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FDA 허가 SLE치료제로는 60년만 처음 … ‘BLISS’ 임상서 스테로이드 투여량 대폭 줄여
중증 전신성 홍반성 낭창(systemic lupus erythematosus, SLE, 루푸스, lupus) 환자 중 다수는 고용량 스테로이드제제, 면역억제제 등 가존 약제에 심한 부작용을 보여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 한국법인의 신약 ‘벤리스타주’(성분명 벨리무맙, belimumab)가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벤리스타는 스테로이드 제제 이후 60년 만에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허가받은 루푸스 신약으로 국내에서는 2013년 6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시판승인을 받았다.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지 않아 연간 치료비가 2000만원 이상 들어 이 약이 꼭 필요한 환자를 위해 선별적 급여가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의료계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루푸스는 희귀난치성 자가면역질환으로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다. 이 병에 걸리면 B림프구가 체내 여러 기관의 세포핵을 외부 유해물질로 인식하고 신체를 공격하는 자가항체를 생성한다.
환자의 90%가 여성으로 20~30대에서 유병률이 특히 높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환자 수는 2만2715명이다. 미국 환자 982명 중 36%는 루푸스 진단 후 10년 안에 일을 그만둬 장기간 관해(remission) 유지와 삶의 질 개선이 중요하다는 데 전문가들은 일치된 의견을 보이고 있다.
전신홍반루푸스는 전신에 걸쳐 다양한 증상을 동반하는데 △피로감 △관절통 △나비 모양의 뺨 발진 △탈모 △구강궤양 △햇빛 과민성 △혈류순환장애·손발저림 △늑막염·폐렴 △심낭염·관상동맥질환·뇌졸중 △빈혈·림프구감소증 △단백뇨 △우울증·발작·인지기능장애 등이 대표적이다. 활동성 중증 환자에서는 생명을 위협받을 정도로 심각한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경증에는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NASAIDs)인 아스피린(aspirin)·이부프로펜(ibuprofen)·나프록센(naproxen) 등과 항말라리아제인 하이드록시클로로퀸(hydroxychloroquine)을 투여한다. 또 저용량 스테로이드 요법으로 프레드니솔론(prednisolone) 1일 20㎎ 이하를 처방한다.
중증에는 고용량 스테로이드 요법으로 프레드니솔론을 환자체중(㎏)당 0.5~1㎎ 이상 투여하거나 면역억제제인 사이클로포스파마이드(cyclophosphamide), 생물학적제제인 벤리스타 등을 처방한다. 예컨대 60㎏ 환자는 프레드니솔론 성분의 알약(보통 5㎎ 용량)을 하루에 6~12정 이상 복용해야 한다.
증상이 심한 환자에게 프레드니솔론 고용량을 장기간 투여하면 탈모, 부종, 고관절(엉덩이뼈) 괴사, 심혈관질환 등 심각한 부작용을 겪어 치료를 지속하기 어려운 사례가 많다. 면역억제제인 사이클로포스파마이드 성분은 난소기능을 떨어뜨려 불임을 유발할 수 있다.
벤리스타는 전신홍반루푸스만을 위해 개발된 완전 인간 단일클론 항체(fully human immunoglobulins)로 자가항체를 생성하는 B림프구 활성인자(B lymphocytestimulator, BLyS)의 작용을 차단한다. 스테로이드 등 표준요법으로 치료 중인 자가항체 양성 및 활동성 전신홍반루푸스 환자에 10㎎/㎏을 초기 3회는 2주 간격으로, 이후에는 4주마다 한 번씩 1시간 동안 정맥주사한다.
벤리스타는 다른 생물학적제제인 리툭시맙(rituximab, 한국로슈의 ‘맙테라’) 대비 효과가 강력하지 않지만 부작용이 상대적으로 경미해 내약성이 뛰어나다는 평가다. 벤리스타의 흔한 이상반응으로 기관지염·방광염 등 감염, 백혈구감소증, 우울증·불면증, 설사·오심(위장장애) 등이 보고된다.
리툭시맙은 허가 적응증에 전신홍반루푸스이 없지만 벤리스타 출시 전에는 일부 환자에서 효과를 보여 의사 재량에 따라 비급여로 사용됐다. 쥐·인간 키메라 단일클론 항체로 B림프구 표면의 CD20 항원단백질에 결합해 자가항체를 생성하는 B세포를 파괴한다.
