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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에서 가장 와인을 사랑하는 국가, 아르헨티나
  • 김지예 ·소믈리에 기자
  • 등록 2020-10-18 15:10:47
  • 수정 2020-10-18 20: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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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미 최대 와인 생산‧소비국, 1980년대 침체기 거쳐 화려한 도약 중 … 전세계 말벡 4분의 3담당
안데스산맥을 끼고 있는 아르헨티나 포도밭. 고지대에서 자란 포도로 만든 아르헨티나 레드와인은 동맥경화를 예방하는 폴리페놀의 함량이 높다고 알려져 있다.
한국에서 남미 와인으로 대표되는 곳은 자유무역협정(FTA)을 가장 먼저 맺어 저렴하게 와인을 첫 수입했던 칠레다. 하지만 남미에서 가장 와인을 많이 생산하고 소비하는 곳은 그 옆나라인 아르헨티나다. 이곳은 남미 대륙 최대 와인 생산국이자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미국에 이은 세계 5위의 와인 생산국이다.
 
하지만 글로벌 와인 시장에서 아르헨티나 와인은 칠레 와인에 비해 존재감이 약하다. 1인당 연간 와인 소비량이 50~60병(세계 6~7위)에 이를 만큼 내수시장이 발달해 자국에서 소진되는 양이 많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오랜 기간 경기침체를 겪으며 품질 향상에 소홀했던 이유가 더 크다.
 
비교적 경기와 정치가 안정된 1990년대 이후 품질 개선에 나서면서 최근 아르헨티나 와인은 글로벌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해외 자본과 양조가들의 유입은 아르헨티나 와인 산업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스페인 식민지 시절 시작돼 경제 성장과 함께 호황 … 침체기 겪고 1990년대 혁신 시도
 
아르헨티나 와인의 역사는 1557년부터 시작된다. 스페인에서 건너온 정복자과 수도사들이 이 해 북서부 산티아고델에스테로(Santiago del Estero)에 최초의 와인을 위한 포도원을 만들었다. 이 때 심겨진 포도는 스페인 품종인 비니페라(Vinifera)와 끄리오야 치카(Crriolla Chica)다.
 
1820년 스페인의 통치가 끝나고 아르헨티나가 독립하면서 유럽에서 수많은 이민자가 몰려왔다. 이들은 저마다의 포도 품종을 심어 와인을 만들어 내면서 아르헨티나의 와인산업을 일궜다. 
 
아르헨티나는 일조량이 풍부하고 건조한 기후로 와인용 포도를 키우기에 천혜의 환경을 가지고 있다. 더욱이 풍부한 자원으로 경제적으로 눈부신 성장을 이룬 덕에 와인산업도 빠르게 발전했다. 1853년에는 프랑스인이 농업학교를 설립해 포도재배 기술을 전파했으며, 1880년 수로가 개발돼 사막지역에도 포도원을 조성할 수 있었다. 
 
이런 환경 속에서 1880년대 초 전설적인 양조가 티불시오 베네가스(Tiburcio Benegas) 등이 멘도사(Mendoza) 지역에 와이너리들을 본격적으로 만들고, 1885년 멘도사와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Buenos Aires) 사이에 철길이 놓아지면서 아르헨티나의 와인산업은 엄청난 속도로 발전했다.
 
하지만 1970~1980년대 거듭되는 경제침체와 장기 독재로 아르헨티나의 경제적 기반이 몰락하자 와인산업 역시 내리막길을 걷게 된다. 와인의 생산량은 크게 줄지 않았으나 품질보다는 저렴한 가격에 초점을 둔 내수용 벌크 와인 위주로 생산이 이뤄졌다.
 
아르헨티나 와인이 다시 국제무대에서 진출하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이후 국내 경기가 안정된 이후다. 이웃 칠레의 발전을 모델 삼아 국제적인 기준을 만족시키기 위한 품질 개선에 공을 들이고 있다. 국가 지원을 받아 프랑스와 미국 등에서 양조가를 초빙하고, 온도를 조절할 수 있는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를 도입한 것이 그 예다.
 
