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KI 제제 ‘카프마티닙’ 성분, MET 엑손 14 스키핑 변이에 맞춤처방 … 獨 머크 ‘Tepmetko’와 개발 속도전서 이겨
전이된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개발 경쟁을 벌여온 독일 머크와 스위스 노바티스 중 노바티스가 먼저 웃게 됐다. 노바티스의 ‘타브렉타’(Tabrecta 성분명 카프마티닙 capmatinib, 개발코드명 INC280)가 6일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가속승인(Accelerated Approval)을 취득했다.
MET 엑손 14 스키핑(MET exon 14 skipping) 변이를 동반하는 비소세포폐암 치료제가 FDA로부터 발매를 승인받은 것은 ‘타브렉타’가 처음이다. MET 엑손 14 스키핑 변이를 동반한 비소세포폐암은 매우 공격적인 유형의 폐암이어서 예후가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체 비소세포폐암 환자 중 3~4% 정도에서 발견되고 있으며 주로 고령층이나 다른 질병을 동반한 경우에 나타난다.
FDA 약물평가연구센터(CDER) 항암제 국장 직무대행을 겸하는 FDA 암연구센터(OCE)의 리처드 파즈더 소장은 “폐암이 갈수록 분자학적 관점에서 다양한 세부유형들로 구분되고 있고, 이에 따라 특정한 세부유형들을 표적으로 하는 약물들의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며 “MET 엑손 14 스키핑 변이로 진행되는 비소세포폐암 환자에게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표적치료제 대안이 확보됐다”고 말했다.
타브렉타는 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Epidermal Growth Factor Receptor, EGFR) 인산화효소 저해제(Tyrosine kinase inhibitor, TKI)의 일종으로 비소세포폐암의 26%에서 나타나는 중간엽의 상피세포로의 변이(mesenchymal-epithelial transition, MET) 조절장애(dysregulation)를 선택적으로 차단해 교정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를 통해 폐 종양세포의 증식을 저지하는 데 도움을 준다.
FDA는 MET 엑손 14 스키핑 변이,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EGFR) 정상형(wild-type), 역형성 림프종 인산화효소(ALK) 음성 등을 나타내고 최소한 한가지 측정 가능한 병변을 동반한 비소세포폐암 환자 97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1건의 임상 2상시험 ‘GEOMETRY mono-1’ 결과를 근거로 ‘타브렉타’의 시판을 승인했다. 피험자들은 종양이 진행되거나 독성이 수용할 수 없는 수준으로 나타날 때까지 ‘타브렉타’ 400mg을 1일 2회 경구복용했다.
피험자들은 치료 전력이 없는 28명과 다른 치료 전력이 있는 69명으로 분류됐다. 28명 중 총치료반응률은 67.9%(19명)로 4%는 완전반응(1명)을, 나머지 64%(18명)는 부분반응을 나타냈다. 69명의 총치료반응률은 40.6%(28명)로 나왔는데 모두 부분반응을 보인 것으로 분석됐다.
약효지속기간은 치료전력이 없는 경우 12.6개월(중앙값), 치료전력이 있는 경우 9.72개월로 나타났다. 전자 중 47%, 후자 중 32.1%에서 12개월 이상 지속적인 약효반응을 보였다.
빈도 높게 나타난 부작용으로는 말초부종, 구역, 피로, 구토, 호흡곤란, 식욕감퇴 등이 꼽혔다. 타브렉타는 폐 조직에 반흔을 유발하는 간질성(間質性) 폐질환 또는 폐렴 등 중증 부작용을 수반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부작용이 동반되면 사용을 중단해야 한다.
타브렉타는 또 간(肝) 독성을 나타낼 수 있어 복용 전 간 기능을 모니터링해야 한다. 간 독성이 관찰되면 복용을 유예하거나, 용량을 낮추거나, 항구적으로 중단해야 한다. 광과민성 환자는 복용 기간 중 자외선차단제를 바르고 선탠을 금해야 한다. 이밖에 타브렉타는 태아 또는 신생아에게 유해한 영향을 미칠 수 있어 가임기 여성 및 남성 배우자는 복용 기간 중 피임에 나서야 한다.
