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사회로 진행되면서 청력이 저하되는 노인성 난청 환자가 늘어나고 있다. 난청이 심해지면 대화 단절로 소외감·우울감이 커지면서 삶의 질이 떨어지므로 증상을 조기에 발견해 보청기를 착용하고 청력을 재활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난청 진단을 받더라도 보청기 사용을 꺼리는 노인이 많아 청력을 상실하는 사례도 상당수다.
조양선 삼성서울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수명 연장으로 노인 난청이 늘고 있지만 보청기를 사용하는 환자는 10명 중 1~2명뿐”이라며 “가격이 비싸기도 하지만 보청기를 끼면 늙어 보인다는 등 부정적 인식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보청기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알아본다.
1. 보청기를 착용하면 청력이 더 나빠진다?
보청기 때문에 청력이 나빠진다는 속설은 흔한 오해 중 하나다. 서서히 진행하는 난청이라면 시간이 갈수록 조금씩 떨어지는 청력 때문에 보청기 때문에 난청이 심해졌다고 오해할 수 있다. 또 보청기를 잘못 맞추거나, 더 잘 듣기 위해 소리 증폭을 크게 하면 장기간에 걸친 큰 소음에 의해 청력 손상이 올 수도 있다.
자신에게 적합한 보청기를 고르기 위해서는 청력검사를 통해 정확한 난청 유형을 파악하는 게 먼저다. 전문가에게 정확한 검사와 평가를 받고 보청기를 조절한다면 보청기로 인한 청력 손상은 발생하기 어렵다.
보청기는 저하된 청력에 맞춰 소리를 적절히 증폭하고, 퇴화된 감각기관의 기능을 보완해준다. 보청기를 착용하면 청력이 자연적으로 저하되는 속도를 늦출 수 있고, 의사소통 능력이 향상된다. 난청을 방치하면 장기간 소리자극을 받지 않은 귀의 소리 인지 능력이 점차 떨어지게 된다. 난청이 생기면 바로 보청기를 착용해 청력을 관리하는 게 바람직하다.
2. 보청기는 한 쪽만 착용해도 된다?
보청기는 한 쪽만 착용하는 것보다 양쪽으로 착용했을 때 효과가 월등히 좋다. 소리를 양쪽 귀로 들으면 소리가 합해져 크고 확실하게 들리는 효과가 있으며, 양쪽 귀에 전달되는 시간 차에 의해 소리가 들리는 방향과 위치를 파악하는 데 용이하다. 또 한쪽 귀로 들을 때보다 더 효과적으로 말소리와 소음을 인지하고 분리해 말소리에 대한 구별 능력이 높아지게 된다.
3. 보청기는 필요할 때만 사용해도 된다?
난청의 정도가 심하지 않고 말소리 변별력이 아직 양호하다면 필요할 때에만 보청기를 착용하기도 한다. 한 번 저하된 청력은 다시 회복하기 어렵고, 청력 상실은 계속 진행되므로 보청기를 꾸준히 착용하는 게 좋다. 퇴화된 감각기관을 계속해서 자극해야 청력 저하의 속도를 늦추고 목소리 변별력을 유지할 수 있다.
4. 보청기를 착용하면 아프거나 불편하다?
보청기를 오래 착용하면 이어폰처럼 귀가 아프지 않을까 걱정하는 경우가 많다. 보청기를 처음 사용하면 그동안 듣지 못했던 주변 소리가 크게 들리면서 두통과 어지럼증을 느낄 수 있다. 사용 초기엔 착용시간을 늘려가면서 2~4주 정도 적응할 기간을 갖는 게 좋다. 보청기는 개인의 귀 형태를 본떠 맞춤 제작하므로 보통 장시간 착용해도 불편함이 없다.
타인의 보청기를 빌려 써보고 생각보다 잘 들리지도 않고 착용감도 나쁘다고 얘기하는 사람도 많다. 보청기는 개인 청력에 따라 전문가가 매우 정밀하게 조절하기 때문에 이런 반응이 나온다. 빌려 쓸 수 있는 물건이 아니라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5. 보청기는 비쌀수록 더 좋다?
가격이 비쌀수록 성능이 우수하고 기능이 다양한 제품일 수 있으나 무조건 성능이 가격에 비례하는 것은 아니다. 개인의 청력이나 연령, 생활 환경, 귀의 상태 등을 고려해 골라야 한다. 난청에 대한 전문지식을 바탕으로 회사별, 제품별 특징을 잘 이해하고 사용자에게 맞는 적합한 제품을 추천해줄 수 있는 전문가에게 상담받는 게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