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리는 JAK 억제제 계열 류마티스관절염 치료제인 ‘올루미언트정’(Olumiant 성분명 바리시티닙, Baricitinib)가 두 가지 적응증 확대에서 막혔다고 악재를 시인했다. 이 회사는 올루미언트에 관한 루푸스(전신성홍반성낭창, Systemic Lupus Erythematosus, SLE) 임상개발 프로그램을 중단하기로 했으며, 미국에서 올루미언트의 아토피피부염 적응증 승인 심사가 교착 상태에 빠졌다고 28일(현지시각) 발표했다.
먼저 릴리는 루푸스 관련 중추적 3상 임상시험인 SLE-BRAVE-I 및 SLE-BRAVE-II에서 나온 톱라인 효능 결과를 바탕으로 루푸스에 대한 올루미언트 임상 3상 개발 프로그램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SLE-BRAVE-I에서 올루미언트 4mg은 52주차 복합적인 질병활성도를 반영하는 SRI-4 지표(The Systemic Lupus Erythematosus Responder Index)가 위약에 비해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감소돼 1차 평가지표를 충족했다. 하지만 SLE-BRAVE-II 연구에서는 1차 평가지표를 충족시키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두 연구의 주요 2차 평가변수도 충족되지 않았다.
두 루푸스 연구의 안전성 결과는 이전에 발표된 올루미언트 데이터와 일치하며 프로그램 중단 결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릴리는 전체 루푸스 데이터를 분석하고 질병 이해와 과학 발전에 도움을 주기 위해 추후 분석 결과를 발표하기로 했다.
릴리는 SLE-BRAVE-I 또는 II를 마친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되는 임상 3상 연장연구를 적절히 마무리 짓기 위해 연구자들과 협력하고 있다.
이와 별개로 릴리는 미국에서 올루미언트를 성인 중등도~중증 아토피피부염 치료제로 승인받기 위해 제출한 적응증 추가 신청에 대해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논의한 상황을 공개했다. 릴리는 현 시점에서 FDA와 해당 환자군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며 당국의 입장을 고려할 때 임상자료 보완을 요구하는 대응종결서신(CRL)을 받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아토피피부염에 대한 올루미언트의 효능 및 안전성 프로파일은 8건의 임상시험을 통해 평가됐다. 현재 올루미언트는 유럽, 일본, 한국을 비롯해 다수의 국가에서 성인의 중등도~중증 아토피피부염 치료제로 승인돼 있다.
릴리의 글로벌 면역질환 치료제 개발·의학담당 총괄 부사장인 로터스 말브리스(Lotus Mallbris) 박사는 “이번 결정으로 복잡하고 치료하기 어려운 자가면역질환으로 고통받고 더 많은 치료 옵션이 필요한 수많은 환자에게 실망을 주게 됐지만 전 세계 사람의 삶을 더 좋게 만들 수 있는 면역학 치료제 발전을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결정은 릴리의 다른 올루미언트 연구 노력이나 이미 승인된 적응증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며 “올루미언트가 9년에 걸친 임상 개발 프로그램을 진행해 JAK 억제제 계열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크고 긴 기간의 안전성 자료를 확보하고 있어 기 승인된 적응증에 확신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말브리스 박사는 “올루미언트가 올해 미충족 의료 수요가 상당한 치료 영역에서 보다 많은 환자에게 제공될 수 있길 바란다”며 “미국에서 특정 코로나19 입원 환자의 치료제 정식 승인, 미국·유럽·일본에서 중증 원형탈모증에 대한 최초의 질병 치료제 승인 등으로 올루미언트이 적응증이 확대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올루미언트는 미국에서 산소보충과 비침습적 또는 침습적 기계호흡이 필요한 2세 이상 소아 및 성인 입원 환자의 코로나19 치료제로 긴급사용승인(EUA)된 상태다. FDA는 이러한 환자의 코로나19 치료제로 올루미언트를 우섬심사하고 있으며 올해 2분기 안에 정식 승인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릴리의 아토피피부염 적응증 확대에 대한 사실상의 포기는 FDA가 JAK 억제제의 안전성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갖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FDA는 JAK억제제에 대해 추가 적응증 승인을 내주면서 암 발생 위험, 심각한 심장 관련 위험 증가 등을 포함한 돌출경고문(black box warning)을 의약품 겉면에 표기하라고 명령했다.
애브비의 동일 계열 약물인 ‘린버크서방정’(Rinvoq 성분명 우파다시티닙 Upadacitinib)은 지난 14일 어렵사리 아토피피부염 적응증을 획득했다. 앞서 동일 계열인 화이자의 ‘젤잔즈정’(Xeljanz, 성분명 토파시티닙, Tofasitinib)은 강직성척추염, 린버크는 건선성관절염 적응증을 지난해 12월 14일 취득했다. 젤잔즈는 아토피피부염 승인 획득에 실패했다.
이에 따라 릴리는 돌출경고문 부착에 따른 마케팅의 제약, 다른 경쟁 약물에 비해 시간적으로 늦은 출시 시기, 애브비의 휴미라주’(Humira 성분명 아달리무맙 Adalimumab)와 같은 TNF 억제제를 견딜 수 없거나 잘 반응하지 않는 환자에게 사용한 다음에 적용해야 하는 2차 치료제로서의 한계, 사노피의 인터루킨-4(IL-4) 및 인터루킨-13(IL-13) 신호전달 억제제인 ‘듀피젠트프리필드주’(Dupixent, 성분명 두필루맙, dupilumab)가 시장 선점 효과를 누리고 있는 점 등을 감안해 사실상 올루미언트의 아토피피부염 적응증 확대를 접은 것으로 분석된다.
릴리와 함께 올루미언트를 공동 개발한 파트너인 미국 델라웨어주 윌밍튼(WILMINGTON) 소재 인사이트코퍼레이션(Incyte Corporation)은 지난해 9월 21일에 아토피피부염 외용제 ‘옵젤루라 크림’(Opzelura 성분명 룩소리티닙 ruxolitinib) 승인을 얻었다. 다음 날엔 동일 성분 ‘자카비정’(Jakafi)이 스테로이드 불응성 ‘만성’ 이식편대숙주병(GVHD) 치료제로 FDA 승인을 얻었다. 인사이트 입장에선 올루미언트가 비록 경구용 아토피 치료제로 승인받지 못하더라도 옵젤루라가 외용제로서 시장의 빈틈을 차지할 수 있어 만회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