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식도역류질환(GERD) 치료제의 패러다임이 기존 프로톤펌프억제제(PPI)에서 칼륨경쟁적위산분비차단제(P-CAB)로 전환되고 있지만 PPI가 안전성 면에서 더 오랜 기간 입증됐고. 유효성에서도 임상효과가 P-CAB과 대등소이하다는 견해가 나왔다.
한국아스트라제네카는 20일 조선팰리스 서울 강남에서 GERD 치료제 ‘넥시움정’(성분명: 에스오메프라졸 마그네슘삼수화물)’ 국내 출시 25주년을 기념해 기자간담회를 개최하고 이같은 메시지를 알렸다.
2000년 출시된 넥시움®정은 위산 분비를 억제하는 기전으로 작용하는 대표적인 PPI 계열 치료제로, 위식도 역류질환(GERD)을 포함해 총 6가지 적응증을 승인받아 국내 허가PPI 중 가장 폭넓은 적응증을 보유하고 있다.
에스오메프라졸은 최초의 PPI인 오메프라졸의 s-이성질체이다. 오리지널 오메프라졸은 R-omeprazole(상품명 로섹 또는 프릴로섹)인데, S-omeprazole(상품명 넥시움)은 그 거울상 이성체로 약효를 향상시킨 것이다. 이들 약의 개발사인 아스트라제네카는 안전성을 중시해 R-omeprazole를 먼저 상품화했으나 이후 안전성을 보완하고 유효성이 강조된 S-omeprazole를 출시했다. 여기에는 R-omeprazole의 특허만료를 앞두고 차별화된 제품을 내놓기 위한 개발전략도 담겨 있다.
거울상 이성질체(racemic isomer)는 분자식은 같지만 서로 다른 물리, 화학적 성질을 갖는다. 오메프라졸의 경우 S=O 결합이 서로 거울에 비친 형태로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에스오메프라졸이 오메프라졸보다 위산분비 억제 효과가 더 강력하다고 연구돼 있다. 에스오메프라졸이 오메프라졸에 비해 간에서 느리게 대사돼 혈장에 오랫동안 머물게 되므로 위산분비 차단 효과가 더 강하다고 알려져 있다.
넥시움은 25년간 진행된 다양한 임상을 통해 타 PPI 대비 뛰어난 우수한 산(Acid) 조절 및 GERD 개선 효과와 장기 복용 시의 효과 및 안전성 프로파일을 확인했다. 그 결과 10년 동안 PPI와 P-CAB을 포함한 글로벌 GERD 시장에서 10년 동안 누적 처방량 1위를 기록하고 있다.
GERD 환자를 대상으로 한 교차연구에서 위내 산도를 pH4 미만으로 유지한 평균시간은 넥시움 40mg이 14시간으로 라베프라졸 20mg 12.1 시간, 오메프라졸 20mg 11.8시간, 란소프라졸 30mg 11.5시간, 판토프라졸 40mg 10.1시간보다 길었다.
약물 투여 후 12시간 넘게 위내 산도를 pH4 미만으로 유지한 환자의 비율은 각각 58.43%, 50.53%, 49.16%, 47.98%, 41.94%로 넥시움이 우위를 보였다.
또 6개월 동안 위십이지장궤양 누적 발생률은 위약군 20.4%, 에스오메프라졸군 5.3%로 큰 차이를 보였다(Venus연구).
정훈용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교수(왼쪽), 김상균 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가 20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PPI와 P-CAB 간의 안전성 및 유효성을 설명하고 있다.
간담회에서 정훈용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1980년대 이전만 해도 위십이지장염 및 궤양 치료에는 제산제 밖에 없었고 1980년대 항히스타민제(H2 blocker)가 등장하면서 일대 혁명을 일으켰고, 1989년 오메프라졸이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획득하면서 1990년대 이후 지금까지 PPI가 대세를 이뤘다”고 설명했다.
PPI는 위장관 내 위산 분비의 최종단계인 프로톤 펌프를 특이적으로 억제하여 위산 분비를 감소시키는 치료제로, 글로벌 및 국내 GERD 치료 가이드라인에서 1차 치료제로서 권고되고 있다. 특히 넥시움은 40㎎ 투여 시 GERD 환자에서 98.9%의 우수한 초치료율을 보이며 확고한 입지를 구축했다.
정 교수는 “넥시움은 특히 GERD를 시작으로 2005년 비스테로이드소염진통제(NSAIDs) 투여 관련 위궤양 치료 및 예방 요법, 2007년 졸링거-엘리슨 증후군 치료, 2010년 정맥주사로 위궤양 관련 재출혈 예방 유도 이후 유지요법 등 다양한 적응증을 확보해왔다”며 “PPI 중 가장 폭넓고 독보적인 치료 옵션 제공을 제공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졸링거-엘리슨증후군(Zollinger-Ellison Syndrome, ZES, 위의 벽세포가 6배 이상 증가해 위산분비가 엄청나게 많아지고 췌장의 비(非)베타세포에 선종(腺腫)이 생겨 펩신의 분비량도 증가함으로써 위 점막의 방어력을 구조적으로 손상시키는 질환)의 치료와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제균요법에서 넥시움을 비롯한 PPI 제제의 역할은 막대하다고 부각했다. 또 PPI 중 정맥주사로 위궤양 재출혈 예방 유도 적응증을 획득한 것은 넥시움이 유일하다고 덧붙였다.
