1 classical alleles, 임상적 표현형에 수반되는 면역관련 경로 등이 함수로 포함됐다.

연구 결과, 루푸스 연관 유전적 위험 점수가 높은 사람일수록 항핵항체 생성 및 역가가 유의하게 증가했으며, 평균 이상의 유전적 위험 점수를 가진 사람은 항핵항체 발생 위험이 2배 이상(2.25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또 T세포 및 B세포 수용체 신호전달, 사이토카인 관련 신호 경로 등 9개의 면역 경로가 루푸스 발병 전 단계에서 항핵항체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러한 면역 경로는 면역 조절 메커니즘의 핵심 역할을 하며, 초기 자가면역질환의 진행 과정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이번 연구는 루푸스의 유전적 요인이 건강한 사람에서 자가항체 생성에 미치는 영향을 입증했으며, 항핵항체 형성에 관여하는 면역 경로를 규명하여 자가면역질환의 조기 진단과 치료법 개발 가능성을 제시했다. 또 자가면역질환 예측 바이오마커를 연구하는 기반을 마련, 면역체계 이상과 질병 발생 메커니즘을 규명하는 연구를 촉진할 것으로 기대된다.

   배상철 한양대 류마티즘연구원장

배상철 한양대 류마티즘연구원장은 "이번 연구를 통해 루푸스 주요 자가항체인 항핵항체 생성 및 질환 발병 메커니즘을 한층 더 이해할 수 있었다”며 “확인된 유전 정보는 루푸스의 발병 예측, 조기진단, 맞춤치료 개발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한양대 류마티즘연구원과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방소영 교수와 천세환 경희대 생물학과 연구원이 공동 제1저자로, 배상철 교수와 김광우 교수가 공동 교신저자로 참여했다.

루푸스는 주로 20~30대 젊은 여성에게 발생하는 대표적인 류마티스질환으로 피부, 관절, 뇌, 신장, 심장, 폐 등 신체 어느 부위에서나 발생할 수 있어 매우 다양한 증상을 보인다. 이 때문에 ‘천의 얼굴을 가진 병’으로 불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