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분기 대비,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 23% 하락에 비하면 미미 … 길리어드·리제네론만 대폭 상승
세계 시장조사기관인 글로벌데이터(GlobalData)는 지난 3월 31일 기준으로 글로벌 상위 20개 제약사의 시가총액을 분석한 결과 시장가치가 지난해 4분기말(12월 31일)보다 7.9% 떨어져 2.6조달러로 내려앉았다고 23일(미국 현지시각) 밝혔다.
다만 길리어드사이언스(Gilead Sciences)와 리제네론(Regeneron)이 각각 14.5%와 32.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가치가 상승한 곳은 모두 7곳이었지만 실제로 두각을 나타낸 것은 이들 두 회사뿐이었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COVID-19) 팬데믹으로 20개사의 시총은 2.6조달러로 떨어졌습니다 .
리제네론은 3월 중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중화항체를 회복 환자와 마우스로부터 분리해 올 여름 임상시험을 위한 칵테일 항체를 준비 중이다. 또 오래된 파트너인 사노피와 공동으로 보유한 IL-6 억제제 류마티스관절염 치료제 ‘케브자라’(Kevzara 성분명 사릴루맙, sarilumab)를 COVID-19 치료제로 용도 변경했다. 지난 3월말께 두 가지 중추적인 임상에 착수했다.
길리어드는 에볼라바이러스 치료제로 개발했던 렘데시비르(remdesivir)를 임상시험과 COVID-19 환자를 위한 동정적 사용에 투입하면서 돋보였다. 자비로운 근거로 병원으로 옮기는데도 큰 도움을 주었다. 이달 초 길리어드 CEO 다니엘 오데이 (Daniel O’Day)는 다른 의약품의 제조 일정을 늦추고 생산량을 늘리면서 연말까지 1백만정의 렘데시비르 치료제를 마련할 예정이다.
로슈는 류마티스관절염 치료제 ‘악템라주’(Actemra) 성분명 토실리주맙, tocilizumab)를 지난달부터 코로나19 치료제로 임상시험하면서 시가총액이 3.6% 증가했다. 이 약은 올 1분기 6억6600만 스위스프랑의 매출을 올려 30% 늘어난 실적을 보일 정도로 호조다. 이를 포함해 스위스 로슈의 올 1분기 매출 실적은 약 156억달러로 전년 동기 147억달러에 비해 2% 소폭 증가했다. 예상을 깨고 코로나19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았다.
셀트리온, 삼성바이오에피스 등 한국 바이오시밀러들이 로슈의 스테디셀러 매출을 잠식했지만 다발성경화증 치료제 ‘오크레부스’(Ocrevus: 오크렐리주맙), 유방암치료제 ‘퍼제타’(퍼투주맙), 류마티스관절염 치료제 ‘악템라’(토실리주맙), 항암제 ‘티쎈트릭’(아테졸리주맙), A형 혈우병 치료제 ‘헴리브라’(Hemlibra: 에미시주맙-kxwh), 항암제 ‘캐싸일라’(트라스투주맙 엠탄신), 폐암치료제 ‘알레센자’(알렉티닙) 등이 고속 성장하면서 오름세를 견인했다.
그러나 모든 COVID-19 치료제 개발 회사들이 보상을 받지는 못했다. 공교롭게도 리제네론의 파트너인 사노피는 케브자라로 공동 임상시험을 진행 중인데도 시가총액이 거의 12% 감소했다.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과 협력해 예방백신 개발을 진행 중인 것도 주가에 반영되지 않았다. 사노피는 새로운 도전에 휘청거리고 잇다. 파이프라인을 더욱 새롭게 확충해야 한다는 압력을 월가로부터 받고 있다는 것이다.
낙폭이 가장 큰 회사는 바이엘로 시총이 무려 28.5%나 줄어 573억달러로 내려앉았다. 의약품사업을 주력사업에서 제외하고 종자·농약 등에 집중하고 있는 게 원인으로 분석된다. 이어 글락소스미스클라인 16.7%, 미국을 대표하는 플레이어들인 화이자가 16.5%, 암젠 16.5%,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 16.2%. 머크(MSD) 15.7%, 존슨앤드존슨(J&J)이 10%씩 시총이 하락했다.
화이자는 독일 바이오엔텍(BioNTech)와 함께 COVID-19 백신 임상시험을 시작하려 하지만 진통제인 ‘리리카캡슐·정’(Lyrica 성분명 프레가발린 pregabalin)의 특허 만료와 같은 핵심 사업에 대한 위협으로 인해 작년에 매출이 4 % 감소했다.
COVID-19 백신을 개발하기 위해 경쟁하고 있는 J&J는 매출 및 시가총액 기준으로 가장 큰 제약사 이지만 도전 과제에 직면하고 있다. 전립선암 치료제인 ‘자이티가(성분명 아비라테론 아세테이트 Abiraterone acetate)’와 최고 매출약 중 하나인 관절염 치료제인 ‘레미케이드’(Remicade 성분명 인플릭시맙 Infliximab)가 제네릭에 의해 경쟁에서 밀려나고 있다. 또 J&J의 오피오이드 남용 소송에 따른 손실, 베이비파우더의 주원료인 활석(talc)에 석면이 섞여 있음을 알고도 방치했다는 활석 소송의 뒷처리까지 법적인 문제로 투자자를 진정시키지 못했다.
올 1분기 빅파마에 대한 희소식은 시가총액 7.9 % 하락이 예상보다 나쁘지 않다는 것이다.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최악의 23% 하락이란 실적을 보이며 내려앉은 것에 비하면 다행이다.
반면 버텍스파마슈티컬(Vertex Pharmaceuticals)는 9.6% 증가해 돋보였다. 이 회사는 낭포성섬유증(囊胞性纖維症, Cystic fibrosis, CF, mucoviscidosis)와 관련 이바카프토(ivacaftor), 루마카프토(lumacaftor), 테자카프토(tezacaftor), 엘렉사카프토(elexacaftor) 등 4종의 치료제를 보유하고 있는데 신규 허가 취득 및 적응증 확대에 힘입어 선전했다. 낭포성섬유증은 상염색체 열성 유전성 질환으로 주로 폐에 증상이 나타나고 간, 췌장, 비뇨기계, 생식기계, 땀샘 등 신체 여러 기관을 침범한다. 비정상적으로 두껍고 끈적거리는 점액이 만들어져 염분과 수분이 조절되지 않는 상태가 되고 병원균 이동이 차단돼 세균감염이 쉽게 일어난다.
릴리는 기존 시장의 침체에도 불구하고 후기 임상단계의 신약후보물질과 새로운 파이프라인 확보로 5.2% 시총이 늘었다. 릴리는 지난해 1월 록소온콜로지를 80억달러에 인수하면서 선택적 RET억제제 ‘셀퍼카티닙’(selpercatinib) 및 BTK억제제 ‘LOXO-305’ 등을 확보했다. 현재 이들 신약후보물질과 자체 개발한 KRAS G12C억제제 ‘LY3499446’ 및 에스트로겐 수용체 분해제 ‘LY3484356’ 등의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글로벌데이터 피터 샤피로(Peter Shapiro) 수석연구원은 “COVID-19로 인한 행운의 반전은 장기간 성장을 구가해온 제약사로는 극적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제약산업에 대한 영향은 다른 산업에 비해 미미했다”고 보고서에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