이 약은 28일분에 1만7950달러로 약값이 책정됐다. 기존의 공격적 폐암에 대한 치료제와 비교할 때 합당한 가격이란 노바티스 측의 설명이다. 2009년 노바티스가 미국 델라웨어주 윌밍턴시 소재 인사이트로(Incyte)부터 라이선스를 사들인 파이프라인이다. 2016년 양사가 공동 개발 및 마케팅에 나서기로 합의했다. 양사는 JAK1/2 억제제 ‘자카비정’(Jakafi 성분명 룩소리티닙, ruxolitinib)도 컬래버레이션하고 있다. 자카비는 만성이식편대숙주병, 진성적혈구증가증, 골수섬유증 등 3가지 적응증을 보유하고 있으며 아토피피부염을 추가하기 위해 3상을 진행 중이다.
타브렉타는 지난해 9월 ‘혁신치료제’ 및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됐고, 올 2월 ‘우선심사’ 대상으로 선정됐다. 처방의약품사용자수수료법(PDUFA)에 따라 올 8월까지 승인 여부가 결정날 예정이었지만 3개월 빠른 이달에 성과를 얻게 됐다. 같은 적응증으로 독일 머크의 ‘텝멧코’(Tepmetko, 성분명 테포티닙 tepotinib)가 지난 3월 25일 세계 최초로 일본에서 시판 승인을 받았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지난해 9월 ‘혁신치료제’로 지정됐지만 아직 신약승인신청(NDA)을 내지 못한 상태다. 텝멧코는 타브렉타와 대등한 유효성을 보였으나 진척이 늦어져 FDA에선 ‘첫번째’ 자리를 내주고 ‘두번째’ 자리에 앉게 됐다.
이날 FDA는 매사추세츠주 캠브리지에 소재한 파운데이션메디슨(Foundation Medicine)의 동반진단 의료기기인 ‘파운데이션원 CDx 어세이’(FoundationOne CDx assay, F1CDx)도 허가했다. MET 엑손 14 스키핑으로 진행되는 변이가 확인된 환자들은 대부분 ‘F1CDx’로 확진을 받게 된다. 이에 따라 타브렉타의 허가 적응증에 맞는 환자를 찾아내 맞춤 표적치료가 수월해질 전망이다.
아밋 말릭(Ameet Mallik) 미국 노바티스법인 항암사업부 수석부사장은 “미국에서 약 35%의 폐암 환자만이 항암치료 전에 차세대유전자분석(NGS)을 받는다”며 “빈곤한 진단검사 때문에 좋은 약을 쓸 기회를 놓치고 있다”고 말했다. NGS 가격이 많이 떨어지긴 했지만 여전히 고비용이기 때문이다.
일부 의사는 ALK 및 EGFR을 포함한 다른 돌연변이를 먼저 검사하고 환자가 음성인 경우에 PD-1/PD-L1 억제제를 쓰는데 나중에야 NGS를 받는 경우가 종종 생기는 비효율이 일어나고 있다. 따라서 ‘메디케어’나 ‘메디케이드’ 등에서 NGS 검사 등에 급여를 많이 해줘야 한다는 게 말릭의 주장이다.
노바티스의 글로벌 항암제 제프 레고(Jeff Legos)수석부사장은 “고령의 폐암 돌연변이 환자에게 참으로 시의적절하게 의료수요를 충족시키는 약이 될 것”이라며 “노바티스는 타벡트라를 단일요법제 또는 MET 엑손 14 스키핑 변이 치료제에 국한시키지 않고 PD-1억제제인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의 ‘옵디보주’(Opdivo, 성분명 니볼루맙 nivolumab)와 병용요법제로 육성해 폐암치료제 시장의 3~4%를 확실하게 석권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한 연구는 이미 2상을 진행 중이다. 타벡트라 허가는 단지 큰 그림의 시작일 뿐이라는 게 레고의 견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