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관적반응률 44%, 기존 치료법 대비 우수 … 임상데이터 무장한 ‘린파자’ 추가 승인 앞둬 경쟁 예상
미국 콜로라도주 볼더(Boulder)에 소재한 항암제 전문 제약기업 클로비스온콜로지(Clovis Oncology)는 난소암치료제 ‘루브라카’(Rubraca 성분명 루카파립, Rucaparib)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전립선암 적응증을 가속승인(Accelerated approval)을 통해 추가했다고 15일 밝혔다.
이번 승인으로 루브라카는 안드로겐수용체 표적 항남성호르몬제 및 파클리탁셀 등 탁산(taxane) 계열 기반 항암화학요법제로 치료받은 적이 있고 유해한(Deleterious) 유방암(Breast cancer, BRCA) 유전자 변이 관련 전이성 거세 저항성 성인 전립선암(Metastatic castration-resistant prostate cancer, mCRPC) 치료제로 사용이 가능해졌다.
루브라카는 FDA가 2016년 12월 두 번 이상의 항암화학치료를 했음에도 난소암이 진행된 특이 유전자 변이가 있는 환자 치료제로 가속승인했다. 이후 재발성 상피세포 난소암, 난관암, 원발성 복막암 등의 치료를 위한 유지요법제로 확대 승인했다.
이 치료제는 암으로 인해 손상된 DNA 복구를 돕는 효소 활동을 차단하는 PARP(Poly-adenosine Diphosphate-ribose Polymerase) 억제제다. 지난 1월 15일 FDA로부터 전이성 거세저항성 전립선암 적응증으로 우선심사 대상에 선정돼 적응증 추가에 성공했다.
와심 아비다(Wassim Abida) 미국 뉴욕 메모리얼슬로언케터링(Memorial Sloan Kettering) 암센터 박사는 “전이성 거세 저항성 전립선암 환자를 위한 표준치료법으로는 항 남성호르몬제, 탁산(taxane)계 항암화학요법제, 바이엘 ‘조피고주’(Xofigo, 성분명 방사성라듐223번이염화물, radium Ra 223 dichloride), 덴드리온(Dendreon)의 ‘프로벤지’(PROVENGE 성분명 시푸류셀-T, sipuleucel-T) 정도로 제한돼 있다”며 “임상 결과로 볼 때 루브라카는 새롭고 중요한 치료 옵션으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mCRPC 승인의 근거가 된 TRITON2 임상은 루브라카 600mg을 1일 2회 단독요법으로 경구투여한 뒤 유해하거나 유해할 것으로 의심되는 BRCA 유전자 변이 또는 유전체 불안정성을 나타내는 상동재조합결핍(HRD) 양성 전이성 거세 저항성 전립선암 환자 600명을 분석했다. 이 중 유해한 BRCA 유전자 변이 전이성 거세 저항성 전립선암 환자는 115명이었다.
임상 결과, 객관적반응률(ORR)은 약 44%로 나타났고 이는 생식세포 BRCA 유전자 변이 또는 체세포 BRCA 유전자 변이를 동반한 환자에서 유사하게 나타났다. 평균반응기간(DOR)은 데이터 마감 시점에 평가가 이뤄지지 않았다. 115명의 환자를 분석한 결과에선 환자의 약 55%가 적정 수준의 전립선특이항원(PSA) 반응률을 보였다.
치료 과정에서 BRCA 유전자 변이를 동반한 전체 환자에서 수반된 부작용은 무력증·피로, 구역, 빈혈, 간 효소 염증 지수인 알라닌아미노트랜스페라제(ALT)·아스파르테이트 아미노트랜스페라제(AST) 수치 증가, 식욕감퇴, 변비, 발진, 혈소판감소증, 구토·설사 등이 20% 이상에서 보고됐다.
전체 환자의 35% 이상에서 가장 빈번하게 발견된 이상반응은 ALT·백혈구·알칼리인산분해효소(ALP)·크레아티닌·중성지방 수치 증가와 인·절대호중구·헤모글로빈·림프구·혈소판·나트륨 수치 감소 등이 관찰됐다.
패트릭 마하피(Patrick J. Mahaffy) 클로비스 온콜로지 대표는 “FDA가 루브라카의 전이성 거세 저항성 전립선암 적응증을 승인할 때 고도의 일관성을 보인 TRITON2 임상 결과에 따라 3번째 적응증을 승인했다”며 “전립선암 환자 및 의료진을 위해 루브라카를 새 치료대안으로 공급할 것”이라고 말했다.
라이벌 제품인 아스트라제네카와 미국 머크(MSD)의 ‘린파자캡슐’(성분명 올라파립, Olaparib)은 루브라카보다 5일 늦은 지난 1월 20일 같은 적응증으로 우선심사 대상에 선정됐지만 승인 통과에서도 루브라카가 앞서게 됐다.
루브라카는 2018년 여름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 계열사인 테사로(Tesaro)의 ‘제줄라캡슐’(니라파립토실산염일수화물, Niraparib tosylate)과 린파자를 앞서는 전립선암 치료효과를 공개했다.
린파자는 난소암·유방암·췌장암 치료제로서 제줄라와 루브라카를 압도하는 결과를 나타냈다. 전립선암 분야에선 루브라카를 추격하고 있으며 올 2분기 중 무작위 임상 3상 결과에서 루브라카 대비 우수한 항암 및 생존기간 연장 효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린파자는 BRCA 유전자 변이뿐만 아니라 ATM(Ataxia Telangiectasia Mutated) 변이 관련 전립선암 환자까지 커버할 수 있는 점이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FDA는 지난해 가을 유럽종양학회 연례회의(European Society for Medical Oncology, ESMO) 연례회의에서 발표된 린파자의 3상 임상 데이터에 근거해 올 1월 mCRPC 적응증으로 우선심사 결정을 내렸다. 당시 제출한 임상자료에 따르면 췌장암의 진행 또는 사망 위험을 66%까지 줄일 수 있음을 보여줬고 BRCA1, BRCA2 또는 ATM 돌연변이를 가진 남성 암환자에선 암 악화 없이 중앙값 7.4개월의 무증상기간을 보였다. 이는 존슨앤드존슨(얀센)의 ‘자이티카정’(아비라테론 아세테이트, Abiraterone acetate) 또는 화이자·아스텔라스 ‘엑스탄디연질캡슐’(엔잘루타미드, Enzalutamide)과 같은 차세대요법으로 치료받은 환자의 3.6개월에 비해 의미있는 결과로 해석된다.
앤드류 베렌(Andrew Beren) 에스브이비리링크파트너스(SVB Leerink Partners) 애널리스트는 “린파자의 무작위 임상 데이터는 엑스탄디 또는 자이티가 비교 임상이나 루브라카 단독 임상 결과와 비교해 전반적으로 우수한 결과를 보일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 회사는 2019년 1월 개최된 JP모건 컨퍼런스에서 매물로 거명됐지만 당시 마하피 CEO는 “누가 나에게 회사를 매입하러 올지, 모든 제약사가 매물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지 않느냐”며 즉답을 피했다. 지난해 4분기의 유일한 품목인 루브라카의 매출은 3830만~3930만달러로 당초 기대치에 못 미쳤다. 주식시장에서는 루브라카의 이번 mCRPC 적응증 획득에도 불구하고 향후 회사 전망을 어둡게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