김상균 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PPI는 이론적으로 완치 약물이 아닌 먹는 동안에만 위산 분비를 억제하는 약이기 때문에 복용을 중단하면 위산 분비가 다시 증가해 증상이 재발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GERD는 70~80%가 재발해 장기적인 유지치료가 필요하며, 치료제 선택 시 유지치료에 대한 효과 및 장기 복용의 안전성 프로파일이 확인된 약제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증상이 경하거나 내시경에서 염증이 없는 환자의 경우 유지요법 또는 필요시마다 PPI나 P-CAB 등을 복용하는 방법을 선택할 수 있다”며 “1년이나 2년 정도 복용하고 중단해도 된다는 가이드라인은 없으며, 이론적으로 복용하는 동안에만 효과가 있어 평생 복용해야 하는 딜레마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PPI는 수십 년간 사용되며 장기 투여 시에도 특별한 문제가 없다는 것이 확인됐다”며 “P-CAB은 사용 기간이 길어야 5년 정도에 불과해 장기간 사용에 대한 안전성과 유효성은 확인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 “PPI와 P-CAB은 미란성 식도염 환자를 대상으로 비열등성 연구를 진행했을 때 두 치료제 간의 치료율에서는 큰 차이가 없었고, PPI로 잘 조절되는 환자는 굳이 약제를 변경할 필요가 없다”며 “기존 PPI 치료에 반응이 좋지 않거나, 낮에는 증상이 호전되지만 야간에 증상이 나타나는 환자, 온디맨드 요법(PRN 요법)이 필요한 환자의 경우 P-CAB이 더 유리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넥시움은 NSAIDs로 인한 상부 위장관 증상 단기치료 및 위궤양 치료, 위·십이지장 궤양의 예방에 적응증을 보유하고 있으며, 저용량 아스피린을 투여 중인 궤양 위험 환자에서도 소화성 궤양 발생률 감소 효과를 확인했고, NSAIDs보다 소화기 염증 부작용이 적다는 COX-2 억제제에 의한 위십이지장 염증 및 궤양에 대한 예방 및 치료 효과도 임상에서 확인됐다”고 강조했다.
정훈용 교수는 “소화기내과 입장에서는 위장관 손상 문제가 매우 중요한 이슈”라며 “현재로서는 아스피린이나 비스테로이드성 항염증제(NSAIDs)를 사용하는 환자에서 장기 처방이 필요한 경우 PPI를 주로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P-CAB 계열 약물은 NSAIDs 관련 위궤양 예방 적응증이 없어 일부 오프라벨(비급여)로 처방되고 있다. 정 교수는 “이 적응증에 관한 P-CAB 제제의 3상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며, 조만간 적응증이 추가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심혈관질환 환자들이 복용하는 클로피도그렐과의 상호작용에 대해서도 논의됐다. 김 교수는 “많은 PPI가 클로피도그렐과 같은 CYP2C19 대사경로를 거치기 때문에 이론적으로는 클로피도그렐의 효과가 감소할 수 있다”면서도 “실제 임상연구들을 종합해보면 두 약제를 병용해도 큰 문제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초기 PPI에 비해 2세대, 3세대 PPI는 CYP2C19을 통한 대사 비중이 줄어들어 영향이 감소했다”며 “심혈관질환이 매우 위중한 경우(시술한 스텐트가 재협착될 위험 등) 다른 대사경로를 가진 P-CAB으로 전환하는 것이 타당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정 교수는 “PPI는 대학병원에서 먼저 처방되고 개인병원으로 확산된 반면, P-CAB은 개인병원에서 먼저 사용되면서 부작용에 대한 경험이 빨리 공유됐다”며 “P-CAB은 설사, 두통, 소화불량, 오심, 호흡기 또는 코로나19 감염 위험의 상승 등의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설사나 두통 등의 부작용은 환자가 약물을 거부하는 결정적 이유가 될 수 있다”며 “특히 설사 증상이 있는 환자의 경우 P-CAB 처방이 조심스러울 수 있다”고 조언했다.
국내서는 P-CAB 계열의 3대 국내 신약이 치열한 경합을 벌이고 있다. 케이캡정(테고프라잔)은 HK이노엔과 보령이, 펙수클루정(펙수프라잔)은 대웅제약과 종근당이, 자큐보정(자스타프라잔)은 제일약품과 동아에스티가 공동 마케팅 대결에 나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