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급격히 쌀쌀해지면서 감기를 달고 사는 사람을 쉽게 볼 수 있다. 몸에 열이 나고 기침이 반복되는 증상은 대체로 가볍게 여기지만 폐렴부터 심장질환, 패혈증까지 각종 중증질환의 위험을 알리는 신호가 될 수 있다.
환절기 증상의 경중은 어떤 바이러스가 원인이냐에 따라 결정된다. 김윤정 고려대 구로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요즘처럼 일교차가 큰 시기에는 신체면역기능이 떨어져 바이러스에 쉽게 감염된다”며 “라이노바이러스(rhinovirus)는 증상이 콧물 등으로 비교적 경미한 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반면 콕사키바이러스(coxsackie virus)나 에코바이러스(echovirus)에 감염될 경우 고열에 온몸이 부서질 듯 아프면서 구내염이 동반되고, 고령 환자는 늑막염증·만성기관지염·천식 등이 나타난다”며 “면역력이 약한 소아가 이들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감기를 앓다가 폐렴, 패혈증 등으로 악화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감기, 폐렴 등과 증상이 비슷해 헷갈리기 쉬운 패혈증(敗血症)은 세균이 혈관을 통해 전신에 퍼져 염증을 유발하는 질환이다. 제 때 치료받지 않으면 30일 내 사망률이 20~30%로 높지만 아직도 덜 알려져 있지 않다. 2013년 분당서울대병원이 일반인 108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패혈증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은 27.3%에 불과했다. 발음상 ‘폐’로 들리기 쉬워 폐질환으로 잘못 알고 있는 경우도 많다.
패혈증은 보통 폐렴이 악화되면서 세균이 혈액으로 퍼져 발생한다. 간질환·알코올중독 환자, 고령 노인, 신생아 등 면역력이 저하된 사람에서 발병률이 높다. 세계 패혈증 관련 학계에 따르면 개발도상국의 경우 신생아와 유아 사망 원인의 60~80%를 차지하며 그 수는 매년 60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패혈증에 걸리면 세균에 대한 면역반응으로 온몸에 염증이 생겨 간·콩팥·폐·뇌 등 주요 장기가 손상된다. 심할 경우 호흡이 거칠어지고 의식이 떨어진다. 체온이 38도 이상으로 올라가거나 반대로 36도 이하로 내려가거나, 맥박이 1분당 90회 이상 뛰는 증상이 나타나면 바로 진료받는 게 좋다. 초기 증상 발생 6시간 내에 항생제 처방이나 수액치료를 받으면 패혈증 사망 위험을 낮출 수 있다.
폐렴은 패혈증 원인의 50% 가량을 차지하므로 악화되기 전 감기와 구별해 진료받는 게 중요하다. 폐렴은 감기와 달리 시간이 지나도 고열이 지속되고 호흡곤란이 심해진다.
만약 고열이나 인후통 없이 마른 기침만 나오면서 가슴 주변이 뻐근한 흉통이 동반되면 호흡기질환이 아닌 심장질환일 가능성이 있다. 이럴 땐 흉부 X선 검사와 심장초음파 검사로 정밀진단을 받는 게 권장된다. 또 기침, 콧물, 목통증 등 호흡기계 증상 없이 몸이 욱신거리고 팔·다리가 쑤시는 몸살 증상이 올 땐 뇌경색을 의심해볼 수 있다.
김 교수는 “환절기엔 건조한 대기 탓에 호흡기 점막이 약해져 각종 바이러스 감염에 노출될 수 있어 물을 자주 마시는 게 도움된다”며 “각종 감염질환을 예방하는 최선의 방법은 손씻기를 실천하는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