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사노피와 미국 리제네론이 공동 개발 중인 PD-1 억제제 ‘리브타요주’(Libtayo, 성분명 세미플리맙-rwlc, Cemiplimab-rwlc)가 생존기간을 연장한 이점을 입증했음에도 불구하고 2차 자궁경부암 치료제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신청한 보충적 신약승인을 철회한다고 28일(현지시각) 발표했다.
양사는 리브타요의 처방약생산자수수료법(PDUFA)에 따른 리브타요 자궁경부암 적응증 승인 예정일인 1월 30일을 이틀 앞두고 자발적으로 신청을 철회 했다.
리제네론은 “특정암에 대한 시판후 연구조사에서 FDA의 주문에 일치시킬 수 없었다(임상적 유효성 부족함이 있었다)”며 “미국 외 다른 나라의 심사당국과는 적응증 신청 건을 계속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이번 철회는 리브타요가 자궁경부암에서 전반적인 생존 이점을 입증했다는 점을 고려할 때 흥미롭다. 리제네론 관계자는 “작년 10월 아제너스(Agenus)가 2차 자궁경부암 치료제로 신청한 PD-1 억제제 발스틸리맙(balstilimab)에 대한 가속승인 신청을 철회하기로 한 결정과 맥락을 같이 한다”고 밝혔다. 즉 FDA가 다윗에 해당하는 소형 제약사보다는 골리앗이라 할 수 있는 미국 머크(MSD)와 같은 미국 본거지의 거대 다국적 제약사에 더 호의적이라는 업계의 관측과 해석을 반영한다.
예컨대 MSD의 PD-1 억제제인 ‘키트루다주’(Keystruda, 성분명 펨브롤리주맙 Pembrolizumab)는 2018년 6월 12일에 화학항암요법제 치료 도중 또는 후에 진행된 자궁경부암 환자를 위한 최초의 PD-1 억제제로 승인받았다. 당시에는 2차 치료제로 허가받았으나 작년 10월 13일에는 1차 치료제로 승격됐으며, 2차 치료제로서의 승인이 가속승인에서 정식승인으로 전환됐다.
항암제 등 신약 허가에서 2차나 3차 치료제로 승인됐다가 점차 차수를 낮춰 1차나 2차로 승급하는 것은 업계의 관행이다. 문제는 가속승인이 정식승인으로 전환되면 다른 후발 경쟁약들의 가속승인 관문 통과가 사실상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후발약은 선발 제품보다 약효 면에서 더 나은 우위를 입증해야 하기 때문이다. FDA는 MSD의 허가결정 시한보다 4개월 앞서 키트루다의 1차 치료제 승인을 결정했다. 이 때문에 아제너스는 작년 10월 22일에 발스틸리맙에 대한 자궁경부암 승인 신청을 철회하게 됐다. 더욱이 정보력이 떨어지는 아제너스는 발스틸리맙의 심사가 거의 끝나갈 즈음에야 키트루다가 2차 정식승인으로 전환한다는 것을 파악했다.
이에 대해 아제너스의 회장이자 CEO인 가로 아멘(Garo Armen) 박사는 FDA의 항암제심사평가국장인 리처드 파즈더(Richard Pazdur) 박사에게 서신을 보내 FDA가 발스틸리맙이 받을 자격이 있는 완전하고 공정한 심사를 할 의도가 없었다며 항의했고 가속승인 경로에 따라 신속 심사를 촉구했으나 소용이 없었다는 게 미국 업계의 풍문이다.
MSD가 특혜를 받았다고 주장하는 아멘은 발스틸리맙이 키트루다보다 더 나은 안전성 프로파일을 갖고 있으며 더 넓은 범위의 자궁경부암 환자에게 치료를 제공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아멘은 유효성에도 밀리지 않는다고 파즈더에 주장했다. 발스틸리맙은 객관적반응률(ORR)이 14%였고, 비(非) PD-L1 양성 하위그룹은 20%로 키트루다가 가속승인으로 2차 치료제로 승인된 KEYNOTE-158 임상연구에서 거둔 키트루다의 14.3%와 비교할 때 우위를 보인다는 입장이다.
키투루다는 PD-L1 단백질을 발현하는 종양이 있는 환자에 대한 가속승인을 획득했다. 그러나 PD-L1 음성 환자에게는 미충족된 의료수요가 남아 있다. 이 영역에서 발스틸리맙은 9%의 반응률로 키트루다의 0%를 압도했지만 FDA는 음성 환자에 대한 적응증 승인을 고려하지 않고 있으며 유효성의 절대 수치가 낮다고 반박했다. 그럼에도 아멘은 발스틸리맙의 PD-L1 음성 피험자 수가 125명으로 키트루다의 77명보다 많았음을 강조하고 있다.
아제너스와 리제네론의 차이점은 아제너스가 바이오마커 데이터로 치료 성과를 평가하고 반면 리제네론은 생존율 수치로 치료 기준을 삼고 있다는 것이다.
사노피 및 리제네론은 지난해 3월 3상 임상에서 리브타요가 백금 기반 화학요법제로 진행된 재발성 또는 전이성 자궁경부암에서 화학요법에 비해 사망 위험을 31% 감소시켰다고 발표했다. 리브타요는 또한 환자의 PD-L1 바이오마커 상태에 관계없이 더 오래 살수 있도록 한다는 것도 보여줬다.
생존기간 연장에 대한 입증은 자궁경부암에 대한 면역항암제 치료제 가운데 처음 나온 데이터였다. 중간분석 결과 독립적인 데이터모니터링위원회는 리브타요 투여군의 생존기간 중앙값이 12개월인 반면 화학요법 환자는 8.5개월로 긍정적인 생존 결과를 기록했다고 인정했다.
리브타요의 이번 좌절은 작년 2월 국소진행성 기저세포암종(locally advanced basal cell carcinoma, laBCC) 및 PD-L1이 높게 발현하는(50%이상), 새로 진단되고 국소적으로 진행되는 전이성 비소세포폐암(NSCLC) 치료제로 FDA 허가를 얻었던 상승 기세를 꺾는 것으로 평가했다. 리브타요는 2018년 9월 국소진행성 및 전이성 피부편평 세포암종에서 첫 승인을 받았고 지금까지 획득한 적응증은 총 3가지다.
한편 지난 25일에는 인사이트(Incyte Corporation)가 경구용 PI3Kδ 억제제인 파사클리십(parsaclisib)의 변연부림프종(MZL), 여포성림프종(FL), 외투세포림프종(MCL) 3개 적응증에 관한 FDA 신약승인신청(NDA)를 철회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비즈니스 전략상 후퇴라고 해명했다. 경쟁 약물이 이미 시장에 진입한 상태에서 경쟁력을 잃었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또는 FDA와 교감해 약물의 유효성 및 안전성 부족은 자인한 것일 수도 있다. 앞서 FDA는 이 약물을 우섬심사 대상으로 지정한 바 있다. 인사이트의 결정에 투자자들은 즉각 인사이트파마가 투자가치가 없는 회사라며 비난했다.