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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리어드 ‘렘데시비르 쇼크’ … WHO 실수로 유출된 중국 임상결과 ‘효과 없음’
  • 정종호 ·약학박사 기자
  • 등록 2020-04-25 15:56:38
  • 수정 2020-04-25 16:3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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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길리어드 “조기 종료된 임상결과라 의미 없다” 해명 … 美 FDA 클로로퀸 ‘심장 부작용’ 공식 경고
길리어드사이언스는 지난 23일(현지시간)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 중인 렘데시비르의 효과가 없다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보도에 이날 오후 장중 주가가 일시적으로 9% 폭락했지만 적극적인 해명을 통해 안정세로 돌려놨다.
개발 중인 코로나19 치료제 중 상용화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주목받던 길리어드사이언스의 렘데시비르(remdesivir)에 대한 기대가 털썩 무너져내렸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실수로 렘데시비르 임상자료를 누출했고 이를 입수한 파이낸셜타임스(FT)가 23일(영국 현지시간) 렘데비시르의 효과가 없다고 보도했기 때문이다. 길리어드 주가는 이날 오후 9% 하락했지만 이 회사의 적극적인 해명과 이를 두둔하는 증권 애널리스트, 미국 언론들의 보도 등으로 24일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길리어드는 “중국 내 임상시험은 참가자 수가 부족해 조기 종료됐으며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결론을 내기에는 역부족”이라며 “WHO측에 해당 자료의 공개를 허가하지 않았다”며 WHO의 실수에 유감을 표했다. 아직 검증된 자료가 아니라는 주장이지만 올 상반기나 연내에 코로나19 치료제가 탄생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WHO는 임상시험팀에서 해당 자료를 받긴 했지만 내부적인 착오로 동료심사도 거치지 않고 자료를 공개했다며 즉각 삭제했다.

렘데시비르, 바이러스 감소 효과 없고 부작용 탓 조기치료중단 비율도 12%

FT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중국에서 시행된 1상 임상에서 연구진은 237명의 코로나19 환자 가운데 158명에게 렘데시비르를, 나머지 79명에게 가짜약(위약)을 투여했다. 렘데시비르를 사용한 환자는 투약에도 불구하고 증상이 나아지거나 혈류 내 바이러스 수가 줄어들지 않았다. 치사율은 13.9%로 가짜약을 받은 집단(12.8%)에 비해 큰 차이가 없었다. 부작용 발생률은 양 그룹이 65%로 같았으나 부작용으로 조기에 치료를 중단한 비율은 12% 대 5.1%로 렘데시비르 투여군이 높았다.

이에 길리어드의 메르다드 파시(Merdad Parsey) 최고의학책임자(CMO)는 “조기에 치료할수록 좋은 치료효과를 나타내는 경향이 입증됐다”고 반박했다. 에버코어ISI(Evercore ISI)의 애널리스트 우머 라파트(Umer Raffat)도 “처음 증상이 나타난 후 최장 12일 후에나 약물이 투여됐다”며 “급성 감염에서 항바이러스제는 조기에 투여할수록 더 나은 효과를 낸다는 사실에 주목하면 FT 보도는 아직 신빙성 있는 게 못되고 초기 치료 환자의 데이터도 봐야 한다”고 옹호했다. 그는 허가 가능성에 대한 입장은 ‘중립’이라며 ‘반반’이라고 결론지었다.

투자기관 제프리스(Jefferies)의 애널리스트인 마이클 이(Michael Yee)는 “저조한 임상환자 모집으로 중단된 연구이지 완성된 연구가 아님을 재차 강조한다”며 “렘데시비르는 완만하게 치료에 도움을 주는 것이지 마법의 탄환처럼 획기적으로 치유하는 약은 아니다”고 밝혔다. 

렘데시비르는 2013~2016년 서아프리카에 에볼라가 창궐할 당시 에볼라바이러스(Ebola Virus Disease, EVD) 치료를 위해 투약됐지만 유효성을 입증하지 못해 연구가 중단됐다. 그러다 최근 코로나19에 효과가 있을 것이란 가설 아래 세계적인 관심을 받았다. 

특히 지난 16일 캐슬린 멀레인(Kathleen Mullane) 미국 시카고대 감염병학과 교수는 자신이 주관한 3상 임상시험에서 중증 코로나 환자 125명에게 투약한 결과 1주일 만에 113명이 고열과 호흡기 증상에서 회복돼 퇴원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연구는 길리어드가 후원한 데다 대조군이 설정되지 않아 한계가 있었다. 어쨌든 이날 길리어드 주가는 17% 폭등했다. 

렘데시비르는 현재 2건의 3상 임상과 중국을 포함한 여러 건의 스폰서 임상 등 총 6건의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동정적 사용(compassionate use basis)으로 1700명 이상에 대한 투약도 이뤄지고 있다. 미국 국립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NIAID)는 렘데시비르와 위약의 효능을 대조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고 길리어드는 중등도 COVID-19 환자에서 두 가지 렘데시비르 제형에 대한 약효를 비교 시험 중이다. 

