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오는 30일 열리는 말초 및 중추신경계 약물자문위원회를 앞두고 매사추세츠주 캠브리지 소재 아미릭스파마슈티컬스(Amylyx Pharmaceuticals)의 근위축성측삭경화증(ALS, 일명 루게릭병) 치료용 현탁액용 분말복합제인 AMX0035(페닐부티르산나트륨/타우르소디올, sodium phenylbutyrate/taurursodiol)에 신약승인신청(NDA)에 대한 부정적 사전자료를 28일 배포했다.
이에 따라 우선심사 대상으로 지정돼 처방약생산자수수료법(PDUFA)에 따라 오는 6월 29일로 승인 여부가 결정날 예정이었던 AMX0035의 운명에 먹구름이 끼게 됐다.
FDA는 사전 배포한 검토용 자료에서 “특별히 설득력이 있지는 않다(not exceptionally persuasive)”며 승인을 위한 데이터가 불충분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FDA는 자료에서 NDA 제출의 기반이 된 2/3상 CENTAUR 임상시험은 소규모로 진행됐고, ALS 임상에서 미리 지정되긴 했지만 선호되지 않는 평가지표를 바탕으로 긍정적인 임상결과를 보고했다”고 지적했다. 또 임상시험과 관련된 사망도 있었는데 비록 치료로 인한 것이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아미릭스에서 적절한 설명이 없었다고 꼬집었다.
FDA는 아미릭스는 평가지표 설정과 관련해 “이를 고려하게 된 배경과 분석적, 해석적 문제가 있었다”며 “심사 부서는 단일 임상연구를 통해 제출된 데이터가 유효성에 대한 실질적인 증거로서 적절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했으며 신청자가 치료결과를 확증하기 위해 3상 연구에 대한 작업을 시급하게 시작하도록 권장한다”고 덧붙였다.
아미릭스는 2021년 4월 CENTAUR 임상 결과를 발표했다. 총 137명의 루게릭병 환자들이 참여한 위약 대조 ‘CENTAUR’ 임상시험에서 확보된 자료를 바탕으로 제출됐다. 6개월에 걸쳐 2상 임상을 진행한 결과 AMX0035를 복용한 환자들은 걷고, 옷을 입고, 먹는 일상능력을 측정하는 개정 근위축성측삭경화증기능평가척도(Revised ALS Functional Rating Scale, ALSFRS-R)에서 점수 감소폭이 위약 대비 적었다. 신체기능 감퇴 속도가 통계적으로 유의할 만하게 지연된 것으로 분석됐다. 이 연구는 환자단체인 ‘Northeast ALS 컨소시엄’과 협력해 매사추세츠종합병원(Massachusetts General Hospital, MGH)의 Healey & AMG 센터에서 수행됐다.
이 시험은 ALSFRS-R 기준으로 설정된 1차 평가지표를 충족하며 ALS 진행을 늦추는 것을 입증했다. 아미릭스는 AMX0035 투여군과 위약 대조군 사이의 부작용이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유해 사례로 인한 약물 중단은 AMX0035 투여군에서 더 흔하게 나타났다.
아미릭스는 최근 2024년까지 완료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전 세계적으로 60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한 3상 임상을 시작했다. 회사는 라벨 공개 연장 연구인 AMX3500OLE의 데이터를 계속 평가 중이다. FDA 문서에 따르면 CENTAUR 연구에서 원래 위약을 투여받은 환자와 비교해 처음에 AMX0035를 투여받은 환자의 생존 연장 이점은 있다. 그러나 FDA는 이미 “라벨 공개 연장 기간 중 많은 수의 중도 탈락”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일명 ‘루게릭병’으로 불리는 ALS는 불치병이다. 대뇌 운동피질, 뇌간 및 척수의 운동뉴런에 영향을 미치는 빠르게 진행되고 치명적인 신경 퇴행성질환이다. 이로 인해 자발적인 움직임이 상실되고 삼키고 말하고 호흡하는 데 어려움을 겪으며 결국 죽음에 이르게 된다.
사망은 일반적으로 증상이 시작된 후 3~5년 이내에 발생한다. 미국에서는 연간 10만명 당 2명꼴로 발병해 연간 약 5000명이 새로 진단된다. 40~70세에서 가장 흔하게 발생하며 중앙값은 55세다. 알려진 유전 패턴은 없지만 5~10%가 가족력이 있고, 50개의 유전자와 연관돼 있다.
아미릭스는 ALS에 완치법이 없고 치료법이 상대적으로 적은 치명적인 질병이므로 현재까지 축적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FDA가 약물 승인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까지 FDA가 승인한 약물은 1995년 첫 승인된 약물은 사노피 젠자임의 ‘리루텍정’(Rilutek 성분명 릴루졸 Riluzole)과 2017년에 허가가 난 일본 미쓰비시다나베제약(Mitsubishi Tanabe Pharma Corporation)의 ‘라디컷주’(Radicut 성분명 에다라본 Edaravone, 미국 브랜드명은 라디카바 Radicava, 코드명 MCI-186) 등 2개뿐이다.
라디카바는 이번에 아미릭스가 사용한 평가지표를 통해 FDA 승인을 얻었다.그리고 임상시험의 OLE 부문 중 사망은 1차 평가지표로 사용되지도 않았다. FDA는 당시 치료 6개월 동안 신체기능 감소가 33% 둔화된 것을 입증한 3상 시험을 기반으로 라디카바를 승인했다.
ALS 환자단체들은 2020년 9월 AMX0035의 조기사용을 촉구하는 청원을 미국 정부에 냈고, 이를 위해 기금도 모았다. 따라서 이 신약후보물질의 결함에도 불구하고 ALS 치료에 쓰일 약이 별로 없다는 점을 감안할 때 FDA의 부정적인 견해가 나왔다 해도 승인될 가능성이 아주 없지는 않다고 판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