해외 자본에 의한 투자도 늘어 프리미엄 와인을 생산하는 대형 와이너리도 생겨났다. 대표적으로 최초의 외국인 투자사인 ‘노통’(NORTON), 이탈리아 자본인 ‘크로타’(CROTTA), 로버트 몬다비사의 와인 메이커인 폴 홉스(Paul Hobbs)를 영입한 ‘파스쿠알 토소’(PASCUAL TOSO), 칠레의 콘차이토로가 투자한 ‘트리벤토’(TRIVENTO) 등이 있다.
 
이런 노력이 인정을 받아 최근 아르헨티나 와인은 최근 국제시장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아르헨티나 와인 생산의 70%는 내국민이 소화하고 30%만 수출하고 있지만, 수출 비중이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아르헨티나 와인 산지. 출처 나무위키
건조한 고산지대 기후로 폴리페놀 함량 높아 … 최근에는 말벡 외 토론테스 화이트와인도 인기
 
아르헨티나의 와인산업이 발달한 데는 포도를 키우기 좋은 천혜의 환경이 한 몫 한다. 바다에서 먼 고산지대(안데스산맥)에 위치해 세계에서 몇 안되는 대륙성 기후의 포도 재배지 중 하나로 경쟁력을 갖고 있다.
 
위도 상 남위 21.1도와 51.9도 사이에 위치해 있으며 겨울에 잠시 비를 내리는 것 외에는 대체로 맑아 일년 내내 일조량이 풍부하다. 강수량은 연 250mm 내외로 건조해 당도 높은 양조용 포도를 재배하기에 매우 적합하다. 여기에 안데스산맥 위의 만년설이 녹아 흐르는 강은 깨끗하고 미네랄이 풍부한 농수를 제공한다. 땅이 척박한 점도 포도수확량 조절에 용이하다. 
 
와이너리 대부분이 해발 300~3000m 사이 고지대 평원에 위치해 다양한 떼루아와 미세기후로 독특한 재배조건을 창출한다. 와인 산지가 고산지대에 있을수록 자외선을 많이 받아 폴리페놀의 함량이 높아진다는 연구결과가 있는데, 아르헨티나 레드와인 역시 폴리페놀 함량이 높은 편이다. 폴리페놀은 동맥경화 등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병충해가 적어 농약이 사용되지 않는 유기농 와인의 생산도 많은 편이다.
 
아르헨티나 와인의 대표 품종은 말벡(Malbec)이다. 전세계 말벡 와인 4개 중 3개가 아르헨티나에서 생산될 만큼 절대 수를 차지한다. 단단한 껍질과 풍부한 탄닌이 특징으로 색이 짙고, 거칠고 강한 보디감에 강건한 구조감을 지녀 아르헨티나의 특산품인 그릴 소고기와 최고의 마리아주를 자랑한다.
 
말벡은 원래 남프랑스(보르도)의 토착 품종으로 아르헨티나에서는 도밍고 파우스티노 사르미엔토(Domingo Faustino Sarmiento) 전 대통령에 의해 1853년 처음으로 재배됐다. 아르헨티나 정부가 말벡이 처음 심어진 4월 17일을 ‘말벡 월드 데이(Malbec World Day)’로 지정하고 기념할 정도로 국민적인 애정이 각별하다.

세계 4위의 와인기업이자 남미 제1의 와인기업 트라피체(Trapiche)의 트라피체 말벡은 말벡 품종을 대표하는 와인으로 꼽힌다. 1883년 설립된 트라피체의 말벡은 프랑스 와인 못잖은 인기를 누려 국내서도 2만원대의 대중적인 가격으로 잘 팔려나가고 있다. 

‘카테나(Catena) 말벡’도 말벡의 풍미가 잘 드러난 아르헨티나 와인이다. 2006년 5월 영국 와인잡지 디캔터에 의해 ‘세계 50대 레드 와인’에 선정, 가치를 인정받았다. 미국 와인 전문지 와인스펙테이터는 100점 만점에 91점의 높은 평점을 줬다. 세계적인 와인 평론가 로버트 파커도 91점을 매겼다.

‘파스쿠알 토소 말벡’도 2009년 세계와인대회에서 4개의 금메달을 수상해 주목받았다. 로버트 몬다비에서 영입된 폴 홉스가 몬다비사와 같은 방법으로 양조해 세련미를 더했다. 

이밖에 시라(Syrah), 템프라니오(Tempranillo) 등 강건한 구조의 레드 와인 품종이 전통적으로 재배됐다.
 
