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각) 17개 다국적 제약사들에 보내는 서신을 통해 “미국 환자에게 기존의 모든 의약품을 ‘최혜국’(Most-Favored Nation, MFN) 수준으로 제공하라”고 촉구했다. 최혜국 대우는 제약사가 특정 국가에 제공하는 가장 저렴한 가격을 미국에도 똑같이 적용하라는 의미다. 서한은 제약사들이 60일 안으로 이에 대한 대응방안을 내놓으라고 압박했다.
그는 신약에 대해서도 “메디케이드(저소득층·어린이·임산부를 대상으로 하는 의료보험), 메디케어(노인·장애인 등을 대상으로 하는 의료보험), 상업보험 가입자들이 출시 시점부터 최혜국 대우 가격을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그동안 제약사에 ‘직접 판매(DTC)’ 방식을 요구하며 처방약급여관리업체(PBM)에 의해 처방약 가격이 올라가는 관행을 막아야 한다고 지적해왔다.
PBM은 미국에서 제약사, 도매상, 의료기관, 보험사, 약국 등을 매개하는 중간유통조직으로 의약품의 처방집 등재와 급여 여부 등을 좌우하면서 이윤을 창출하고 이들 각 주체에 이윤을 배분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미국 약가 및 의료수가가 높은 원인을 제공하는 바람직하지 않는 매개체로 알려져 있다. *제네릭의약품은 바이오의약품(바이오시밀러)을 제외한 케미컬제네릭의약품을 말함. **비브랜드의약품은 브랜드제네릭과 제네릭의약품을 합한 것을 말함. ***비바이오의약품은 케미컬브랜드의약품과 제네릭의약품을 합한 것을 말함.
이런 상황에서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는 2024년 2월 미국 보건복지부 지원을 받아 공공정책 연구기관인 Rand Corporation이 분석한 미국 및 OECD 국가간 전문의약품 약가 비교 자료를 인용, 4일 공개했다. 이 자료에는 OECD 국가 중에서 미국을 비롯해 33개 국가가 포함돼 있으며, 사용된 약가 및 물량 출처는 2022년 기준 IQVIA MIDAS 데이터이다.
이에 따르면 미국의 약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2개국 대비 2.78배 높고, 한국보다 3.9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미국의 브랜드의약품(오리지널 또는 신약) 가격은 OECD 평균 대비 4.2배(422%)에 달했으며, 매출 상위 60개 품목은 5배(504%)를 웃돌았다. 바이오의약품도 OECD 평균보다 3.6배(359%) 비쌌다.
한국과 비교하면 미국의 약값은 평균 3.91배(391.29%) 높았다. 브랜드의약품의 경우 702% 높고, 미국 매출 상위 60품목은 837%, 바이오의약품은 572%가량 미국 약가가 한국 약가보다 높았다.
이는 다시 말해 한국의 전반적 약가는 미국의 약 25.57% 수준에 불과하다. 한국의 약가는 미국에 비해 브랜드의약품은 14.24%, 매출 상위 60품목은 11.94%, 바이오의약품은 17.48%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미국의 의약품 가격은 일본보다 3.5배, 프랑스보다 3.3배, 독일보다 2.9배, 영국보다 2.7배 높게 형성돼 있다. OECD 국가 중 가격 차이가 가장 큰 국가는 튀르키예로, 미국에 비해 10.3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