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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혈압·당뇨, 유전 아닌 가족력질환 … 직계 3대에 병이 보인다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7-10-17 13:17:28
  • 수정 2020-09-13 15:5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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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모 모두 환자면 발생률 최대 50% 증가 … 조울증 등 정신건강에도 영향
만성질환이나 암 발병에는 가족력보다 평소 생활환경이나 식습관 등이 더 많은 영향을 끼치므로 싱겁게 먹기, 꾸준한 운동, 적정 체중유지 등 건강수칙 준수로 질병 위험을 낮추는 게 중요하다.
암, 당뇨병, 심장질환 등 중증 만성질환의 발병 연령대가 낮아지면서 질병 조기발견에서 가족력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할아버지부터 손자까지 3대 직계가족 중 두 명 이상이 같은 질병에 걸렸다면 가족력질환을 의심해보는 게 좋다. 가족력은 유전성질환과 헷갈리기 쉽고 실제로 혼용하는 경우도 많지만 엄연히 다른 개념이다. 

유전성질환은 특정 유전자정보가 자녀에게 전달돼 발생하는 것으로 혈우병, 적록색맹 등이 대표적이다. 반면 가족력질환은 주거환경, 식습관, 직업 등 생활환경에서 비롯된 후천적 유전자가 원인이다. 유전정보도 가족력에 일부 영향을 끼칠 수 있지만 결정적 요인은 아니다.

한국인이 자주 걸리는 질환 중 고혈압, 제2형 당뇨병, 심장병, 고지혈증, 뇌졸중, 골다공증과 유방암·위암 같은 일부 암이 가족력과 밀접히 연관된다. 질환은 여러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하므로 가족력이 발병 위험을 얼마나 높이는지 정확히 계산하기 어렵다. 다만 일반인이 알아보기 쉽도록 대략적인 수치만 제시될 뿐이다.

부모 중 한명이 고혈압 환자이면 자녀는 30%의 확률로 같은 질병에 걸릴 수 있다. 부모 모두가 환자일 경우 발생률은 50% 정도다. 제2형 당뇨병도 가족력 여부에 따라 자녀의 발생률이 10~40%대로 높아질 수 있다.
부모가 심장질환을 앓고 있으면 자녀의 발생률은 두 배가량 상승한다. 골다공증은 특히 여성이 가족력의 영향을 많이 받는데 엄마가 환자이면 딸의 골다공증 위험은 일반인 대비 2~4배 높다. 

암은 암종별로 천차만별이지만 전체 환자 4명 중 1명꼴로 가족력이 발병 원인으로 꼽힌다. 또 스웨덴 카롤린스카연구소와 독일 암연구센터의 연구결과 부모가 암 환자이면 자녀가 같은 암에 걸릴 확률이 1.8~2.9배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족력은 정신 건강과 뇌신경계에도 영향을 미친다. 가족력 보유자는 조울증과 알츠하이머성 치매 위험이 1.5~2배 높다는 해외 연구결과도 보고됐다. 

부계(친가)와 모계(외가) 중 어느 쪽이 가족력의 영향을 더 많이 받는지는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제2형 당뇨병의 경우 친가보다 외가의 영향을 더 많이 받는다고 알려져 있는데 명확한 임상근거는 없다.
또 여성에서만 발생하는 유방암이나 여성호르몬이 발병에 영향을 미치는 골다공증 등을 제외하면 가족력에 성별 차이는 나타나지 않는다. 반면 혈우병 등 유전질환은 성별에 따라 발생률이 차이날 수 있다.

가족력은 차후 발병 위험이 높은 질병을 미리 파악하고 대비하는 데 도움된다. 첫 번째 단계로 가족력지도를 그려본다. 증조부 포함 총 4대의 질병 상태를 알아보는 게 가장 좋지만 현실적으로 힘들기 때문에 조부까지 3대 직계만 조사해도 충분하다. 직계가 아닌 방계(부모의 형제·자매)이더라도 특정 질병의 발생률이 높다면 지도에 표시해두는 게 좋다. 

가족력이 있다고 해서 무조건 같은 질병에 걸리는 것은 아니므로 지레 겁을 먹거나 건강염려증을 앓을 필요는 없다. 김정현 한림대 춘천성심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가족력보다는 평소 생활습관이 질병에 더 많은 영향을 끼친다”며 “예컨대 위암 가족력이 있지만 술·담배를 안하는 사람이 가족력은 없지만 술·담배를 하고 뚱뚱한 사람보다 위암 가능성이 낮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반적으로 ‘몸에 안 좋다’고 알려진 생활습관만 교정해도 가족력질환 예방에 도움된다”고 조언했다.

고혈압 가족력이 있으면 과식·과음·고염식 습관이 가족 전체에서 나타나기 쉽다. 식습관부터 고쳐 혈압을 낮춰야 한다. 당뇨병은 식사요법, 꾸준한 운동, 체중 감량으로 발병을 억제할 수 있다.
직계가족 중 암환자가 있으면 40대 이후 1년에 한 번씩 위·대장내시경, 유방촬영술, 저선량 폐 컴퓨터단층촬영(CT), 유전자·암표지자검사 등을 받는 게 좋다. 가족 중 이른 나이에 암이 발병한 사례가 있다면 40세 이전 조기검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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