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혁·김장훈 고려대 안암병원 신경외과 교수와 김종훈 고려대 생명공학과 교수, 금동호 의과학과 교수팀이 혈관성 치매에서 줄기세포를 이용한 재생치료의 효과를 동물실험을 통해 확인했다.
혈관성 치매는 뇌의 혈액 공급이 부족해져 발생하는 치매의 한 종류로 전체 치매 환자의 약 20%를 차지한다. 뇌졸중 생존자 중 약 30%에서 발병한다. 만성 대뇌 소혈관질환이 주된 원인이다. 알츠하이머병과 마찬가지로 여전히 효과적인 치료법이 없는 실정이다.
연구팀은 동물모델을 정상 그룹, 혈관성 치매 그룹, 신경전구세포 투여 그룹으로 비교 연구했다. 신경전구세포 투여군은 혈관성 치매 병변 유발 후 치료를 위해 인간유래 전분화능 줄기세포에서 만들어진 신경전구세포를 15일간 투여받았다. 연구팀은 3개월간 추적관찰 후 면역조직화학 검사와 신경행동 검사를 통해 각 그룹의 차이를 비교 분석했다.
연구 결과, 염증의 정도를 나타내는 IBA-1 및 GFAP 양성 세포 수는 혈관성 치매군에서 각각 130개, 110개였다. 반면 신경전구세포 투여군은 각각 90개, 70개로 줄어들어 뇌의 염증 반응이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신경 기능 유지를 돕는 미엘린 단백질 형광강도가 치매군에서 60으로 감소했지만, 신경전구세포 투여군에서는 90 이상으로 증가해 정상군과 유사한 수준을 보였다. 이를 통해 신경전구세포가 미엘린의 재생에도 긍정적 영향을 끼치는 것을 확인했다.
신경행동 검사 결과, PAT(Passive Avoidance Test) 평가에서 신경전구세포 투여군은 기억력이 252.0초 지속된 반면, 치매군은 92.1초에 그쳤다. 또 NORT(Novel Object Recognition Test) 평가에서 신경전구세포 투여군은 혈관성 치매군에 비해 기억력 및 인지능력이 2.2배 향상됐다.
박동혁(왼쪽부터)·김장훈 고려대 안암병원 신경외과 교수와 김종훈 고려대 생명공학과 교수, 금동호 의과학과 교수
박동혁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신경전구세포가 혈관성 치매동물의 뇌내 염증을 감소시키고 뉴런의 축삭돌기의 중요 구성성분인 미엘린을 재생시켜 기억력과 인지능력을 향상시킨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혈관성 치매 치료에 서 신경전구세포가 새로운 해법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김장훈 교수는 “혈관성 치매에서 줄기세포를 이용한 재생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며 “기존 치료법으로 효과를 보지 못했던 환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2022년 12월 국내 특허를 획득했다. ‘Efficacy of Human-Induced Pluripotent Stem Cell-Derived Neural Progenitor Cell Replacement Therapy in a Vascular Dementia Animal Model’라는 논문으로 세계적인 재생의학 학술지 ‘Tissue Engineering and Regenerative Medicine’(IF=4.4) 2025년 2월호에 게재됐다. 범부처재생의료기술개발 연구사업의 지원을 받아 연구가 진행됐다.
뇌동맥류 등 뇌혈관질환을 치료하는 박 교수는 최근 허혈성 뇌졸중에서 인간배아줄기세포유래 세포외소포체 및 줄기세포유래 MFG-E8 물질의 혼합 투여가 효과적이란 사실을 규명하는 등 혈관성 치매, 허혈성 뇌졸중, 알츠하이머병 등의 치료제 개발을 위한 기초연구를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