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이후 한동안 사라졌다고 여긴 옴(mite)과 이(lice)의 전세계적 출현이 주목받고 있다. 이는 여름철에 생기기 쉬운 피부질환인 반면 옴은 가을과 겨울에 더욱 번성하는 차이가 있다. 옴과 이는 단순 피부질환이기도 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성병으로 볼 여지도 있다.
옴은 옴진드기에 의해 감염돼 생긴다. 옴은 위생수준이 향상되면서 거의 사라졌다고 여겨졌지만 국내서는 연간 4만명이 옴에 감염되고 있다. 옴에 관한 의학정보와 약물치료에 대해 알아본다.
옴의 원인과 감염 경로
옴(Scabies, seven-year itch)은 옴진드기(학명 Sarcoptes scabiei, 일반명 itch mite)이란 피부 기생충에 감염돼 생긴다. 옴은 특히 밤에 가렵고, 영어 병명처럼 7년이 갈 정도로 끈질기다. 감염 후 4~6주간 잠복기를 거친다. 피부 겉부분인 각질층에 구멍을 만들고 이 때 진드기에 나오는 분비물이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켜 가려움증을 유발한다. 작은 융기가 돋아오르며 수포 또는 농포를 형성하기도 한다.
옴은 피부에 기생하는 0.4mm 정도 크기의 매우 작은 옴진드기가 매개하는 전염성이 매우 높은 질환이다. 옴은 감염된 사람과의 장시간 밀접한 피부접촉이나 성교를 통해 옮는 게 주된 경로다. 옷, 수건, 침구를 공유해도 걸릴 수 있지만 주된 전염경로는 아니다. 옴은 사람의 피부(숙주)가 아닌 독립된 조건에서는 기껏해야 2~3일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의료인이 환자를 진료하다가 걸릴 수 있다. 밀접한 피부접촉이 주된 원인이기 때문에 성교할 때 콘돔이나 라텍스를 사용해도 옴 전파를 피할 수는 없다.
옴의 증상과 전염 양상
옴이 옮은 사람에서 나타나는 대표적인 증상은 물집과 가려움증이다. 환자가 피부를 긁으면 진드기와 알이 손톱에 묻어 신체의 다른 부위까지 질환이 퍼진다. 긁다가 상처가 나는 경우에는 틈 사이로 세균이 침투해 화농이나 습진이 생기기도 한다.
밤 시간대에는 옴벌레가 피부 각질층 내에 터널을 만들어 알을 산란하는데, 이때 소화액과 같은 분비물을 함께 내놓기 때문에 가려운 증상은 밤에 더욱 심해질 수 있다. 가려움증은 특히 △사타구니 부위 △손가락 사이 △겨드랑이처럼 부드러운 피부 부위에 심하게 느껴지며, 옴벌레가 침투한 붉은 흔적이 두 개씩 나란히 나타날 수도 있다.
옴의 진단, 가정에서 ‘굴잉크’ 이용해 진단 가능
전신으로 옴벌레가 퍼질 수 있는 만큼 신속한 진단과 치료가 중요하다. 이때 가정에서 빠르게 옴의 감염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굴(掘, 屈)잉크 검사’(Burrow Ink Test)’를 이용할 수 있다.
옴벌레의 기생이 의심되는 부위에 잉크를 발라 문지른 다음, 알코올 솜으로 닦아내면 되는데, 옴벌레가 파고 들어간 피부 각질층의 터널을 따라 잉크가 스며들어 가면서 지그재그 모양의 특징적인 선이 나타난다면 옴에 감염됐을 가능성이 높다.
의사들은 굴잉크 검사를 통해 환자가 빠른 진단 결과를 얻을 수 있다며 옴 증상이 나타나면 시행해볼 것을 추천한다. 비용이 발생하지 않아 경제적이고, 쉽게 실천할 수 있어 접근성이 높다.
병원에 방문하게 되면 정확한 진단을 위해 면도조직검사를 시행한다. 면도조직검사란 아주 얇은 피부조직을 면도기로 떼어낸 다음 현미경으로 옴벌레의 기생 여부를 확인하는 방식이다. 국소 부위에 테라사이클린(Teracycline)이라는 약물을 바른 후 불빛을 비춰 옴벌레의 굴을 확인하기도 한다.