리툭시맙은 중증 루푸스 환자를 대상으로 한 ‘EXPLORER’, ‘LUNAR’ 임상연구에서 연구 목표인 1차 평가변수를 충족하지 못했다. 림프종·만성림프구성백혈병·류마티스관절염 등 다른 면역질환에선 효과가 확인돼 이를 적응증으로 확보한 상태다.
심승철 충남대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는 “전신홍반루푸스 환자 중 3분의 1가량은 기존 표준요법이 듣질 않아 벤리스타 외에 마땅한 치료옵션이 없는데 비용 문제로 치료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며 “벤리스타는 리툭시맙과 달리 임상연구에서 효과가 입증돼 루푸스치료제로 FDA 허가를 받은 유일한 생물학적제제”라고 설명했다. 또 “이 약은 환자 대부분을 차지하는 가임기 여성에게 기존 면역억제제의 부작용인 불임 등을 우려할 필요 없이 사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벤리스타는 중증 환자를 대상으로 한 ‘BLISS-52’와 ‘BLISS-76’ 2건의 3상 임상연구에서 질병활성 감소, 삶의 질 개선 효과를 입증했지만 고가이다보니 비용 대비 효과가 불분명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상태가 급격히 나빠지는 플레어(flare) 발생률이 19%로 위약 29.6%보다 낮았으며, 임상결과 질병 활성도가 높은(HDA, high disease activity) 하위그룹에서 치료 2년 후에 스테로이드 용량을 7분의 1로 줄였지만 기존 치료제 대비 생존율을 눈에 띄게 향상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벤리스타에 대한 2건의 BLISS 임상연구는 질병활성 지표인 SELENA(Safety of Estrogens in Lupus Erythematosus National Assessment)-SLEDAI(SLE Disease Activity Index) 점수가 6점 이상인 환자를 대상으로 벤리스타 10㎎/㎏ 투여군, 벤리스타 1㎎/㎏ 투여군, 위약 대조군 등 3그룹으로 나눠 진행됐다. 환자 모두 이들 약 투여와 스테로이드 등 기존 표준요법을 병행했다. 1차 평가변수는 치료 52주째에 SELENA-SLEDAI가 4점 이상 감소한 것을 포함한 루푸스반응(SRI, SLE responder index) 도달률이였다.
BLISS-52는 아시아·태평양, 남미, 동유럽 등에서 환자 865명을 대상으로 52주간 진행한 임상연구로 벤리스타 10㎎/㎏ 투여군(290명)의 치료 52주째 SRI반응률은 57.6%, 벤리스타 1㎎/㎏ 투여군(288명) 51.4%로 위약군(287명)의 43.6%보다 높았다.
BLISS-76 임상에는 한국·중국·일본 동북아시아, 북중미, 유럽 등에서 총 819명의 환자가 참여했으며 76주간 진행됐다. 벤리스타 10㎎/㎏ 투여군(273명)의 치료 52주째 SRI반응률은 43.2%, 벤리스타 1㎎/㎏ 투여군(288명) 40.6%로 위약군(287명)의 33.5%보다 높았다.
BLISS-76 임상 종료 후 268명을 대상으로 7년간 연장연구를 시행한 결과 75.6%의 환자가 SRI 기준 치료에 반응했다. 연구 6년 시점에 삶의 질 관련 36가지 설문조사(SF-36) 결과 신체통증, 일반건강, 신체기능, 신체적 역할, 사회적 기능, 활력 등 8개 영역 중 6개 부문이 유의하게 향상됐다.
GSK 관계자는 “질병 활성도가 높은 HDA 그룹 중 SELENA-SLEDAI 점수 기준 중증 환자를 대상으로 급여화를 추진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며 “벤리스타가 꼭 필요한 환자의 약제비 부담을 덜기 위한 여러 가지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5월 영국 보건국(NHS)과 관리급여 계약(Managed Access Agreement)을 맺고 벤리스타의 조건부 급여를 성사시켰다. 3년 후에 급여등재 여부가 판가름날 예정이다. 호주에서는 제약사가 몇몇 병원과 제휴를 맺어 벤리스타의 약값을 환자와 공동 부담하는 방식으로 약가를 지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