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콩팥병(당뇨병성 신장질환)에서 신장 염증을 일으키는 핵심 원인이 규명됐다. 한승석 서울대병원 신장내과 교수팀(박평강 아주대 의대 교수, 황주현 서울대 의대생)과 김현제 서울대 의대 의과학과 교수팀(김용준 서울대 의대생)은 CXCL12가 손상된 사구체와 신세뇨관 간 상호작용을 통해 분비되며, 이 물질이 T 면역세포를 신장으로 유인해 염증을 악화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18일 밝혔다.
연구팀은 CXCL12 발현에 따른 T세포 신장 침투가 당뇨병콩팥병에서 신장 기능을 저하하는 핵심 기전으로 작용한다는 점을 확인했다. 이를 동물실험과 환자 인체유래물 실험을 통해 입증했다.
당뇨병콩팥병은 가장 흔한 신장질환으로, 투석 환자의 절반가량이 이로 인해 비롯된다. 그 예후는 다른 신장질환 환자보다 상대적으로 나쁘다. 이 질환은 고혈당과 동반질환에 의해 사구체와 신세뇨관에 손상을 유발하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지속적으로 신장 기능이 저하된다.
신장 기능의 저하를 막기 위한 약물로는 당뇨약(SGLT2 억제제), 혈압약(RAS 차단제), 미네랄코르티코이드 수용체 길항제(알도스테론 억제제: 스피로노락톤, 에플레레논, 케렌디아 등) 등이 있다. 그러나 약물 사용에도 불구하고 일부 당뇨병콩팥병 환자는 신장 기능이 빠르게 악화돼 10년 이내에 투석을 받게 된다. 신장 염증이 가장 유력한 신장 기능 악화의 기전으로 제기되고 있으나, 구체적으로 분석되지 않아 염증 조절 약물은 사용되지 않고 있다.
연구팀은 고지방식이와 스트렙토조신(streptozotocin, 췌장베타세포를 파괴해 인슐린 생산 감소시킴) 약물을 사용해 2형 당뇨병콩팥병을 모사하는 동물모델(T2DKD)을 구축했다. 이 모델에서 T세포의 신장 침투가 증가하고 T세포가 활성화 형태를 갖추는 것을 확인했다. 신장조직을 분석한 결과 인슐린저항성, 사구체 과다여과, 사구체 손상 등의 변화가 확인됐다. 침투한 T세포가 신장 기능을 담당하는 신세뇨관에 심각한 손상을 일으키는 과정에 관여함을 밝혔다.
이어 연구팀은 단일 세포 RNA 시퀀싱과 동물실험을 통해 신세뇨관의 CXCL12 발현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CXCL12는 손상된 사구체와 신세뇨관의 상호 작용을 통해 분비량이 증가한다. 이 화학주성 인자(CXCL12)는 CXCR4 수용체를 갖는 T세포를 신장으로 유인하고, 신장이 염증 상태에 빠지도록 만든다. 반면 동물모델에 CXCL12 항체를 투여하면 T세포의 신장 침투가 줄어들었다.
연구팀은 2형 당뇨병콩팥병 환자의 신장 조직에서도 CXCL12 발현이 증가할수록 사구체여과율(eGFR)이 감소하고, 질환 진행 위험도가 높아진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는 CXCL12가 신장 기능 악화의 중요한 지표이자 염증 기전을 유발하는 핵심 인자임을 시사한다.
한승석 서울대병원 신장내과 교수(왼쪽), 김현제 서울대 의대 의과학과 교수
한승석 교수는 “당뇨병콩팥병에서 기존 치료법들은 신장 기능 저하를 완전히 막지 못하지만, 신장 염증을 조절하면 신장 기능을 보존하고 투석을 지연시킬 수도 있다”며 “이번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CXCL12 또는 관련 염증을 억제하는 새로운 약제를 개발하기 위한 후속 연구를 지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대한당뇨병학회 공식 학술지인 ‘Diabetes & Metabolism Journal’(DMJ) 최근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