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킨슨병 치료제 전문기업 니트롬바이오사이언스(Nitrome Biosciences)가 지난 21일(현지시각) 파킨슨병 치료제를 개발하는 데 필요한 3800만달러를 소피노바파트너스(Sofinnova Partners)와 애브비벤처스(AbbVie Ventures)로부터 유치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 소재한 니트롬은 니트라제(nitrase, 질산염환원효소, 窒酸鹽還元酵素, Nitrate reductases) 그룹을 이용해 파킨슨병을 비롯한 제2형 당뇨병, 알츠하이머병(치매)·진행성핵상마비(progressive supranuclear palsy, PSP)·타우병증(Tauopathies) 등 퇴행성 뇌신경질환, 심장질환, 암 등 노화로 인해 발생하는 질병의 진행을 늦추거나 멈추게 하는 치료법을 연구하고 있다.
니트라제는 몰리브덴 함유 효소(molybdoenzymes that redu) 로 질산염(nitrate, NO₃)를 아질산염(nitrite, NO₂)으로 환원하는 작용을 한다. 농업에서는 토양을 비옥하게 하는 역할을 하고, 의학적으로는 뇌에 독소로 작용해 알츠하이머병 등 퇴행성질환을 일으키는 질산염을 줄이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질산염은 화학비료나 대기오염, 식품첨가제, 의약품 등을 통해 체내로 흡수되는 비중이 높다.
니트롬은 지난해 6월 미국의 파킨슨병 연구재단인 마이클제이폭스재단(The Michael J. Fox Foundation for Parkinson‘s Research, MJFF)으로부터 권위 있는 타깃 어드밴스먼트(Target Advancement) 지원금을 받았다. 이 재단은 ‘백 투 더 퓨처(Back To The Future)’란 영화로 유명한 배우 마이클 J 폭스(1961년생)가 1991년 파킨슨병을 진단받고 1999년에 치료 사실을 대중에게 알린 후 증세가 악화된 2000년에 배우 생활을 은퇴하면서 설립됐다. 현재 8억달러의 연구기금을 모아 자금이 필요한 바이오벤처나 의료기관을 돕고 있다.
니트롬은 애브비와 MBC바이오랩스(MBC BioLabs)가 공동 주관한 ‘2018년 애브비 골든티켓’(2018 AbbVie Golden Ticket) 지원 대상자로 신텍스(SyntheX)와 함께 선정됐다. 이에 샌프란시스코 소재 바이오 인큐베이터 기업인 MBC바이오랩스로터 샌카를로스(San Carlos) 소재 실험실 공간과 최신 실험장비와 부대 서비스를 제공받고 있다. 향후 애브비와 세엘진(Celgene)으로부터 사업화에 필요한 재정적 지원도 받게 된다.
니트롬은 이번에 시리즈A에서 소피노바, 애브비 외에 치매발굴재단(Dementia Discovery Fund), 미션베이캐피탈(Mission Bay Capital), 알렉산드리아벤처인베스트먼트(Alexandria Venture Investments)의 투자를 이끌었다. 니트롬은 3800만달러로 파킨슨병 개념증명(proof-of-concept) 임상연구와 플랫폼 약물의 파킨슨병 외 다른 적응증 관련 연구에 사용할 예정이다.
니트롬 CEO 겸 최고과학책임자(CSO)인 아이린 그리스월드-프레너(Irene Griswold-Prenner)는 신경퇴행성질환 분야 베테랑으로 연구 초기에 다발성경화증, 알츠하이머병, 파킨슨병 등 타우병증에 집중해왔다. 그녀는 알츠하이머병을 늦추거나 멈추게 할 수 있는 세계 최초의 신약후보물질을 발굴한 약리학자 겸 세포 생리학자로도 명성이 높다.
BMS가 2014년 4월 총 7억2500만달러에 인수한 아이피에리언(iPierian)에서 ‘타우 표적 단일클론 항체(tau-targeting monoclonal antibody)’인 IPN007(인간화 IgG4 항체, 성분명 고수라네맙, BMS 코드명 BMS-986168, 바이오젠 코드명 BIIB092) 연구를 주도한 경험이 있다. 당시 BMS는 1억7500만달러에 주식을 매입하고 추가 개발성과와 허가 취득 여부에 따른 마일스톤으로 최대 5억5000억달러를 지불키로 하고 아이피에리언을 사들였다. IPN007은 PSP와 타우병증에 대한 적응증으로 임상시험이 진행됐다.
2014년 12월부터 2016년 4월까지 BMS가 진행한 1상은 안전성에 문제가 없어 통과됐다. 2015년엔 유럽의약품청(EMA)과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됐다. 그러나 2017년엔 라이선스가 바이오젠으로 넘어갔고 PSP를 적응증으로 삼은 2상 임상(PASSPORT)에서 지난해 12월 1차, 2차 지표를 충족하지 못해 실패했다는 결과가 나왔다. 2018년 5월부터 지난해 여름까지 알츠하이머병을 적응증으로 하는 TANGO 임상 2상을 진행했는데 결과는 내년 초에나 나올 전망이다.
