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영 국립암센터 방사선의학연구과 박사팀(김상수 책임연구자, 신혜진 연구원)은 방사선치료를 받은 국소진행성 자궁경부암 환자들을 대상으로 유전체(DNA), 전사체(RNA), 단백체, 대사물질을 통합한 다중오믹스 분석(Multi-omics analysis)을 통해 자궁경부암의 분자생물학적 특성을 규명했다고 31일 밝혔다.
자궁경부암은 고위험군 인유두종 바이러스(HPV)의 감염으로 발생되는 여성암으로, 발생율과 사망률이 전 세계 여성암 4위를 차지할 만큼 심각한 질환이다. 조기에 발견되면 수술을 시행하지만, 종양 크기가 크거나 임파선 전이가 있는 국소진행성 암으로 발견되거나 또는 원격 전이된 상태로 발견되면 방사선치료와 항암치료로 치료하게 된다. 국내서는 매년 약 3200명의 환자가 발생하며 방사선치료는 이 질환의 완치에 큰 역할을 한다.
최근 자궁경부암에도 다양한 신약이 적용되고 있지만, 다른 고형암에 비해 분자생물학적 특성이 잘 밝혀져 있지 않아 대부분의 환자들은 다소 획일적인 치료를 받고 있는 실정이다. 생물학적 특성에 따른 개별화된 치료에 대한 ‘미충족 수요’(unmet need)가 존재했다.
이에 연구팀은 첨단 단백체 분석기법을 통해 도출된 실험결과를 유전체, 전사체 실험기법과 함께 통합분석해 자궁경부암을 6개의 분자생물학적 특성으로 분류하는 방법을 고안했다.
이 중 3개 특성은 치료 예후가 좋은 환자군, 나머지 3개 특성은 치료 예후가 나쁜 환자군으로 나타났다. 각각의 특성에서 분자생물학적 특징과 바이오마커들이 발굴되었다.
연구팀은 이를 세포 및 동물실험, 종양조직을 활용한 면역세포의 다중형광염색등을 통하여 검증했다. 특히 자궁경부 선암에 비해 비교적 예후가 좋은 것으로 알려진 자궁경부 편평세포암에서 방사선치료에 잘 듣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이번 연구를 통해 그 원인이 암세포 자체의 치료저항성보다는 암 주변의 미세환경이 중요 기전임이 밝혀졌다. 즉, 편평상피암의 3번 특성은 종양주변의 섬유화가, 5번 특성은 특별한 면역억제환경이 두드러져 강한 치료저항성을 보이는데 이와 관련된 물질을 표적으로 삼는 새로운 암 치료법이 개발돼야 함을 시사한다. 김주영 국립암센터 방사선의학연구과 박사연구를 주도한 김주영 박사는 “이번 연구는 임상적으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며 “연구를 통해 생성된 방대한 생물학적 데이터는 국립암센터 연구진뿐만 아니라 전 세계 연구자들에게 공개돼 자궁경부암 환자맞춤형 치료 개발을 위한 정밀의료 기반 마련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연구는 수술 없이 방사선치료로 치료되는 진행성 자궁경부암 환자에게 정밀의료기반의 치료전략을 제시한 중요한 성과로 평가된다. 방사선치료에 잘 반응하지 않는 높은 치료저항성을 보이는 자궁경부암 환자에게 새로운 치료 가능성을 제시한 데 의의가 있다. 향후 신약과 방사선치료를 병행하는 후속 임상연구가 요구된다.
이 연구는 국립암센터의 단백유전체 연구 지원으로 수행됐다. 2016년 9월 시작된 한‧미‧일 암정밀의료 협력연구의 일환으로 지난 7년간의 연구 과정을 거쳐 완성됐다. 이상원 고려대 단백체분석팀, 황대희 서울대 생물정보학팀, 정기훈 서울대 의과학과 교수팀이 연구에 협력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최근 국제학술지 ‘분자 암’(Molecular Cancer, IF=27.7)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