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매사추세츠주 캠브리지의 표적단백질 분해제(targeted protein degrader, TPD) 전문기업인 키메라테라퓨틱스(Kymera Therapeutics)는 신약후보물질인 ‘KT-474’(SAR444656)가 자가면역질환을 대상으로 하는 1상 임상시험에서 유망한 효능을 입증했다고 14일(현지시각) 밝혔다.
이에 따라 2상 임상은 제휴사인 프랑스 사노피(Sanofi)가 진행키로 했다. 양사는 2020년 7월 9일 IRAK4 표적 단백질 분해제를 개발키로 계약했다. 키메라는 1억5000만달러 선불 계약금에 20억달러의 잠재적인 마일스톤을 보장받았다.
IRAK4 표적연구는 인간 대상 첫 연구로 사노피가 2상 연구까지 진행하면 이후에는 미국 내 개발 비용과 수익을 양사가 공동 분담키로 하는 옵션을 걸었다. 그만큼 성공하면 대박이 날 가능성이 높다고 보았다.
KT-474는 인터루킨-1의 신호전달 경로에 관여하는 IRAK4 단백질을 선택적으로 분해해 자가면역질환을 치료하도록 설계된 약물이다.
1상은 건강한 성인과 화농성한선염(hidradenitis suppurativa , HS) 및 아토피피부염(atopic dermatitis, AD) 환자를 세 집단으로 나누어 진행됐다. 파트 A와 B는 건강한 성인 대상 KT-474의 약동학 및 안전성을 확인했으며, 파트 C는 건강한 성인 대비 화농성한선염 환자 13명과 아토피피부염 환자 8명을 대상으로 KT-474의 약동학 및 안전성을 비교 평가했다.
임상 결과 치료 4주차에 HS 및 AD 환자군의 약동학 및 안전성은 건강한 성인에서 확인된 데이터와 일치했다. 투약 전 환자들의 피부에서 검출된 IRAK4 수치는 건강한 대조군에 비해 약 2배 높았는데, 치료를 받은 뒤 환자들의 혈액 및 피부에서 IRAK4 단백질 수치가 90% 이상 감소되면서 유망한 치료 효과를 보여줬다. 친염증성 사이토카인 및 케모카인을 억제하는 효과도 확인됐다.
내약성도 양호했다. 심각한 부작용이나 약물 관련 감염은 보고되지 않았으며 부작용으로 인해 약물을 중단하거나 복용량을 줄인 환자도 없었다. 다만 임상시험 7~14일 사이에 QTcF 연장으로 알려진 심장 리듬의 중등도의 비가역적인 변화가 감지됐으나 나중에 저절로 호전됐다.
이날 넬로 마이놀피(Nello Mainolfi) 키메라 최고경영자는 “키메라는 표적 단백질 분해제를 개발해 환자들에게 효과적인 치료법을 제공하기 위해 설립됐다”며 “이번 결과는 단백질 분해제가 표적 치료제 대비 자가면역질환에서 더 우수한 임상적 유효성을 입증한 최초 사례다. 이를 바탕으로 차별화된 혁신 신약을 지속적으로 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노피의 면역 및 염증질환 담당 글로벌 개발 책임자인 나이미시 파텔(Naimish Patel)은 “HS 및 AD 환자 데이터는 KT-474의 광범위한 잠재력을 강조하고, 표적과 관련된 극한의 발병 경로를 해제하는 독특한 능력을 가진 표적단백분해제를 개발하려는 사노피의 노력을 입증해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마이놀피는 “인터루킨-1 사이토카인 패밀리로는 IL-1, IL-33, IL-36 등을 들 수 있는데 이들 신호전달의 하부체계에 출입구처럼 역할을 하는 게 IRAK4”라며 “반면 키나제 억제제는 인산화제 기능(kinase function)을 제거하긴 하지만 키나제의 지지기반 역할(scaffolding functions)까지는 막지 못해 신호가 계속 활성화되는 한계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모든 것을 틀어막을 수 있으려면 IRAK4를 표적해 제거하는 단백질 분해제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스캐폴딩 기능이란 효율적이고 특이적인 인산 전이(phosphotransfer)를 지휘하는 지지기반 단백질로서 키나제의 역할을 말하며, 수십년 간의 연구 끝에 키나제가 단지 인산화(phosphorylation)에만 국한되지 않고 폭넓은 인산 관련 조정자 역할을 한다는 게 밝혀졌다.
표적단백질 분해는 세포내 정화 작용 시스템인 프로테아좀(Proteasome, 단백질분해효소 집합체)을 활용한 기술이다. 예컨대 신약후보물질 한쪽은 세포 내 E3 리가제(E3 ligase, 단백분해 신호전달 매개체)와, 다른 한쪽은 질병을 일으키는 세포 외 표적단백질에 결합함으로써 작동한다. 이렇게 되면 세포 내의 유비퀴틴(Ubiquitin)이 튀어나와 표적단백질의 암모니아기(NH₃)로 이동하고 연쇄적으로 유비퀴틴이 쌓이는 폴리유비퀴틴화(Poly ubiquitination)이 일어난다. 이로써 프로테아좀이 활성화돼 표적단백질을 잘게 썰어 파편화한다.
표적단백질 분해제는 표적 억제제 등 기존 약물로는 해결 불가능한 치매, 암 등 난치성 질환에 대해 기존 약물 대비 80% 이상의 치료 효과를 보일 수 있는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 때문에 관련 전문 신생 바이오기업과 빅파마 간 기술이전 및 공동개발 제휴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대표적인 표적단백질분해제 전문기업은 키메라테라퓨틱스 외에 미국 코네티컷주 뉴헤이븐(New Haven) 소재 아비나스(Arvinas), 매사추세츠주 워터타운(Watertown)에 소재한 C4테라퓨틱스(C4 Therapeutics), 누릭스테라퓨틱스(Nurix Therapeutics), 몬테로사테라퓨틱스(Monte Rosa Therapeutics), 라이시아테라퓨틱스(Lycia Therapeutics), 비비돈테라퓨틱스(Vividion Therapeutics) 등이 있다.
미국 화이자(Pfizer)는 2021년 7월, 미국 아비나스와 10억달러 규모의 라이선스 도입 계약을 체결하여 유방암 치료에서 호르몬수용체 단백질 분해제 ‘ARV-471’에 대한 권리를 확보했다. ARV-471은 현재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호르몬 수용체 양성(HR+), HER2 음성(HER2-) 유방암 환자 대상 2상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스위스 로슈(Roche)는 2020년 5월, 미국 비비돈테라퓨틱스와 항암 치료 관련 단백질 분해제 후보물질의 라이선스를 획득했다. 로슈 측은 계약금 1억3500만 달러를 선지급했으며, 향후 성과에 따라 마일스톤을 비비돈에 지불해야 한다.
현재 표적 단백질 분해제 연구의 과반이 항암제 분야에 집중돼 있다. 키메라의 KT-474만이 유일한 자가면역질환(면역매개염증질환) 치료제로 연구되고 있다. 키메라도 KT-413(IRAKIMiD 표적), KT-333(STAT3), KT-253(MDM2) 등 3개의 항암제 파이프라인을 갖고 있다. KT-413, KT-333은 1a 임상에서 표적을 실질적으로 억제했고 용량을 올려도 약물을 제한해야 할 만큼의 독성이 나타나지 않는 안전성을 보였다. KT-253는 임상시험승인 신청(IND)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을 통과해 2023년 초부터 1상에 들어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