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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과 시장 꼴등 해태제과 살린 ‘허니버터칩’ … 없어서 못팔아
  • 정종우 기자
  • 등록 2015-02-01 14:29:34
  • 수정 2020-09-14 13:2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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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해 10월 이후 4개월째 완판, 월평균 75억원 매출 … 고메버터 넣어 고급 단맛 구현, 입소문 마케팅 위력 확인
허니버터칩은 SNS를 통한 입소문으로 사람들에게 알려지며 스낵시장에 최강자로 떠올랐다.몇 년째 히트상품을 내놓지 못하던 제과업계가 지난해 하반기 감자칩 하나로 술렁였다. 주인공은 해태제과의 ‘허니버터칩’으로 지난해 8월 1일 출시돼 9월부터 본격적으로 선보인 이후 반년이 지난 지금도 품귀현상을 빚고 있다. 경쟁 업체들도 제과업계 수십 년만의 대박이라고 입을 모을 정도다. 지난해 10월 이후 4개월째 완판 행진을 이어오며 월평균 약 75억원의 매출을 거두고 있다. 초기 2000~3000박스씩 만들던 제품의 하루 생산량이 10월부터 1만5000박스까지 올라갔다. 생산 공장도 초반 1교대로 운영하다가 2교대를 거쳐 지금은 24시간 3교대 풀가동으로 바꿨다.

20년간 해태제과는 오리온, 농심 등에 밀려 제과 시장에서 꼴찌를 맡아왔다. 2012년 야심차게 마요네즈·유채 맛 감자칩을 내놓았지만 실패했다. 이후 연구개발팀은 1년 8개월만에 허니버터칩을 선보였다. 일반적인 신제품을 개발하는 데 보통 8~12개월 정도 걸리는 것에 비해 두 배의 시간이 걸렸다. 허니버터칩의 참고가 된 제품은 일본 가루비의 ‘행복 버터 포테이토 칩’으로 한정된 기간에만 판매된 시즌 상품이었다. 일본 시장에서 별다른 인기가 없었지만 한국에서는 대박이 났다.

제품에 들어가는 꿀은 프랑스산 고메버터다. 과자에 단맛을 내려면 주로 설탕이나 포도당, 올리고당을 사용하는데 부드럽게 올라오는 맛을 구현하기 위해 실제 꿀을 넣었다. 해태제과는 샘플 제품을 만들어 지난해 6월 소비자를 대상으로 블라인드 테스트를 실시했다. 1000명에게 기존 감자칩과 허니버터칩 중 맛있는 것을 골라달라는 조사를 통해 93%가 허니버터칩을 택하는 결과를 얻었다. 출시 후 시장 반응도 이와 비슷했다. 

허니버터칩은 스낵계의 페러다임을 바꾸는 수준의 혁신 상품은 아니다. 단순히 감자칩을 달콤 고소하게 만들어 놓은 것이다. 하지만 이 작은 차이가 나비효과를 만들어냈다. 기존 제품들은 짭짤한 맛을 가졌지만 허니버터칩은 고소한 버터와 달콤한 꿀을 더해 감자칩의 주요 소비층인 젊은 여성층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SNS를 통한 입소문의 영향도 크다. 출시 초기에는 과자를 먹기만 해도 하나의 이슈가 됐고 지금도 허니버터칩을 먹고 이를 자랑하는 인증샷을 SNS상에서 종종 발견할 수 있다. 해태제과가 이같은 바이럴 마케팅을 치밀하게 기획한 것은 아니다. 소비자들이 자발적으로 글을 올린 것이다. 입소문 마케팅의 위력을 새삼 재확인한 사례다. 

소비자들의 갈망을 이끌어내는 가장 손쉬운 방법중 하나는 희소성 전략이다. 쉽게 구할 수 없고 수량이 한정돼 있다 느끼면 필요 없는 물건도 괜히 갖고 싶어지는 게 사람 마음이다. 허니버터칩이 SNS 스타로 떠오른 건 쉽게 구할 수 없기 때문이다. 편의점이나 마트 어디를 가도 찾아보기 힘든 제품이 되니 소비자들은 애가 탔다. 해태제과는 허니버터칩을 생산하는 문막공장을 풀가동하며 수요를 맞추려 노력하고 있지만 의도하지 않게 희소성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해태제과는 설비 증설에 나설 수 있지만 2011년 ‘꼬꼬면’ 사례를 보며 몸을 사리는 모습이다. 한국야쿠르트는 꼬꼬면의 인기가 치솟자 500억원을 투자해 라면공장을 증설했다. 하지만 꼬꼬면이 반짝 인기로 그쳐 쓰라린 투자실패를 맛봤다.

허니버터칩의 인기를 반영하듯 제품에 애벌레가 나왔다는 해프닝도 겪었다. 허니버터칩을 구입한 소비자는 트위터에 ‘허니버터칩이 인기가 많아 공장 풀가동하느라 위생에 신경 못 쓰나보다. 해태제과가 감자껍질이라 우겨 신고했다’고 사진과 함께 글을 게재했다. 이에 회사 측은 자체 조사를 통해 녹말끼리 부딪쳐 생긴 부분이고 게시자에게 사실을 설명했다고 밝혔다. 

일부 편의점이나 마트에서는 허니버터칩을 찾는 소비자가 늘어나자 상대적으로 덜 팔리는 제품과 묶어 파는 ‘끼워 팔기’ 또는 ‘인질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이런 행태는 영리한 상술이 아니라 공정거래법상 중대한 범죄다. 해당 법 23조 등은 거래상대방(소비자)에게 상품을 팔면서 원치 않은 제품까지 함께 사도록 강요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스낵 제품들이 대부분 그러하지만 허니버터칩 자체에도 영양 및 건강 측면에서 우려되는 요소들이 적잖다. 최근 식품업계가 건강을 강조하는 추세에 맞춰 당, 나트륨, 지방 등을 줄이는 데 반해 허니버터칩은 전반적으로 기름진 데다 짜고 달다. 경쟁 감자칩과 비교해도 지방, 당류가 많은 편이다. 지방은 1일 권장량의 47%(24g), 나트륨은 10%(200mg), 탄수화물은 9%(30mg), 포화지방은 53%(24g), 당류 4%(2g), 단백질 4%(2g) 등이다. 

과자업계 일부 관계자들은 허니버터칩이 소문만큼 해태제과에 ‘노다지’를 안겨주지 못했을 수도 있다고 본다. 지난해 회사 영업이익률은 4.6%였다. 전체 매출에서 허니버터칩의 비중으로 여전히 적은 편이다. 게다가 제조를 맡고 있는 해테가루비와 이익을 나눠야 한다. 해태가루비는 해태제과가 2011년 일본 가루비와 1대1 비중으로 합작해 세운 회사로 허니버터칩을 생산하는 문막공장을 보유하고 있다. 

허니버터칩의 인기로 경쟁사들도 속속 꿀을 함유한 ‘미투(me too, 모방)’ 제품을 내놓고 있다. 가장 먼저 나선 곳은 농심으로 ‘수미칩 허니머스타드’·‘벌집 와플’을 선보였다. 오리온도 ‘포카칩 스윗치즈맛’을 출시했다. 식품업계 외에도 유통업계 전반에 꿀을 이용한 제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화장품 업계에서는 고메버터를 이용한 화장품팩 등이 출시됐다. 치킨, 견과류 등에서도 허니버터칩에 아이디어를 얻은 상품들이 시장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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