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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FDA, 의약품 개발시 동물실험 폐지 계획 발표 … AI·오가노이드 활용 거론
  • 정종호 기자
  • 등록 2025-04-11 11:36:09
  • 수정 2025-04-11 23:4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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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실험동물 복지 및 신약개발비용 절감 차원 … “환자에게 큰 위험 초래” 반대 만만찮아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동물실험을 통해 효과를 검증하는 현재의 의약품 개발 방식을 폐지하겠다고 10일(현지시각) 발표했다.

   

FDA는 의약품 개발을 위해 진행하는 동물실험을 더 효과적이고 인체에 적합한 방법으로 대체하기로 결정했다. 이를 통해 의약품의 안전성을 개선하고 연구개발 비용을 줄여 의약품 가격을 낮추겠다는 구상이다.

   

신약후보물질의 독성이나 치료 효과를 검증하기 위한 대체 방법으로는 인공지능(AI) 모델 시뮬레이션이나 오가노이드 테스트 등이 거론되고 있다. AI 시뮬레이션 방식은 항체 약물을 투여했을 때 항체가 인간의 몸 속에 어떻게 퍼지는 지를 AI로 분석하는 방식이다. 약물의 분포도와 약품 분자 구성의 특징을 분석하면 의약품의 효과나 부작용을 안정적으로 예측할 수 있다.

   

오가노이드 테스트는 인간 장기의 구조와 기능을 모방해 만든 미세조직인 ‘오가노이드’를 활용하는 방식이다. 단순히 외형만 모방한 것이 아니라 인간의 줄기세포를 배양해 인체의 반응을 보다 사실적으로 재현하기도 한다.   

   

현재는 간, 심장, 위장관, 면역기관 등을 중심으로 오가노이드 개발이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오가노이드를 활용하면 동물실험에서 쉽게 감지되지 않는 독성 효과나 치료 효과를 밝혀낼 수 있다.

   

실제로 지난 2월 연세암병원 폐암센터 연구팀은 암 환자 유래 오가노이드와 환자 유래 세포 모델을 비소세포폐암 치료 신약(레이저티닙+아마반타맙 병용요법)의 효과 검증 실험에 사용하기도 했다. 당시 연구팀은 병용요법의 용량을 6배 줄여도 종양 억제 효과가 비슷하게 유지된다는 사실을 검증했다. 인체와 유사한 환경으로 설정된 오가노이드 테스트 방식이 유용하다는 것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다.

   

마틴 마카리 FDA 국장은 “이번 조치는 공중 보건과 윤리를 위한 윈-윈(Win-Win)이 될 것”이라며 “환자에게는 더 빠르고 신뢰할 수 있는 안전한 치료를 제공할 수 있고, 동시에 신약 개발에 들어가는 비용은 절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FDA는 올해 말 공개 워크숍을 열고 장기적인 계획 수립을 위한 전문가와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내년부터는 단일클론항체 약물을 시작으로 비(非)동물 기반 실험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파일럿 프로그램을 시작할 계획이다.

   

미국 현지에서는 이미 반대 의견이 나오고 있다. 미국 생물의학연구협회(NABR)는 FDA의 발표 직후 성명을 내고 “현재 생명과학 연구나 신약개발 과정에서 동물실험 모델을 완전히 대체할 수 있는 것은 없다”고 주장했다. 매튜 베일리 NABR 회장은 “AI나 오가노이드가 유기체를 대상으로 하는 실험을 완전히 대체한다고 믿는 것은 환자에게 큰 위험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실험용 마우스의 동물복지도 중시되는 추세다. 출처 픽사베이 무료사진 

국내에서도 동물 복지와 의약품 안전성 확보 등의 차원에서 동물대체시험법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진행 중이다. 다만 현재까지는 화장품 위주로 적용되고 있으며, 의약품 분야는 명확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논의를 시작하는 단계다.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국내에서는 2022년 약 499만마리, 2023년 약 458만마리의 실험동물이 사용됐다. 2023년 기준 가장 많이 사용된 동물은 생쥐(마우스)로, 전체의 76.8%를 차지한다. 이밖에 닭, 토끼, 원숭이류, 개, 돼지, 시궁쥐(랫트), 기니피그, 고양이 등이 동물실험에 주로 사용된다. 드물지만 파충류나 양서류를 사용하는 실험도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해부터 2028년까지 '동물대체시험 실용화를 위한 표준화 연구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사업 중 ‘의약품 등 안전성 평가를 위한 동물대체기술 개발 연구’를 통해 의약품 동물대체시험에 대한 세부적인 내용이 설정될 예정이다. 현재 이 연구는 한국독성학회와 한국바이오의약품연구회가 공동 연구책임을 맡고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의약품에 대한 동물대체시험은 환경부, 보건복지부, 식약처, 산업통상자원부, 농촌진흥청 등 다양한 유관부처가 협력하고 소통해야 하는 사업”이라며 “현재로서는 FDA의 이번 발표를 계기로 논의를 가속화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진행 중인 연구사업을 통해 차근차근 법적·학술적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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