엡코라타맙, LBCL 1/2상에서 절반 치료반응 … 애브비의 Rova-T 3상 실패, 적응증 확장 멈춘 ‘임브루비카’ 부진 벗어날 기대주
애브비가 이미 개발된 이중 특이성 항체(bispecific antibodies) 3종 및 향후 개발할 차세대 분화 항체 신약후보물질(next-generation differentiated antibody-based product candidates) 4종을 공동 개발하기 위해 덴마크 제약사 젠맙(Genmab A/S)과 제휴한다고 10일(현지시각) 발표했다. 이에 따라 애브비는 젠맙에게 7억5000만달러의 선불 계약금 외에 최대 31억5000만달러의 로열티와 마일스톤을 지급키로 했다.
두 회사는 젠맙의 ‘엡코리타맙’(epcoritamab, 상품명 DuoBody, CD3ⅹCD20), DuoHexaBodyⓡ-CD37, DuoBody-CD3ⅹ5T4 등 3가지 차세대 이중 특이성 항체 프로그램의 개발을 공동으로 진행키로 했다. 이들 신약후보물질의 임상 진행·허가 취득에 따른 마일스톤, 미국 및 일본을 제외한 글로벌 시장 매출실적에 따른 단계별 22~26%의 로열티, 전체 세전 판매 수익의 50% 등으로 젠맙에 지급될 금액은 최대 11억5000만달러다. 또 차세대 분화 항체 신약후보물질 4종이 모두 상업화에 성공하면 최대 20억달러를 젠맙에 지급키로 했다.
젠맙은 미국과 일본 시장의 개발과 영업을 담당하고, 애브비는 그 외의 글로벌 시장을 맡는다. 젠맙은 1상 임상까지만 개발을 맡고, 향후 개발 일정에 대한 옵션은 애브비가 행사한다. 하지만 CD3x5T4 및 CD37에 대해서는 미국과 일본 외 지역에서 양사가 공동 마케팅할 권한을 젠맙이 행사할 수 있다. 전반적으로 젠맙에게 많은 어드밴티지가 주어졌다. 투자기괌인 RBC의 애널리스트인 케넨 맥케이(Kennen MacKay)는 “이번 계약은 젠맙에게 임상시험을 진척시키는 현금뿐만 아니라 세계적 영업망을 구축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는 시동을 걸게 해줬다”고 평가했다.
이번 제휴로 젠맙은 세계 정상급의 연구개발 엔진인 듀오바디(DuoBody)-CD3 및 차세대 이중 특이성 항체 치료제 후보물질을 제공한다. 애브비는 심도깊고 전문적인 임상지식, 혁신적인 항체-약물복합제(antibody-drug conjugate, ADC) 플랫폼, 선도적인 혈액암 치료제 분야의 글로벌 영업력을 젠맙의 기술력에 결합해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젠맙 측의 듀오바디-CD3 기술은 이중항체 치료제가 한쪽은 세포독성 T세포의 CD3의 표지자에 붙고, 다른 한쪽은 암세포의 항원(CD19, EpCAM, CEA, EGFR, EpHA2, CD33, MCSP, HER2 등)에 부착한다. T-세포가 암세포를 더 쉽게 식별할 수 있도록 유도, 최종적으로는 암세포가 T세포의 용해작용(Lysis)에 의해 사멸되는 방식으로 작용한다.
애브비 측의 ADC 기술은 치료용 독소를 직접적으로 암세포에 투입하면서도 나머지 정상 세포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표적지향적이고 독성은 낮은 치료법으로 기대되고 있다.
엡코리타맙은 단기간에 진행돼 지난달 발표된 미만성 거대B세포림프종(diffuse large B-cell lymphoma) 환자 대상 1/2상 임상에서 환자의 절반이 치료반응을 보였다. 이들은 과거에 CAR-T 치료제로 치료받은 경험이 있으며 12mg 이상의 엡코리타맙을 매주 한 차례 투여받았다. 또 임상 2상의 투여용량을 복용한 환자의 3분의 2는 부분반응(partial responses, PR)을 보였다.
