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하얀 것이 올라와 급하게 병원을 찾는 이들은 자신이 백내장이라고 생각하곤 한다. 그 중 상당수는 익상편으로 진단받는다. 각막 주변이 뿌옇게 흐리지는 공통점을 가진 백내장과 익상편, 어떤 차이가 있는지 살펴보자.
백내장은 노화로 인한 대표적인 안과질환으로 투명했던 수정체의 단백질이 변성돼 백색 또는 황색, 심한 경우 갈색 등의 혼탁을 보인다. 심해지기 전에는 육안으로 확인하기 쉽지 않다. 반면 익상편(翼狀片)은 이름 그대로 ‘날개(翼) 모양(狀)의 조각(片)’이 눈의 표면에 생기는 질환이다. 때문에 ‘군날개’라는 별명이 있다. 결막 조직의 비정상적인 증식으로 섬유혈관성 조직이 각막을 침범해 안구 표면에 흰막이 생긴다.
백내장의 원인으로는 노화, 자외선, 당뇨병으로 인한 단백질의 이상 변성 등이 꼽힌다. 외상, 유전적 요인, 스테로이드 등 약물에 의해서 유발되기도 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백내장 환자는 2019년 147만6751명으로 2015년 120만1158명보다 약 23% 증가했다. 대부분 60대 이상에서 관찰되며 초기에는 낮에 시력이 저하되는 주맹 현상을 보이기도 한다. 양상에 따라 돋보기에 의존하던 환자들이 돋보기 없이도 근거리가 잘 보이는 경험을 하기도 한다.
익상편은 발생 원인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유전적인 요인, 자외선, 먼지, 건조한 공기 등 환경적인 요인으로 추측된다. 증식된 섬유혈관성 조직에 의해 충혈, 이물감 등이 느껴진다. 시축을 가리거나 각막(검은자)까지 자란 병변에 의해 난시 등이 유발돼 시력 저하가 나타나기도 한다. 50대부터 급증하고, 흡연하거나 야외 활동이 많은 이들에게서 주로 관찰된다. 지난해 진료받은 인원은 6만8602명이다. 자외선과 흡연, 이물 반응 등이 대표적으로 알려진 원인이다.
황형빈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안과 교수는 “백내장과 익상편은 세극등 현미경을 통해 관찰 후 진단하게 되는데, 두 질환 모두 일정 이상 진행되면 안경으로도 교정이 되지 않는 시력 저하가 나타난다”고 말했다.
백내장 진단을 받으면 시력 저하가 생기는지 관찰하고 수술 여부를 결정한다. 외상으로 인한 백내장은 증상이 일반적인 노인성 백내장(시력 저하)과 비슷하지만 수술방법이 매우 까다롭고 합병증 발생 빈도가 높다. 경우에 따라 2차 수술이 시행되는 경우도 있고 망막 전문의 등과 협진이 필요할 수 있다. 수술은 일반적으로 초음파 유화흡인술을 시행해 백내장이 발생한 수정체를 제거하고 비어 있는 수정체낭에 적합한 도수의 인공수정체를 삽입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최근에는 최대한 나안시력을 호전시키기 위해 난시 인공수정체삽입술을, 노안 개선을 위해 다초점 인공수정체삽입술을 시행하기도 한다.
익상편은 증상 정도에 따라 인공눈물이나 혈관수축제, 비스테로이드 항염제, 스테로이드제 등 염증 조절제를 이용한 약물치료가 요구된다. 익상편이 너무 커서 사시가 되거나 심각한 시력저하가 생기는 등 증상이 심해지면 수술치료가 고려될 수 있다. 각막을 덮고 있는 섬유조직과 결체조직을 제거하는 방식이다.
황 교수는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수술방법이나 인공수정체를 선택하려면 각막지형도검사, 굴절검사, 안저검사 등을 받고 수술 전 충분한 면담과 문진을 통해 환자의 전신질환, 나이, 생활패턴, 직업 등까지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다.
난시 교정 인공수정체나 다초점 인공수정체를 삽입하는 수술이 백내장 수술 또는 ‘노안 수술’로 일컬어지면서 고가 안과수술로 유행하고 있다. 그러나 환자나 안과의사 모두 섣불리 이들 렌즈를 선택해서는 안 된다. 부정난시가 있거나 각막 혼탁이 있는 경우 난시 인공수정체삽입술이 적절하지 않을 수 있다. 중증 안구건조증·녹내장·망막질환을 갖고 있거나, 적합한 대상이라 하더라도 일반적인 사무직이 아닌 야간 운전 또는 근거리 정밀작업을 장시간 해야 하는 직업을 갖고 있다면 다초점 인공수정체삽입술 시행 후 빛 번짐으로 인한 불편감이 심할 수 있어 피하는 게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