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화이자, 사노피, 모더나, 아스트라제네카 등 다수의 회사가 70개 이상의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COVID-19,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을 개발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전세계적으로 8개의 임상시험과 100개 이상의 전임상시험을 추적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정부와 관리는 언론을 통해 12~18개월 안에 코로나19 백신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지만 이에 대해서는 논란이 분분하다. 일각에선 오는 9월이면 백신이 나온다고 기대감을 부추기고 있다. 그나마 12~18개월에 백신이 나온다는 낙관론은 점잖은 편에 속한다. 신중론자는 3년 이상 수년이 걸릴 것이라며 차분해질 것을 강조한다.
SVB리링크(SVB Leerlink)의 애널리스트 저프레이 포지스(Geoffrey Porges)는 최근 개발 일정이 짧아질 것이라고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믿는 많은 이유들이 잘못됐다고 반박하는 광범위한 보고서를 내놨다. 반면 존슨앤드존슨의 면역학자인 린케 보스(Rinke Bos)는 백신 개발 성공을 낙관하고 있다.
J&J “코로나19, 다른 바이러스보다 더 간단” … 내년까지 10억개 백신 공급 목표
존슨앤드존슨은 파트너인 사노피(Sanofi), 글락소스미스클라인(GlaxoSmithKline)과 함께 코로나19 백신 연구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이 회사의 린케 보스는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가 많은 바이러스들보다 더 간단하다는 것을 증명했다. 그녀는 “코로나19 백신을 설계하는 것은 독감처럼 빠르게 진화하는 바이러스보다 쉽다”며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고 안정적으로 유지되길 바란다. 반년 안에 우리는 많은 데이터를 얻을 수 있고, 이를 통해 사람들을 보호할 수 있는 백신을 개발하는 게 궁극적인 목표”라고 말했다.
보스는 자신의 모국인 네덜란드 레이던(Leiden)에서 약 12명의 연구원으로 구성된 존슨앤드존슨 백신 발견팀을 이끌고 있다. 레이든은 7200만유로가 투입된 실험실과 제조시설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연구팀은 코로나19의 전체 RNA 시퀀스가 공개된 1월에 처음으로 잠재적 백신 설계를 시작했다. 그들은 개발에 필요한 요건들을 조사하고, 전임상시험을 수행했으며, 후보 범위를 좁히는 작업을 했다. 10개의 다른 백신 가능 물질을 발견하고, 이를 테스트하느라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그들은 현재 대규모 생산을 시작하는 데 필요한 재료를 시험하고 제작하느라 분주하다.
존슨앤드존슨은 지난 4월 24일(현지시각) 미국 뉴저지주 소재 의약품 생산설비 제조업체인 이머전트바이오솔루션(Emergent BioSolutions)과 계약을 체결하고, 백신 생산에 대비하고 있다. 지난 3월 30일 또 미국 바이오첨단의약품연구개발국(Biomedical Advanced Research and Development Authority, BARDA)과 제휴해 10억달러 이상을 공동 투자하기로 서약했다.
미국 의회전문매체 ‘더힐’에 따르면 존슨앤드존슨은 현재 제조시설을 증설하고 오는 10월 백신 후보물질로 임상 1상 시험에 진입할 준비를 하고 있으며, 내년까지 백신 10억개 공급을 목표로 올해 말 생산 및 글로벌 유통 준비에 돌입한다. 백신이 승인을 받게 되면 이르면 2021년부터 백신을 상업적으로 출시할 수 있도록 백신 용량에 맞춘 생산시설을 확보할 예정이다.
존슨앤드존슨은 백신 개발에 도전하는 데 그치지 않고 디지털미디어 및 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을 통해 코로나19의 역학적 세부 내용과 확산 진행 상황을 직접 대중에게 전달해 신뢰를 얻고 있다.
노바박스, 8억8800만원 투자받아 임상2상까지 진행 예정 … 내년 10억개 백신 생산 목표
미국 메릴랜드주 게이더스버그(Gaithersburg) 소재 차세대 백신 개발 전문 생명공학기업 노바백스(Novavax)는 백신 개발을 지원하는 국제 민간공동기구인 감염병대비혁신연합(Coalition for Epidemic Preparedness Innovations, CEPI)로부터 지난 3월 400만달러의 상금을 받은 데 이어 지난 11일 사상 최대 규모인 8억8400만원을 투자받았다.
