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도한 음주시 요산 생성량 늘어 … 40~50대 남성, 신장기능 약화돼 여성보다 발병률 높아
서영일 한림대성심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
영업사원 윤모 씨(45)는 얼마전부터 구두를 신을 수 없을 정도로 엄지발가락과 발톱이 심하게 아팠다. 직업 특성상 구두를 신고 자주 돌아다녀서 그럴거라고 생각했지만 병원을 찾은 결과 통풍이란 진단이 나왔다. 윤 씨는 평소 잦은 술자리 때문에 간이 나빠지지 않을까 염려했지만 통풍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그는 술이 통풍 증상을 악화시킨다는 얘기를 들은 후 다가오는 송년회와 술자리가 부담스러워졌다.
그동안 통풍은 왕이나 귀족처럼 잘 먹고, 부유하고, 뚱뚱한 소수 계층의 사람에서만 발병해 ‘왕의 질병(the disease of kings)’으로 불렸다. 그러나 최근 서구화된 식습관 탓에 비만인 중념 남성의 질병으로 대중화됐으며, 고령화사회로 접어들면서 발생률과 유병률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 질환은 혈액내 요산(주로 단백질 음식을 섭취한 뒤 인체가 대사하고 남은 산물의 하나) 농도가 높아지면서 요산염이 관절 및 주위 연부조직에 침착돼 발생한다. 요산염이 관절에 침착되면 극심한 통증을 동반하는 급성 통풍성 관절염이 나타나게 된다. 초기에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관절이 변형 또는 불구가 되거나, 다양한 신장질환이나 콩팥에 돌이 생기는 콩팥돌증(신석증) 등이 발생할 수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통계에 따르면 2007~2011년 통풍 환자 수는 매년 10%씩 증가하고 있다. 전체 환자 중 남성의 비율이 90%에 달할 정도로 통풍은 대표적인 ‘남성병’이다. 술과 고기를 즐기는 40~50대가 전체 진료환자의 48.2%를 차지한다. 서영일 한림대성심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는 “통풍이 주로 남성에서 발생하는 이유는 남성은 신장에서의 요산 제거능력이 나이들수록 감소하는 반면 여성은 폐경 이전까지 여성호르몬의 영향으로 요산 제거능력이 유지되기 때문”이라며 “특히 40~50대 남성은 신장 및 장기능이 점차 약화돼 요산의 배출능력이 떨어져 있어 과식, 과음, 운동부족, 과다운동 등으로 요산이 과잉 생성되면 통풍 발생위험이 크게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통풍으로 인한 통증은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가을부터 점차 심해지다가 겨울에는 밤에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로 악화된다. 계절이 바뀌는 환절기에도 환자 건강의 균형 상태가 무너지면서 통증이 심해질 수 있다. 또 요즘 같은 연말에는 잦은 송년회로 음주 횟수가 많아지면서 통풍의 발생률이 증가한다.
고단백음식인 붉은색 육류 및 해산물, 술 등을 과다섭취하면 요산 생성량이 급증해 통풍 발생위험이 높아진다. 서 교수는 “통풍은 질환의 진행 상태에 따라 생활습관을 개선하거나 요산생성억제제·요산배설유도제·진통소염제 등을 이용해 약물치료를 실시한다”며 “생활습관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질환이기 때문에 고위험군인 중년 남성은 절제된 생활습관을 갖는 게 좋다”고 당부했다.
통풍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비만이 되지 않도록 정상 체중을 유지해야 한다. 그러나 과도한 운동은 탈수를 유발하고 요산의 생성을 촉진해 오히려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물을 자주 마시면 요산 배설이 촉진돼 질환을 예방하는 데 도움된다. 서 교수는 “통풍은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병 등과 동반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해당 질환자는 꾸준한 치료로 증상 정도를 잘 조절하는 게 좋다”며 “초기에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극심한 통증을 동반한 발작성 관절염의 빈도가 점차 잦아지고 염증이 침범하는 관절 수가 많아져 만성 관절염으로 악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경우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병, 지방간 등 대사증후군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지므로 질환 초기부터 꾸준히 관리 및 치료하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