이같은 유효성 데이터는 사노피 제휴사인 미국 리제네론(Regeneron)의 라이벌 의약품인 CD3xCD20 이중항체 REGN1979과 크게 보면 어깨를 나란히하고 안전성 면에서는 이점이 있다고 투자기관인 제프리스의 애널리스트들은 평가했다. 엡코리타맙은 3등급 이상의 사이토카인방출신드롬(cytokine release syndrome, CRS) 부작용을 보이지 않았다. 반면 REGN1979은 환자의 7%에서 3등급의 CRS 반응을 보였다.
제한된 임상자료이긴 하지만 엡코리타맙과 REGN1979은 CAR-T 치료제 대비 더 나은 유효성을 보이는 것으로 판단된다. 더 이른 시기에 치료에 적용될 전망도 나온다. 다만 내약성에 대한 더 많은 자료가 나와야 한다.
젠맙의 얀 판 드 빈켈(Jan van de Winkel) 회장은 “변혁적인(transformative) 제휴 관계를 맺음으로써 엡코리타맙을 포함한 몇몇 유망 초기 단계 이중 특이성 항체들의 개발이 가속화되고 폭넓어지고 극대화될 수 있을 것”이라며 “잠재력 넘치는 치료제들이 더 일찍 환자 치료에 사용되는 궁극적인 목표에 도달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의 세계적 수준의 항체생물학 지식과 참으로 혁신적인 차세대 항체기술 플랫폼이 애브비의 연구·개발 역량과 혈액암 분야 선도적 위상과 어우러지면서 젠맙이 새로운 여정을 시작함을 알리게 됐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애브비의 마이클 세베리노(Michael Severino) 이사회 부의장 겸 회장은 “엡코리타은 우리의 탄탄한 혈액암 프랜차이즈에 강력하게 부합한다”라며 “양사의 강점이 어우러져 암과 싸우는 환자들을 치료하는 데 치료의 지평을 넓혀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중 특이성 항체 개발 업체로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은 지난 2월 21일 독일 이매틱스바이오테크놀로지스(immatics biotechnologies)의 초기 개발 신약 프로그램 2가지를 5000만달러(4600만유로)의 계약금과 5억5000만달러의 마일스톤을 주기로 하고 사들였다. 이매틱스는 암 항원의 펩타이드 표적과 그에 대응하는 T-수용체를 발굴하는 기술인 ‘XPRESIDENT’을 보유하고 있다.
로슈는 CrossMAb이란 플랫폼 제조기술을 갖고 있으며 혈우병 치료제 ‘헴리브라피하주사’(Hemlibra, 성분명 에미시주맙 Emicizumab)’를 상용화하는 데 성공했다. 이밖에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 암젠, 베링거인겔하임 등 줄잡아 50개에 달하는 기업들이 이중항체 치료제에 도전하고 있다.
애브비는 블록버스터 혈액암 치료제이자 BTK 억제제인 ‘임브루비카’(Imbruvica 성분명 이브루티닙, ibrutinib)로 20가지 이상의 각기 다른 암에 대한 유효성을 테스트하고 있지만 최근 일부 연구적 결함에 직면해 있다.
지난해 8월 애브비사는 개발 중인 Rova-T(성분명 로발피투주맙 테시린, rovalpituzumab tesirine)가 진행성 소세포폐암 임상에 실패하자 포기했다. 이로써 2016년 스템센트릭스(Stemcentrx)를 합병하면서 쏟아부은 58억달러 선불 계약금의 대부분을 날렸다. Rova-T는 암세포의 DLL3 단백질을 표적으로 하는 ADC로서 당초 44%의 전체치료반응률을 기대했으나 3상에서 16%로 저조하게 나왔다. 애브비는 연간 200억달러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휴미라주’의 후속 약물로 Rova-T가 연간 최고 50억달러를 벌어들일 기대주로 손꼽았으나 수포로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