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 경직도가 11kPa(Kilopascal, 킬로파스칼) 이상인 만성 B형간염 환자는 그렇지 않은 환자에 비해 간암 발생 위험이 약 3.33배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진영주 인하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B형간염 환자의 간세포암 발생 위험을 예측하는 데 중요한 연구결과를 23일 공개했다.
이번 연구는 순간 탄성측정법(Vibration-Controlled Transient Elastography, VCTE, 간 섬유화 스캔검사)을 사용해 만성 B형간염 환자의 간 경직도를 바탕으로 간암 발생 위험을 체계적으로 추정, 분석한 메타분석 연구이다. 메타분석 연구란 개별 연구의 결과를 수집해 통계적으로 재분석하는 방법을 말한다.
이번 연구 결과는 간질환 관련 높은 영향을 인정받고 있는 국제 학술지 ‘Clinical and Molecular Hepatology’(IF=14)에 최근 게재됐다.
만성 B형간염은 간경변증과 간암 발생의 주요 원인 중 하나다. 기존에는 간경변증을 진단하기 위해 간 조직검사가 표준으로 사용됐지만, 침습적인 탓에 임상에서 사용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다.
이에 비해 간 섬유화 스캔검사는 간의 경직도를 비침습적으로 측정해 간경변증을 조기 발견하고 간암 위험을 예측하는 데 유용한 도구로 주목받고 있다.
진 교수팀은 2010년부터 2023년까지 발표된 관련 논문들을 분석해 간 섬유화 스캔검사로 측정된 간 경직도가 11kPa 이상인 만성 B형간염 환자는 그렇지 않은 환자에 비해 간암 발생 위험이 약 3.33배 높다는 결과를 도출했다. 특히 11kPa 이상의 경직도를 기준으로 간암 발생을 예측하는 민감도는 61%, 특이도는 78%로 나타나 진단의 정확성을 높였다.
이번 연구는 만성 B형간염 환자의 간암 발생 위험을 더 정교하게 예측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 것으로, 조기 발견 및 적절한 예방 전략 수립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진 교수는 “간 경직도가 높은 환자들은 간암 발생 위험이 높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철저한 모니터링과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