옴의 약물치료
진단이 확정되면 주로 옴벌레와 가려움증을 제거하는 약물치료가 병행된다. 잠자리에 들기 전 깨끗이 목욕을 한 뒤, 옴을 죽이는 로션 및 크림 등을 병변이 없는 부위를 포함해 전신에 골고루 바르고, 약 6~12시간이 지나면 샤워를 하거나 물수건을 이용해 치료제를 닦아낸다.
약물을 과도하게 사용하는 경우 중추신경계에 중독 증상이 발생할 수 있고, 피부가 건조해지며 오히려 가려움증이 심화될 수 있어 전문의의 지시에 따라 도포량과 사용 시간을 반드시 제한해야 한다. 옴벌레는 대체로 1~2회 치료만으로 사라지기 때문에 즉시 치료를 시작할 시 증상의 빠른 호전을 기대할 수 있다.
옴진드기는 1% 감마벤젠 헥사클로라이드(gamma benzene hexachloride) 연고를 1주일 간 자기 전에 얼굴을 제외한 전신에 바르거나, 10% 크로타미톤(crotamiton) 연고나 퍼메트린(Permethrin)50mg/g 연고를 2일간 얼굴을 제외한 전신에 바르면 된다.
감마벤젠헥사클로라이드는 상품명인 린단(Lindane) 로션(1%) 또는 연고로 유명하다. 다르게 gamma-hexachlorocyclohexane(γ-HCH), gammaxene, Gammallin, benzene hexachloride (BHC) 등으로 부르기도 한다. 대표적인 옴 살상 치료제 '린단 로션'린단은 신경계 피크로톡신(picrotoxin) 결합 부위의 GABA A 수용체–염소채널 복합체에서 작용해 GABA 신경전달물질 기능을 방해하는 신경독으로 살충효과가 있다. 사람의 신경계, 신장, 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사람은 옴에 비해 덩치가 크기 때문에 그 영향이 미미하다 할 수 있다. 더욱이 장기간 사용하는 의약품이 아니기 때문에 발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지만 무시해도 될 수준이다.
퍼메트린은 국화과 식물의 천연살충제를 합성으로 변조한 피레스로이드(pyrethroid) 계열 살충제로 옴에 대한 가장 효과적인 치료제다. 보통 자기 전에 목 아래로 바르고 8~14시간 정도 방치한 후 아침에 씻어낸다. 증상이 있는 부위뿐만 아니라 피부 전체를 코팅하듯 고루 발라야 한다. 밴드나 패치를 부착한 채 이 부위를 거르고 바르면 하나 이상의 진드기가 생존할 수 있는 안전한 피난처를 제공하는 셈이어서 완벽성을 기할 수 없다. 퍼메트린은 알과 유충, 성충을 한꺼번에 죽이므로 한번만 사용하면 되지만 일부 의사들은 철저한 박멸을 위해 첫 사용 후 3~7일 후에 두 번째 사용하기를 권한다. 딱지가 생긴 옴은 여러번 반복 사용과 경구용 이버멕틴(Ivermectin)을 보완하는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퍼메트린은 일반적으로 견딜 수 있는 약간의 피부 자극을 유발할 수 있다.
이버멕틴은 미국에서 경구용 단회 복용하는 옴 박멸약으로 쓰이지만 국내서는 수의용 약물로만 허가돼 있다. 개의 심장사상충, 토양 기생충(진드기 등)의 박멸에 경구용 또는 외용제로 쓰인다. 한때 코로나19 박멸 가능성이 있다고 알려져 화제가 됐으나 근거가 빈약하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크로타민은 항 기생충약이자 피부가려움증 완화약이다. 벌레물려 가려운데를 해소하는 상당수 일반약 국소외용제에 단골로 들어가는 성분이기도 한다. 옴 치료에 쓰는 사용법은 퍼메트린에 준한다. 다만 성인은 하루에 2~3회 덧발라야 하지만, 3세 미만 어린이는 하루 한번 도포가 원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