아이피에리언은 뇌 내부에서 ‘타우단백질’(Tau protein)의 이상축적으로 뇌세포 활동을 교란시켜 신경퇴행성 질환을 유발하는 타우병증 치료제 개발에 주력해온 기업이다. 타우단백질은 세포 밖에서 세포 골격 부위와 결합해 뇌세포들의 활동을 조율하지만 과인산화되고 구조적으로 잘못 접혀지면 끈적하고 잘 들러붙는 성질로 변해 엉킴 현상을 일으킨다. 이로 인해 뉴런 안에서 신경섬유다발(neurofibrillary tangle)이란 비정상적인 침전물이 형성되면 신경퇴행성 질환을 유발·전이·악화시킨다. 이에 따라 타우병증 치료제 개발은 타우단백질의 기능 이상을 예방하거나 되돌려 진행 과정을 차단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알츠하이머병 치료는 베타-아밀로이드가 치매의 주범이라는 일명 ‘아밀로이드 이론’이 무너지면서 타우단백질로 이목이 옮겨갔다. 뇌세포 밖에서는 아밀로이드가, 뇌세포 안에서는 타우단백질이 알츠하이머병을 유발한다는 관점에서다. 허가 단계에 가장 근접한 타우단백질 생성 억제 기전의 항체 신약후보물질로는 릴리 ‘자고테네맙(zagotenemab)’, 바이오젠 ‘고수라네맙(gosuranemab)’, 로슈 ‘세모리네맙(semorinemab)’, 애브비 ‘티라보네맙(tilavonemab)’ 등이 꼽힌다.
4개 후보물질 모두 임상 2상 단계에 있으며, 올해와 내년 중 결과가 도출될 전망이다. 이 중 ‘고수라네맙’과 ‘티라보네맙’은 이미 PSP 적응증 임상에서 실패를 맛봤지만 치매 치료제로 연구가 지속되고 있다.
프랑스 파리에 소재한 소피노바 파트너스(Sofinnova Partners)의 헨리제트 리히터(Henrijette Richter) 경영 전무는 “니트롬의 획기적인 기술은 새로운 질병 완화 요법의 길을 열어주고 있다”며 “그리스월드-프레너 니트롬 CEO는 신약 발굴과 개발 분야에서 폭넓은 업적을 보였으며, 니트롬의 연구팀은 신약발굴에서 매우 존경받는 신경과학자로 구성돼 있다“고 말했다.
애브비는 2015년 파킨슨병 치료제 듀오파(Duopa, 성분명 카르비도파+레보도파 Carbidopa+levodopa)가 FDA 승인을 받은 이후 산하 벤처투자 계열사인 애브비벤처스를 통해 보이저테라퓨틱스(Voyager Therapeutics), 이스케이프바이오(E-Scape Bio), 페켄테라퓨틱스(Peaken Therapeutics) 등 여러 생명공학 회사에 활발하게 투자 또는 제휴했다.
작년 2월에는 파킨슨병 및 기타 파킨슨병 관련 시누클레인병증(synucleinopathies) 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해 미국 매사추세츠주 캠브리지에 소재 중증 신경계장애 유전자치료제 개발 전문 제약기업 보이저테라퓨틱스와 글로벌 독점 전략적 제휴 및 옵션 계약을 체결했다. 전임상 단계의 파이프라인을 확보하기 위해 6500만달러의 현금을 지불하고 전임상 및 1상 완료 시 2억4500만달러, 알파시누클레인 항체 유전자치료제(alpha-synuclein vectorized antibody)가 도출될 때마다 7억2800만달러, 영업성과에 따른 최대 5억달러의 마일스톤을 지불하는 조건으로 보이저에 투자했다. 전임상과 1상은 보이저가, 이후 개발은 애브비가 맡는 내용이다.
이스케이프바이오는 우울증 등 기분장애, 유전성·퇴행성 뇌질환 등 중추신경계질환 치료제를 전문 연구하는 기업이다. 2018년 6월 애브비로부터 니만피크병C형(Niemann-Pick disease type C) 파이프라인인 ESB1609(코드명)를 도입해 1상 임상을 진행 중이다. 이 희귀 유전성질환은 뇌내 콜레스테롤 및 지방의 원활한 수송이 이뤄지지 않아 쌓이게 되는 리소좀 축적질환(Lysosomal Storage Disorders, LSD)의 하나다.
이 회사가 개발한 ESB1609는 스핑고신인산(sphingosine 1-phosphate 5, S1P5) 수용체 활성화제로 매일 복용하는 알약이다. 이 수용체는 뇌내 지방의 이동을 담당하는데 ESB1609는 동물실험에서 뇌 퇴행성 지표를 감소하는 결과를 보였으며 1상에서도 안전할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건강한 사람과 이 질환에 걸린 환자를 대상으로 다양한 용량을 적용한 1상시험이 진행되고 있는데 몇 달 후 1상 결과가 발표될 예정이다.
이스케이프바이오는 지난 3월 19일 화이자, 오가논, 산도스, 글락소스미스클라인 등에서 중추신경계 약물 개발에 경험이 많은 폴 우렌(Paul Wren) 박사를 최고과학임원(CSO)로 영입했다. 그는 니만피크병C형의 임상 개발을 맡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