길리어드의 파시 CMO는 “많은 연구는 누구에게, 언제, 얼마나 오랜 기간 투여해야 하는지 알려줄 것”이라며 “멀지 않은 장래에 임상환자가 모집되거나 관련 분석자료가 완성돼 결과를 공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의 ‘클로로퀸’도 부작용 속출 … 정치적 구설수만 난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유망 COVID-19 치료제로 렘데시비르와 함께 언급한 말라리아 치료제인 클로로퀸(chloroquine)도 잇따른 부작용으로 개발에 발목이 잡혔다. 트럼프는 클로로퀸을 신종 코로나와 싸워 이길 ‘게임 체인저’(game changer)라고 극찬한 바 있다.

CNN 등 미국 언론들은 버지니아 및 사우스캐롤라이나의대 연구진이 발표한 논문을 인용해 최근 미국 보훈병원의 코로나19 환자 368명 가운데 97명에게 수산화클로로퀸(hydroxychloroquine)을 투약한 결과 사망률이 27.8%에 달했다고 전했다. 이는 클로로퀸을 복용하지 않은 환자들의 사망률(11.4%)의 2배 가까운 수치였다. 

24일엔 아예 미국 식품의약국(FDA)가 트럼프를 공박할 정도의 공식 입장을 내놨다. 클로로퀸이 안전하지도 않고 유효하지도 않다는 것이다. 클로로퀸이나 이보다 더 안전하다는 수산화클로로퀸이나 모두 불규칙한 심장박동(부정맥)을 일으킬 수 있고 위험하게는 심장박동을 빠르게 할 수 있다도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의사의 처방없이 온라인 등으로 이 약을 구입하지 말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미국 보건부 바이오의약품첨단연구개발국(BARDA)의 릭 브라이트(Rick Bright) 전 국장은 지난 22일 자신이 클로로퀸 사용에 반대했다가 좌천됐다는 성명을 자신의 변호사를 통해 내보냈다. 백신 전문가인 그는 전날 돌연 미국 국립보건원(NIH)의 한직으로 밀려났다.

그는 “코로나 19는 정치가 아닌 과학으로 풀어나가야 한다”며 “잠재적으로 위험한 약들이 정치적 커넥션에 의해 장려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일찍이 NIAID가 클로로퀸과 수산화클로로퀸이 코로나19에 쓰일 근거가 부족하다고 알렸음에도 트럼프가 이를 무시하고 투약할 것을 압박했다고 주장했다.

릭 브라이트는 “나의 과학적 전문성을 바탕으로 팬데믹으로부터 미국인의 생명을 보호하려는 노력은 불행하게도 미국 보건부와 충돌을 야기하고 조기에 백신을 개발하려는 나의 노력에 대해 비판이 가해지는 결과를 낳았다”며 “정부가 클로로퀸을 만병통치약처럼 강조하고 있으나 과학적 이점이 완벽하게 없다”고 단언했다. 

BARDA는 브라이트 국장의 지휘 아래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모더나(Moderna)에 4억8300만달러, 존슨앤드존슨에 1억달러를 대는 협약을 맺은 바 있다. 이에 대해 트럼프는 자신의 트위터에 “나는 브라이트가 누구인지도, 그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모른다”며 적극 부인했다. 

애브비 ‘칼레트라’도 중도 하차 … 렘데시비르의 임상 총정리 발표에 ‘반반’ 희망  

다른 코로나19 신약 후보도 상황이 좋지 않다. 에이즈(AIDS·후천성면역결핍증) 치료제로 쓰이던 애브비의 ‘칼레트라정’(로피나비르·리토나비르, lopinavir·ritonavir)은 지난 3월 중국 연구팀이 199명의 코로나19 환자에게 시험한 결과 효과가 미미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임상시험을 진행한 중국 광저우 제8인민병원의 연구팀은 이달 20일 국제 학술지 ‘셀(CELL)’에 기고한 보고서에서 추가로 86명의 환자에게 임상 시험을 진행해 각각 칼레트라(34명)와 중국·러시아에서 승인된 A형·B형 독감치료제 아르비돌(Arbidol·35명)을 투약했지만 표준치료를 받은 집단과 비교해 큰 차이가 없었다고 밝혔다. 

칼레트라 투여 환자들은 발열 감소, 기침 완화, 흉부 컴퓨터단층촬영(CT) 등 임상 소견에서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설사와 구역, 식욕상실과 같은 부작용이 나타나 이렇다할 부작용이 없었던 대조군과 차이를 보였다. 칼레트라는 세계 첫 코로나19 임상시험 약물로 주목받았지만 두 번의 임상 실패로 사실상 존재감을 잃게 됐다. 

현재 수많은 약물들이 임상시험을 거치고 있다. NIH에 따르면 전세계에서 지난 21일 기준 진행 중인 코로나19 관련 임상 시험은 692건에 달한다. 길리어드가 이달(중증 환자)과 다음달(경증 환자)에 시험 결과를 공식적으로 총정리해 발표할 예정이어서 인류에게 희망이 될지 실망을 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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