하지만 최근에는 화이트와인 품종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이를 재배하는 와인너리가 늘고 있다. 토론테스(Torrontes), 샤르도네(Chardonnay), 소비뇽블랑(Sauvignon Blanc) 등이 대표적인데, 특히 토착 품종인 토론테스의 인기가 높다. 짙은 꽃향기와 고급스러운 산미가 특징이다.
 
아르헨티나에서 생산되는 와인은 크게 레드 55%, 화이트 20%, 로제 25%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웃 칠레와 달리 단일 품종의 와인보다는 프랑스 보르도처럼 블렌딩한 와인을 주로 생산한다. 레드와인은 말벡을, 화이트와인은 토론테스나 샤르도네를 기본으로 블렌딩한 게 많다.
 
멘도사‧산후안‧살타‧라리오하‧리오네그로 등 5개 산지가 유명
 
아르헨티나는 크게 서쪽의 안데스산맥(건조한 분지와 포도로 가득한 구릉, 빙하산맥과 디스트릭트 호수), 동쪽의 비옥한 저지대(아열대 우림), 중앙 팜파스(다습하고 건조한 기후가 섞인 넓은 평원), 파타고니아(부에노스아이레스 이남의 목가적인 대초원과 빙하지역이 공존) 등 4개 구역으로 나뉜다.

또는 해발을 기준으로 6000~1만피트(1828~3048m)에 이르는 살타(SALTA), 1000~6000피트(348~1828m)의 쿠요(CUYO), 이보다 해발이 낮은 남미대륙 남동부의 삼각형 모양 평원 고원지대인 파타고니아 아틀란틱(Patagonia Atlantica)으로 분류하기도 한다.

와이너리의 90%는 남위 22~45도 사이인 아르헨티나 중간지역인 쿠요(Cuyo) 지역에 위치하고 있다. 안데스의 멘도사(Mendoza)와 산 후안(San Juan), 이에 인접한 산 루이스(San Louis)가 쿠요에 속한다.

 
아르헨티나의 주요 와인 산지는 멘도사(Mendosa), 산 후안(San Juan), 살타(Salta), 라 리오하(La Rioja), 리오 네그로(Rio Negro) 등 5개 지역인데 이 중 전자의 3곳이 쿠요에 속한다.
 
멘도사는 칠레와 국경을 이루는 안데스산맥 동쪽에 자리잡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와인 생산지로 지금도 아르헨티나 와인의 70%가 이곳에서 생산되다. 대륙성 기후로 여름에는 매우 따뜻하고 건조하며 고도 때문에 일교차가 크고, 겨울에는 매우 추워 강건한 구조감을 가진 와인이 만들어진다. 말벡 품종이 주로 재배되지만 화이트와 로제와인도 일부 생산된다.
 
산 후안은 멘도사의 바로 북쪽에 자리잡고 있다. 사토와 자갈이 많은 토양으로 인해 배수가 좋은 편이다. 재래품종인 끄리오야와 세레사(Cereza)의 생산량이 많다. 이밖에 아페리티프 와인(식전 와인)으로서 버머스(Vermouth), 뮈스카델(muscadel) , 쉐리(sherry) 등 달면서도 약간 씁쓸한 주정강화 와인을 만드는 데 들어가는 스페인 유래 품종들이 재배된다. 
 
살타는 쿠요의 남쪽 지역으로 아르헨티나에서 가장 먼저 양조용 포도나무가 심어진 곳이다. 17세기 선교사들에 의해 처음 와이너리가 조성됐고 19세기 유럽에서 넘어온 이민자들이 수많은 와이너리를 세웠다. 밤낮의 기온차가 커서 포도가 적당한 산도를 유지할 수 있다. 주요 품종은 토론테스다.
 
라 리오하는 스페인의 유명 와인 산지와 이름이 같은데, 스페인 이민자들이 미사용으로 포도를 심기 시작한 게 이 지역 와인산업의 시작이 됐다. 스페인에서 들여온 뮈스카 데 알렉산드리아(muscat de alexandria)와 토론테스 품종의 화이트 와인이 주로 생산된다.
 
리오 네그로는 가장 남쪽에 위치하고 있으며 포도 외에도 사과 등 과일이 풍부하게 생산된다. 다른 와인 산지에 비해 기후가 서늘해서 피노누아, 소비뇽블랑, 말벡 등이 주로 생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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