이 자금은 노바백스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 ‘NVX-CoV2373’의 전임상시험부터 2상 시험과 제조 규모 확대 작업에 들어간다. 임상시험 대행기관인 메릴랜드바이오텍(Maryland biotech)은 이달 호주에서 후보물질인 NVX-CoV2373에 대한 임상 1상을 시작으로 2상 시범 운영에 나설 예정이다. 노바백스는 오는 7월에 나올 예정인 임상 1상 결과가 긍정적으로 나타나면 2상을 여러 국가에서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임상시험을 넘어 2020년말까지 최대 1억회 분량을 생산할 수 있도록 8억8000만달러의 일부를 생산에 투입할 계획이다. 이 회사는 2021년에 10억회 분량 이상의 백신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노바백스의 코로나19 백신후보물질은 재조합 나노입자 항원에 ‘매트릭스-M’ 항원보강제(Matrix-M adjuvant)를 결합한 것이다. 이 플랫폼은 최근 65세 이상 성인을 대상으로 한 4가 독감 예방주사 ‘나노플루’ 3상 시험에 성공하기도 했다. 따라서 이번 CEPI의 추가 지원은 ‘NVX-CoV2373’의 백신 항원뿐만 아니라 노바백스가 보유한 여러 백신 파이프라인의 조기 개발 및 양산화를 촉진하는 데 유용하게 쓰일 전망이다. 매트릭스-M 항원보강제는 중화항체들의 작용을 고도로 촉진시켜 면역반응을 향상시킬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노르웨이 오슬로에 본부를 둔 CEPI의 CEO 리차드 해쳇(Richard Hatchett)은 “노바백스와 파트너십을 대폭 확대함으로써 CEPI가 지금까지 단행한 최대 규모의 단일 투자 건이 됐다”며 “백신 연구개발 프로그램이 진척을 보이기 시작했기 때문에 제조능력을 높이기 위해 지금 투자가 들어가는 게 필수적”이라며 “파트너들이 글로벌 규모로 백신을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안전하고 효과적이며 전세계적으로 접근 가능한 백신을 가능한 한 빨리 공급하기 위해 중요한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고 덧붙였다.
CEPI는 노바백스 외에도 모더나(Moderna Therapeutics), 이노비오(Inovio), 큐어백(Curevac), 홍콩대, 옥스포드대, 퀸즐랜드대, 파스퇴르연구소 주도의 여러 연구기관 등에 코로나19 백신 R&D 자금을 지원했다.
모더나, 조만간 2상, 초여름 3상 … 내년에 코로나19 백신 출시 등
미국 매사추세츠주 캠브리지 소재 mRNA 치료제 개발기업인 모더나는 자사의 코로나19 mRNA 백신후보물질 mRNA-1273로 조만간 2상에 들어가고, 올 초여름에 3상 연구를 시작할 계획이라고 지난주 밝혔다. 그것이 일정대로 추진되면 내년에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완전한 승인을 얻을 전망이다. 현재 미국 식품의약국에 패스트트랙(신속심사) 지정을 신청해놓은 상태로 조만간 허가될 공산이 크다.
화이자는 계약 제조업체들과 협력해 미국 및 유럽에 기반을 둔 공급망을 구축해 무균 주사제를 포함한 기존 의약품의 일부를 조달할 계획이라고 11일 말했다. 이 회사는 잠재적인 코로나19 백신 출시에 상당한 자원을 쏟아 붓고 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옥스퍼드대학과 손잡고 백신 생산을 위한 계약을 체결했다.
한편 리제네론은 내달 중 코로나19 항체치료제 개발을 위한 임상시험에 돌입할 전망이다. 이 회사의 최고과학책임자인 조지 얀코풀로스(George Yancopoulos)는 “임상시험을 거쳐 올해 늦여름까지는 수십만개의 항체치료제를 생산하길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