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리어드사이언스는 글락스스미스클라인(GSK) 산하 사람면역결핍바이러스(HIV) 전문기업 비브헬스케어(ViiV Healthcare)와 HIV바이러스감염증(에이즈) 치료제에 관한 특허권 분쟁을 끝내기로 합의했다고 1일(현지시각) 발표했다.
이번 합의로 길리어드는 비브헬스케어의 HIV 약물인 항레트로바이러스제 돌루테그라비르(dolutegravir)와 관련된 특허의 일부에 대해 전세계 라이선스를 갖게 됐다. 비브헬스케어는 길리어드의 ‘빅타비정’ 등 빅테그라비르를 포함하는 약물에 대해 특허를 행사하지 않기로 동의했으며 그 효력은 과거와 미래에 미친다. 따라서 길리어드가 빅테그라비르를 포함해 향후 다른 복합제 신약을 개발한다 해도 발매 차단 목적으로 GSK가 행사권을 발동할 수 없다. 아울러 미국, 영국, 프랑스, 아일랜드, 독일, 일본, 한국, 호주, 캐나다에서 진행된 관련 특허 침해 소송도 중단된다.
GSK, 비브헬스케어, 일본 시오노기(Shionogi)는 HIV 치료제 복합제 중에서 다른 약물과 함께 사용되는 돌루테그라비르와 관련된 비브헬스케어의 특허를 길리어드가 침해해 ‘빅타비정’(Biktarvy 성분명 빅테그라비르 Bictegravir, 엠트리시타빈 Emtricitabine, 테노포비르 알라페나미드 Tenofovir Alafenamide) 개발 및 생산에 활용했다며 2018년에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합의에 따라 길리어드는 올 1분기에 12억5000만달러를 비브헬스케어에 지불하고, 2022년 2월 1일부터 비브헬스케어가 보유한 돌루테그라비르 관련 미국 특허가 만료되는 2027년 10월 5일까지 미국 판매량의 3%에 해당하는 로열티를 별도로 지급하기로 했다. 빅타비는 작년에 72억6000만달러를 벌어들였으며 이 중 미국 시장 매출은 70억4900만달러를 기록했다. 증권투자기관 제프리스(Jefferies)의 애널리스트인 피터 웰포드(Peter Welford)는 빅타비가 2022년 2월 1일부터 2027년 10월까지 미국에서 약 500억달러의 매출을 창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따라서 이번 합의로 비브헬스케어가 챙기게 될 대략적(back-of-the-envelope)인 로열티는 19억7000만달러가 될 것이라고 추산했다.
로열티는 빅타비소아 적응증이 승인된 경우에도 연장되지 않는다. 선지급 및 로열티 수입은 비브헬스케어의 보통주 지분에 따라 GSK(78.3%), 화이자(11.7%), 시오노기(10%)에게 분배된다. 다만 길리어드사이언스가 로열티를 지급해야 하는 기간에 소아독점권(paediatric exclusivity) 조항에 따라 특허가 연장되는 6개월의 기간은 포함되지 않는다. 소아독점권 조항을 적용하면 해당 특허번호(8,129,385)의 만료기간은 오는 2028년 4월 5일이다.
당초 이번 소송은 올 1월에 재판이 열릴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유행 확산 탓에 오는 5월로 연기된 바 있다.
에이즈 약물 시장의 3대 강자는 GSK, 길리어드, 미국 머크(MSD)다. 이들 회사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길리어드는 2일 지난해 HIV 치료제 부문 매출이 163억달러로 4%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미국 시장에서 특허 만료로 ‘트루바다정’(성분명 테노포비르 디소프록실푸마르산염·엠트리시타빈, tenofovir disoproxil fumarate·emtricitabine)과 ‘아트리플라’(Atripla 에파비렌즈·엠트리시타빈·테노포비르 디소프록실푸마르산염 efavirenz, emtricitabine, tenofovir disoproxil fumarate) 등이 독점권을 잃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길리어드는 이들 약의 개선된 효과가 노출전 예방 (PrEP) 효과 수요에 기대를 걸고 있다.
이에 맞서 GSK는 2021년 1월 21일 한 달에 한번 투약하는 장기지속형 HIV 주사제 ‘카베누바’(Cabenuva, 성분명 카보테그라비르·릴피비린, cabotegravir·rilpivirine)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성인 HIV-1 감염 치료제로 승인받았다. 올해 2월 1일에는 2개월에 한번 주사하는 제형이 추가로 FDA 승인을 받아 조만간 출시될 예정이다. 또 작년 12월 20일엔 ‘아프레투드’(Apretude 성분명 카보테그라비르 서방형 주사액 cabotegravir extended-release injectable suspension)가 장기지속형 에이즈(AIDS) 노출 전 예방용(pre-exposure prophylaxis, PrEP) 주사제로 FDA 승인을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