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송철 서울아산병원 간담도췌외과 교수, 류백렬·유창훈 종양내과 교수팀은 수술이 어려울 만큼 늦게 췌장암을 발견하더라도 적극적으로 항암치료를 받은 뒤 수술하면 조기에 수술받은 환자만큼 생존 기간을 늘릴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17일 발표했다.
연구팀은 2005~2017년 서울아산병원에서 폴피리녹스(FOLFIRINOX)와 젬시타빈(gemcitabine) 기반 항암요법으로 항암치료 후 췌장암수술을 받은 국소 진행성 췌장암 환자 135명을 분석했다. 그 결과 항암치료 후 수술받은 뒤부터 평균 25.4개월, 항암치료를 시작한 시점부터는 평균 29.7개월간 생존한 것으로 나타났다. 초기 췌장암의 수술 후 평균 생존기간은 24~28개월 정도다.
같은 기간 동안 국소 진행성 췌장암으로 진단됐지만 항암치료 없이 바로 수술받은 환자 359명의 생존기간은 평균 17.1개월 동안 생존했다. 결과적으로 항암치료 후 수술을 받은 환자가 약 1.7배 더 오래 생존했다.
수술 후 합병증 발생률도 항암치료 후 수술받은 환자가 훨씬 낮았다. 항암치료 없이 수술받은 국소 진행성 췌장암 환자의 합병증 발생률은 38%, 먼저 항암치료를 받고 수술받은 환자는 27%였다.
류백렬 교수는 “최근 수 년간 췌장암 치료에 효과적인 항암제가 개발되면서 생존기간이 연장됐다”며 “암이 진행돼 바로 수술받을 수 없던 췌장암 환자도 포기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항암치료를 받으면 생존기간을 연장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송철 교수는 “이번 연구로 발견 시기와 상관없이 적절한 치료 후 췌장암 수술에 나서면 치료 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는 근거가 마련됐다”고 말했다.
췌장암은 5년생존율이 6%도 채 되지 않아 ‘절망의 암’으로 불리고 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암(Cancers)’ 최신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