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랑-바레증후군(Guillain-Barre syndrome) 환자에게 한약을 병용하면 운동 기능과 일상생활 능력이 개선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경희대한방병원 중풍뇌질환센터 연구팀(권승원•이한결 교수, 정소민 전공의)은 이 질환의 한약치료의 효과에 대해 분석한 최초의 체계적 문헌고찰 및 메타분석을 통해 이를 입증했다고 지난 7일 밝혔다.
연구팀은 PubMed, Embase, Cochrane, CNKI, CiNii, Science ON 등의 길랑바레증후군 관련 국내외 데이터베이스에서 양약만 사용한 대조군과 한약치료를 병행한 치료군을 비교한 모든 무작위대조시험(Randomized Controlled Trial, RCT)을 검색했다. 2024년 12월까지 발표된 RCT 10편을 선정해 총 764명 중 병용 치료군(389명)과 양약만 사용한 대조군(375명)을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한약 병용 치료군에서 치료전후 증상 개선정도를 평가하는 총유효율(TER)이 대조군에 비해 유의하게 높았다. 일상활동능력을 평가하는 수정 바델 지수(MBI)에서 대조군보다 평균 4.23점 높았으며, 근력을 평가하는 도수근력검사(MMT) 점수도 상지와 하지 모두 크게 개선된 것으로 확인했다.
제1저자인 정소민 전공의는 “이 연구 결과에 따르면 길랑-바레증후군에 대한 기존 약물요법과 한약치료 병용요법은 운동기능, 근력, 재활치료성과와 일상생활활동 등에서 약물요법 단독치료에 비해 효과적이면서 안전한 치료법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연구 설명했다.
교신저자인 권승원 교수는 “추후 이 연구 결과 데이터를 바탕으로 보다 대규모의 임상연구를 수행해 길랑-바레증후군에 대한 한약치료 근거 수준을 더욱 높일 필요가 있다”고 후속 연구를 시사했다.
이번 연구는 ‘길랑-바레증후군에 대한 한약치료 효과: 체계적 문헌고찰 및 메타분석’(Traditional herbal medicine for Guillain-Barré syndrome: A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이란 논문으로 SCIE급 학술지 ‘Heliyon’(IF=3.4)에 게재됐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지원을 받아 진행됐다.
길랑-바레증후군은 말초신경계를 손상시키는 급성 자가면역질환이다. 주로 하지에서 시작해 상지로 진행되는 대칭적인 근력 약화가 특징이며, 때로는 감각 이상, 자율신경기능 장애, 뇌신경 마비 등도 동반될 수 있다. 권승원(왼쪽부터), 이한결 교수, 정소민 전공의
경희대한방병원 중풍뇌질환센터 연구팀(권승원·이한결 교수, 기문영 전공의)은 또 한의학 치료가 특발성 정상압 수두증(idiopathic Normal Pressure Hydrocephalus) 환자의 보행장애 개선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도 11일 소개했다.
이번 연구는 특발성 정상압 수두증 환자인 56세 여성환자의 증례보고 결과다. 이 환자는 수술치료(뇌실복강단락술) 후에도 2년간 보행장애가 지속되어 한의학 치료를 받았다. 오령산과 소시호탕을 합한 한약처방 시령탕을 복용하게 하고, 침 치료를 병행하여 42일간 보행 능력의 변화를 관찰했다.
그 결과 걸음 폭(step length)의 대칭성 지수가 치료 15일차 111%에서 42일차 37%로 개선됐으며, 걸음 속도(step speed)의 대칭성 지수도 15일차 77%에서 42일차 5%로 향상됐다. 5미터 보행시간도 15일차 13초에서 42일차 9초로 단축돼 일상생활능력이 크게 향상됐다. 기문영 전공의
제1저자인 기문영 전공의는 “이 환자는 단락술을 받았음에도 2년간 보행이 악화해 낙상 횟수가 늘어나는 등 일상생활에 어려움이 있는 사례였다”며 “40일 남짓한 한의치료로 보행에 큰 호전을 보여 일상생활정도가 크게 개선돼 증례보고를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공동 1저자인 이한결 교수는 “정상압수두증에 대한 기존 치료법은 단락술이 거의 유일하며, 만성화할수록 유효율이 감소한다. 도네페질과 같은 콜린성 제제가 대증치료약으로 사용되나 보행장애에 대한 효과는 알려진 바가 없다”며 “이번 증례는 단락술로 호전되지 않는 정상압 수두증으로 인한 만성적인 보행장애를 한의치료로 비교적 짧은 시간에 개선했다는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교신저자인 권승원 교수는 “이번 연구는 중풍뇌질환센터에서 보행분석기(WIN-TRACK)을 사용해 보행장애 개선 효과를 객관적으로 평가하였다. 이 분석검사기는 뇌질환 및 노쇠 등으로 인한 보행장애 환자분에게 한의치료의 개선 효과 등을 객관적으로 평가해준다”며 “객관적인 평가 도구로 보행의 개선 정도를 평가했기 때문에 더욱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특발성 정상압 수두증으로 인한 보행 장애에 대한 시령탕과 침 치료: 증례 보고’(Herbal prescription Siryeongtang and acupuncture treatment for gait disturbance due to idiopathic normal pressure hydrocephalus: A case report)로 국제학술지 ‘EXPLORE’에 게재됐다. 보건산업진흥원의 지원을 받아 진행됐다.
특발성 정상압 수두증(iNPH)은 뇌척수액이 증가해 뇌실이 확장된 질환인 수두증(물뇌증)의 하나로, 뇌척수액(CSF)의 흡수장애로 인해 발생한다. 특징적으로 3가지 증상인 보행장애, 인지기능 저하, 요실금을 동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