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이암 치료를 위한 타깃 단백질은 억제하면서 기존의 심장질환 부작용은 낮추는 신물질이 개발됐다.
박기청 연세대 의대 외과학교실 교수, 김석모 강남세브란스병원 갑상선내분비외과 교수팀은 기존 항암제에 저항성을 보이는 전이암 환자의 암세포 조직을 통해 연구한 결과 세포 속 SERCA 단백질을 차단했을 때 암세포의 성장이 억제되는 것을 확인함은 물론 심장질환 부작용도 줄일 수 있는 신물질을 개발했다고 7일 밝혔다.
전이된 암세포는 기존 항암제에 저항성을 갖기 쉽다. 전이암에서 SERCA 단백질의 기능을 억제했을 때 항암 치료 효과가 올라가는 것으로 확인돼 SERCA 단백질 억제가 전이암 치료제의 화두로 떠올랐었다. 그러나 심장질환 부작용이 있어 개발이 중단됐다.
SERCA 단백질(sarco/endoplasmic reticulum (ER) calcium ATPase 1)은 SERCA 1, 2, 3 세 가지 아형으로 구성되는데, 이 중 SERCA2는 심장 근육의 이완과 수축 기능을 담당한다. 기존에 개발된 SERCA 단백질 억제제는 아형 구분없이 SERCA 단백질 자체를 억제하기에 심장질환 부작용을 피할 수 없었다.
연구팀은 SERCA 2는 제외하고 항암제 내성 증가에 영향을 끼치는 SERCA1만 타깃하기 위한 선택적 저해제 CKP1, CKP2 두 신물질을 개발했다. 약제 개발 협업은 미국 보스턴 소재 기업 CKP테라퓨틱스와 함께 했다.
연구팀은 개발한 두 신물질과 기존 표준항암제인 소라페닙, 렌바티닙과 치료 효과를 비교했다. 기존 표준항암제로 치료를 받다가 전이된 암 환자의 조직에서 저항성을 보이는 전이 암세포를 분리했고, 이 중 SERCA1 단백질이 증가한 부분을 활용해 마우스 모델을 만들었다.
진행한 비교 연구에서 소라페닙과 렌바티닙을 투여한 부분에서는 항암효과가 없었으나, CKP1, CKP2 두 신물질을 소라페닙 또는 렌바티닙과 각각 병용 투여한 군에서는 종양 성장이 유의미하게 억제됨은 물론 심장질환 부작용도 없었다.
이어 심장질환 부작용을 추가로 확인하기 위해 정상 마우스에 기존 SERCA 저해제인 탑시가르긴(thapsigargin)과 CKP1, CKP2 두 신물질을 각각 투여해 비교했다. 그 결과 탑시가르긴 투여 마우스에서는 개체 30%가 사망했으나, CKP1, CKP2 투여군에서는 사망 개체가 없었다.
연구팀은 이러한 결과를 두고 CKP1, CKP2가 SERCA1의 기능만을 선택적으로 저해하며 SERCA2의 기능은 그대로 남겨두어 심장질환 부작용이 초래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박기청 연세대 의대 외과학교실 교수(왼쪽), 김석모 강남세브란스병원 갑상선내분비외과 교수
김석모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기존 항암제에 내성을 가진 전이암을 치료하는 것은 물론 심장질환 부작용까지 잡을 수 있는 약제를 개발했다”고 말했다.
박기청 교수는 “난치성 암 치료를 위한 치료법 개발을 향후에도 계속 진행할 것”이라며 “이번 연구 결과는 국내외 특허까지 얻어낸 만큼 향후 임상연구 및 신약개발을 위한 후속 연구로 이어질 것”이라 덧붙였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영국 약학저널’(British Journal of Pharmacology, IF 6.8) 최신호에 ‘Identification of new small molecules for selective inhibition of SERCA 1 in patient-derived metastatic papillary thyroid cancer’라는 논문으로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