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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라면 180㎝은 돼야’ … 성장호르몬 주사, 저신장증에만 효과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8-03-31 23:43:34
  • 수정 2020-09-13 15: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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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상인 투여시 효과 없고 부종 등 부작용 … 1년간 성장 속도 4㎝ 미만시 치료
정상인 소아나 성인이 무분별하게 성장호르몬주사 치료를 받으면 약 30%의 확률로 부종, 근육통, 관절통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외모가 개인의 경쟁력으로 인식되는 사회적 분위기에서 자녀의 키 성장을 고민하는 부모가 많다. 과거보다 평균 신장이 높아지고, 아이돌 등 늘씬한 연예인을 자주 접하다보니 아이 스스로도 키에 대한 기대치가 높다. ‘키가 1㎝ 클수록 임금이 1.5% 상승한다’는 일명 ‘키 프리미엄’ 이론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상당수 부모와 아이들은 남자는 180㎝, 여자는 167㎝은 돼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잡혀 있다. 그러다보니 또래보다 키가 작으면 자칫 자신감 결여, 교우관계 문제, 학습능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2014년 대한소아과학회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1세 어린이의 36.2%, 12의 38.3%가 자신의 키에 만족하지 못한다고 답했다. 

이영준 고려대 안산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키는 유전과 후천적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며 “유전적 요인이 차지하는 비율은 23%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영양·운동·수면 등 생활습관과 환경이 좌우한다”고 설명했다.
갓 태어난 아기는 보통 키가 50㎝·체중은 3.3㎏ 정도이며 만 1세가 되면 키 75㎝, 체중이 10㎏으로 자란다. 만 2세 땐 키가 87~88㎝까지 큰다. 만 2세부터 사춘기까지는 거의 일정하게 1년에 4~6㎝씩 자란다. 대다수 아이들은 만 5세가 되면 약 1m가 된다. 

여자아이는 초경 전에 연평균 6~10㎝ 정도 자란다. 초경 후에는 성장 속도가 늦어지고 5~6㎝ 더 자란 뒤 성장을 멈춘다. 국내 어린이의 평균 초경 연령은 만 12세다. 남자아이는 여자아이보다 2년 정도 늦게 사춘기가 시작되고, 사춘기 때 매년 8~12㎝씩 자란다. 이때 나쁜 식습관과 수면습관을 가지면 키가 덜 자랄 수 있다. 여자아이는 만 14~16세, 남자아이는 만 16~18세가 지나면 더이상 키가 자라지 않는다. 

문제는 아이의 키가 작을 것을 염려하는 부모들의 불안감을 이용해 일부 병원들이 성장호르몬치료를 과대 홍보하며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점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약 1만5000여명이 성장호르몬 주사를 처방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영준 교수는 “성장호르몬 치료는 정상인을 위한 키 크는 주사제가 아니라 성장호르몬 결핍증, 저신장증을 가진 소아나 성인을 대상으로만 사용해야 한다”며 “정상인 소아나 성인이 무분별하게 성장호르몬주사 치료를 받으면 약 30%의 확률로 부종, 근육통, 관절통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경제적 부담도 만만치 않다. 성장호르몬 치료는 의학적으로 저신장증을 진단받은 환자에 한해 건강보험이 적용, 전체 치료비의 30~40%만 환자가 부담하면 된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엔 한 달에 60만~100만원의 비용을 전액 환자가 부담해야 한다. 게다가 치료 과정이 최소 1~2년은 소요돼 총 치료비는 몇 천만원에 달하는 실정이다.

관련 학회들은 성장호르몬 치료 대상을 다양한 원인에 의해 성장호르몬 분비가 되지 않거나 정상보다 적은 ‘성장호르몬 결핍성 저신장증 소아’와 성장호르몬 분비는 정상이지만 다른 원인으로 키가 작은 ‘성장호르몬 비결핍성 저신장증 소아’로 한정하고 있다.

의학적으로 키 성장이 느려 문제가 되는 저신장증은 성별과 연령이 같은 100명 중 세 번째 이내로 키가 작고, 1년간 성장 속도가 4㎝ 미만에 그치는 것을 의미한다. 저신장증 아이는 보통 반에서 키 순서로 1번을 도맡고, 해가 갈수록 또래와의 키 차이도 점점 벌어진다.

유전적 영향도 받아 저신장증 아이의 부모는 키가 작은 경우가 많다. 어머니와 아버지 모두 키가 작다면 아이도 작을 확률이 높다. 이같은 가족성 저신장증은 성장판검사를 받아도 실제 나이와 뼈나이가 비슷하고 성장 속도도 정상적이다. 
지금은 작아도 나중에 키가 크는 것은 ‘체질적 저신장증’이다. 성장 속도는 정상인데 실제 나이보다 뼈 나이가 어리고 사춘기 발달이 또래보다 늦은 특성을 나타낸다.

저신장증은 성장호르몬이나 갑상선호르몬이 부족해 발생한다. 성장호르몬이 부족한 아이는 얼굴이 인형처럼 둥글고 배가 나오는 게 특징이다. 갑상선호르몬이 부족하면 몸무게가 늘고 추위를 많이 타면서 쉽게 피로한 증상이 나타나고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키가 덜 클 수 있다. 이밖에 알레르기비염, 천식, 불면증, 스트레스, 염색체 이상, 만성신부전, 선천성 심장병, 염증성장질환 등도 키를 덜 크게 만드는 요인이다.

저신장치료는 먼저 성장판이 닫혔는지 여부부터 확인한다. 검사 결과 성장판이 닫혔다면 성장호르몬 치료는 아무 소용이 없다. 보통 여자는 만 13세, 남자는 만 15세 이후 성장판이 거의 닫혀 성장호르몬 치료를 받아도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특히 여아는 초경이 시작된 뒤 1~3년 새 성장판이 닫혀 가급적 빨리 성장치료를 받아야 한다. 아이가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했다면 한 번쯤 소아청소년과를 방문해 아이가 제대로 크고 있는지 성장평가를 해보는 게 좋다.

최근엔 잘 먹지 못해 키가 작은 것보다는 영양과잉에 따른 소아비만과 성조숙증으로 키가 덜 크는 경우가 많다. 소아비만은 성장호르몬을 불필요한 지방 대사에 소모하게 해 키 성장을 저해하고, 성조숙증은 사춘기를 앞당겨 성장판을 빨리 닫히게 한다.

성장호르몬은 밤 10시부터 새벽 2시 사이에 가장 왕성하게 분비되므로 성장기 아이들은 일찍 잠자리에 들어 충분한 숙면을 취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미국수면재단은 6~13세 9~11시간, 14~17세의 경우 8~10시간의 수면을 권장하고 있다. 

하루 30분 이상 운동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영준 교수는 “적절히 뛰고 달리는 운동은 뼈가 튼튼하게 자라게 해 바른 성장을 위한 필수 요소”라며 “단 관절에 무리한 압력과 충격을 주거나, 지나치게 근력을 강화하는 운동은 오히려 성장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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