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백질과 필수아미노산의 보고 ‘번데기’… 누에고치 못지 않은 효과에 경제적
김달래 한의원 원장
뽕나무는 높이가 큰 것은 5m 이상이나 되고 잎, 뿌리껍질, 열매 등을 한약재로 사용할만큼 매우 친숙하다. 더구나 뽕나무잎을 먹고 자라는 누에의 고치는 비단의 재료가 돼 유사 이래 인간을 이롭게 해온 나무로 존중받았다. 뽕나무조차도 불을 지피면 온도가 일정하게 유지되기 때문에 한약을 오랫동안 달일 때 화목으로도 많이 사용되고 있다.
뽕잎은 몸에 열이 많은 사람의 기침과 천식, 부종, 관절염, 변비를 치료하고 당뇨병을 치료하는 효과가 있다. 뽕나무의 잎과 뿌리껍질을 투여하면 당뇨병에 걸린 흰쥐의 공복시 혈당이 조절되는 항당뇨병 효과가 실험을 통해 입증됐다.
한약재로 사용되는 뽕잎은 그 종류가 많지만 각 종류별로 약효에 큰 차이가 없다. 다만 채취하는 시기가 서리를 맞은 다음일 때 가장 약효가 좋다. 뽕나무잎은 10월말이나 11월초에 서리가 내린 다음 채취해 말린 것을 최상품으로 본다. 그래서 예전부터 서리 맞은 뽕잎을 ‘겨울 뽕잎’,‘동상엽(冬桑葉)’ 또는 ‘서리 맞은 뽕잎’이라고 해서 ‘상상엽(霜桑葉)’이라고 불렀다.
누에 속에는 다당류인 전분이 단당류인 포도당으로 변하는 속도를 늦춰주는 성분이 들어 있어서 밥을 먹고 나서 즉시 혈당이 높아지지 않고 다음 식사시간이 될 때까지 천천히 몸속으로 흡수된다. 혈당이 너무 급격하게 올라가서 위험한 상황에 빠지지 않도록 일정한 농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해주는 작용을 하는 것이다. 누에가루의 이런 효능은 혈당을 천천히 올라가도록 해주는 디옥시노지리마이신(DNJ) 때문인데 누에가 직접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바로 뽕잎에서 검출되는 성분이다. 따라서 굳이 누에를 먹지 않더라도 뽕잎만 먹어도 동일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본다.
더구나 뽕잎은 급성 독성이 매우 적어서 실험용 동물인 마우스에게 사람에게 투여하는 용량의 60배나 많은 양을 연속해서 21일 동안이나 투여해도 조직이 손상되지 않는다. 250배 이상 투여했을 때에야 간이나 신장, 폐에 변성과 출혈 등의 손상이 일어났다. 따라서 음식으로 먹어도 별 위험성이 없는 약재이다. 그래서 뽕잎을 넣은 국수나 떡을 만들어 먹더라도 부작용이 적은 편이다. 그러나 아무리 독성이 적은 식물성 약재라고 하더라도 지나치게 많은 양을 먹을 필요는 없다.
한약재로 사용하는 뽕잎은 한번에 12g 정도를 넘지 않는 것이 좋고, 뽕나무 뿌리의 껍질은 한번에 20g을 넘기지 않는 것이 좋다.
뽕나무 잎은 성질이 차가운 약재이기 때문에 평소에 몸이 차고 소화기관이 약한 사람이나, 설사를 자주 하는 사람은 많이 먹지 않는 것이 좋고, 평소에 목소리가 약하고 소변량이 너무 많은 사람, 기침을 할 때 힘이 없어서 잘 뱉어내지 못하는 사람은 많이 먹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누에는 뽕나무의 어린 잎을 먹고 5령을 거쳐 누에고치를 틀어서 번데기가 됐다가 나방으로 변태하게 된다. 누에의 나방 수컷을 원잠아(原潛蛾)라고 하는데 성기능을 강화시켜주고, 조루 증상을 없애주며, 소변에 피가 비치는 증상을 치료하는 효과가 있다.
누에 나방은 머리와 발, 날개를 떼어내고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필요한 양을 확보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번데기나 누에로 대용하기도 한다. 누에 나방에는 단백질과 유리 아미노산이 약 20종류나 들어 있는데 수컷 누에 나방만 오르니틴(ornithin, 단백질이 분해되면서 나오는 암모니아를 독성을 적은 요소로 만드는 대사매개물질)을 함유하고 있다. 또 지방도 함유하고 있는데 번데기의 지방과 매우 비슷하다는 보고도 있다.
누에 나방 1000마리에 해당되는 무게를 기준으로 비교해보면 누에 나방에는 비타민 B12가 75㎎들어 있는데 비해 번데기에도 36㎎나 들어 있다. 번데기의 효용가치도 높은 것이다. 따라서 굳이 원잠아를 약재로 이용하기 보다는 번데기나 누에를 이용하는 게 경제적이고 효율적이라고 볼 수 있다. 누에 대신 번데기를 이용하더라도 동일한 효과를 얻을 수가 있다고 추정할 수 있다.
번데기는 누에가 고치를 틀고 누에고치에서 실을 뽑고 남은 변한 몸체를 말한다. 번데기는 전체 무게 가운데 단백질이 절반 이상이나 되어 고단백의 덩어리라고 말할 수 있다. 필수아미노산이 골고루 들어 있으며, 이 중 타이로신(tyrosine) 성분은 6.8%나 들어있다.
번데기는 아미노산 함량에서 물고기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많다. 비타민 B2는 돼지 간이나 효모보다 5~10배나 더 많다. 또 번데기에서 짠 기름은 콩기름보다는 못하지만 소기름, 돼지기름보다 좋아서 어린이들의 심신발육을 촉진하는 작용을 한다. 또 인지질 성분인 레시틴이 풍부해서 발육기 어린이들의 뇌조직과 신경 숙성에 필수적이다. 이 때문에 어린이들의 쇠약증에 사용하기도 했다.
하지만 번데기 속의 지방분은 산패하기 쉽다. 특히 햇볕은 유지의 산패를 강하게 촉진시키므로 유통 과정중에서 산패를 일으켜 식중독을 일으키는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번데기는 위생적으로 관리해서 변질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하고, 보관할 때도 냉동시키거나 빨리 먹도록 해야 한다.
요즘 신문광고를 보면 누에가루가 당뇨병과 성기능장애를 치료하는 약품처럼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꼭 누에가루만이 아니라 뽕잎, 숫 누에 나방, 번데기도 그와 비견할 작용을 한다는 사실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