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대상 실험 데이터로 인체 효능 입증과 무관 … 1회 210만달러의 역대 초고가 유전자치료제 신약
지난해 8월 발발한 노바티스의 척수근위측증(spinal muscular atrophy, SMA) 유전자치료제 ‘졸겐스마’(Zolgensma 성분명 오나셈노진 아베파보벡, Onasemnogene abeparvovec)의 임상시험 데이터 조작 문제가 사실상 무혐의로 종결됐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지난해 8월 졸겐스마 개발사인 아벡시스(AveXis)의 데이터 조작에 대해 수사하고 처벌하겠다고 발표했으나, 지난달 31일(현지시각) 민사 형사상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의향을 밝혔다.
이 약은 지난해 5월 FDA 승인을 받고, 한달 후 출시됐다. FDA는 지난해 8월, 아벡시스의 데이터 조작에 관해 노바티스가 이미 지난해 3월 14일 경부터 알고 있었으나 숨겨왔다고 밝혔다. 5월에야 뒤늦게 데이터 조작 인지 보고서를 작성하며 승인이 나올 때까지 잠자코 있었다고 비난했다. 이 사건은 아벡시스가 졸겐스마가 승인되고 한 달 후, FDA에 제출된 바이오신약승인신청서(Biologics license application, BLA)에 조작된 데이터가 포함됐다고 고백하면서 불거졌다. 당시 FDA는 데이터 조작에 대해 수사하고 처벌하겠다고 발표했으며 노바티스는 FDA의 절차에 따르겠다고 답했다.
그러나 FDA 대변인은 31일 성명서를 통해 “아벡시스가 쥐를 테스트한 내용 조작에 대해 처벌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FDA는 그동안의 검사와 기록, 수집된 증거, 회사의 진술, 48번양식(Form 483) 답변서, 직접 실사에 따른 시정 조치를 검토한 후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이날 성명서 내용은 강경 처벌을 예고했던 지난해 8월과 180도 달라진 모습이다.
지난해 FDA의 수사 착수 발표는 매우 이례적이었으며, 초고가약을 만드는 회사들에 대한 경고로 여겨졌다. 졸겐스마의 판매가는 1회 210만달러로 역대 초고가 신약이다. 분석가들은 시장 접근성이 낮아 연 매출액을 1억7700만달러로 예상했지만 이미 3분기에 1억6800만달러, 4분기에 1억8600만달러를 기록했다. 최종 정정된 지난해 총 매출은 3억6100만달러다. 졸겐스마는 비싼 약가에도 불구하고 분석가들의 짐작이 틀렸음을 보여줬다.
노바티스는 2018년 4월 아벡시스를 87억달러(약 10.4조원)에 인수했고 이를 통해 CAR-T 치료제인 킴리아(Kymriah)에 이어 유전자치료제 영역에서도 선두 제약사로 올라서게 됐다.
결국 이번 FDA의 노바티스 및 아벡시스에 대한 처벌 방침 철회는 졸겐스마의 생물학적 데이터를 재평가한 후 제재를 가할 필요는 없다는 판단을 내린 데 따른 것이다. 두 제약사의 적극적인 해명과 로비도 어느 정도 반영된 결과로 보여진다. 논란을 진화하기 위해 지난해 노바티스는 성명서를 통해 문제가 된 효능 평가는 초기 제품 테스트에만 사용됐고, 현재 상업화된 제품에는 적용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아벡시스도 이번 조작 사건과 연계된 두 명의 최고 연구원을 작년 5월 해고했다.
실제로 조작 데이터는 인간이 아닌 동물을 대상으로 이뤄진 효능 테스트의 일부였다. 마우스를 대상으로 한 특정 in vivo 효능 데이터였기에, 사람을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시험에서 얻은 데이터와는 별개라고 FDA는 판단했다. 데이터 조작 사건은 약의 효능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리지 않았다고 결론지었다.
유럽 의약품청(EMA) 산하 약물사용자문위원회(CHMP)는 졸겐스마에 대해 조건부 판매 승인 권고 의견을 도출했다고 지난 27일 공표했다. 이날 CHMP는 △노바티스의 인다카테롤(indacaterol)/모멘타손 푸로에이트(mometasone furoate) 성분의 천식 치료제인 ‘아텍튜라 브리즈헬러’(Atectura Breezhaler) 및 ‘벰리스트 브리즈헬러’(Bemrist Breezhaler)’△베다퀼린(Bedaquiline)및 리네졸리드(Linezolid) 등과 함께 복용하는 다제내성 결핵치료제인 FGK Representative Service社의 ‘Pretomanid FGK’(성분명 Pretomanid 프레토마니드) △BMS의 다발성경화증 치료제인 ‘제포시아’(Zeposia, 성분명 오자니모드 ozanimod) △사노피의 재발성 및 불응성 다발성골수종 치료제 ‘사클리사’(Sarclisa 성분명 isatuximab-irfc) △세퀴러스(Seqirus)의 4가 독감백신인 ‘플루애드 테트라(Fluad Tetra)’ △마일란(Mylan)의 바이오시밀러인 ‘네펙스토’(Nepexto 성분명 에타네셉트) 등 총 8종에 대해 판매 승인을 권고했다. CHMP 권고를 받으면 이렇할 문제가 없는 경우 3개월 이내에 정식 허가가 나오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