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물탕(八物湯)은 여덟 가지 한약재로 구성된 전통 처방으로 기혈을 보충하고 면역기능을 강화해 빈혈, 만성질환, 병후 쇠약, 면역저하로 인한 피로와 허약감 개선 등에 널리 활용돼 왔다. 팔물탕은 기(氣)를 보하는 사군자탕(인삼 백출 백복령 감초)과 혈(血)을 보하는 사물탕(당귀 천궁 백작약 숙지황)을 합한 것으로, 기혈 부족으로 인한 허약 증상을 개선하는 데 사용된다.
최근에는 사용 목적에 따라 팔물탕 기본 처방에 약재를 추가하거나 빼는 형태의 ‘가감팔물탕’이 다양하게 처방되고 있다.
홍진영 자생한방병원 척추관절연구소 박사팀은 이번 연구에서 팔물탕에 등을 황기, 사인, 용안, 구기자, 산사나무, 생강 등을 추가해 총 14개의 한약재로 구성된 가감팔물탕(PMT)을 사용해 동물실험을 통해 면역력 회복 효과를 과학적으로 입증했다고 14일 밝혔다. 가감팔물탕에 들어간 생약제의 함량표. 당귀(위부터 아래로) 천궁 백작약 숙지황 인삼 복령 황기 감초 사인 백출 용안 구기자 산사나무 생강 순(출처 논문 내 산입표)
연구팀은 면역억제제인 사이클로포스파마이드(Cyclophosphamide, CPA)를 투여해 면역 기능이 저하된 실험쥐 모델을 △정상군 △CPA 투여군(면역억제군) △PMT 100mg/kg 투여군 △PMT 200mg/kg 투여군 등 네 그룹에 대해 14일간 경구 투여 실험을 진행했다.
우선 실험쥐 세포실험을 통해 면역균형을 조절하고 염증을 억제하는 항염증성 면역단백질인 사이토카인 IL-10(인터루킨-10)의 발현이 PMT 투여량에 비례해 유의미하게 증가한 것을 확인했다.
특히 200mg/kg 투여군에서는 면역억제군 대비 IL-10 수치가 약 3배 높게 나타나 강력한 면역 회복 효과를 보였다. 아울러 혈액검사 결과 CPA 투여로 감소했던 백혈구(WBC)와 호산구(EOS) 수치도 회복세를 보이며, 가감팔물탕이 전반적인 면역 기능 개선에 기여함을 입증했다.
아울러 면역세포 활성화 측면에서도 뚜렷한 효과를 보였다. 가감팔물탕 투여 그룹에서는 면역 기능에 관여하는 T세포의 주요 구성 요소인 CD4+ 및 CD8+ T 림프구 수가 유의미하게 증가했다. CD4+는 면역반응을 조율하는 ‘도움 T세포’, CD8+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를 제거하는 ‘세포독성 T세포’로, 각각 면역 체계의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한다.
특히 PMT 200mg/kg 투여군의 경우, CD4+ 세포가 면역억제군 대비 약 1.5배, CD8+ 세포는 약 1.4배 증가했다. 또 면역세포가 성숙하는 기관인 흉선의 위축된 크기와 조직 구조도 정상 수준으로 회복됐다.
이밖에 면역조절 지표인 CD25+ 세포의 비율에서도 회복세가 관찰됐다. CD25+는 T세포 활성과 면역균형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유세포 분석(FACS) 결과, 정상군에서 약 25%였던 CD25+ 세포 비율은 CPA 투여군에서 약 13%로 급감했다. 반면 PMT 100mg/kg 및 200mg/kg군에서는 각각 17.1%, 20.4%까지 투여량에 비례해 크게 개선됐다.
이번 연구 결과는 SCI(E)급 국제학술지 ‘응용과학’(Applied Sciences, IF=2.5)에 ‘Gagam-Palmultang Restores Immune Homeostasis and T Lymphocyte Activation in a Cyclophosphamide-Induced Immunosuppression Mouse Model’이란 논문으로 지난 3월 16일 게재됐다.
홍진영 박사는 “이번 연구를 통해 전통 처방인 팔물탕이 면역력 회복에 효과적인 보완 치료법이 될 수 있음을 과학적으로 확인했다”며 “확장된 연구를 통해 한의약이 천연 기반 치료제로서 갖는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밝혀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사물탕은 마우스에서 스코폴라민 투여로 유도된 기억장애를 팔물탕이 완화시켰다는 연구보고가 2018년에 나온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