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암센터국제암대학원대학교는 장준하 보건AI학과 석사과정 대학원생(지도교수 김현진·공선영)이 유전체 분석 연구를 바탕으로, 미국 국립생물정보센터(NCBI)가 운영하는 유전변이 데이터베이스 ‘클린바(ClinVar, https://www.ncbi.nlm.nih.gov/clinvar/)’에 2건의 유전변이를 제출해 최근에 등재 승인을 받았다고 1일 밝혔다.
국립암센터는 2016년 첫 유전변이 1건을 ClinVar에 등재한 것을 시작으로, 최근까지 총 10건의 변이를 등록하며 유전체 해석 분야에서 지속적인 기여를 이어가고 있다.
이번에 등재된 유전변이들은 모두 국내 암 환자의 유전정보를 기반으로 하며, 연구팀이 직접 수행한 실험과 기능 분석 결과를 출판한 논문을 근거로 하여 임상적 해석을 포함한 구조화된 형식으로 제출됐다.
ClinVar는 유전자 변이에 대한 임상적 해석과 과학적 근거를 공유하며, 병원성 여부를 국제적 기준에 따라 분류하는 공공 데이터베이스로, 전 세계적으로 의료 유전체 해석의 신뢰성과 표준화를 도모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등록된 유전변이 정보는 주로 서양권 데이터에 편중되어 있어 한국인을 포함한 아시아인 환자의 유전변이 해석에는 어려움이 있는 실정이다.
연구팀이 등재한 BRCA2 유전자의 c.317-10A>G 변이는 ‘양성 가능성(Likely benign)’에서 ‘의미 불확실성(Variant of Uncertain Significant)’으로, BRIP1 유전자의 c.1794+1G>A 변이는 ‘병원성 가능성(Likely Pathogenic)’에서 ‘병원성/ 병원성 가능성(Pathogenic/Likely Pathogenic)’으로 CinVar에서 분류가 변경됐다.
이는 연구팀이 제시한 실험적 근거와 임상적 해석이 ClinVar의 평가에 직접적으로 반영된 결과로, 유전변이 해석의 신뢰성을 높이는데 기여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로 평가된다. 여기서 '병원성'이란 암과 같은 질병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은 유전자 변화를 의미하며, 이러한 정보는 환자의 질병 위험도 평가와 맞춤형 치료계획 수립에 중요한 지표가 된다.
유전변이는 변이 해석을 위한 분류 기준인 ‘미국 의학유전학 및 유전체학 대학연합’(American College of Medical Genetics and Genomics, ACMG) 및 ‘분자병리학협회’(Association for Molecular Pathology, AMP) 가이드라인에 따라 병원성(Pathogenic), 병원성 가능성(Likely pathogenic), 의미 불확실(Variant of Uncertain Significance, VUS), 양성 가능성(Likely benign), 양성(Benign) 변이로 분류된다.
이번 ClinVar 등재는 총 두 편의 학술 논문에 보고한 내용을 기반하고 있다. 첫 번째 논문은 유전성 유방암 및 난소암 환자의 인트론 변이(intronic variant)의 엑손 스플라이싱(exon splicing)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연구(유진선 외, Cancer Science, PMID: 32761968)다.
우리 몸을 구성하는 유전자(DNA)는 단백질을 만드는 데 필요한 정보를 실제로 담고 있는 부분(Exon)과 그렇지 않은 중간 부분(Intron)이 섞여 있다. 단백질을 만들기 위해서는 인트론은 배제하고 엑손만 연결되어야 하는데 이를 ‘스플라이싱’(splicing)이라고 한다. 그런데 때때로 인트론에도 변이(이상)가 생길 수 있는데, 이것을 인트론 변이(intronic variant)라고 한다. 엑손 스플라이싱은 유전자가 단백질로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유전정보의 일부를 선택적으로 연결하는 중요한 단계로, 이 과정에 문제가 생기면 비정상적인 단백질이 생성되어 질병이 발생할 수 있다.
두 번째 논문은 한국인 암 환자 3987명의 유전체를 분석해 PALB2 유전자의 병원성 변이 빈도 및 임상적 특성을 밝히고, c.3350+5G>A 변이에 대한 기능 검증을 수행한 연구(강민채 등, ESMO Open, PMID: 39999518)다.
이번 ClinVar 제출을 주도한 장준하 대학원생은 “한국인을 포함한 아시아인의 유전변이 데이터가 여전히 국제 데이터베이스에서 충분히 대표되지 못하고 있는데, 우리 연구팀의 실험 결과와 분석이 실제 임상 현장에서 환자들의 진단과 치료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에 보람을 느낀다”고 밝혔다. 김현진(오른쪽)·공선영 국립암센터국제암대학원대학교 교수
이번 연구를 이끈 공선영 교수는 “더 많은 한국인 특이적 유전변이를 발굴하고 기능 검증을 통해 ClinVar에 지속적으로 기여할 계획”이라며 “아직 해석이 불분명한 다수의 유전변이(VUS, Variants of Uncertain Significance)에 대한 기능 연구를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국내 유전체 데이터의 국제적 표준화와 더불어, 실제 암 진료 현장에서 아시아인 환자를 위한 정확한 유전변이 해석의 중요한 기반이 될 전망이다. 임상 현장에서 유전성 암의 진단 정확도를 높이고, 환자맞춤형 치료법 개발로 이어져 한국인에게 최적화된 정밀의료 실현에 더 가까워지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ClinVar 제출은 국립암센터 공익적 암 연구사업 (NCC-2410821-2)의 지원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