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결절성 경화증 환자가 보이는 증상의 유형과 원인 유전자 변이를 조사한 국내 첫 대규모 연구 결과가 나왔다.
강훈철‧고아라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소아신경과교수, 신희진 연구교수팀은 TSC2 유전자 변이를 가진 결절성경화증 환자는 TSC1 변이 환자보다 첫 발작이 이르게 나타나는 등 중증도가 높다고 23일 밝혔다.
강훈철(왼쪽부터)‧고아라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소아신경과교수, 신희진 연구교수 결절성 경화증(Tuberous Sclerosis Complex‧TSC)은 6000~9000명당 한 명꼴로 발생하는 선천성 희귀질환이다. 뇌전증, 지적장애, 행동장애, 피부 증상 등이 나타난다. 행동장애로는 지나치게 활동적이거나 수면장애, 자폐 증세를 보인다. 피부 증상에는 흰색 피부 반점, 혈관섬유종 등이 있다. 다른 장기에 종양을 발생시키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처럼 한 질환에서 여러 증상과 다양한 유전자 변이가 나타나면 방대한 환자 정보 축적이 중요하다. 현재까지 한국인 결절성 경화증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는 소규모였다. 한국인 환자를 대표할 수 있는 300명 이상의 대규모 연구가 필요했다.
이에 연구팀은 1990~2023년 세브란스병원 한국인 결절성 경화증 환자 331명의 증상과 돌연변이 유전자를 분석했다.
환자 중 279명(84%)은 뇌전증 진단을 받았고, 215명(77%)은 두 가지 치료법을 진행했지만 발작이 지속하는 난치성이었다. 뇌 자기공명영상(MRI)에서 결절(덩어리)을 발견한 환자 수는 291명(88%)이었고, 36명은 피질하 거대 세포성 뇌종양(Subependymal Giant Cell Astrocytoma‧SEGA)을 가지고 있었다. 또 망막과오종(66명‧20%), 심장 횡문근종(149명‧45%), 신장 혈관근지방종(145명‧44%) 등 종양 발생 양상도 확인했다.
유전자검사 분석 결과 TSC1과 TSC2 유전자에서 새로운 원인 돌연변이 30개를 발굴했다. TSC1과 TSC2 유전자 변이를 가진 환자들의 임상 양상을 분석했을 때 TSC2 유전자 변이를 가지고 있으면 중증도가 높았다. 첫 발작 나이가 0.6살로 TSC1(1.5살)보다 0.9살 빨랐고 피질하 거대 세포성 뇌종양은 물론 다른 장기에 발생한 종양도 많았다.
환자 유전자 변이를 심층 분석한 결과 TSC1 유전자의 엑손8, TSC2 유전자의 엑손 35 및 41에서 변이 발생이 잦았다. 또 TSC2 유전자의 엑손 23~33에 유전자 변이가 발생한 환자는 영아연축(연축 발작, 고진폭 부정 뇌파, 발달 지연을 특징으로 하는 뇌전증증후군)이 발생할 가능성이 더 높았다.
강훈철 교수는 “이번 연구는 한국인 결절성 경화증 환자의 유전형과 증상을 분석한 첫 대규모 연구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며 “이러한 임상 및 유전자 정보 축적은 정확한 진단과 위험 요인 분석, 임상 양상 평가, 맞춤형 치료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신경유전학’(Neurogenetics, IF=1.6)에 게재됐다.
한편 세브란스병원은 지난 5월 하님정밀의료센터를 개소하고 희귀유전질환 환자들을 위해 최적의 맞춤형 치료와 포괄적인 케어를 준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