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코네티컷주 뉴헤이븐시 소재 희귀질환 치료제 전문제약사인 알렉시온(Alexion)이 미국 바이오업체인 포톨라파마슈티컬스(Portola Pharmaceuticals)를 14억4000만달러에 인수한다.
이 회사는 유명 블록버스터 ‘솔리리스주’(Soliris 성분명 에쿨리주맙, eculizumab)를 통해 지난해 39억4640만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이는 지난해 이 회사 전체 매출인 49억9110만달러의 80%에 육박한다. 현재는 솔라리스의 후속약물인 ‘울토미리스’(Ultomiris 성분명 ravulizumab-cwvz)를 밀고 있다. 둘 다 발작성야간혈색소뇨증(paroxysmal nocturnal hemoglobinuria, PNH), 비정형용혈성요독증후군(atypical hemolytic uremic syndrome, aHUS) 치료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알렉시온은 솔리리스의 매출 비중이 너무 높은 데다가 2021년 특허만료로 2022년부터 유럽 등에서 바이오시밀러가 대거 출현할 것이 예상됨에 따라 대안이 필요했다. 알렉시온은 캘리포니아주 남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포톨라가 보유한 ‘안덱사’(Andexxa, 성분명 안덱산트알파 andexanet alfa)를 확보하기 위해 인수에 뛰어들었다.
안덱사는 바이엘의 ‘자렐토정’,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의 ‘엘리퀴스정’ 등 혈액응고10a인자(Factor Xa) 억제제에 대한 최초이자 유일한 역전제(항응고 역전제)다. 이들 항응고제가 과다 투여됐거나, 예상 외로 강한 응고 억제 반응을 보여 생명을 위협할 정도로 출혈이 심할 경우에 투여하게 돼 있다. 안덱사는 국내에 시판되지 않았다.
포톨라는 2018년 5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안덱사를 승인받은 이후 시장 확대에 어려움을 겪었다. 높은 시장성이 예견됐지만 시장침투율은 전체 예상 수요의 3%에 불과해 향후 시장 확대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게 아라드하나 사린(Aradhana Sarin) 알렉시온 최고재무책임자(CFO)의 설명이다. 사린은 장기적 시각에서 사업다각화 전개를 위해 ‘전략 변화 차원에서의 뗏목’(raft of strategic changes)으로 포톨라를 인수하게 됐다고 부연했다.
올해 미국과 유럽에서 약 1770만명의 환자가 혈전 형성 위험을 줄이기 위해 Factor Xa 억제제를 사용할 예정인데 이들 환자 중 3~5%가 주요 출혈 위험에 노출돼 있다. 이 위험군 중 아직 처방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97%를 새로운 의약품 수요자로 확보할 수 있다는 게 알렉시온의 분석이다. 더욱이 안덱사는 2030년까지 지적재산권에 의해 시장독점권을 확보했다.
참고로 베링거인겔하임의 항응고제 ‘프라닥사캡슐’(성분명 다비가트란)의 역전제인 같은 회사의 ‘프락스바인드주사제’(Praxbind, 성분명 이다루시주맙, idarucizumab)는 2015년 10월에 FDA 가속승인을 받은 데 이어 2016년 3월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허가받았다.
알렉시온은 지난 4일을 기준으로 주당 7.76주에 약 131%의 프리미엄을 얹힌 주당 18달러에 포톨라를 인수키로 계약했다. 알렉시온은 안정적인 주가 움직임에 불만을 표하는 엘리옷(Elliott Management) 등 악명 높은 투자자들의 압력에 못이겨 블록 매각 및 임원진 교체 압박을 받아왔다. 지난해 12월 엘리옷과 화해를 맺은 후 회사 매각 대신 다른 회사의 인수합병, 회사 가치 재평가, 아니면 자신의 경력을 인정해주는 거대 회사에 비싸게 매각하는 방안을 새 경영전략으로 홍보해왔다. 이번 포톨라 인수도 그런 전략의 하나다.
알렉시온의 인수합병의 중심에는 사린이 있었다. 그 전임자인 폴 클랜시 CFO는 매우 신중한 청지기에 불과했다는 평가가 애널리스트로부터 나온 반면 지난해 9월 CFO 자리를 꿰찬 사린은 C-레벨(C-suite) 임원 경험이 없는 무모함으로 오히려 ‘미지의 양적 부양’(unknown quantity elevation)을 이끌어냈다.
사린은 2017년 수석 부사장 겸 사업개발 및 전략담당 책임자로 알렉시온에 부임한 뒤 20억달러 규모의 파이프라인 확보 프로젝트를 전임 CFO로부터 승계받았다. 사린이 CFO를 맡은 한 달 뒤인 지난해 10월 9억3000만달러에 아킬리온(Achillion)을 인수했다. 이로써 알렉시온은 새로운 경구용 소분자보체경로 D인자(Complement factor D, CFD) 억제제들을 확보하게 됐다. 그 중 ‘다니코판’(Danicopan, 개발명 ACH-4471)과 ‘ACH-5228’은 알렉시온이 보유한 대표 품목인 솔리리스 및 울토미리스와 함께 사용될 수 있다.
당시 알렉시온은 아킬리온과 조건부가격청구권(CVR)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아킬리온 주주들은 PHN 치료제 후보물질 다니코판이 미국에서 품목 허가를 획득하거나, ACH-5228이 임상 3상에 들어갈 경우 주당 1달러를 덤으로 받게 된다. 다니코판은 PNH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2상에서 C5 보체 단백질에 결합하는 단일클론항체(C5 억제제) 의약품 솔리리스와 병용할 경우 평균 헤모글로빈 수치를 증가시켜 수혈의 필요성을 감소시켰다. 다니코판은 현재 혈관외용혈(extravascular hemolysis, EVH)을 동반한 PNH 환자를 대상으로 3상을 진행 중이다. 또 보체3사구체신염(Complement 3 glomerulopathy, C3G) 환자 대상 2상도 병행하고 있다. ACH-5228은 PNH 대상 2상을 진행 중이다.
솔리리스는 2007년 3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PNH 치료제로 첫 허가를 받았고, 2011년 9월엔 aHUS 적응증을 획득했다. 2017년 10월엔 불응성 전신 중증근무력증(Generalized Myasthenia Gravis, gMG), 2019년 6월엔 시신경척수염스펙트럼장애(Neuromyelitis Optica Spectrum Disorder)로 적응증을 추가 획득했다.
솔리리스는 바이오시밀러 등장으로 위상을 위협받고 있으며 후속 약물인 울토미리스로 처방을 대체하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목표는 PNH 및 aHUS 환자의 70%를 솔리리스에 울토미리스로 옮겨가는 것인데 지난 1월 기준으로 59% 정도가 이뤄졌다. 이를 위해 알렉시온은 울토리미스 가격을 솔리리스 대비 10% 낮게 책정했다.
한편 알렉시온은 지난 1월 JP모건 헬스케어컨퍼런스에서 울토미리스의 근위축성측삭경화증(Amyotrophic lateral sclerosis, ALS) 적응증 확대를 위해 임상 3상에 착수할 것이라고 공표했다. 이 약의 원발성 진행성 다발성경화증(Primary Progressive Multiple Sclerosis, PPMS)에 대한 임상도 준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