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주에 남샌프란시스코에 소재한 혈액질환 치료제 전문 글로벌블러드테라퓨틱스(Global Blood Therapherics, GBT)의 겸상적혈구질환(sickle cell disease, SCD) 치료제 ‘옥스브리타’(Oxbryta, 성분명 복셀로터 voxelotor)는 지난 11월25일 미국 식품의약국(FDA) 가속승인 후 시장의 열렬한 반응을 얻었다. 그러나 GTX의 경영진들에 따르면 출시 초기 불어닥친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COVID-19) 유행 여파로 판매에 역풍을 맞고 있다.
이 질환은 적혈구가 비정상적인 형태가 되어 혈관 내부의 혈액 흐름을 제한하고, 체내의 각 조직으로 산소가 원활하게 공급되지 못하도록 하는 유전성 질환이다. 미국 내 SCD 환자는 10만명에 달하고, 전세계적으로는 2000만명으로 추정된다.
이 약의 출시 초기에 약 2000명의 환자들이 옥스브리타를 처방받았다. 그러나 GBT CEO인 테드 러브(Ted Love)는 “최근 신규 환자 발생 건수가 60%나 줄었다”고 말했다. GBT는 지난 3월 17일 이후로 의사에 대한 직접 방문 판매를 중단했다. 환자들 대다수도 병원을 방문하지 않고 있어 약을 처방받기가 어려워졌다.
러브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환자와 영업사원의 병원 방문이 줄어들었지만 일부 의사들에게는 화상회의 기술을 통해 새로운 영업을 하는 중”이라며 “하지만 일부 의사들은 이에 호응하지 않았고, 약 판매에 지장을 초래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GTB는 경기 침체를 극복할 수 있다고 본다. 옥스브리타의 조기 출시는 월스트리트의 기대를 충족시켰고, 애널리스트들도 긍정적 결과에 축하를 전했다. 미국 월가의 대형 투자사 중 하나인 캔터 피츠제럴드(Cantor Fitzgerald) 애널리스트 알레시아 영(Alethia Young)은 지난 6일(현지시간) “기존 환자층에 확고한 수요가 더해져 과거에 예측했던 매출보다 올해 매출이 높을 것”이라고 투자자 노트에서 밝혔다.
또한 영은 “옥스브리타의 매출은 12월에 매우 높았고, 팬데믹으로 확산되기 전인 지난 2월과 3월에 새로운 환자의 유입으로 판매량이 증가했다”며 “새로운 약에 대한 호의적인 관심이 판매를 촉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캔터 애널리스트들은 올해 남은 기간 동안 옥스브리타의 매출액이 8860만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출시 당시 이 약의 정가는 월 1만417달러, 연간 12만5000달러였다. 그들은 2021년 매출 추정치를 2억5800만달러에서 3억700만달러로 대폭 상향조정했다. 생명공학기업 조사기관인 이밸류에이트(Evaluate)의 보고서에 따르면 옥스브리타의 2024년까지 16억달러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달에는 미국 임상경제검토연구소(ICER)가 노바티스의 겸상적혈구병 치료제 ‘아닥베오’(Adakveo 성분명 크리잔리주맙 Crizanlizumab)’와 GBT의 ‘옥스브리타’가 기존 약인 엠마우스사이언스(Emmaus science)의 ‘엔다리’(Endari 성분명 L-glutamine 엘글루타민)의 1214달러(60포, 하루 2번 복용)에 비해 비싸다며 최대 76% 가격 인하를 권고했다.
아닥베오는 지난해 11월 15일 옥스브리타보다 10일 앞서 허가를 받았다. P-셀렉틴(P-selectin)을 표적으로 하는 단일클론항체로서 변형된 적혈구가 서로 달라 붙는 것을 방지해 혈관 막힘으로 인한 통증을 현저히 줄인다. 아닥베오는 한 달에 7000~9500달러의 약값이 든다.
옥스브리타는 적혈구가 낫 모양으로 변화하는 겸상화(鎌狀化, sickling)를 저해, 적혈구의 변형과 빈혈을 개선하는 효능을 인정받았다. 적혈구의 산소친화성을 높여 산소 운반 능력을 증가시키며 헤모글로빈 수치는 올리고 용혈은 줄인다. 반면 용량 증가에 의한 독성은 없는 것으로 임상에서 나타났다.
반면 엔다리는 적혈구에 대한 산화적 손상을 줄이고 진통을 감소시키는 데 그치며 성분도 단순하기 이를 데 없다. 옥스브리타는 세계 최초의 헤모글로빈 산소친화력 개선물질(hemoglobin oxygen-affinity modulator)로, 아닥베오는 혈관 폐색 위기를 방지하는 최초의 치료제로 인정받은 만큼 ICER의 분석은 편향적으로 보인다.
GBT는 “12세 미만을 대상으로 옥스브리타의 적응증을 확장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으며 유럽 의약품청(EMA)의 승인을 받기 위한 자료 준비에 분주하다”고 밝혔다. 이 약은 현재 12세 이상의 겸상적혈구질환자가 대상이다. 아닥베오는 16세 이상이다.
옥시브리타는 275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임상시험을 토대로 FDA 승인을 받았다. 이 연구에서 90명의 환자는 1500mg, 92명은 900mg, 92명은 위약을 투여하고 헤모글로빈의 반응률을 바탕으로 효능을 측정했는데, 위약군 6.5%에 비해 1500mg를 투여받은 환자의 반응률이 51%로 높게 나타났다.
앞서 옥스브리타는 ‘패스트트랙’을 거쳐 ‘희귀의약품’ 지정을 받았다. 승인 이후 GBT의 경영진들은 이 약이 질병의 근본 원인을 치료하는 1일 1회만 먹는 알약이기 때문에 겸상적혈구빈혈 치료제 시장에서 패러다임을 변화시킬 것이라고 자신했다. 기존 치료제는 이 질환의 전신 통증, 피로, 발달지연 등 환자의 증상을 관리하는 데 그쳤기 때문이다.
승인 당시 이 회사의 최고영업책임자(CCO)인 데이비드 존슨(David Johnson)은 “2020년 상반기 6개월 동안 메디케어(고령자 의료보험) 및 메디케이트(저소득층을 위한 공적 의료보험) 상환(보험급여)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며, 이 약이 광범위한 적응증을 갖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