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가 어려운 재발·불응성 림프절외 NK/T세포 림프종(Extranodal Natural Killer/T-Cell Lymphoma, ENKTL)에서 새로운 치료가 성공을 거뒀다.
김원석·김석진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 징콴 림 싱가포르 국립암센터 교수팀은 재발·불응성 ENKTL 환자 37명을 한국과 싱가포르에서 모집하여 연구자 주도 2상 임상시험을 진행, 새 치료법의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14일 밝혔다.
기존 치료법이 가진 한계를 딛고 PD-1 억제제인 세미플리맙(Cemiplimab)과 CD38 억제제인 이사툭시맙(Isatuximab) 병합요법을 평가한 2상(CISL2102/ICING study)을 통해 임상적 유효성을 입증했다.
재발·불응성 ENKTL은 현재 표준치료가 없고, PD-1 억제 면역항암제를 사용하지만 이마저도 반응이 없을 때가 많다. 이 병을 앓는 환자의 전체생존기간이 반년 정도로 알려져 있을 만큼 치료가 어렵다.
연구팀은 이들 환자에게 세미플리맙과 이사툭시맙을 병용 투여했다. CD38을 억제하는 이사툭시맙을 추가한 것은 항CD38 항체가 조절T세포를 억제해 치료 효과를 강화시킬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기 때문이다.
실제 이번 연구에서 치료반응률은 전체 환자의 65%(24명)으로 기대 이상의 성적을 보였다. 완전반응을 보인 환자 비율 역시 51%(19명)으로 당초 예상했던 40%를 훌쩍 넘었다. 기존에 PD-1 억제제를 단독으로 쓸 때 완전반응률이 15~30% 정도였다는 점과 비교해도 큰 차이다.
특히 무진행 생존기간 중앙값이 9.5개월로 보고된 데 이어 추적관찰기간 30.2개월(중앙값)에도 전체생존기간 중앙값이 매겨지지 않을 만큼 상당수 환자들이 생존한 것으로 확인됐다.
더욱이 치료 관련 사망은 없었고, 부작용은 대부분 경미한 수준에 그쳐 새 치료법이 표준치료로 자리잡을 것이란 기대감을 키웠다.
김석진 교수는 “PD-1 억제제에 더해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모델로 CD38 억제제와의 조합을 제시하고,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치료반응이 없을 때 대안이 없던 질환에서 돌파구가 마련된 셈”이라고 말했다.
김원석 교수는 “2상까지 무사히 마침으로써 향후 대규모 연구를 통해 확신을 얻는 일만 남았다”며 “추가 임상에서 탄탄한 근거가 마련되면 치료법이 없어 눈물짓던 재발·불응성 ENKTL 환자에게도 희망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혈액학 분야 최고 권위 학술지인 ‘블러드’(Blood, IF=21.1)에 ‘Efficacy of Combined CD38 and PD1 Inhibition with Isatuximab and Cemiplimab in Relapsed/Refractory NK/T-Cell Lymphoma’라는 논문으로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